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 한국서 살고 싶냐 묻는다면, 어디가 기후피해가 덜할까 생각한다”

[이슈]by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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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한데 섬세한 사람은 매력적이다. 거기다 용감하기까지 하면 그 매력이 더해진다. 한국에서 생활하는 미국 국적의 남성으로 제이티비시 <비정상회담>, 티브이엔 <문제적 남자> 등 예능프로그램에서 바르고 새로운 시각을 제시해왔던 방송인 타일러 라쉬(32)는 똑똑하고 섬세한 사람으로 알려져있다.


그런 그가 최근 기후위기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는 환경에세이책 ‘두번째 지구는 없다’를 출판했다. 사실 그는 2016년부터 세계자연기금(WWF)의 홍보대사를 맡고 있고, 2018년 환경단체가 주관하는 기후위기 집회 사회를 보기도 한 ‘환경 덕후’이다. 베란다에서 채소를 직접 키우고, 요거트나 치즈는 만들어먹고 천연 고체비누를 사용하고 스트레스를 받으면 한강 주변을 거닐며 해소한다. 책도 불법 벌목을 하지 않는 산림에서 자란 나무로 만든 종이를 이용하고 콩기름으로 인쇄했다.


5일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한겨레TV스튜디오에서 만난 그의 꿈은 용감하게도, “기후위기를 해결하는 것”이다. 어린 시절부터 자연과 친구처럼 자라온 그에게 기후위기는 미래 자신의 삶을 상상하는 데 큰 걸림돌이 된다. 그는 “전과 달리 기후위기 문제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는 단계”가 됐고, 이렇게 계속 “200만원의 돈을 버는데 350만원을 쓰는”식으로 자연을 착취하면 돌이킬 수 없게 된다고 강조했다. 배출된 온실가스를 없애기 위한 기술 개발을 지원하는 것도 좋지만 “밴드나 연고를 바른다고 해결되지 않는” 것처럼 현재 삶에 근본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느낀다.


그는 이를 위해 “시민은 투표로 기후위기 문제를 외면하는 권력을 심판할 수 있고, 소비자는 환경을 지키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는 기업을 상대로 불매운동이나 정보공개를 요구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또 미국인으로서 올해 말 미국 대통령 선거가 가져올 파장에 대해 분석했다. 수도권과 중부 지방을 강타하고 있는 폭우 피해를 보듯 점점 심각해질 기후변화 피해를 예상한 미국의 보험사들이 자연재해 발생이 예상되는 지역에 대한 보험 보장을 제외하고 있다는 현실도 알렸다. 한국 언론이 환경 문제를 외면해왔지만 대중 강연을 할 때면 환경 문제에 관심있는 한국인들이 많다는 것을 느낀다고 짚기도 했다. 우리의 일상을 유지하는 ‘사회’라는 상자는 ‘경제’라는 보다 큰 상자 안에 있지만 결국 이 모든 상자가 ‘자연’이라는 가장 큰 상자 안에 있다고 설명했다.


<한겨레>는 ‘환경 덕후’ 타일러와의 한 시간에 걸친 대화를 소개한다. 인터뷰 동영상은 유투브 한겨레티브이(TV)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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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일러 라쉬는 2018년 5월 서울환경운동연합이 서울 청계광장에서 연 ’기후행동’ 행사에서 사회를 봤다. 서울환경운동연합 페이스북 영상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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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의 냄새를 모르는 삶은 너무 슬프다”


기자▶ 국제정치학 전공이다.


타일러▶ 그렇다.


기자▶ 환경문제에도 관심이 많다. 집 베란다에 텃밭을 꾸미고 채소를 직접 키우고 요거트와 치즈는 직접 만들어 먹고 천연 고체비누만 쓴다. 스트레스 해소는 한강변 산책으로 푼다고.


타일러▶ 여러 시도를 해 보고 있다.


기자▶ 2018년 환경단체가 진행하는 기후위기 집회때 사회를 보고, 2016년부터 세계자연기금 홍보대사이다.


타일러▶ 맞다.


