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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크 ]

사이보그로 살기로 결심한 로봇과학자의 근황

by한겨레

루게릭병 스콧모건 박사, 새로운 삶에 도전

기계합성 음성으로 소통…아바타도 만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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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게릭병을 앓고 있는 영국 로봇학자 피터 스콧모건 박사는 2019년부터 사이보그 수술을 받기 시작했다. 사진 제공: 카디프프로덕션

“나는 계속 진화할 것이다. 인간으로는 죽어가지만, 사이보그로 살아갈 것이다.”

2017년 전신 근육을 마비시키는 루게릭병(MND) 진단을 받은 영국 로봇학자 피터 스콧 모건(Peter Scott-Morgan) 박사가 한 말이다.


당시 62세였던 그는 의료진으로부터 2년 시한부 인생 진단을 받고는 필요한 모든 장기를 기계로 교체하는 “세계 최초 완전한 사이보그”가 되기로 결심했다.


지난해 말부터 일련의 사이보그 수술을 받기 시작한 그는 현재의 자신을 `피터 2.0'이라고 부른다. 그는 현재 합성음성에 의존해 다른 사람과 소통하고 있다. 더욱 효과적인 소통을 위해 자신의 얼굴과 유사한 아바타도 만들었다. 피터 2.0은 `온라인 피터'인 셈이다.

화면 글자 응시하면 시선추적 기술이 문장 생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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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진으로부터 수술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있는 스콧모건 박사. 영국 공영방송 채널4는 26일 그의 사이보그 실험 다큐멘터리를 방영한다. 방송 예고편 화면 갈무리

그의 사이보그 삶을 돕고 있는 기술기업이 인텔이다. 인텔은 26일 라마 나흐만(Lama Nachman) 인텔 예측컴퓨팅연구소 소장이 이끄는 개발팀이 현재까지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나흐만은 역시 루게릭병으로 전신 근육이 마비됐던 영국의 천체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의 의사소통 기술을 개발한 바 있다.


호킹 박사가 8년간 사용한 음성합성 기술 (ACAT) 오픈소스 플랫폼은 키보드 시뮬레이션, 단어 예측, 음성 합성을 통해 의사소통을 할 수 있도록 도왔다. 호킹 박사는 자신의 뺨에 있는 미세 근육으로 안경 센서를 움직여 컴퓨터에 문장을 입력하는 방식으로 의사소통을 했다. 나흐만 연구팀은 스콧 모건에게는 컴퓨터 화면에 있는 글자를 응시해 문장을 만들 수 있는 시선 추적과 단어 예측 기능을 추가했다. 나흐만은 스콧 모건은 호킹 박사에 비해 기술을 이용한 의사소통 인터페이스에 훨씬 더 열린 태도를 보였다고 덧붙였다.

기계음에 감정 표현하는 방법 연구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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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마 나흐만 인텔 예측컴퓨팅연구소 소장이 피터 스콧모건 박사의 의사소통 기술을 지원하고 있다. 인텔 제공

쿠웨이트에서 유년기를 보낸 팔레스타인 출신의 나흐만은 이날 인텔이 공개한 보도자료에서, 어린 시절 이웃들이 전자제품을 고쳐달라고 부탁하던 것을 회상하며 “기술이 어떻게 사람들에게 힘을 실어줄 수 있을까라는 고민은 평생의 난제였다”고 밝혔다.


현재 인텔 연구진은 스콧 모건이 다른 사람과 대화를 할 때 지연되는 시간, 즉 ‘침묵의 간격’을 어떻게 줄일지, 또 기계음에 어떻게 감정을 표현할 수 있을지를 연구하고 있다.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대화에서 단어의 뜻뿐 아니라 어투, 어조 등 다양한 신호를 접하는데, 이를 반영하는 인공지능 시스템을 고민하고 있다.

미래엔 뇌파 이용한 목소리 조절에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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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콧 모건 박사가 자신의 사이보그 도전기를 공유하고 있는 웹사이트 초기 화면.

인텔 연구진은 음성합성 기술에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s)를 이용하는 기술도 연구중이다. 이 장치는 뇌파를 감지하는 전극이 장착된 두건 모양을 하고 있다. 이 연구가 성공하면 뇌파를 이용해 목소리를 조절할 수 있게 된다.


스콧 모건 박사는 웹사이트(https://www.scott-morgan.com/)를 통해 자신의 사이보그 실험 내용과 의미를 공유하고 있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