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 산, 네게 반했어 2030 클린 하이킹 가이드

[여행]by 한겨레

‘나 홀로 산행’ 8년 차 20·30세대인 나


20대 초반 힘들 때 나를 구한 등산


맘만 먹으면 떠날 수 있는 산행


20·30세대 초급 하이커를 위한 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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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방 끝날 것 같았던 코로나19가 여전히 기승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지속되면서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도 달라지고 있다. 해외로 떠나는 장거리 여행을 못 하니, 가까운 데 있는 산과 바다, 들로 향하는 이가 느는 추세다. 20·30세대도 예외는 아니다. 이런 이유로 산 풍경이 자연스레 달라졌다. 40~60대 등산객이 산자락마다 가득했던 과거와 달리 이제 산은 가벼운 차림의 젊은이도 많이 찾는 곳으로 변했다. 반가운 일이다. ‘혼행’(나 홀로 산행)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지 8년 차 하이커인 나는 그 매력을 온몸으로 체감한 바 있다. ‘언택트 시대’의 걸맞은 취미생활이자 몸과 마음의 건강을 챙기는 데 등산만 한 게 없다는 걸 깨달았다.


처음 산에 오르던 날이 생각난다. 만22살, 대학 졸업을 앞두고 고민이 많던 시기였다. 집 앞 수락산에 올랐다. 여행을 가고 싶었지만, 모아둔 돈 없는 예비졸업생이 고를 수 있는 선택지는 적었다. 차선책이었다. 별 기대 없이 무심코 오른 산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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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거칠고 가파른 오르막에 닿을 때마다 숨이 헐떡였고, 쿵쾅대는 심장 소리에 정신을 못 차렸다. 하지만 높은 봉우리에 올라서서 목까지 차오른 숨을 내뱉을 때 모든 것이 달라졌다. 세상이 살만한 곳이라고 느껴졌다.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강렬한 행복감이 몰려왔다. 신기하게 온몸에 흐른 땀을 닦자 몸보다 마음이 더 가벼워진다는 걸 알았다. 자연스럽게 ‘마인드 디톡스’가 됐다. 마음 근육을 조금씩 무너뜨렸던 복잡한 생각들도 어디론가 날아갔다. 그 자리에 들어선 건 나 자신의 노력으로 오른 산 정상, 그곳에서 보이는 너른 풍경, 어깨를 살살 두드리는 산바람의 시원함, 말 못할 성취감이었다. 등산의 매력은 건강도 찾아주지만, 마음의 변화까지 선사한다는 점이다. 미대를 졸업했지만, 자포자기했던 화가의 꿈을 5년 만에 다시 이어갈 수 있게 된 것도 등산이 선물하는 동기부여와 에너지 덕분이었다. 이젠 오른 산의 아름다움을 내 도화지에 담는다. 작품이 쌓일 때마다 내 이름 석 자 앞에 별칭도 생겼다. ‘하이킹 아티스트’. 팬도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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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엔 나와 같은 등산 인플루언서가 한둘이 아니다. 최근 에스엔에스(SNS)를 수놓는 일상 레저로 트레일 러닝, 스포츠 클라이밍 같은 등산 레포츠가 인기다.


레포츠 중에서 등산이 매력적인 이유는 스포츠이면서 여행인 까닭이다. 우스갯소리로 우리나라는 ‘다산민국’(多山民國)이 아닌가. 전국에 산만 4000개가 넘는다. 언제든지 마음만 먹으면 떠날 수 있는 여행지가 우리 곁에 있다. 멋진 산 풍경을 자신의 ‘인생 숏’으로 자랑하는 이들의 에스엔에스 게시물이 넘쳐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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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몸과 마음의 건강과 균형을 동시에 잘 챙겨야 하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가 눈앞에 왔다. 우리가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지만, 그렇다고 시대를 탓할 수만은 없다. 이럴 때 탈출구로 ‘언택트 여행’이 가능한 등산 만한 게 있을까.


갑갑한 일상과 답답한 하루를 탈출하기 위해 산으로 시선을 돌리는 이들을 위해 ESC가 준비했다. 무작정 산에 오르기 전, 꼭 알아야 할 것들을 말이다.


