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드라마만 하란 법 있나…전시 OST 발매 바람

[컬처]by 한겨레

[한겨레] 25만명 다녀간 화제의 ‘웨더’ 전시


세이수미·이진아·오존 등 뮤지션 4팀


작품서 영감 얻어 작곡, LP로도 발매


재즈 피아니스트 겸 프로듀서 윤석철


‘슈가 플래닛’ 전시 OST 작업해 발표


전시 속 디저트처럼 음악도 달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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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지널 사운드 트랙’(OST)은 영화나 드라마를 위해 특별히 만든 음악을 뜻한다. 하지만 꼭 영화나 드라마만 오에스티를 만들라는 법은 없다. 최근 전시를 위해 만든 오에스티가 잇따라 발매되면서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음악이라는 2차 콘텐츠를 통해 눈에서 귀로, 보는 전시에서 듣는 전시로 감각의 영역이 확장되는 것이다.


음악 콘텐츠 회사 스페이스오디티는 지난 1일 <웨더: 오늘, 당신의 날씨는 어떤가요?> 엘피를 발매했다. 5월 초 서울 한남동 디뮤지엄에서 개막한 이후 벌써 25만명이 다녀간 화제의 전시 <웨더…>의 오에스티로 제작된 음반이다. 온라인 예약주문 분량 100장은 이미 매진됐고 현재 디뮤지엄 아트샵에서 소량 판매 중이다. 스페이스오디티는 온라인으로 추가 분량을 판매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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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뮤지엄은 <웨더…> 전시를 개막하기 앞서 음악과 연계해 뭔가 할 게 없을까를 고민했다. 스페이스오디티와 만나 머리를 맞대다 전시 오에스티를 만들어보자는 결론에 이르렀다. 날씨를 주제로 세계적인 작가 26명의 사진·영상·사운드·설치작품 등을 전시한 <웨더…>의 주 관람객은 20대를 중심으로 한 젊은 층이다. 스페이스오디티의 이진수 매니저는 “전시장을 찾는 이들이 자신만의 취향을 갖고 그에 맞는 문화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찾아 향유하는 사람들일 것이라는 분석 아래, 널리 알려지진 않았어도 자신만의 색깔을 강하게 내는 싱어송라이터를 찾았다”고 말했다. 그 결과 서프록 밴드 세이수미, 기타리스트이자 싱어송라이터인 오존, 래퍼 오르내림, 아르앤비(R&B) 듀오 ‘히피는 집시였다’, 가수 이진아를 섭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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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가들은 전시를 보고 각자 다른 작품을 골랐다. 세이수미는 올리비아 비 작가가 환한 햇살 아래 활짝 웃는 젊은이들을 담은 사진을 보고 ‘위 저스트’라는 곡을 만들었다. 밝고 경쾌한 서프록이 여름 바다 위 서핑보드처럼 아드레날린을 샘솟게 한다. 오존은 마리나 리히터 작가의 사진을 보고 달빛에서 영감을 얻어 ‘문댄스’를 작곡했다. 오르내림과 ‘히피는 집시였다’는 알렉스 웹 작가의 사진 속 빗방울을 상상하며 ‘여름비’를 합작했다. 이진아는 레베카 노리스 웹 작가의 사진 속 파란 하늘을 떠올리며 ‘올웨이스 위드 어스’를 만들었다. 오디션 프로그램 <케이팝스타> 출신으로 줄곧 노래곡만 발표해온 그는 처음으로 재즈 피아노 트리오 연주곡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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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이스오디티는 8월7일부터 9월1일까지 네 곡의 오에스티 디지털 음원을 순차적으로 발표하고, 이진아의 마지막 곡이 나오는 날 네 곡을 모두 담은 엘피를 발매했다. 엘피 케이스를 투명하게 만들고 각 곡을 대표하는 네 가지 속지를 넣어 취향에 따라 표지로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엘피 판 자체는 눈이 시리도록 새파란 색으로 만들었다. <웨더…> 전시를 찾는 이들의 취향을 제대로 저격하는 디자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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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디뮤지엄에서는 오에스티 발매 공연도 열렸다. 세이수미, 오존, 오르내림, ‘히피는 집시였다’ 등이 공연했는데, 거의 만석이었다. 디뮤지엄은 곧 전시장 출입구에 스피커를 설치해 오에스티 음악을 틀 예정이다. 디뮤지엄의 전선영 팀장은 “음악만 들어도 전시에서 본 작품이 생각나도록 하는 게 오에스티 제작 목적이었다. 10월28일 전시가 끝난 이후에도 계속 음악을 들으면서 전시에서 느꼈던 감흥을 되새긴다면 더 바랄 게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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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 피아니스트이자 음악 프로듀서인 윤석철도 ‘듣는 전시’에 동참했다. 그가 6일 디지털 음원으로 발표한 새 앨범 <슈가 플래닛>은 지난달 10일 서울 성수동 서울숲 갤러리아포레에서 개막한 전시 <슈가 플래닛>의 오에스티 앨범이다. 연주곡 10곡으로 이뤄졌는데, 신시사이저를 앞세운 아기자기하고 귀여운 사운드가 귀를 즐겁게 한다. <슈가 플래닛>은 팀 버튼 연출, 조니 뎁 주연 영화 <찰리와 초콜릿 공장>을 모티브로 한 전시로, 갖가지 디저트를 주제로 한 오브제를 다양한 미디어아트 형태로 선보인다. 공간마다 작품 콘셉트에 맞춰 ‘전시 음악감독’인 윤석철이 만들고 연주한 음악이 흐른다. 윤석철은 “곡 작업을 하며 막히고 잘 풀리지 않을 때마다 그 곡에 해당하는 디저트를 먹었다”고 털어놨다. <슈가 플래닛> 오에스티가 귀로 먹는 디저트처럼 달달한 이유다. 이전에도 윤석철은 <슈가 플래닛> 주최사인 미디어앤아트가 지난해 8월부터 올해 3월까지 같은 장소에서 연 <앨리스: 인투 더 래빗홀> 전시 음악감독을 맡아 오에스티 음반을 만든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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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과 청각을 결합하는 시도가 이어지는 이유는 뭘까? 스페이스오디티의 정혜윤 브랜드마케터는 “보통 음악을 들으며 운전하거나 다른 일을 하는 것처럼 음악은 다른 콘텐츠나 플랫폼과의 결합이 용이하다. 또 한번 소비하고 마는 게 아니라 반복 소비가 일어나는 콘텐츠다. 이런 특성 때문에 음악으로 기존 경험을 확장시키려는 새로운 시도들이 최근 활발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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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15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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