기자▶ 책 도입 부분을 읽다 ‘심쿵’했다. “계절의 냄새가 있는데 그걸 모르는 삶은 너무 슬픈 것 같다”라는 문장이다. 어떤 느낌인지 알 듯 모를 분들이 많을 텐데.


타일러▶ 아마 시골출신이거나 밖으로 놀러다닌 유년시절을 보냈다면 그런 냄새를 아는 분들이 많을 거 같다. 나는 정말 시골스러운 곳(미국 동부 뉴잉글랜드주 버몬트 출신)에서 왔다. 내게 그런 냄새는 너무 당연한건데 도시에서 생활하면서 그게 없으니까 어느 순간부터는 그리워지더라. 내가 다녔던 서울대 캠퍼스에서 (친구에게) “겨울냄새 난다”고 하니까 뭔소리냐고 하더라. 자연의 흐름이라고 당연하게 생각했는데 그걸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는 걸 깨달았다.


기자▶ 숲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기억이 본인에게 많은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한국의 대도시에서 성장하는 아이들은 숲을 경험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본인의 어린 시절과 비교했을 때 어떤 아쉬움이 있을 것이라고 보나.


타일러▶ 한국 도시에서 학교 다니는 아이들의 경험을 정확히는 모른다. 그러나 내가 살던 버몬트 지역은 면적은 충청도 크기 정도인데 75% 가량이 산림이다. 마치 강원도같은 곳이다. 생물학 수업 시간에 항상 나무 그림 그리고 새로 발견한 것들을 적는다. 영어 수업에서는 그것과 관련한 글을 쓴다. 자연이 교육의 교재로 많이 사용된다. 한국도 도시 하천에서 왜가리나 백로도 볼 수 있고 도시생태계를 조금씩 되살리려는 노력이 보인다. 이런 노력들이 계속돼 환경, 자연과의 관계가 회복되는 기회가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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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동물털 알레르기가 심해서 동물을 가까이 할 수 없었던 결핍이 오히려 동물과 자연을 사랑하는 원동력이 됐다고 했다. 지금 자라는 청소년들이 어른들보다 더욱 민감하게 환경문제를 받아들이는 이유가 그만큼 자연이 귀하다고 체감해서가 아닐까 생각한다.


타일러▶ 자연과 단절된 부분이 많다보니 동물을 반려동물로 생각하게 되는 것 같다. 그게 나쁘지는 않다. 그런데 그럴 경우 큰 부분을 배제하고 볼 수 있다. 나는 숲이 많고 동물이 많아서 창밖만 보면 사슴이 지나가고 여우가 지나가고 곰이 마당에 들어와있었다. 그때는 알레르기 때문에 키우던 동물, 너무 사랑했던 동물을 친척들에게 보낸 상황이었다. 누나가 나를 원망했는데 (집 안의) 동물들이 없어지니 밖에 있는 동물에 관심이 갔다. 그런 동물들을 멀리서 지켜보면서 동물 발자국과 동물 똥을 보고 무슨 동물이 왜 왔다갔나 찾아보고 모양대로 분석하면서 점점 생태계에 관심이 생겨난 것 같다. 요즘에는 (생태계를 접할) 노출이 적어 연결고리를 만들기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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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생각하면 기후부터 고민해야”


기자▶ 책에서 “내 꿈은 기후위기를 해결하는 것”이라고 했다. 꿈이라고까지 표현한 이유가 있나. (이 발언은 어느 강연에서 한 청년의 질문에 답하던 중 나왔다)


타일러▶ 그 말을 하기 전까지 꿈, 환경이라는 주제를 많이 생각했다. 당시 꿈과 진로, 미래에 대한 강연을 많이 하고 있었다. 한국에서는 꿈이나 미래를 말할 때 어떤 틀이 있다고 생각한다. ‘소설가가 되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될까요’ 이런 식이다. 이런 꿈의 범위를 확장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그런 질문을 받으니까 그동안 고민하고 있었던 게 훅 나왔다. (미래를 생각하면) 집을 어디에 구할까, 기후가 어떻게 바뀔지 예상하는 표를 봐야지만 준비하는 단계가 됐는데 이 문제를 해결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그게 제 꿈이네요” 이렇게 말한거다. 기후위기 문제는 이미 시작됐고, 내가 상상하고 싶은 모든 건 이걸로 결정된다. (기후위기 문제를) 우선 해결해야하지 않을까 이런 생각이 들었다.


