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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이프 ]

“‘여자 마동석’이란 별명, 이젠 자랑스러워요”

by한겨레

방송 <노는 언니>에서 예능 블루칩으로 떠오른 수영선수 정유인

그가 알려주는 건강하게 운동하면서 잘 노는 ‘언니’가 되는 법

한겨레

정유인 선수는 방송 <노는 언니> 를 통해 예능 블루칩으로 떠오르고 있다. 윤동길(스튜디오어댑터 실장)

시원하게 뛰어들었다. “(출연 제안이 들어왔을 때) 그냥 놀게 해준다는 말에 바로 출연하겠다고 했어요.” 수영선수 정유인(26·경북도청 소속)은 케이블 티브이(TV) 이(E)채널 <노는 언니> 출연진 사이에서 ‘좀 놀아본(?) 언니’로 통한다. 평생 운동만 하느라 도통 놀아본 적 없는 박세리, 곽민정 등은 시원하게 웨이크보드를 타는 정 선수의 모습만으로도 그를 놀이 선배로 치켜세웠다. 수영뿐 아니라 서핑, 다이빙 등 물에서 하는 운동은 무엇이든 잘하는 그는 <노는 언니>를 통해 예능 블루칩으로 떠오르는 중이다. <노는 언니> 연출자 방현영 책임프로듀서(CP)는 “예능에선 맞닥뜨리는 상황을 얼마나 주도적으로 해결하는지가 중요한데, 정 선수는 그런 순발력과 ‘예능감’이 좋다”고 평가했다.


정유인은 <노는 언니> 출연진 중에선 유일한 현역 선수다. 주 5일 훈련, 주 2일 놀기를 성실히 지키는 제대로 ‘노는 언니’이기도 하다. “체력이 좋아야 잘 놀고, 잘 놀아야 운동도 잘할 수 있거든요.”


이런 덕분에 그는 비슷한 삶을 지향하는 밀레니얼 세대의 아이콘으로 등극 중이다.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 그가 운영하는 에스엔에스(SNS) 채널에는 팬들의 메시지가 쏟아진다. 그중 가장 기분이 좋았던 것은 “언니 보고 운동을 시작했다. 근육을 튼튼하게 단련한 멋진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말이었다고 한다. 정 선수는 말한다. “운동하면, 몸이 바뀌고 생활 패턴이 바뀌고, 인생이 달라진다. 그런 좋은 영향력을 끼쳤다는 게 뿌듯합니다.”


지난 24일 한 카페에서 만난 정유인에게 건강하게 잘 노는 언니가 되는 비법을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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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트레이드 마크라며 포즈를 취했다. 윤동길(스튜디오어댑터 실장)

―익숙지 않은 방송 출연, 난생처음 해보는 게임 등 색다른 걸 하는데 여유 있어 보인다.


“그 순간을 즐긴다. 승부욕도 필요하지만 주어진 상황을 재미있다고 여길 수 있어야 한다. 난 몸을 움직이는 걸 좋아하는 편이라서 수영 외에 다른 신체 활동을 하면서 노는 편이다. 부상 위험 때문에 다른 종목을 본격적으로 할 순 없지만, 주말마다 서핑이나 웨이크보드를 타러 간다. 다양한 경험이 (잘 노는 데)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수영 외에 다른 운동을 하면 본업에 방해되진 않나?


“잘 놀아야 기록도 잘 나온다. 코치님한테 가끔 제안한다. ‘저 기록 잘 나오면 서핑 갈 수 있게 해주세요’라고 말이다. 난 쉴 때 가만히 지내는 것보다 몸을 움직여야 충전이 된다.”


―잘 놀아야 다른 일도 잘 한다는 건 운동선수뿐만 아니라 일상을 살아가는 모두에게 적용될 것 같다. 그렇게 몸을 쓰고 잘 놀려면 보통 체력으론 어려울 것 같다. 튼튼한 몸을 키우기 위한 일상 운동 노하우가 궁금하다.


