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 가기

[ 여행 ]

집배원이 추천하는
진짜 겨울 여행지!

by한겨레

커버스토리┃우체국


전국 2만여명 집배원들이 선정한 겨울철 여행지


지난해 12월 우정사업본부가 책 펴내


유서 깊은 성당·사찰·정원·둘레길 등 다양


나물밥·건강빵·푸짐한 한정식 등 먹을거리도 풍성


한겨레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는 집배원만큼 지역의 정보를 잘 아는 사람도 없을 것이다. 연간 1억8500만킬로미터를 오가는 집배원 2만여명이 ‘겨울철 여행지’로 추천한 명소 100곳을 담은 여행 책 <집배원이 전해 드리는 겨울여행>이 눈에 띄는 이유다. 지난해 12월 우정사업본부가 펴낸 이 책에는 서울(10곳), 경인(16곳), 강원(14곳), 충청(15곳), 전라(19곳), 경상(16곳), 제주(10곳) 등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던 전국의 여행지들이 고루 담겼다. 집배원들이 추천한 값싸고 맛있는 지역 식당과 특산물도 함께 수록됐다. 이번 겨울, 집배원들이 추천하는 여행지를 찾아가 보자.

한겨레

바람개비 길 따라 성당가요


10년째 전라북도 익산시 망상면 화산리의 우편 업무를 담당해 온 익산함열우체국의 최재현(47) 집배원은 나바위성당(사적 제318호)을 이 지역의 명소로 꼽는다. 전북 익산시 망성면 나바위1길 146번지에 있는 이 성당에 2008년부터 우편물을 배달해왔다는 최씨는 “독특한 외관을 구경하는 재미가 있어 배달 올 때마다 지겹지 않다. 세워진 지 100년이 넘은 성당이어서 주말에 자녀와 함께 역사 공부하기도 좋다”고 한다.


지난 11일 직접 가 본 나바위성당은 그의 말처럼 오랜 세월의 흔적이 역력했다. 우선 여느 성당과는 다르게 지붕이 한옥식 기와로 돼 있어 독특했다. 익산문화 알림이 해설사 김택영(71)씨는 “1907년에 기와지붕, 흙벽 등 한옥식으로 건축된 이 성당은 지난 세월만큼 구석구석 숨은 얘기가 많다. 처음 세워질 당시 숫자 ‘8’을 좋아하기로 유명한 중국인들이 와서 직접 시공했기에 창문 형태가 팔각형이 됐다”고 설명했다. 한옥이여서 성당 내부로 들어갈 때 신발을 벗어야 하는 것도 특이하다. 김씨는 “마룻바닥, 촛대 등 성당 내부에 있는 것 대부분이 100년 전 모습 그대로다. 역사박물관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한다. 실제로 이 성당에는 한국 최초 신부인 김대건 순교자의 목뼈 조각이 보관돼 있다.

한겨레

‘나바위’는 ‘넙적한 바위들이 금강 쪽으로 펼쳐졌다’는 이 지역의 특성에 따라 붙여진 별칭이다. 나바위성당 뒤편에는 실제로 금강이 흐른다. 집배원 최씨는 “성당 가는 길인 ‘금강 둘레길’(금강 제방 둑길)은 지날 때마다 휴양지에 온 기분이 든다. 매년 봄이면 개나리, 가을이면 황금빛 갈대밭에 코스모스가 잔뜩 피어 장관을 이룬다”고 설명했다.


“몇 년 전부터 새로 정비된 도로가 생겨, 금강 둘레길을 지날 일이 더 이상 없어졌지만, 항상 가족과 함께 걷고 싶은 길이다”라고 말했다. 나바위성당 뒤편에서부터 용안생태공원 쪽으로 이어지는 4.8㎞상당의 금강 둘레길을 걷다보면 형형색색의 바람개비들이 보인다. 2015년 익산시가 길 양 옆에 바람개비 대를 심어 ‘바람개비 길’이 됐다. 요즘은 이 바람개비 길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어 인스타그램 등에 올리는 젊은이들이 늘었다고 한다.

한겨레

바쁜 집배원을 위한 익산·금산 맛집들


금강산도 식후경이다. 전라북도 익산과 충청남도 금산 일대 집배원들이 끼니 때마다 자주 찾는 맛집에 가볼까. 익산시 황등면 황등로 158번지에 있는, 1932년에 문 연 ‘진미식당’은 3대에 걸쳐 맛을 이어 온 ‘비빈밥’ 식당이다. 이미 다 비벼져 나와서 ‘비빈밥’이라고 한다고 주인 이종식(49)씨는 말한다.