기자▶ 책에서 “전문가도 아닌 내가 환경을 이야기하는 건 누구라도 당장 말을 꺼내고 너나없이 당장 행동해야 할 만큼 지구의 상황이 절박해서”라고 했다. 무엇이 얼마나 절박한건가.


타일러▶ 이제 말을 안 할 수 없는 단계가 됐다. 사람들이 “한국에서 살고 싶으세요?”라고 질문하면 답을 하기 위해 미래에 어느 지역이 기후위기로 인한 피해를 덜 보게 될까 이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니 내가 이런 고민을 하고 있다는 걸 공유를 해야 한다. 몇 년에 걸쳐 그레타 툰베리(스웨덴의 17살 환경운동가)같은 용감한 친구들이 많이 나오니까 나같은 사람이 이 문제를 말해도 이상하지 않다고 생각하게 됐다. 그러나 4~6년 전에는 ‘뜬금없다’는 반응이었다. 이제 분위기가 바뀌니까 이 문제를 생각할 수밖에 없는 상태가 됐다. 다른 이야기를 하기 전에 기후위기 주제를 다룰 수밖에 없다.


기자▶ 기후위기 문제를 쉽게 설명했다. “200만원 버는데 350만원씩 쓰는 수현이라는 친구가 있다. 나는 이 친구에게 돈을 빌려주지 않겠다”라고 했다. 지구가 처리할 수 있는 능력 이상으로 자원을 쓰고 있는 걸 이렇게 비유했다. 이런 과다지출의 삶이 계속되면 지구가 버틸 수 없다고 보는 근거가 있나.


타일러▶ 수학이나 경제나 우리 인생을 생각할 때나 단정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오늘보다 내일이 좋아지는 건 (위를 가리키며) 올라가야한다고 생각해왔다. 그러나 올라가려면 무엇인가를 가지고 올라가야 한다. 자연 자원은 지구 안에 있고 지구가 일년에 만들어줄 수 있는 깨끗한 물과 공기, 산림, 사용할 목재는 제한돼있다. 그걸 넘어서 계속 소비하면 다음해 것을 앞당겨 쓸 수 있는데 그렇게 해서는 올라갈 수 없다. 수현이는 돈을 다 쓰고 은행이나 친구에게 가서 돈을 빌릴 수 있다. 신용이 나빠져도 당분간은 또다른 은행이나 또다른 친구에게 돈을 빌릴 수 있다. 그러나 자연자원을 빌려줄 지구는 하나뿐이다. 그걸 완전히 망가뜨리면 돌이킬 수 없다. 우리는 항상 선(line)으로 생각했지 순환적으로 생각을 못 했다. 사고, 경제, 소비패턴을 바꿔야 한다. 그래야만 은퇴할 때 걱정없이 살 수 있다.


기자▶ 기술 개발로 극복할 수는 없을까.


타일러▶ 대기권에서 이산화탄소를 흡수해서 뽑는 기술을 개발하면 될까. 그러나 그게 보장할 수는 없다. 사실 태양열로 에너지를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지가 이미 오래됐는데 사용하고 있지 않다. 기술이 나왔다고 끝나지 않는다. 근본적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계속 (상처에) 밴드 붙이고 연고를 발라 넘어갈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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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보험사, 재해 보험 보장 범위 줄여”


기자▶ 대학교 다닐 때 기후위기 수업이 과학 기본교양 과목이었다고 했다. 한국에서도 환경 교육 강화 움직임이 있다. 교육이 필요한 이유가 있나.


타일러▶ 생물학, 지질학, 지구학에 중점을 두고 공부시키면 도움이 된다. 생태계와 지구 시스템에 대한 이해가 올라간다. 그러나 이것을 넘어서야 한다. 학교에서만 하면 안된다. 기업이 생각하는 소비자는 학생이 아니다. 그들이 컸을 때는 이미 위기가 다가와있다. 이미 태평양 섬나라가 물에 잠기기 시작하고, 태풍의 영향권이 확장되면서 홍수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에서는 (재해) 보험을 제공해지는 지역이 줄었다. 사람들이 경제적으로 집을 마련해도 그 집이 있는 지역은 보험이 불가능하다고 하면 재해로 인한 피해를 봐도 본인 자산으로 해결해야 한다. 공익성있는 평생 교육이 많이 늘어야 한다.