과거 등산과는 결이 다른 정보를 준비했다. 밀레니얼 세대 등산 초보자를 위한 맞춤 정보다. 그들이 열광할 만한 ‘산킷리스트’(산+버킷 리스트)도 준비했다. 무릇 20·30세대라면 트렌드도 놓칠 수 없는 법. 최근에 부는 ‘클린 운동’ 등 우리가 알아야 할 등산 이야기도 준비했다. 삶의 건강한 변화를 원한다면 함께 ‘산 여행’을 떠나보자!


글·그림·사진 김강은(<아홉수, 까미노 푸른향기> 저자·하이킹 아티스트·벽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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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 등산 ‘인생 샷’, 바로 여기! ‘산킷리스트’ 5


‘프로등산러’·‘하이킹 아티스트’ 김강은 추천


등산 입문 20·30세대 포함 등산 실력별 추천 코스


김 작가 추천 ‘인생 숏’ 촬영 포인트 특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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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 초급자가 불쑥 친구 따라 산을 오르면 낭패를 볼 수 있다. 더구나 친구가 ‘프로등산러’라면? 가파른 봉우리도 거뜬하게 오르는 실력자라면? 등산도 실력 차가 난다. 이제 겨우 걸음마 뗀 이가 ‘어른의 산’을 오르는 건 위험한 일이다. 요즘 등산이 20·30세대 사이에서 유행하면서 무턱대고 산을 타는 젊은이도 늘고 있다. 8년 차 20·30세대 ‘하이킹 아티스트’(오른 산에서 그림 그리는 화가) 김강은(30)씨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실력에 맞는 등산 코스를 추천한다. 이름하여 ‘20·30세대를 위한 산킷리스트(산+버킷 리스트) 5’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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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킷리스트① : 안산


“한 시간 만에 닿는 도심 속 낭만”


“경기도 안산?” 처음 친구가 안산 등산을 하자고 했을 때, 되물은 말이다. 하지만 안산은 서울 서대문구에 위치한 295.9m의 낮은 도심 속 산이다. 요즘 인왕산이 하이킹의 명소로 떠오르는데, 인왕산과 마주한 자매 산이라고 보면 된다. 안산은 데크가 잘 설치되어 있어서 초급자도 도전하기 쉬운 자연 산책로 같은 산이다. 넓고 좁은 길이 마술처럼 뻗어있어서 이곳저곳 걷는 재미도 있다. 지도 앱을 이용해 ‘메타세쿼이아숲’이라고 표시된 곳은 꼭 걸어보길 추천한다. 힐링 그 자체다. ‘치유의숲’ 길에선 해먹에 앉아 잠시 쉬어도 좋다. 해 질 녘 닿은 봉수대에서 만나는 일몰과 야경은 도심 속 낭만을 되살려준다. 등산은 하고 싶은데, 시작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친구에게 제일 먼저 추천하는 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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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킷리스트② : 아차산-용마산


“갑갑한 가슴을 뻥 뚫어줄 풍경”


아차산은 흙산과 돌산의 매력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삼국시대 삼국이 한강 일대를 차지하기 위해 각축을 벌였던 곳이기에 아차산성, 봉수대지, 보루 등의 유적이 많다. 잘 조성된 생태공원을 지나 데크 길을 걷다 보면 소나무가 뿌리 내린 평탄한 바윗길이 나타난다. ‘조금 힘들다’는 생각이 들 때쯤 성큼 올라선 고지에서 꿀맛 같은 기분을 맛볼 수 있다. 소나무 숲길 넘어 탁 트인 한강과 롯데월드타워가 보이는데, 등산객에게 아차산이 주는 선물이다. 고구려시대 요새로 알려진 보루에 올라 시원한 풍광을 감상하며 쉬거나 공원을 옮겨놓은 듯한 길을 따라 쭉 걸어도 좋다. 용마산에서 바라보는 한강 물줄기는 또 다른 감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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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킷리스트③ : 불암산


“하이킹의 재미를 붙였다면 불암산으로!”


