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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컬처 ]

꿈의 숲 ‘공원 사진사’가
사진으로 꾼 꿈

by한겨레

북서울 꿈의숲 4년간 100번 넘게 간 사진사

1년 헤매고 난 뒤 발견한 도심 공원의 매력

“적어도 한 장소에 10번은 가보세요”

꿈의 숲 ‘공원 사진사’가 사진으로

‘공원 사진사’ 설인선(65)씨를 만났다. 그의 일과는 거의 변함이 없다. 하루는 일을 하고, 하루는 공원에 가 사진을 찍는다. 한 공원에 수백번이나 갔다. 자그마한 도심 속 공원에 그는 매료됐다. 곤충과 식물, 동물 등을 찍는 생태 사진을 주로 찍던 그에게 도심 공원은 지루할 텐데, 그렇지 않단다. 그의 사진을 보면 그의 말이 이해된다. 아래에 실린 설씨의 사진을 보면 당신도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꿈의 숲 ‘공원 사진사’가 사진으로

공원에 사진사가 산다. 이틀에 한 번 공원에 가는 사진사다. 걷다가 사진기를 눈에 갖다 댄다. 그렇게 2시간가량 공원을 누빈다. “마음에 드는 사진 딱 한장만 찍으면 성공이에요.” 그는 욕심을 내지 않는다. 설인선(65)씨는 ‘공원 사진사’다. 전기 기술자가 직업인 그는 서울 강북구 월계로의 ‘북서울꿈의숲’에서 4년의 세월을 보냈다.


‘공원 사진사’는 서울시와 동부·중부·서부 공원녹지사업소에서 운영하고 있는 시민 참여 프로그램이다. 해마다 ‘공원 사진사’가 되고 싶은 사진사를 모집하고, 공원 사진사가 된 시민들은 사진 관련 강의를 듣고 공원 사진을 찍는다. 그들이 찍은 사진은 공원 관련 누리집(홈페이지)이나 홍보물 제작 등에 쓰인다. 설씨는 북서울 꿈의숲을 관리·운영하는 중부공원녹지사업소가 2016년 1기 공원 사진사를 모집할 때 응모를 했고, 2017년 2기 공원 사진사 강사로 활동 중이다.

꿈의 숲 ‘공원 사진사’가 사진으로
꿈의 숲 ‘공원 사진사’가 사진으로

그러나 설씨는 공원 사진사 프로그램이 있기 전부터 공원 사진사였다. 2014년 봄에 북서울 꿈의숲을 다니기 시작했다. “곤충이나 식물, 동물을 찍는 생태 사진을 주로 찍어왔어요. 그런데 도심 공원은 꺼려지는 거예요. 뭐가 살고 있을까, 좋아하는 생태가 있을까 싶었던 거죠. 미아동에 사니 가까워서 북서울 꿈의숲에 1년 정도 특별한 주제의식 없이 다녔어요. 헤맨 거죠. 그리고 나서야 보이더라고요.”

꿈의 숲 ‘공원 사진사’가 사진으로
꿈의 숲 ‘공원 사진사’가 사진으로

자주 가는 도심 공원에서 멋진 사진을 찍기, 뭔가 비법이 있을까? 그는 자신의 ‘관점’, ‘주제’를 가져보라고 이야기했다. 설씨는 북서울 꿈의숲 중에서도 물이 있는 연못, ‘월영지’와 ‘칠폭지’에 집중했다. 수많은 사진 중에서 29점을 골라 <드림>이라는 이름의 사진 책을 소장용으로 딱 한 권 만들었다. “북서울 ‘꿈’의숲이잖아요. 그래서 포토 북 이름을 드림이라고 지었죠.”

꿈의 숲 ‘공원 사진사’가 사진으로
꿈의 숲 ‘공원 사진사’가 사진으로
꿈의 숲 ‘공원 사진사’가 사진으로

<드림> 속 사진은 한장, 한장이 강렬한 느낌을 준다. 죽어서 물 위에 떠 있는 잠자리는 마치 하늘을 나는 것 같다. 설씨는 <드림> 속 사진을 손수 매만졌다. “사진 한 장을 30분은 봅니다. 어떻게 ‘작품’을 매만질까 생각해요. 그 뒤에야 후속 작업을 합니다. 어떤 색을 강조하거나, 음영을 더욱 과하게 주는 식이지요.”

꿈의 숲 ‘공원 사진사’가 사진으로

백 번을 넘게 간 북서울꿈의숲이 지겨울 때는 없을까? “사진을 잘 찍어보고 싶다면 한 장소에 열 번 이상 가보길 권해요. 한 곳을 보면 전날 안 보이던 게 보여요. 가장 좋아하는 월영지와 칠폭지는 갈 때마다 그 모습이 달랐어요. 시간, 날씨에 따라 모두 다른 모습을 다양하게 보여줘요. 30년 넘게 사진을 찍었는데, 4년 동안 같은 곳을 다니면서 그 점을 새롭게 느꼈죠.”

꿈의 숲 ‘공원 사진사’가 사진으로
꿈의 숲 ‘공원 사진사’가 사진으로

그는 이제 다른 공원으로 향한다. 올해 들어서는 남산공원을 다니기 시작했다. 북서울 꿈의숲에서 1년을 헤맸듯, 남산공원에서도 아직 헤매는 중이다. “적어도 5년은 다녀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70살에는 남산에서 찍은 사진으로 전시회를 할 수 있지 않을까 꿈 꿔 봅니다.”


공원


시민의 휴식을 목적으로 조성한 넓은 정원이나 장소를 뜻한다. 과거엔 공원을 주로 산책하는 공간으로 여겼다. 최근에는 직장회의, 독서, 요가 등 그 사용 영역이 확장됐다. 도시에서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기에 사람들이 부담 없이 다양한 라이프 스타일을 펼쳐 보이게 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그런 의미에서 미국 유명 건축가 토드 윌리엄스는 "공원은 메마른 도시의 영혼"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정연 기자 xingxi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