기자▶ 한국 정부는 성인 대상 교육을 늘리겠다는 계획도 있다. 책에서 시민이 투표를 통해 권력을 심판하고 소비자가 반환경적 기업에 대한 불매운동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또 기업은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모두의 변화를 요구했는데.


타일러▶ 소비자 겸 시민이 가장 많이 힘을 갖고 있다. 경제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권력을 매일매일 행사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음식물을 살 때 소비자는 가격과 영양 정보를 보고 판단한다. 이때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정보가 더 있어야 한다. 두유 팩이 불법벌목된 산림의 나무들로 만들어지지 않았다는 인증이 있는지, 우유는 어떻게 운영되는 목장에서 나왔는지 등의 정보가 필요하다. 아직은 탄소배출량이 얼마이고 어떤 과정을 거쳐 제품이 만들어졌는지 정보가 확실하지 않다. 소비자의 눈을 가리기 때문에 화가 나는 거다. 정보를 제공해달라고 기업과 정부에 요구해야 한다. (정보를 확인하는) 습관을 들이고, (문제가 있으면) 직접 댓글을 남기면 좋아질 수 있다. 행동하는 시민들이 많아지면 변할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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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사실 기후위기 문제도 돈으로 따지면 손실이 엄청나다.


타일러▶ 지구 평균 온도가 올라가면 어떤 자연 재해가 발생하고 수자원, 식량 부족이 생기면 어떻게 되는지 예상할 수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전세계가 마이너스 성장을 하고 있는데, 기후위기가 도래하면 이보다 훨씬 더 크고 오래 가고 잦은 위협이 생긴다. (올해 세계자연기금 ‘지구의 미래’ 보고서는 ‘2050년까지 30년 동안 기후위기로 손실되는 세계총생산’을 9조8600억달러(약 1경1800조원)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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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회용품이 안전하다는 것은 확실한 것일까”


기자▶ 코로나19로 발생된 문제 중 일회용품 사용에 대한 고민도 있다. 이른바 방역과 환경의 딜레마 상황이다. 어떤 고민을 했나.


타일러▶ 안타까운 상황이다. 원래 텀블러를 들고 다닌다. 환경 때문에 그렇기도 하지만 커피를 뜨끈하게 마시는 걸 좋아한다. 그런데 코로나19로 텀블러를 들고가도 종이컵에 준다. 우리가 준비가 안 된 상황에서 이런 일이 발생하니 좋은 대안도 없고 자주 기댔던 과거로 돌아가버렸다. 일회용품을 불가피하게 써야 한다는 주장을 이해한다. 그러나 그걸로 끝나면 안된다. 일회용품이 건강에 좋다고 (안전하다고) 잘못 생각하는 부분이 많은 것 같다.


기자▶ 기후변화로 폭우가 오고 피해 상황이 늘고 있다. 어떤 이유로든 해수면이 상승하면 해안가 도시만 침수되는 게 아니라 도시 전체 지하시설이 침수되고 지하수가 오염돼 더 큰 피해를 볼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래를 다룬 드라마에서는 식수가 없어 생수 사재기가 발생하는 전쟁같은 상황을 상상하기도 한다. 미국에서는 바다에 제방을 쌓자는 논의가 이뤄지는 지역도 있고 해안 지역 부동산 가격도 오르지 않는다고 소개했다. 외국에서는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있나.


