19살 라이더는 오늘도 위험을 안고 달린다

[트렌드]by 한겨레

청소년 배달노동자 유건우 씨의 오늘

한겨레

헬멧을 쓴 채 배달에 나선 유건우 씨 옆으로 대형 트럭이 지나가고 있다. 인천/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청소년 조합원은 처음이네요!”


열아홉살 유건우씨는 청소년 배달노동자다. 2018년 그가 처음 라이더유니온의 문을 두드렸을 때, 그의 나이를 재차 확인한 박정훈 위원장이 웃으며 말했다고 회상하며 건우씨도 웃었다.


아직 고등학교도 졸업하지 않은 그가 자신의 직업으로 라이더를 택하고 노동자로 자각하게 된 동기는 오토바이다. 오토바이가 좋았던 건우씨는 만 16살 생일이 지나자마자 2종 원동기장치자전거면허를 취득하러 면허시험장으로 향했다. 그러나 취미로 타기에는 보험료가 비쌌다. 이를 위해 고등학교 1학년 때 처음 아르바이트로 오토바이 배달을 시작했다. 일을 하다 보니 적성에 맞았고, ‘라이더로 일하다 배달대행업 운영으로 영역을 확장하면 되겠다’는 꿈도 생겼다.

한겨레

코로나19로 인해 포장과 배달주문만 가능하다는 안내문이 한 식당 출입문에 붙어 있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라이더는 개인사업자’라며 배달대행 서비스 업체는 노동자성을 인정하지 않았지만, 실제로는 출퇴근 시간을 관리하고 강제 배차 등 업무 지시를 통해 지휘·감독을 행사했다. 일할 때엔 노동자였고 사고 등 책임져야 하는 상황에선 ‘사장님’ 취급받기 일쑤였다. 사무실 내에서도 가장 어린 라이더였던 그에게 궂은일이 더해질 때도 많았다. 부당한 대우를 받을 때 그는 맞서기보다 한 걸음 물러섰다.

한겨레

“하루 종일 앉아서 일하니 잠시 쉴 때에는 오히려 서있고 싶어요.” 배달주문을 기다리며 건우 씨가 스마트폰을 확인하고 있다.

그렇게 회사를 옮기며 일하던 건우씨는 2019년 유튜브를 보다가 우연히 맥도날드 배달노동자가 폭염수당을 요구하는 1인시위를 했다는 1년 전 뉴스를 접했다. “다들 같은 일을 하면서도 폭염수당을 요구할 생각 해보지 못했는데 놀라웠어요.” 그 깨달음이 건우씨를 노동자의 권리와 연대에 눈뜨게 했다.


2018년 여름 그 1인시위를 벌였던 노동자가 현재 라이더유니온 위원장으로 일하고 있는 박정훈씨다. 그해 8월1일 서울의 기온은 기상 관측 111년 사상 가장 높은 39도까지 치솟았고, 서울에는 3주째 폭염특보가 내려져 있었다. 당시 맥도날드는 눈이나 비가 오면 100원의 추가수당을 지급(날씨수당)하거나 심할 경우 배달 자체를 금지(작업중지권)하도록 했는데 박 위원장은 그 날씨 사유에 폭염도 포함해달라고 요구했던 것이다. 100원의 추가수당 요구는 ‘우리가 흘린 땀을 존중해달라’는 말이었고, 작업중지권 사유 확대는 ‘돈보다 사람이 먼저’라는 가치를 말하고자 함이었다.

한겨레

라이더유니온의 스티커를 붙인 헬멧.

그가 요구하는 가치는 2020년에도 유효하다. 배달업 종사자들의 사회안전망 확대 필요성이 대두되며 최근 대통령 직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는 배달업 전반에 걸친 플랫폼 종사자들의 보호 방안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배달 플랫폼 이해당사자로 딜리버리히어로 코리아, 모아플래닛과 함께 라이더유니온도 논의에 참여한다. 라이더유니온은 우선 ‘산재 적용 제외 신청제도 폐지’와 전속성 개념 확대 등을 통해 배달노동자들이 제대로 산재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등 기본적인 안전망 확충을 위해 노력할 예정이다.


정보통신기술의 융합으로 꽃핀 4차 산업혁명은 플랫폼 노동자를 낳았다. 기술의 진보가 빚은 사각지대에 노동자가 갇히지 않도록, 각계의 혜안을 담은 대책이 절실하다.

한겨레

19살 청소년 배달노동자 유건우 씨가 활짝 웃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2020.06.26원문링크 바로가기

본 콘텐츠의 저작권은 저자 또는 제공처에 있으며, 이를 무단 이용하는 경우 저작권법 등에 따라 법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세상을 보는 정직한 눈이 되겠습니다.
채널명
한겨레
소개글
세상을 보는 정직한 눈이 되겠습니다.
    이런 분야는 어때요?
    ESTaid footer image

    © ESTaid Corp.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