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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컬처 ]

백종원의 ‘골목식당’은 어떻게 ‘뒷목식당’이 되었나

by한겨레

백종원이 뒷목 잡을수록 시청률 올라가는 ‘골목식당’

음식점 사장들은 ‘악당’… 개과천선 시키는 과정 그려

‘우리 아들 달라졌어요’방식 언제까지 지속될지…

백종원의 ‘골목식당’은 어떻게 ‘뒷목

그 골목에는 ‘빌런’(악당)이 있다. 대책 없이 요식업에 뛰어들어 노력 없이 잘되기만 바라면서 자신의 문제는 깨닫지 못하고 괜한 고집까지 부리는 모습에 혈압 오른 시청자를 뒷목 잡게 만드는 바람에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이하 <골목식당>)에 ‘뒷목식당’이라는 별명을 안긴 음식점 사장들을 ‘빌런’이라 일컫는다.


한편으로 악당은 ‘요정’이기도 하다. 지난해 1월 방송 시작 이후 평균 5% 안팎을 오가던 <골목식당> 시청률(닐슨코리아 기준)은 39회 ‘포방터 시장’ 편의 6.5%에서 시작해 ‘청파동 하숙골목’을 거치는 두 달 반 동안 10.4%까지 상승, 수요 예능의 절대 강자로 자리매김했다. 각각 ‘홍탁집’과 ‘피자집’ ‘고로케집’이라 이르는 ‘빌런 3인방’이 시청률 요정으로 활약한 결과다.

흥미진진한 개과천선 드라마로

물론 ‘홍탁집’이 <골목식당> 초대 빌런은 아니다. 경양식, 장어, 다코야키, 초밥 등 장소와 메뉴는 다양하게 바뀌어왔지만 빌런들의 기본 캐릭터에는 유사성이 있다. 근거 없는 자신감, 금세 들킬 거짓말, 계속되는 핑계, 동문서답, 영혼 없는 수긍, 위생 관념 부족 등이다. 이들의 단골 멘트는 “저는 (제 음식이 더) 맛있는 것 같은데” “저도 나름 (노력)한다고 한 건데” “제가 혼자 일을 하다보니…(힘드네요)”. 메뉴 연구를 제대로 하지 않았거나, 재료를 엉망으로 보관했거나, 자신이 개발했다던 레시피조차 모른다는 게 드러날 때 거짓말이 시작된다.


숙제를 해오지 않은 어린이가 즉석에서 늘어놓는 변명처럼 어설픈 거짓말은 경험 많은 백종원에게 즉시 간파당하는데도 당장 그 순간을 모면하려 또 거짓말을 하는 악순환이 일어난다. 고집이 무척 셌던 ‘멸치국수’나 아마추어적 태도를 보인 ‘원 테이블’ 등 여성 사장들이 비난받은 적도 있지만 <골목식당> 빌런의 대부분이 20·30대 남성이라는 점은 무척 흥미롭다.


특히 ‘홍탁집’이 논란의 중심으로 떠올랐던 것은, 명색이 공동 대표임에도 나이 든 어머니의 노동력을 공짜로 여기고 주방을 비롯한 힘든 일을 거의 떠넘긴 채 밖으로만 도는 아들의 캐릭터가 어떤 전형성을 보여주며 시청자의 공분을 폭발시켰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버지 없이 자란 그에게 백종원이 ‘사우디에서 돌아온 삼촌’을 자처하며 호되게 꾸짖고 엄격하게 훈련해 마침내 새사람으로 만들어내는 과정은 흥미진진한 개과천선 드라마로 성공을 거뒀다. 식당 냉장고에 뭐가 들어 있는지도 모르고 칼질 하나 제대로 못하던 남자가 어머니에게 닭곰탕을 끓여주는 효자로 거듭나고, 온 시장 상인들이 그 집 아들 사람 구실 하는지 가족같이 지켜보겠다 약속함으로써 ‘훈훈한’ 전통적 가치가 구현되며 빌런의 성장담이 완성된 것이다.