타일러▶ 시리아 난민 문제가 있다. 내전 이후 난민이 생기는데 이들을 누가 받아들일 것인지 정치적 싸움과 혐오주의가 문제가 된다. 난민 규모가 커진 건 역대급 가뭄이 있어서다. 기후위기가 없어도 난민 문제가 있을 수는 있다. 그러나 그런 규모는 기후위기를 빼놓고 볼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사실 우리도 이미 겪고 있다. 태풍에 대해 모르는 게 많다. 요즘처럼 비가 많이 내리는 장마가 원래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강우량이 점점 늘고 있다는 것은 주목해야 한다. 심각한 건 온도가 높은 바다 표면층이 두꺼워지고 있다. 태풍이 돌면서 바다 아래쪽 물을 끌어올리는데 이 물이 따뜻하기 때문에 수증기가 더 많이 생긴다. 그래서 계속 비가 내리고 태풍이 유지된다. 점점 비가 많이 내릴 수 있는데 이건 지역마다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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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기후위기 관련해 이런 질문도 많이 한다. 미국, 중국, 인도, 브라질같이 탄소배출량이 많은 나라가 있고 한국은 그보다 적게 배출하는 나라다. 책임져야 할 정도가 다른데 왜 한국에 책임을 묻느냐고 하는 주장도 있다.


타일러▶ 내 집값이 오르면 좋다. 그런데 옆집이 외관도 안 가꾸고 쓰레기도 막 버린다. 그러면 동네 집값이 안 오르는다. 그때 내가 먼저 깨끗하게 하면 옆집보고 (집 앞)을 치우라고 할 명분이 있다. 미국, 중국같이 경제 규모가 크고 소비 시장이 크고 배출량이 많아 환경 파괴 많이 하는 나라는 더 책임져야 한다. 그러나 무시할 수 없는 것은 한국 기업들도 그 나라에서 제품을 만들어 팔고 있다. 그걸 연결하지 않으면 안되는 세상이다. 나랑 관련이 없다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미국인으로서 미국이 더 책임졌으면 좋겠다. 미국 국적 보유한 사람으로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만큼 다 하고 있고 더 하고 싶다. 한국이 그런 포부가 있다면 지금 기회가 있다. 한국은 코로나19에 어느 정도 대응을 했고 경제가 완전히 멈추지 않아 다른 생각할 여유가 있다. 이 기회에 경제를 친환경적으로 할 수 있는게 뭔지 선도하게 되면 이득을 볼 수 있고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다. 옆집이 안 그러는데 우리집이 왜 (청소)해야 하냐고 하는 소리는 누구나 할 수 있다.


기자▶ 한국 정부는 친환경적으로 경제성장을 하겠다는 방향은 잡았다. 그런 기업을 지원한다는 재정투자도 약속했다.


타일러▶ 스타트업계에서 컨설팅 활동을 하는데 지원이 늘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나 여기서 멈추지 않았으면 좋겠다.


기자▶ 반면 탄소배출 저감목표를 세우지 않았다는 비판도 있다.


타일러▶ 결과를 원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구체적인 걸 원한다. 다만 시작부터 완벽한 것을 요구하면 움직이지 않을 수 있다. 한국에서 이런 이야기들이 나오고 사람들이 이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고 하는 담론이 나오는게 신기하고 좋다. 이런 분위기가 형성돼 가는 걸 긍정적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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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파리기후협약 탈퇴를 선언했다. 기후위기 문제에서 올해 말 미국 대선이 변곡점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타일러▶ 트럼프의 파리협약 탈퇴 선언이 실제 현실화되려면 다음해 초에 행정 절차를 거쳐야 한다. 그래서 올해 연말 대선이 결정적이다. 그러나 미국은 한국과 달리 이중 주권이 있는 나라다. 연방 정부의 결정은 변화를 만드는 데 속도가 느리다. 주로 주 정부에서 빨리 움직인다. (이때문에) 미국 역사에서 사회적 변화는 주로 지역에서 생겨났다. 인종분리 철폐, 낙태권 보장 등도 그런 식이었다. 나는 희망을 품고 있는 이유가, 트럼프의 선언 당시 지역에서 ‘We Are Still In’(아직 여기 있다) 캠페인을 했다. 파리 협정 기준보다 동등하거나 더 높은 수준으로 지키겠다는 것이다. 당시 미국 인구가 3억명인데 1억5천만명 이상이 거주하는 지역에서 서명에 동참했다. 주나 시, 지역의 행정부 리더들이 기후위기 대응 정책을 먼저 반영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러나 미국 대통령의 결정은 국제적으로 미칠 파장이 크고 나쁜 트렌드를 만들 수 있으니 주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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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트렌드’ 우려…올해 11월 미국 대선 중요”


기자▶ 한국 언론은 기후위기 문제를 심각하게 다루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정치, 사회 문제보다 기후위기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사람들도 적다.