밥을 비벼먹는 시간도 아까울 정도로 바쁜 집배원들에게는 이만한 한 끼가 없다. 고슬고슬한 쌀밥에 익산에서 난 고춧가루로 만든 고추장과 갖은 제철 나물로 비비기 전에, 12시간 끓인 사골 국물로 토렴(밥에 뜨거운 국물을 부었다가 따라내는 것을 반복해 데우는 조리법)한 덕에, 밥알이 짭조름하고 촉촉한 게 특징이다. 이씨는 “우편물을 배달하러 왔다 식사까지 하고 가시는 집배원들이 많다. 양을 배로 드리거나, 식사할 때만이라도 편히 쉬실 수 있게 조용한 안쪽 자리를 잡아준다”고 말했다. 육회비빈밥 9천원.

한겨레

조선시대 경상도와 전라도에서 한양으로 가는 교통 중심지였던 머들령재가 2009년 고즈넉한 휴양지로 거듭났다. 충청남도 금산군 추부면 검한1길에 있는 휴양지 ‘하늘물빛정원’때문이다. 금산우체국 정승모(37) 집배원의 2016년 첫 부임지가 이곳이다. 산책길, 식물원, 족욕카페 등 다양한 문화시설을 갖춘 곳이지만, 정씨가 여기서 가장 좋아하는 곳은 빵집 ‘미스터 통밀’이다. 이 빵집의 ‘마늘스틱’을 먹기 위해 자주 찾는다. 쉽게 상하지 않아 우편물을 배달할 때 휴대하기 좋고, 출출할 때마다 한입 씩 베어 먹기도 편해서라고 한다.


‘미스터 통밀’의 최양재(59) 제빵사는 “국산 밀가루와 충청남도 서산지역의 마늘을 사용해 만든 데다, 소화에 좋은 허브인 레몬 버베나를 빵 위에 뿌렸다. ‘속이 편하다’며 집배원 분들이 많이 사간다”고 말했다. 마늘스틱 5개 묶음 5천원. 빵집 옆에 있는 식당 ‘머들령’도 저녁에는 발 붙일 곳 없이 인기라고 한다. 국내산 돼지고기를 1000도에 달하는 뜨거운 참숯 가마에 3초간 초벌구이를 한 ‘3초 삼겹살’이 대표 메뉴다. 기름기를 불가마에서 쫙 뺀 덕에 씹는 맛이 담백하다. 1인분 1만3천원.


일본 사찰 앞 소녀상을 위로하며


전라북도 군산시 동국사길 16. 군산 지역의 집배원들이 추천한 숨겨진 명소 동국사가 있는 곳이다. 1909년 일제강점기에 지어진 국내 유일의 일본식 사찰인 탓에 거부감이 들 수는 있지만, 2015년 동국사 바로 앞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을 보려고 찾는 이들이 늘었다고 한다. 소녀상 뒤에는 중국에서 유래한 일본 불교 최대 종파 중 하나인 조동종이 세운 참사비도 있다. 이 참사비에는 ‘두 번 다시 같은 잘못을 저지르지 않겠다. 그리고 일본의 억압으로 고통 받은 아시아 사람들에게 깊이 사죄한다’는 문구가 적혀 있다.

한겨레

군산우체국 집배원들은 특별한 일이 있을 때마다 박대(목탁가오리)를 먹으러 간다고 한다. 군산의 특산물인 박대는 세로 길이 약 70㎝ 크기의 가자미과로 담백한 맛이 특징이다. 군산 토박이인 이지연(48) 군산우체국 홍보팀장은 “박대는 군산 서민들의 밥상에 자주 올라왔던 생선이었는데, 언제부턴가 잘 잡히지 않아 귀해졌다. 그래서 군산에서 은퇴를 한 집배원들에게 박대를 주로 대접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북 군산시 해망로에 있는 ‘아리랑식당’은 군산우체국 집배원들이 자주 찾는 박대 전문식당이다. 박대 정식을 주문하면 보리된장 양념을 발라 노릇하게 구운 박대 한마디와 군산 특산물인 찹쌀보리밥이 함께 제공된다. 황금박대정식 1인분 2만원.


