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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컬처 ]

#추억의 명곡 #뉴트로 #감성…드라마는 8090 음악을 싣고

by한겨레

‘본 어게인’, ‘화양연화’, ‘슬기로운 의사생활’

이문세·조덕배·김수철 등 8090 인기곡 소환

애절한 사랑가부터 민중가요까지

캐릭터·배경 설정 몰입도 살리며

시청자에겐 추억·신선함까지

한겨레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 <화양연화> <본 어게인>이 80~90년대 인기곡을 배경음악으로 사용했다. 드라마 속 정서와 맞닿아 몰입도를 높인다. 각 방송사 제공

“나는 이렇게 너 보고 있는 것도 행복해. 니가 죽을 때 난 니 남편이라 행복할 거고. 니가 죽으면 난 지금 이 순간을 그리워하면서 살면 돼.”


아! 손발 오그라들 것 같은 대사를 잘도 읊는다. 1988년을 사는 형사 차형빈(이수혁)이 목숨보다 아끼는 정하은(진세연)을 바라보며 마음을 표현하는 대목이다. 지난 20일 시작한 <한국방송2>(KBS2) 월화드라마 <본 어게인>에는 이렇게 오글거리는 대사가 많다. “아픈 건 나쁜 게 아냐. 아프게 한 사람이 나쁜 거야.” “난 이제 나라 지키는 경찰 아니야. 난 너만 지켜.”


하지만 곧이어 흐르는 배경음악이 오그라들려던 손발을 다시 펴게 한다. “사랑하는 우리를 그 누구가 둘이라고 느끼게 하고 있나~♬ 기도하는 우리는 예전처럼 아무 걱정도 없는 우리의 얼굴~♬ 해가 뜨면~ 다시 지는~ 그런 사랑은 아냐~ 어둠에도~ 체온으로 느껴지는 그런~ 그런~ 사랑이야~♬” 1987년 나온 조하문의 곡 ‘사랑하는 우리’가 차형빈과 정하은의 모습 위로 흐른다. 화면과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는 동시대의 음악이 세상 둘만 사는 것 같은 진지한 남녀의 모습을 애절한 사랑으로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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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어게인>은 ‘사랑하는 우리’, ‘못다 핀 꽃 한 송이’ 등 80년대 곡이 대거 배경음악으로 흐른다. 한국방송 제공

최근 1980~90년대 음악이 드라마 속 배경음악으로 사용되며 몰입도를 높이는 구실을 톡톡히 하고 있다. <본 어게인>에선 1회 시작부터 수시로 흐른다. 정하은이 내리는 눈을 바라보다 누군가와 부딪히는 장면에선 1987년 나온 이문세의 곡 ‘사랑이 지나가면’이 나온다. “그렇게 보고 싶던 그 얼굴을~ 그저 스쳐 지나면~♬” 정하은이 서점에서 글을 쓰며 차형빈과 자신의 심장이 서로 연결돼 있다고 믿는 장면에서 유재하의 ‘사랑하기 때문에’(1987년)가 흐르면 보는 이들의 심장도 같이 뛴다. “처음 느낀 그대 눈빛은~ 혼자만의 오해였던가요~♬” 1983년 나온 김수철의 곡 ‘못다 핀 꽃 한 송이’는 중간중간 연주곡으로 나오다가 6회에는 가수 김용진의 목소리로 흐른다. “못다 핀 꽃 한 송이 피우리라~♬” 새하얀 눈이 붉은 피로 물든 채 세 사람이 죽은 4회 마지막 장면에서는 1986년 나온 조덕배의 곡 ‘꿈에’가 절묘하다. “꿈에~ 어제 꿈에 보았던~ 이름 모를 너를 나는 못 잊어~♬”라는 가사와 리메이크해 부르는 손디아의 목소리가 몽롱한 기분을 느끼게 한다.


<본 어게인> 제작팀 관계자는 “운명적 만남, 영혼 불멸, 짝사랑 등의 개념은 1980~90년대 초반에 청춘을 보낸 이들에겐 익숙한 코드여서 배경음악도 그런 내용을 담은 곡들을 택했다. 영혼이 부활해서라도 사랑을 이어가고 싶어하는 하은의 마음과 지철(장기용)의 지독한 짝사랑, 형빈의 헌신적인 사랑 등이 당시의 곡들과 잘 어우러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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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앞 지하철 역에서’, ‘론리 나이트’ 등 90년대 음악 맛집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한 장면. 티브이엔 제공

1980~90년대 음악은 그 시대가 배경인 드라마에서 주로 사용된다. 1990년대 대학 시절을 보낸 남녀가 성인이 되어 재회하는 이야기를 담은 <화양연화>(tvN·티브이엔)에도 1993년에 발매된 듀스의 ‘나를 돌아봐’가 흐른다. 시청자들에게 추억의 페이지를 들추며 감정이입을 하게 만드는 것이다. 젊은 시청자에게는 ‘뉴트로’ 열풍에 힘입어 새로운 노래를 발견하는 신선함도 준다.


학창 시절을 떠오르게 하는 <슬기로운 의사생활>(티브이엔)은 1990년대 음악 맛집이다. 1990년대 대학 생활을 한 채송화(전미도), 이익준(조정석), 안정원(유연석), 김준완(정경호), 양석형(김대명)이 아예 밴드를 결성해 주기적으로 연습한다는 설정으로 매회 새로운 곡을 들려준다. 지금껏 부활의 ‘론리 나이트’(1997), 베이시스의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시켜줘’(1995), 동물원의 ‘시청앞 지하철 역에서’(1990), 이정열의 ‘그대 고운 내 사랑’(1994), 모노 ‘넌 언제나’(1993) 등이 리메이크 버전으로 흘렀다. 조정석의 목소리로 2001년 나온 쿨의 ‘아로하’를 들려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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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처럼’, ‘임을 위한 행진곡’ 등 민중가요가 눈길 끄는 <화양연화>. 티브이엔 제공

1980~90년대 곡들은 드라마 내용과 맞물리면서 반응이 꽤 좋다. 조정석이 부른 ‘아로하’는 아이돌 그룹도 제치고 주요 음원사이트 1위를 차지했다. 4월28일 현재 가온차트의 주간차트(디지털차트·4월12~18일) 1위에 올라 있다. 같은 드라마에서 조이가 부른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시켜줘’도 12위다.


1980~90년대를 배경으로 하는 드라마가 많아지면서 특히 눈에 띄는 점은 민중가요가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는 것이다. <화양연화>의 경우, 1990년대 초 운동권 출신인 남자 주인공과 2020년 비정규직 마트 노동자의 부당계약에 목소리를 높이는 여자 주인공이 등장하면서 민중가요가 자연스럽게 녹아든다. 1회에서 마트 노동자들은 ‘바위처럼’에 맞춰 율동까지 선보이고, ‘임을 위한 행진곡’ ‘단결투쟁가’도 흐른다. <화양연화> 제작팀 관계자는 “1980~90년대 가장 대표적인 민중가요를 저작권자의 허락을 받아 사용했다”며 “음악이 학생운동을 하는 주인공 캐릭터와 배경 설정의 리얼리티를 살리며 드라마의 몰입도를 높이는 데 필요했다”고 말했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