타일러▶ 몇 년 전 영국 비비시(BBC)에서 기사를 썼다. 남중국해에서 중국 어선들이 필리핀 산호초를 파괴시키면서까지 멸종위기종인 큰 조개를 중국에서 팔았다는 내용인데 그 기사의 핵심은 환경 문제였다. 그런데 이를 번역한 한국 언론 기사를 보면 환경 부분이 빠져있었다. 남중국해의 패권 싸움과 환경 문제가 어떻게 이어져있는지 알 수 없어졌다. 이 책도 출판사에서 내기까지 재생지를 사용하고 콩기름으로 인쇄하고 싶었는데 어렵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또 환경 이야기를 한다고 하면 안 팔릴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그렇지 않다. 모를 수는 있다. 그러나 이건 관심을 가질 기회가 적었던 거다. 이제 그레타 툰베리도 있고 비건화장품도 나오면서 동물권에 대한 관심도 늘고 있다. 이제는 이런 관심을 충족시켜야 하는 단계가 됐다.


기자▶ 2018년 트위터에 “화력발전소 그만 짓고 그만돌리고 걱정없이 숨 쉴 수 있는 한국이 됐으면 좋겠다”라고 쓰자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라는 댓글이 달렸다.


타일러▶ 그때 당시에는 기후위기 문제를 언론에서 많이 다루지 않았다. (그 말을 했다고)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는 말은 좋진 않지만 답답했으니 그렇다 치더라도, 화력발전소 하지 말자 하니까 원자력하라는 거냐는 말로 ‘점프’하더라. ‘왜 재생에너지나 태양열, 풍력을 뛰어넘어 원전을 생각할까, 재생에너지는 아예 생각하고 있지 않구나’ 싶었다. 그때보다는 많이 바뀌었다.


기자▶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재생에너지로 만든 전기를 사용해본 적 없고 재생에너지의 범용화를 상상해보지 못해서 같다. 육식 문제는 어떻게 생각하나.


타일러▶ 지구가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능력을 가장 많이 파괴하는 산업이 축산업, 화석에너지, 교통이다. 특히 축산업은 동물들이 먹을 식량을 땅을 이용해 키워 고기를 생산하는데 비효율적이다. 동물을 먹지 말자는 주장에 대해서는 의견이 다르고 그걸 강요할 수는 없다. 개인이 한다면 응원하겠지만 다같이 해결해야 할 문제는 그나마 나은 선택이 무엇일지 매력적으로 만들어야 한다. 일단 그나마 생태발자국 환경파괴를 좀 덜 입히는 고기를 먹자고 하는 건 어떨까. 소 대신 돼지, 돼지 대신 닭을 먹는 식으로. 조금씩 목표에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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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기후위기 문제가 오늘 나의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 고민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공감을 받지 못한다. 기후위기 문제는 왜 주목받지 못하는 걸까.


타일러▶ 상자로 비유할 수 있다. 밥먹고 일하고…사회라는 하나의 상자가 있다. 이 사회가 돌아가려면 경제라는 더 큰 상자가 있어야 한다. 또 자연자원으로 뭔가를 만들고 파는 자연환경이라는 더 큰 상자가 있다. 평소에는 가장 바깥 상자를 상상하기 어렵다. 그러나 다 연결돼있고 이게 모든 게 될 수 있다. 환경문제는 복잡하기 때문에 정확하게 설명하려면 논문이 나와야 한다.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갖고 깨달은 부분은 비유보다 효과적인 것은 없다는 것이다. 그림이나 영상 등 시각적 효과도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기자▶ 못 다한 말이 있다면?


타일러▶ 환경에세이인데 (종이로 만드는) 책이라는 형태가 적합할지 고민해야 한다. 이 책은 친환경인증을 다 받았다. 재생지나 콩기름을 사용하면 책이 비싸진다고 하는데 가격(1만4천원)도 비싸지 않다. 이렇게 책을 찍을 수도 있다는 게 중요하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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