“실내 자전거 타는 걸 추천한다. 텔레비전 보면서 하루에 한 시간 정도 움직이는 게, 별일 아닌 것 같지만, 몸에 생각보다 많은 변화가 온다. 낮은 강도부터 천천히 타보시라. 난 영화 보면서 3시간 정도 탄다. 자전거 타기는 근손실 없이 체지방을 태울 수 있는 좋은 운동이다. 다리의 지구력도 좋아진다. 장비 없이 하는 운동으로는 맨몸 스쾃을 추천한다. 매일 개수를 늘려가면서 적어도 하루 50개는 할 수 있도록 해보시라.”


실컷 놀고, 열심히 운동하는 ‘워라밸’을 잘 지킨 덕분인지 그는 수영선수로서도 뛰어난 기량을 자랑한다. 5살 때, 친오빠와 유아체능단을 다니며 수영을 접한 그는 17살이었던 2010년 전국체전 계영 400m 금메달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20개의 전국체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계영 400m, 800m 한국 신기록 보유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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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는 언니> 에서 발군의 경기력을 발휘하며 ‘놀아본(?) 언니’로 등극한 정유인. 이(E)채널 제공

―박세리 선수가 방송에 자주 노출되지 못했던 여성 운동선수의 이름이 알려지고, 해당 운동 종목이 대중화되면 좋겠다고 했다. 비슷한 마음인가?


“개인적으론 다양한 경험을 많이 해야 운동하는 데 오히려 자극이 된다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도움이 될 것 같아 출연을 결심했다. 세리 언니의 얘기에 많이 동의한다. 종목에 따라 다르지만 여성 운동선수는 결혼과 동시에 은퇴하기도 하고, 예능에 등장하는 운동선수의 비율도 남성이 더 많다 보니 여성 운동선수와 해당 종목을 알릴 기회가 적은 편이다. <노는 언니>가 앞으로 중요한 역할을 하지 않을까 싶다.”


―출연진 중에서 이른바 ‘케미’가 잘 맞는 이는 누구인가? 방송 전부터 알고 지낸 이가 있나?


“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는 아니다. 촬영 없는 날에도 메시지 주고받을 정도로 가까워졌다. 종목은 달라도 운동하는 사람이라는 공통점, 비슷한 생활 패턴 등 통하는 게 많다. 모든 출연진과 잘 지내는 편이다. 세리 언니와 얘기하면 재밌고, 민정이는 동갑이라 서로 편하게 방송 피드백을 주고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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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21일 광주 광산구 남부대시립국제수영장에서 열린 2019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경영 여자 계영 400m 예선에서 정유인이 물속으로 점프하고 있다. 연합뉴스

―별명이 ‘여자 마동석’이라며 한때는 큰 어깨가 콤플렉스였다고 했다. 지금은 자랑스럽다고 했다. 요즘 여성의 몸에 대한 시선이 많이 변했다. 기존의 사회적 시선이 에스(S)라인과 마른 몸에 꽂혀 있었다면 요즘 20~30대는 단단한 몸, 자신을 지킬 수 있는 몸에 응원과 환호를 보낸다. 이런 관점의 변화를 느끼나?


“어릴 때는 큰 어깨가 너무 싫었다. ‘내가 일부러 이렇게 태어난 게 아닌데, 왜 이런 시선을 받아야 하지? 우리는 모두 같은 사람이잖아. 난 어깨가 크고, 또 누구는 작을 수도 있는 건데 왜 나에게는 틀렸다고 말하는 거지?’ 이런 생각을 많이 했다. 민소매 옷을 입는 걸 좋아하는데 사람들이 쳐다보는 게 싫어서 한때 피하기도 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이상하다’, ‘남자 같다’는 말 대신 ‘멋지다’, ‘운동하기 정말 좋은 몸이다’라는 말을 더 많이 듣기 시작했다. 방송 출연 이후에는 악플보다 칭찬이 더 많아서 놀라기도 했다.”


―한국에서 여성 운동선수로 살아간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일반인은 잘 모른다.


