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사진기자 첫 퓰리처상 ‘로이터’ 김경훈 기자

[컬처]by 한겨레

미 국경 캐러밴 이주 행렬 취재로

회사 동료와 ‘브레이킹 뉴스’ 수상

심사위 “이민자 절박한 모습 생생”

“포토 저널리즘에 사회 바꾸는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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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터' 김경훈 사진기자. 사진 김정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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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로이터' 김경훈 사진기자가 취재한 캐러밴(중남미 이민행렬) 사태. 로이터연합뉴스

한국인 사진기자 중 최초로 퓰리처상 수상자가 나왔다. 16일 <에이피>(AP)와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전날(현지시각) 퓰리처상 이사회는 김경훈(45) 사진기자와 루시 니컬슨, 로렌 엘리엇 등 미국 캐러밴(중남미 이민행렬) 사태를 취재한 통신사 <로이터> 사진기자들을 ‘브레이킹 뉴스’ 부문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퓰리처상은 언론과 문학, 음악 등의 분야에서 뛰어난 업적을 세운 이들에게 주는 미국의 권위 있는 상이다.


김 기자는 지난해 11월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인접한 멕시코 티후아나에서 국경을 넘으려던 온두라스 출신 이주민 모녀가 미국 국경수비대가 쏜 최루탄을 피해 도망치는 현장을 보도해 세계적인 반향을 일으켰다. 멕시코시티에서부터 20여일간 모녀를 포함한 난민들과 동행 취재한 결과였다. 퓰리처상 위원회는 “이민자들의 절박한 모습을 생생하게 담은 놀라운 시각적 묘사”라고 심사평을 했다.


김 기자는 <한겨레>와 통화에서 “한장의 사진이 세계적인 파문을 일으키는 것을 보면서 포토 저널리즘에 사회를 바꾸는 힘이 있다는 것을 실감했다”고 말했다. 그는 앞서 지난 9일 서재필 언론문화상을 받기도 했다.


그는 중앙대 사진학과를 나와 1999년 언론계에 발을 디딘 뒤 2002년부터 로이터에서 근무하고 있다. 동남아 쓰나미 참사,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방사능 유출, 세월호 참사 등 굵직한 사건들을 취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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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전 김경훈 사진기자가 취재한 세월호 참사 현장. 로이터연합뉴스

그는 5년 전 진도 팽목항 취재 현장을 잊지 못한다고 했다. 당시 중국 베이징 지국에서 일하고 있던 그는 참사 다음 날 새벽에 팽목항에 도착했다. 도착하자마자 본 현장은 참혹했다. “선미만 겨우 물에 떠 있는 상태”에 말을 잇지 못했다고 한다. 2015년 ‘광복 70주년’ 기념 취재차 만난 중국 거주 한국인 일본군 성노예제(위안부) 피해 할머니 5명도 그의 앵글엔 슬픈 영상으로 남아있다. “한국과는 달리 중국에서 완전히 잊힌 존재였던 할머니들의 궁핍한 생활을 보고 마음이 아렸다.”


그는 미국 종군 사진기자 로버트 카파(1913~1954)에게 감화받아 사진기자의 길을 걷게 되었다. 고등학생일 때 우연히 카파의 사진전을 접하고, 역사 현장의 기록자가 되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그러나 존경하는 사진가를 묻자 뜻밖의 답이 돌아왔다. “사진 한 장 한 장이 존경의 대상”이라는 것이다. “훌륭한 보도사진엔 두 가지 기준이 있다. 하나는 진실을 담는 능력, 나머지는 미적인 가치다.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예술적인 가치에 진실과 스토리가 담기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생긴다.”


최고의 영예를 얻었지만, 힘겨운 시절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10년 계엄령이 선포된 타이 취재 당시 동행했던 로이터 무라무토 히로유키 티브이 카메라 기자가 그의 옆에서 총탄에 맞아 숨지는 것을 목격하고 한동안 충격에서 빠져나오기 힘들었단다.


지난달 그는 20여 년 사진 취재 경험담을 녹인 에세이집 <사진을 읽어드립니다>도 출간했다. 미국 캐러밴 취재 당시 하루에 수백장을 찍었다는 김 기자는 사진을 한마디로 ‘언어’라고 정의했다. “말(언어)을 잘하는 이의 얘기에는 사람들이 귀 기울인다. 앞으로도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해 의미 있는 사진취재를 하고 싶다.”


박미향 기자 mh@hani.co.kr

2019.04.18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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