하이킹에 재미를 붙였다면 슬슬 바위산의 재미를 알아갈 차례다. 산세가 그리 험하진 않으면서도 정상 부근에 바위가 많아 ‘초보등산러’에게 추천하는 산이 있다. 서울시 노원구와 경기도 남양주시에 걸쳐있는 불암산이다. 산 높이가 약 510m로, 초입은 부드러운 흙길과 나무그늘 길이지만 정상은 큰 바위가 있어 밧줄을 타야 하는 구간도 있다. 중장년, 노인도 산책하는 코스이니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정상에 있는 바위가 부처님의 모습을 닮았다고 하여 불암산이라고 불린다. 유명한 야경 명소다. 바위에 앉아 도심의 야경과 북한산 실루엣이 어우러진 모습을 보고 있자면, 우리가 사는 세상도 제법 아름다운 곳임을 실감한다. 매주 특정 요일에 불암산 야간 등산하는 동호회도 있다고 하니 참고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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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킷리스트④ : 도봉산


“고즈넉한 사찰과 기암의 조화, 가을 산행지로 추천”


등산에 재미 붙인 친구를 도봉산에 데려갔더니, 그가 깜짝 놀라며 “서울 근교 산 중 가장 인상적”이란 말을 했다. 높이는 740m로 북한산국립공원에 포함된다. 도봉산이 명산인 이유는 코스마다 나타나는 기암괴석들 때문이다.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또 다른 매력은 취향에 따라 다양한 코스를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능선 따라 펼쳐진 봉우리들이 한눈에 들어오는 포대능선, 아찔한 협곡 와이(Y)계곡, 고즈넉한 사찰을 감상할 수 있는 망월사와 관음암 코스 등. 능선을 따라 사패산까지 연계 산행도 가능하다.


‘초보등산러’라면 볼거리도 많은 신선대 코스를 추천한다. 너른 쉼터인 마당바위를 지나 정상까지 걸으면 땀이 쏟아진다. 그만큼 고생해 도착한 신선대 정상에서 값진 풍경을 만날 수 있다. 사방으로 펼쳐진 기암괴석들은 가을에 특히 아름답다. 쌀쌀해지는 계절에는 장갑과 방풍재킷은 필수. 부모와 함께라면 망월사 코스를 추천한다. 고즈넉한 사찰과 기암의 향연에 마음을 빼앗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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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킷리스트⑤ : 북한산


“서울이 품은 보물, 북한산”


도심에 북한산처럼 스케일이 큰 바위산이 자리한 것은 세계적으로 특별한 경우다. 국립공원답게 북한산은 설악산이나 지리산과 견줘도 손색이 없는 아름다운 산이다. 등산 코스도 많아 난이도별로 선택이 가능하다. 하지만 돌산이므로 등산화는 필수. 우이동에서 시작해서 북한산 정상인 백운대로 가는 코스가 가장 일반적이지만, 조금 더 은밀한 북한산의 명코스 ‘숨은벽 능선 코스’를 추천한다. 백운대와 인수봉 사이에 숨어있다고 해 이름 붙여진 ‘숨은벽’. 이 코스는 시작은 편안하지만, 곧 사족보행의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양옆이 깎아지른 듯한 절벽이기에 주의해야 한다. 무엇보다 ‘숨은벽’ 풍경은 감동적이다. 거대한 숨은벽과 인수봉, 백운대 3개의 봉우리를 향해 하이킹하다 보면 등산 매력에 취하고 만다. 보물이 우리 곁에 있음을 깨닫는다. 여행이란 특별한 곳에 가는 게 아니라 쉽게 지나쳤던 일상을 다시 만나는 것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면 감사가 마음에 일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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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강은이 추천하는 이달의 산

두타산은 올해 다녀온 산 중에서도 손꼽힐 정도로 인상 깊은 곳이다. 산길을 따라 걷다 보면 들리는 계곡 물소리는 더없이 청량하다. 신선이 노닐었다는 전설 때문에 무릉도원이라고 불리는 무릉반석은 물놀이하기에 최적의 장소다. 수많은 시인이 찾았을 정도로 아름답다.


두타산 정상에 이르는 코스는 꽤 시간이 걸리지만, 두타산성까지만 산행해도 절경을 감상할 수 있다. 약 1시간의 가파른 오르막을 열심히 오르면 두타산성 터가 나타난다. 소나무가 만든 시원한 그늘 있는 너른 암반에 앉아 사방에 펼쳐진 병풍 같은 기암과 초록의 향연을 바라보면 신선놀음이 따로 없다. 특히 거북이를 닮은 거북바위에 앉아 고운 비단처럼 떨어지는 산성12폭포를 마주하면, 이곳이 진정 내가 사는 이 세상이 맞나 싶을 정도다. 가을에는 더욱 절경이라고 하니 계절이 옷을 갈아입으면 이곳으로 떠나보자.


김강은(하이킹 아티스트·벽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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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그림·사진 김강은(<아홉수, 까미노 푸른향기> 저자·하이킹 아티스트·벽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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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9.22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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