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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컬처 ] 이재익의 아재음악 열전

그의 복귀는 대중이 정한다- 유승준 ②

by한겨레

그의 복귀는 대중이 정한다- 유승준

<한겨레> 신문에 칼럼을 실은 지 5년이 훌쩍 넘었다. 몇번을 제외하고 빠진 적이 없으니 못해도 120편은 넘는 글이 이 귀한 지면에 실린 셈이다. 그런데 지난번에 쓴 유승준의 칼럼으로 두가지 기록을 경신했다. 최다 댓글과 최다 싫어요. ‘어그로’를 끌고 싶어서 쓴 글이 절대 아니었는데도(그런 의도로 쓴 글도 있었음을 고백한다) 무려 1900개의 댓글이 달려버렸다. 지난 칼럼은 질문으로 끝을 맺었고, 사실 제목부터가 질문이었다. ‘유승준은 왜 돌아오지 못할까?’ 그리고 이번 화에 정답을 싣겠다고 했는데, 바로 이 현상 속에 정답이 있다. 추억 속의 가수들을 이야기하는 칼럼에 1900개의 댓글이 달리는 이 현상.


우리 사회의 중요한 합의는 명문화된 규칙에 의거한다. 법이 있고, 사규가 있고, 학칙도 있다. 한달에 만원짜리 보험을 들어도 계약서를 쓴다. 그런데 대중문화 분야에서는 정확히 글로 적힌 규범이 없다. 이를테면, 한 개그맨이 마약을 투약한 사실이 적발되었다 치자. 방송 출연은 얼마나 오래 금지시켜야 할까? 19년차 현역 피디(PD)인 나조차도 모른다. 함께 일하던 한 가수가 음주운전으로 방송에서 하차했을 때도 복귀 시점을 예상하기 어려웠다. 엇비슷한 죄를 지어도 자숙기간은 천차만별이다. 심지어 법적으로 큰 처벌을 받은 연예인이 무죄 판결이 난 연예인보다 더 빨리 복귀하는 예도 많다. 반대로 법적으로는 별문제가 아니었던 이슈에 휘말렸는데도 이른바 미운털이 박혀 퇴출된 사례도 여럿 있다. 대체 물의를 일으킨 연예인이 복귀하는 데 기준이라는 게 있기는 한 걸까?


있다! 물의를 일으킨 연예인의 복귀 시점은 대중이 정한다. 복귀 시점뿐 아니라 복귀 자체가 가능한지 영구퇴출인지 여부 역시 대중이 결정한다. 왜 누구는 복귀가 힘든지, 구구절절 분석하고 얘기할 필요가 없다. 대중이 안 된다면 그냥 안 되는 거다. 역사상 가장 오래된 엔터테인먼트 무대라고 할 수 있는 고대 로마의 원형경기장에서부터 그랬다. 검투사들의 목숨은 원형경기장을 메운 시민들의 분위기에 따라 좌우되는데, 살려주라는 목소리가 더 크면 살고 죽여 버리라는 목소리가 더 크면 죽었다.


바로 그것이 연예인이라는 직업의 속성이다. 사자를 죽인 것뿐인데도 검투사는 수만명의 환호를 받았다. 자기 휴대폰마다 수십 수백개의 원형경기장을 넣어 다니는 시대인 지금은 보상이 더욱 크다. 연예인들은 겨우 노래를 잘 한다고, 고작 사람을 웃기는 재주로, 기껏 세치 혀를 잘 놀린다는 이유로 매년 수억 수십억원의 돈을 번다. 무대가 세계로 넓어지면 그 돈은 수백억원이 되기도 한다. 일부러 폄하하는 표현을 쓰긴 했지만, 실상 불특정 다수를 즐겁게 하는 일은 무척 어려운 일이다. 어느 경지에 이르면 위대한 일이 된다. 그렇기에 그 큰돈을 벌어가고 명예도 누린다. 반대로 연예인이 대중을 불쾌하게 만든다면? 대중은 불쾌한 사람을 굳이 봐주고 들어줄 만큼 너그럽지 않다. 방송계도 광고계도 대중이 보기 싫어하는 사람을 무리해서 쓸 이유가 전혀 없다. 가혹하다고? 한명의 인간으로서 그 사람에 대한 연민과 이해는 별개의 문제다. 나 역시 물의를 일으켰다는 이유로 내 손으로 방송에서 하차시킨 연예인들이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친분을 유지해왔다.


연예인들이 명심했으면 좋겠다. 당신들에게 대중이란 법이고 기준이라고. 감히 속이고 설득할 대상이 아니란 말이다. 포퓰리즘은 정치인에게는 독이 될 수 있지만 연예인에게는 궁극의 가치다. 그 지점에서 연예인이라는 집단은 아티스트 혹은 예술가와 구별된다. 예술가는 대중보다 자신의 예술 세계를 앞에 놓을 수 있다. 대중이 좋아해주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다고 해서 예술 세계 자체가 부정되는 것은 아니니까. 지난 칼럼의 주인공이었던 유승준의 경우에 한정해서 말하자면, 연예인으로서 방송 출연을 못한 지 15년이 넘었음에도 가수로서 그의 노래를 듣는 사람들은 여전히 많다. 어떻게 아냐고? 유튜브가 만들어지기도 전에 퇴출당한 그의 노래들이 이제 와서 조회수 수십 수백만건을 기록하고 있는 현상은 부인할 수 없다. 최소 그만큼의 사람들은 유승준을 찾아서 보고 들었다는 뜻.

그의 복귀는 대중이 정한다- 유승준

일반 시민들이 죄를 저지르면 법정에서 판결을 내리듯 물의를 일으킨 연예인들에 대한 단죄는 대중이 결정한다. 피디인 나도, 신문사인 <한겨레>도, 방송사인 <에스비에스>(SBS)도 감히 나설 수 없다. 마이크로 닷은 복귀할 수 있을까? 지금으로선 어려워 보이지만 시간이 지나봐야 알겠다. 그러나 유승준, 아니 스티브 유는 이미 대중의 선고를 받았다. 단언컨대 그는 돌아오지 못한다. 특히 그의 경우엔 법에 의해 입국이 금지되어 있으니 원천봉쇄나 다름없다. 나 역시도 그의 노래는 혼자서나 들을까, 방송에서 한번도 튼 적이 없고 앞으로도 틀 생각이 없다. 이번 칼럼을 준비하면서 그 생각이 더욱 확고해졌다.


정치인은 국민 무서운 줄 알아야 하고, 기업은 소비자 무서운 줄 알아야 하고, 연예인은 대중 무서운 줄 알아야 한다. 나처럼 글 쓰고 방송하는 사람들은 독자와 시청자에게 감사하고 또 두려워해야 한다. 그러니 지난 칼럼에 댓글로 대중의 판결을 알려주신 독자님들께 인사드리고 싶다. 고맙습니다.


에스비에스 피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