“오래 운동만 하다 보니 학창 시절에 대한 기억이 적은 게 아쉽다. 초등학교도 수영부가 있는 학교에 갔고, 중·고등학교에서도 수영선수로 활동하고, 대학도 수영 특기생으로 입학했다. 종일 수영만 하며 살았다. 그리고 여성 수영선수는 기혼자가 거의 없다. 수영선수들은 보통 소속팀과 1~3년 계약하는데, 장기간 훈련에 참여를 못 하면 계약이 파기될 수도 있고, 전해 기록이 없으면 계약을 못 하기도 한다. 계약서에 명시되어 있진 않지만. 여성의 경우 임신하면 장기간 훈련에 참가하기가 어려운 편이다. 수영선수는 몸을 유선형으로 유지하는 게 중요하고, 1㎏만 체중이 불어도 기량에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여성 수영선수로서의 벽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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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21일 광주광역시에서 열린 ‘2019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여자 계영 예선전에 참가한 정유인 선수와 동료들.(사진 왼쪽에서 이근아, 정유인, 최지원, 정소은) 연합뉴스

―운동하기 좋은 몸이란 평가를 받는다. 여러 종목 가운데 왜 수영이었나?


“학창 시절 스쳐온 선생님마다 이런저런 종목을 많이 제안했다. 초등학교 때는 근대5종(사격·펜싱·승마·수영·육상 등을 복합적으로 겨루는 경기) 선수 제안을 받기도 했고, 고등학생 때는 보디빌딩, 재미로 배우러 간 서핑·웨이크보드 교습소에서도 선수 제안을 받았다. 그런데 어릴 때부터 한 수영이 익숙해서인지 갈등 없이 수영을 선택했다.”


―기쁘고 벅찼던 순간도 많았을 것 같다.


“선수로서 목표하는 결과를 이뤘을 때 더없이 행복하다. 국가대표팀에 합류하게 됐을 때 기뻤다. 운동하면서 방황하는 사춘기 없이 보낸 것도 좋았다. 물론 슬럼프로 20대 초반 뒤늦게 잠시 방황했지만, 오래 가진 않았다. 마음을 금세 잡았다. 운동이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한다. 주변을 둘러봐도 운동선수 중에 심적으로 방황하는 사람은 거의 못 본 것 같다.


몸이 튼튼해야 마음도 튼튼해진다는 얘기냐고 물으니 그는 밝고 유쾌한 표정으로 “맞아요. 그래야 더 즐겁게 살 수 있는 것 같아요”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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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련이 없는 날에는 반려견 ‘환이’와 산책하기도 한다. 정유인 인스타그램 갈무리

―연습을 안 하는 날에도 운동한다고? 그래도 여느 20대처럼 영화 보거나 쇼핑 하지 않나? 인스타그램을 보니 ‘패피’ 수준이던데, 패션에도 관심이 많나?


“주말엔 본가에서 키우는 반려견 ‘환이’랑 같이 논다. 쇼핑은 주로 남자친구랑 하는 편이다. 운동을 하다 보니 편한 옷 위주로 골랐는데, 요즘은 방송 출연이 많아져서 남자친구와 의논해서 옷을 고른다. 남자친구는 미술을 전공한 타투이스트인데, 감각이 좋다. 그러다 보니 요즘은 그 옷 어디서 샀느냐고 물어보는 팬들의 메시지도 자주 받는다.”


인터뷰를 마친 뒤 정유인 선수는 자신의 트레이드마크라며 한쪽 팔을 뽀빠이처럼 올린 뒤 튼튼한 이두박근을 선보였다. 한때는 에스엔에스(SNS)에 본인 사진을 올릴 때 포토샵으로 근육 사이즈를 줄이곤 했다지만, 이제는 부러움과 경탄의 대상이 되어 기쁘다고 한다. 튼튼해야 잘 놀고, 잘 놀아야 무슨 일이든 잘한다는 단순한 진리를 설파하는 근육이기도 하다. 더 단단한 일상을 영위하기 위해, 오늘부터 그가 제안한 맨몸 스쾃부터 시작해보는 건 어떨까.


신소윤 기자 yo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