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대협 ‘위안부 쉼터’ 윤미향 지인 소개로 시세보다 비싸게 샀다

[이슈]by 한겨레

안성 ‘평화와 치유가 만나는 집’ 졸속운영 논란


현대중공업 10억원 기부 당시 ‘마포 성산동 건립’ 계획 갑자기 변경


정대협-집주인 연결은 이규민 안성신문 대표…윤대표 남편과 사이 가까워


3500만원에 부지 사들인 윤미향 지인, 건축비 빼고도 4억원 차익 남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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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안성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쉼터 ‘평화와 치유가 만나는 집’이 졸속 운영됐다는 지적이 나온 가운데, 2013년 윤미향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 당선자(당시 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대표)가 지인의 소개로 시세보다 비싼 값에 이 쉼터 건물을 사들인 걸로 확인됐다. 당시 현대중공업에게서 쉼터 건립을 위해 10억원을 기부받은 정대협 쪽이 할머니들과 활동가들의 접근이 편한 서울 마포에 쉼터를 짓겠다고 했다가 갑작스레 외진 곳에 쉼터를 마련한 배경에 의문이 제기된다.


17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윤 당선자는 정대협 대표를 맡았던 2012년 현대중공업이 10억원을 기부하기로 한 뒤 서울 마포구 성산동 ‘전쟁과 여성인권 박물관’ 인근에 쉼터를 짓겠다고 밝혔으나 2013년 9월 경기도 안성시 상중리에 있는 쉼터 건물을 한아무개씨로부터 사들였다. 당시 매입 과정을 보면, 2013년 11월 쉼터 개소 사실을 알리는 안성신문 기사에는 “평화와 치유의 집은 안성신문 운영위원장이기도 한 김아무개 대표가 운영하는 금호스틸하우스에서 지었다. 또 주인을 기다리던 집과 쉼터를 찾던 정대협을 연결해준 것이 안성신문 이규민 대표이다”라고 적혀 있다. 21대 총선 안성 지역 당선자이기도 한 이규민 전 안성신문 대표는 수원시민신문을 운영하고 있는 윤 당선자의 남편 김삼석씨와 경기지역언론인협회에서 함께 활동하는 등 가까운 사이다. 윤 당선자는 이 대표가 국회의원 사무실 개소식을 할 때 축하 영상을 보내기도 했다.


정대협에 안성 쉼터를 매각한 한씨는 김 대표의 가족으로 추정된다. 한씨는 2003년 안산, 2004년 안성 등에서 김 대표와 부동산을 공동 명의로 보유하고 함께 거주했다. 쉼터 건물의 등기부등본을 보면, 2011년 건축업을 하는 김 대표와 한씨가 이 건물을 준공한 뒤 어떤 이유에선지 거주하거나 매매하지 않고 보유하고 있다가 지인을 통해 정대협 쪽에 팔았다. 당시 정대협은 서대문구 사무실 인근에 서울 지역 피해자 할머니들이 거주 목적으로 사용하는 쉼터를 두고 있었기 때문에, 현대중공업의 기부금으론 ‘쉼터에 살지 않는 할머니들도 언제든 찾아 휴식할 수 있는 쉼터를 만들겠다’고 밝힌 바 있다. 거주 목적도 아니고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치유와 역사의 공간’을 만들겠다면서 수도권에서도 사람의 발길이 적은 곳에 쉼터를 둔 배경이 석연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갑작스레 터를 옮긴 배경에 대해 정대협의 후신 성격인 정의기억연대(정의연) 쪽 관계자는 “(성산동) ‘전쟁과 여성인권 박물관’ 주변을 다 알아봤는데 조건이 안 맞아 진행이 제대로 안됐다고 한다. 그래서 공기가 좋고 그런 점을 고려해 안성으로 간 건데 지금 보면 실수였던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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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정대협 쪽이 주변 시세보다 높은 금액에 쉼터 건물을 사들였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정의연은 “건물은 당시 형성된 시세대로 구입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한겨레>가 국토교통부의 실거래가 공시시스템을 확인해보니, 정대협이 사들인 연면적 195.98㎡(59평), 대지면적 800㎡(242평)의 건물 가격(7억5000만원)은 비슷한 시기 주변 주택의 시세와 큰 차이가 났다. 이듬해 상중리의 연면적 65.1㎡, 대지면적 843㎡(255평) 주택은 2억원에 거래됐고, 쉼터 건물보다 크기가 작긴 하나 연면적 99㎡(30평) 안팎의 상중리 주택들도 평균 1억1000만원 안팎의 가격에 거래됐다.


이와 관련해 부동산업계에선 “단독주택의 가격은 천차만별”이라고 한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단독주택은 거래건수가 적어서 가격이 들쭉날쭉하다. 건축비에 따라 차이가 크게 날 수 있다”고 말했다. 안성에서 부동산을 운영하는 한 중개업자도 “좋은 자재를 써서 만든 집이고 조경도 잘해놔 가격이 높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건축비를 고려해도 7억5000만원은 다소 높은 금액으로 보인다. 정대협에 이 건물을 매도한 한씨는 2007년 건물터 800㎡를 3500여만원에 사들였다. 이후 토지 위에 지어진 건물은 뼈대를 철강재로 올리는 ‘스틸하우스’ 공법으로 건축됐다. 당시 김 대표가 인터뷰에서 밝힌 내용 등을 고려할 때 스틸하우스의 평당 단가는 350만~400만원 수준이다. 이 건물의 연면적이 60평 가량임을 고려하면 건축비는 2억4000만원 수준이다. 땅값 3500만원에 건축비 2억4000만원을 보태 2억7500만원으로 본다면, 고가의 건축방식이 적용됐다 해도 이 건물을 매각한 한씨 쪽이 4억원 넘는 차익을 누린 것으로 볼 수 있다. 물가상승률을 고려해도 납득하기 어려운 금액이다.


비싼 가격에 사들인 주택을 낮은 가격에 판매한 사실이 입길에 오르면서 누가 건물을 사들였는지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지난 4월23일 정대협은 결국 이 쉼터를 매입가보다 3억3000만원 떨어진 4억2000만원에 매각했다. “수요시위 참가, 증언활동 등 할머니들의 활동이 지속되고 있어 사실상 안성에 상시 거주가 어려웠다. 기타 사업 또한 사무처 인력으로 진행하기 어려워 목적에 따른 운영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이와 관련해 이 건물을 매매한 중개업자는 “매수자는 60~70대 남성으로 노후에 가족들하고 여유롭게 거주하시려고 한다며 구매했다. 헐값에 매각된 건 아니다”라고 밝혔다. 정의연 관계자도 “잔금일은 8월이다. 안동에 거주하는 시민인데 본인의 신상이 공개되는 걸 우려해 누구인진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배지현 채윤태 기자 bee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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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5.18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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