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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크 ]

안면 보호대, 비말 확산 억제엔 ‘별무효과’

by한겨레

작은 비말, 보호대 밑으로 돌아 퍼져나가

직접 튀는 건 막아주지만 확산은 못막아

한겨레

마스크 대안으로 쓰이는 안면보호대의 비말 확산 억제 실험 결과가 나왔다. 유체물리학 저널

마스크는 말을 하거나 기침, 재채기할 때 바이러스 입자가 묻은 침방울(비말)이 공기 중으로 퍼져나가는 것을 막아주는 아주 효과적인 도구다. 코로나19 확산 억제를 위해 마스크 착용을 권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무증상 감염자 비율이 40%에 이른다는 추정은 마스크의 효과를 생활백신 수준으로 격상시켰다.


하지만 마스크를 쓸 경우 답답함을 느끼거나 마스크 착용 자체에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들도 있다. 이런 이들을 위해 비말 확산을 억제하면서도 호흡을 방해하지 않는 도구로 나온 것이 투명 안면보호대와 밸브 마스크다. 특히 안면보호대는 얼굴을 가리지 않아 평소와 다름없는 대화가 가능하다는 장점 때문에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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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에 사용한 투명 안면보호대와 밸브 마스크.

그런데 미국 플로리다애틀랜틱대 컴퓨터공학 연구진이 시험한 결과, 이런 마스크 대체 도구들은 비말 확산 억제에 별다른 효과를 내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미국물리학회(AIP)가 발행하는 학술지 '유체물리학'(Physics of Fluids) 9월1일치에 발표한 연구 논문에서, 증류수와 글리세린 혼합물, 수직/수평 레이저광시트를 이용해 기침할 때 입 밖으로 튀어나온 비말이 이떻게 퍼져나가는지를 관찰한 결과를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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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말이 분출된 후의 안면보호대 근접지역 비말 흐름. a는 기침 전, b는 0.57초 후, c는 3.83초 후, d는 16.57초 후의 모습이다.

마네킨의 입 안에서 밖으로 기침, 재채기의 강도로 혼합물을 분사한 후 그 흐름을 연속 촬영한 결과, 안면보호대는 맨처음엔 물방울이 앞으로 튀어나가는 것을 막아줬다. 하지만, 방출된 물방울은 곧바로 보호대 주변을 돌아 넓게 퍼져나가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물방울은 안면보호대에 부딪힌 뒤 작은 에어로졸로 쪼개지면서 바닥으로 떨어지지 않고 보호대 아래쪽에 계속 머물렀다. 몇초 후엔 오히려 실내 공기보다 온도가 높은 일부 에어로졸은 거꾸로 상승하는 모습도 관찰됐다. 연구진은 에어로졸이 쉽게 보호대 주변으로 퍼져나갔다고 밝혔다. 이 실험에서 레이저광이 포착한 에어로졸(녹색)의 크기는 10마이크론 미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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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말이 분출된 후 안면보호대에서 좀 더 먼거리의 비말 흐름. a는 2.97초 후, b는 6.98초 후, c는 10.77초 후의 모습이다.

안면보호대 써도 10초 후엔 거의 1미터 날아가


연구진은 "시간이 흐르면서 물방울의 공기중 농도는 떨어지겠지만 대신 옆으로, 위아래로 더 넓게 흩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특히 물방울이 앞쪽뿐 아니라 역방향으로도 날아가 마네킨 뒤쪽까지 퍼져나가는 걸 발견했다. 작은 물방울은 실내 공기의 작은 움직임에도 쉽게 움직일 수 있기 때문이다. 10초 후에는 비말이 거의 1미터 거리까지 날아갔다.


작업 현장 등에서 많이 쓰는 호흡 밸브가 달린 마스크는 예상대로 마네킨의 입에서 분출된 많은 물방울이 여과되지 않은 채 이 밸브를 통과해 주변으로 퍼져나가는 모습이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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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브 마스크(위)와 N95 마스크의 비말 확산 억제 효과 비교. 위는 왼쪽부터 기침 전, 0.2초 후, 0.73초 후, 1.67초 후이며 아래는 왼쪽부터 기침 전, 0.13초 후, 0.33초 후, 0.83초 후의 모습이다.

연구진은 “많은 사람들이 일반 마스크보다 더 편하다는 이유로 투명 안면보호대나 밸브 마스크를 쓰고 있지만 안면보호대는 아래쪽과 옆쪽에 큰 틈이 있고, 밸브 마스크는 내쉬는 숨의 비말을 전혀 차단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 마스크는 착용해야 하지만 밸브 마스크는 착용하지 말 것을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최고의 마스크도 어느 정도의 비말 누출은 있다. 비말 전파 차단의 가장 확실한 방법은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이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곽노필의 미래창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