그 이상의 빌런은 나오지 못할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 ‘청파동 하숙골목’ 편에는 두 명의 강자가 등장했다. 고로케를 좋아하지 않고, 엄마가 많이 먹지 말라고 했지만, 지금은 할 줄 아는 게 고로케밖에 없으니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며, 다른 고로케집에 다녀보니 우리 반죽은 다르다고 자부하게 되었다는 고로케집 사장은, 연습을 더 해서 속도를 높여야 한다는 백종원에게 “이게 핑계일 수도 있지만”이라고 입을 뗀 뒤 무려 12분에 걸쳐 핑계를 늘어놓았다.


그나마 자신 있게 할 수 있는 게 피자라 일단 가게를 시작했는데, 선배 빌런이었던 ‘성내동 피자집’만도 못하다는 평가를 받자 빨리 포기해야겠다며 닭국수와 잠발라야(해산물, 닭고기 등을 넣은 쌀요리)를 내놓은 피자집 사장은, 스무 명의 시식단이 “맛없다”고 입을 모아 말했음에도 자신의 메뉴가 ‘대중적’이지 않아서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물론 그의 문제는 음식 맛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그러니 “시식단에는 따로 식사를 대접했다”는, 어쩐지 다급해 보이는 제작진의 부연 설명이 없었다면 분노를 참지 못한 몇몇 시청자는 시청자 게시판, 아니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라도 달려갔을지 모른다. 지난해 6월 ‘뚝섬’ 편이 방송됐을 때 “식약처 및 담당 기관의 대대적인 식당 위생점검과 불시점검의 시행을 촉구합니다”라는 국민청원이 올라와 1400명이 참여했던 것처럼.

남의 집 못난 아들 관찰 장르

왜 이런 사람들을 섭외하느냐는 비판이 점점 거세지자 최근 <골목식당> 쪽은 일부러 이상한 집을 끼워넣는 게 아니라고 밝혔다. 일부러가 아니라면 대한민국 요식업의 미래가 더욱 걱정되지만, 그 주장의 진위가 중요해 보이지는 않는다. 당장 같은 골목의 햄버거집이나 냉면집처럼 의욕이 넘치고 오래 다져온 기본기가 있는 식당이라면 원가율, 마케팅, 설비 확충, 효율적인 메뉴 구성을 중심으로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겠지만 그런 모범 사례만으로는 예능 프로그램의 화제성이 1년이나 유지될 수 없었을 테니까. 기본을 갖추고 있지만 조금 미숙하거나 운이 없었을 뿐인 식당의 사연에 비해 요리는 물론 기본적인 손님 접대, 상호 소통조차 되지 않는 식당 사장들이 던지는 충격은 깻잎에 싸먹는 잠발라야만큼이나 ‘신세계’였다. 욕하면서 본다는 심리는 비단 막장 드라마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그런 면에서 <골목식당>은 SBS의 또 다른 ‘효자’ 예능인 <미운 우리 새끼>처럼 ‘남의 집 못난 아들 관찰 장르’에 속한다고도 할 수 있다. EBS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에서 동물훈련사 강형욱이 문제 행동을 하는 개 이전에 사람(보호자)이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면, <골목식당> 백종원은 요식업 성공을 위한 조언 이전에 ‘사람’부터 고쳐놔야 하는 상황에 자꾸 부딪힌다.


그래서 백종원은 혼내고, 제작진이 ‘공감요정’이라며 온갖 감정노동을 다 수행시키는 조보아는 다 큰 남자들을 달랜다. 솔루션이 더해지니 ‘우리 아들이 달라졌어요’라고도 할 수 있는데, 물론 달라지지 않은 사람도 있다. <골목식당>의 이 불량식품 같은 맛이 언제까지 중독성을 가질지 모르겠지만 분명 피로감은 높아지고 있다. 청파동 피자집의 마지막 미션을 지켜보던 백종원이 뭐라고 하던가. “아, 못 보겠다.”


최지은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