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 가기

[ 컬처 ]

선거가 왜 중허냐고?…‘뼈 때리는 명대사’에 답 있다

by한겨레

[드라마 속 명대사로 본 정치현실]


“왼쪽 오른쪽밖에 없냐? 위도 있고 아래도 있다”


“정치인과 비슷한 건 약장수…만병통치약 팔아”


“정치꾼 아닌 다음 세대 생각하는 정치인” 바라


그런 정치인 찾는 게 국민 의무…“투표하세요!”

한겨레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정치하는 사람들은 죄다 도둑놈”이라고 <어셈블리>(2015) 속 진상필(정재영) 의원이 말했다. “국민의 일꾼”이 되겠다던 그들은 금배지를 다는 순간 국민 위에 군림하려 든다. ‘이번엔 다르겠지, 다를 거야….’ 국민은 또 그렇게 기대와 실망을 반복한다. 코로나19가 창궐한 가운데 치러지는 4월15일 총선, 이번엔 정말 다를까? “상생과 화합, 사람을 살리는 정치에 눈을 뜨는 정치인”(2009·<시티홀>의 조국(차승원))이 탄생할 수 있을까. 정치드라마 속 명대사를 통해 국민이 바라는 ‘정치인’상을 짚어봤다.

한겨레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정치인들이 간과하는 것 중 하나는 국민이 이분법적 논리를 혐오한다는 것이다. 좌파와 우파를 가르고 우리 편이 아니면 무조건 물어뜯는 현실 정치판에 국민은 피로감을 호소한다. “강남 좌파냐고요? 우파냐고요? 왔다갔다파입니다. 세상이 온통 흑백, 딱 두 가지로만 보입니까? 세상이 오른쪽 왼쪽밖에 없는 걸로 보여요? 위도 있고 아래도 있고 앞뒤도 있어!” <내 연애의 모든 것>(2013) 속 김수영(신하균) 의원의 대사는 “하루가 멀다고 편가르기 하면서 자기들만 옳다고 싸워대는” 그들을 향한 속시원한 외침이다. 국민은 ‘내로남불’이 아니라, 정책에 따라 사안에 따라 판단하는 정치인을 원한다. “생각이 다르다고 부끄러운 게 아니다. 생각이 다른 사람과 살아가는 법을 모르는 게 부끄럽고 멍청한 것이다.”(<내 연애의 모든 것> 김수영)

한겨레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선거 때만 되면 등장하는 가식적인 서민 코스프레도 그만 보고 싶다. 선거철만 되면 모두 “신뢰 없는 사회를 내가 바꾸겠다”고 큰소리치지만, 정작 신뢰 없는 사회에 앞장서는 게 정치인이다. “내가 늑대라고 하면 사람들이 늑대라고 믿게 하는 것이 선거”(영화 <특별시민>(2017) 변종구(최민식))라는 그들은 시장을 돌며 국밥을 먹고 할머니의 주름진 손을 부여잡고 모든 걸 해결해주겠다고 말한다. 평소 시장에서 물건 한번 사보지 않은 그들이 서민의 고통을 알까? “정치인하고 가장 비슷한 직업이 뭔지 아냐? 약장수야. 사람들 있는 대로 다 끌어놓고 있지도 않은 만병통치약 판다고 거짓 희망을 파는 거지.”(<내 연애의 모든 것> 김수영)


하지만 시대가 변했다. 사람들은 더이상 연출된 장면에 감동하지 않는다. 영화 <정직한 후보>(2020)의 주상숙(라미란) 의원처럼 오히려 솔직함이 호감을 살 수 있다. “지하철 꼭 놔드리겠다”는 공약을 내놓은 다른 국회의원 후보의 속을 꿰뚫는 <국민 여러분!>(2019) 속 양정국(최시원) 후보의 한마디는 후련했다. “진짜 국민 편하라고 그러는 거야? 집값이 오르니까, 그러면 니들이 돈을 버니까 그러는 거 아냐?”

한겨레

드라마 <보좌관> 의 한 장면.


초심을 잃지 않고 구태의연한 정치를 바꾸기 위해 몸을 던지는 정치인은 정녕 없는 것일까. “그동안 수많은 정치인이 정치개혁의 꿈을 품고 정치에 들어왔지만 그들이 기성 정치인이 되고, 권력의 중심을 차지해도 구태의연한 정치현실은 바뀌지 않았다. 당 지도부의 눈치를 살피며 개인의 소신을 굽힐 수밖에 없고, 권력의 그늘에 머물러야 정치생명이 보장되는 불행한 현실”(2010·<대물> 서혜림(고현정))에서 정치판을 뒤흔들려는 시도조차 없다. 국민은 “다음 선거를 생각하는 정치꾼”이 아닌 “다음 세대를 생각하는 정치가”(<어셈블리> 백도현(장현성))의 등장을 원한다. <보좌관2>(2019)의 장태준(이정재) 의원처럼 경찰 간부가 국회의원에게 머리를 조아리는 세상을 바꾸는 데 임기를 바치는 국회의원이 현실에서도 한명쯤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 “국회의원 300명을 도맷금으로 매도하는 건 참을 수 없습니다. 같잖은 의원도 많지만 나라 생각하는 의원도 많습니다”(<어셈블리> 진상필)라고 외칠 수 있게.


우리의 숙제는 그런 정치인을 찾아내는 것이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민주주의의 최소 기준인 선거다.”(<60일 지정생존자> 박무진(지진희)) “여러분의 한 표 한 표가 국회의원 가슴에 금배지를 달아주는 것이다. 정치인에게 가장 무서운 건 국민의 시선이라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시티홀> 조국)

한겨레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정치는 원래 그런 것”이 된 데는 선거에 무관심했던 우리의 책임도 있다. <프레지던트>(2010) 장일준(최수종) 의원의 말은 뼈아프다. “청년 실업 해소, 청년 일자리 몇십만개 창출 등 다들 말은 번지르르하게 해대지만 실제로는 어떨까요? 왜 그럴까요? 여러분들이 정치를 혐오하기 때문입니다. 투표 안 하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못 배우고 나이 든 어르신들이 지팡이 짚고 버스 타고 읍내에 나와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할 때 지성인을 자처하는 여러분은 애인 팔짱 끼고 산으로 강으로 놀러 가지 않았습니까? 영어사전은 종이째 찢어 먹으면서도 8쪽도 안 되는 손바닥 선거 공보엔 눈길조차 주지 않았습니다. 제 말 틀렸습니까? 투표하십시오. 여러분, 청년 실업자의 분노와 서러움을 표로써 나 같은 정치인에게 똑똑히 보여주십시오.” <대물>의 서혜림은 말한다. “국민 여러분만이 이 나라 정치의 희망”이라고.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사진 각 방송사 제공


▶국민의 선택, 2020 총선

▶신문 구독신청 ▶코로나19,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한겨레신문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