금산·익산·군산/김포그니 기자 pognee@hani.co.kr




[ESC] 사하라 사막에서 어촌 벽화마을까지···방방곡곡 여행지

한겨레

전국 곳곳을 누비는 집배원들을 따라 우리도 삼천리 금수강산을 만끽해 보는 것은 어떨까. <집배원이 전해 드리는 겨울여행>에서 소개하는 전국 겨울여행 명소들을 소개한다.


〈서울〉


철로 따라 시간여행 친환경 생태수목원 ‘푸른수목원’ 후문에는 서울 구로구 오류동부터 경기 부천시 옥길동까지 연결된 옛 철길이 있다. 이 철길을 따라 걷노라면 도심 한복판에서 시간 여행을 떠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서울특별시 구로구 연동로 240/운영시간 05:00~22:00)


〈경인〉


바다가 보이는 사막 인천광역시 옹진군 대청면에 있는 옥중동 해변에는 한국의 ‘사하라 사막’으로 불리는 ‘옥중동 모래사막’이 있다. 국내에서 이국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인천광역시 옹진군 대청면 대청리/운영시간 연중무휴)


눈이 소복소복 쌓인 솔길 국내 최대 잣나무 숲이다. 잣나무에서 내뿜는 피톤치드 덕분에 쾌적한 숲 체험을 하기에 좋다. (경기 가평군 상면 축령로 289-146/운영시간 09:00~18:00)


〈강원〉


‘한국의 나폴리’를 찾아 깨끗한 바닷물이 반달 모양의 해안선을 따라 드넓게 펼쳐져 있는 장호항은 한국의 ‘나폴리’로 불리는 곳이다. 독특한 사진을 남기고 싶다면 이곳을 추천한다. (강원 삼척시 근덕면 장호항길 80/연중 무휴)


어촌의 벽화마을 어촌과 관련된 각양각색의 벽화들이 그려진 논골마을 골목길을 따라가면 어촌 주민의 삶을 공감할 수 있다. 현지 해설사가 이 마을의 역사도 설명해 준다. (강원 동해시 논골1길 2/연중 무휴)


〈경상〉


경상도 ‘산타’ 만나러 갈까 경상북도 봉화군 분천역에는 ‘산타마을’이 있다. 산타 모양의 레일바이크·이글루 등 다양한 체험 거리가 풍성하다. 낙동강을 따라 걷는 겨울 트래킹도 즐길 수 있다. (경북 봉화군 소천면 분천길 49/연중 무휴)


겨울에도 따뜻한 그곳 산비탈을 깎아 만든 계단식 논 아래로 푸른 바다가 펼쳐진다. 배 한 척이 없는 곳으로 유명한 ‘가천마을’이다. 한반도 최남단에 위치해 한 겨울에도 눈 구경하기 어려울 정도로 따뜻하다. (경남 남해군 남면 홍현리/연중 무휴)


〈제주〉


빨갛게 물들었네 제주 서귀포시 남원읍 위미리에 있는 ‘위미동백나무군락지’는 12월이 되면 거짓말처럼 빨간 동백꽃으로 물들어 간다. 흰 눈이 올 때 이곳을 찾는 걸 추천한다. (제주 서귀포시 남원읍 위미중앙로 300번길 23-7/운영기간 12월 말~2월 초)


◇ ‘7~8월 휴가철에 가볼만한 78곳’, ‘가을, 그리고 여행 이야기’ 등 ‘우체국 여행’시리즈의 여름·가을편도 전국 우체국 3천500여곳에서 무료 배포 중이다. 공식 누리집 ‘우체국과 여행’(www.posttravel.kr)과 ‘우체국과 여행’ 앱을 통해 각종 정보를 받아 볼 수 있다.


김포그니 기자 pognee@hani.co.kr

한겨레

우체국 편지쓰기는 문학이나 영화의 오래된 주제다. 예전에는 편지 같은 우편물을 접수하고 배달하는 곳이 우체국이었다. 스마트폰과 에스엔에스(SNS)가 보편화하면서 우편물이 급감하자 요즘은 택배와 예금?보험 판매가 우체국의 주요 수입원이다. 우체국은 전국 2천여개가 있으며, 우편 업무만 취급하는 우편취급국도 있다. 우편 사업의 적자를 만회하려고 ‘알뜰폰’ 판매나 건물임대, 인터넷쇼핑몰 같은 사업에도 뛰어들었다. 4차 산업기술을 체험할 수 있는 우체국을 신설하거나 1인용 전기차를 도입하는 등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네이버 메인에서 한겨레 받아보기]

[▶한겨레 정기구독] [▶영상+]


[ⓒ한겨레신문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