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연, 이용수 할머니 비판에 “기부금 절반 국외 홍보 등에 써”

[이슈]by 한겨레

최근 49억 중 9억만 피해자 지원?


사용처 정해진 지정기부금이 절반


“평화의 집 운영 등에 두루 사용”


윤미향 ‘12·28 합의’ 미리 알았나


“전날 밤 일부 내용 일방 통보받아”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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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로 평화인권운동에 앞장서온 이용수(92) 할머니가 ‘수요집회’ 불참을 선언하면서 파문이 그치지 않고 있다. 수요집회 후원금 사용처와 윤미향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 당선자의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 사전 인지 여부 등을 놓고 미래한국당이 각종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가운데 수요집회 주최 쪽인 정의기억연대(정의연)는 11일 기자회견을 열어 입장을 밝히기로 했다.


이용수 할머니가 지난 7일 기자회견에서 제기한 문제는 크게 두가지다. 먼저 정의연이 수요집회 등을 통해 모은 후원금을 피해자에게 제대로 지급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10일 국세청 홈택스에 정의연이 공시한 최근 4년간의 연간 기부금 모금 내역을 보면, 정의연은 2019년 8억2500만원을 포함해 4년간 48억9300만원가량을 기부받았다. ‘피해자지원사업비’ 명목으로 쓰인 금액은 이 중 9억2천여만원으로 모금액의 18.8% 정도다.


일각에선 이를 두고 ‘피해자는 제쳐두고 정의연의 몸집을 키우는 데 후원금을 사용한 게 아니냐’고 비판한다. 하지만 정의연의 기부금은 절반 정도가 목적이 정해진 ‘지정기부금’이고 이런 내용은 정의연의 누리집 후원금 모집 안내에도 명시돼 있다. 정의연 누리집엔 △수요시위 등 국내외 활동, 쉼터 ‘평화의 우리집’ 운영, 그리고 생존자 복지를 위한 정의기억연대 활동 △전시 성폭력 피해여성 지원기금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 운영, 관련 연구·조사 등의 모금 목적이 적혀 있다. 사업비 역시 이런 목적에 따라 집행됐다. 2018년 집행 내역을 보면 홍보에 2965만원, 기림 사업에 4550만원, 교육에 1323만원, 국외 전시 성폭력 피해자에게 797만원 등이 사용됐다.


대구지역에서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활동하는 한 관계자는 “후원금을 피해자를 지원하는 데에만 써야 한다는 주장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 정의연의 후원금은 목적이 정해져 있고, 보수진영의 공격에 대비해 철저히 돈 관리를 해온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김영환 민족문제연구소 대외협력실장도 “정의연은 한국 사회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없던 피해자들의 문제를 전시 성폭력의 문제, 보편적인 여성인권운동의 문제로 확장시키는 데 역할을 해온 단체”라고 말했다. 애초에 정의연의 활동은 피해자 지원에 국한돼 있지 않았다는 취지다.


또다른 쟁점은 정의연을 이끌어온 윤미향 당선자가 2015년 박근혜 정부가 추진한 ‘12·28 합의’의 구체적 내용을 사전에 알고 있었는지 여부다. 제윤경 더불어시민당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당시 외교부는 피해자 및 관련 단체와 구체적인 합의 내용에 대해 어떠한 사전 협의도 없이 12월27일 오후에 열린 한-일 국장급 협의에서 모든 사항을 결정하고, 당일 밤 윤미향 전 정의연 이사장에게 합의 내용의 일부를 기밀 유지를 전제로 일방적으로 통보했다”고 밝혔다. 이는 그동안 윤 당선자가 ‘사전에 합의 관련 내용을 알지 못했다’고 밝혀온 것과 차이가 난다. 윤 당선자는 이후 12·28 합의에 격렬히 반대해왔다. 이 할머니 역시 기자회견에서 “대표(윤 당선자)만 알았다. (합의 내용을) 피해자에게 알려야 한다”면서도 “제가 알았으면 (10억엔을) 돌려보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이 할머니가 12·28 합의에 대한 반대 입장은 같지만, 윤 당선자가 당시 결정의 주도권을 쥔 데 대한 서운함을 나타낸 것으로 해석된다.


강재구 기자 j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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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5.11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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