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 가기

[ 라이프 ]

로그인 출석으로 진화한 홈트…“잊지 않았죠? 운동하는 날입니다”

by한겨레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

AI 활용한 홈트 프로그램 등 인기

진화한 홈트의 세계…제2 부흥기 도래

한겨레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며 홈트(홈트레이닝)도 진화했다. 스마트 기기를 통해 실시간으로 진행하는 운동 수업을 듣는 사용자. 윤동길 스튜디오어댑터 실장

한겨레

모처럼 땀이 흘렀다. 코로나19 이후 때아닌 칩거 생활로 몸을 쓸 일이 없으니 개점 폐업한 것 같았던 땀구멍들이 ‘우리 살아 있어’라고 소리치는 듯했다. 의자에 짓눌려 있던 엉덩이 근육도 모처럼 움직였다. 복근이라는 것이 실재하는 것이었던가. 스마트폰 화면 속 선생님이 ‘코어’에 힘을 주라는 말에 어디에 있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한 근육에 힘을 실어 보냈다. 화석처럼 굳어 있던 어깨도 오래된 기계에 기름칠하듯 끼익 거리며 움직였다.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 두기를 하며 운동과도 거리를 두던 차였다. 헬스장은 자주 문을 닫았다. 부지런한 이들은 마스크를 쓰고서라도 동네를 달리고 유튜브로 성실하게 홈트(홈트레이닝의 줄임말)를 했다지만, 쉽지 않은 일이다. 마스크를 쓰고 운동화를 신기까지, 그리고 유튜브를 클릭해서 샛길로 빠지지 않기란 보통의 근면함으로는 어렵다.


비대면 시대를 맞아 몇 년 전부터 인기였던 홈트도 새옷을 입고 있다. 오늘의 홈트는 더 쉽고, 빠르고, 똑똑하다. 인공지능(AI)이 내 동작을 인식해 스쾃 박자를 세어주고, 트레이너가 영상을 통해 실시간으로 운동 동작을 가르쳐준다. 옷걸이나 짐짝 취급을 받던 실내자전거는 스피닝 강사의 실시간 수업을 받을 수 있는 기기로 발전했다. 랜선을 타고 우리 집 거실과 안방에 도착한 트레이너의 목소리는 숨이 가빠 화면을 꺼버리고 싶은 순간을 귀신같이 알아채고 “잘하고 있어요.” “10초 남았어요.” “등을 곧게 펴고, 하나만 더” 등을 외친다.

한겨레

운동 강사가 온라인으로 연결된 사용자들을 보며 자세를 알려주고 있다. 사진 리트니스 제공

코로나19 이후 홈트는 제2 부흥기라 불릴 정도로 수요가 급증했다. 포털 네이버 데이터랩에 따르면 코로나19 발생 이후 홈트 관련 검색량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고 한다. 코로나19 위기 단계가 ‘심각’으로 격상한 2월23일 이후 검색량이 급격히 증가했다. 수도권 사회적 거리 두기가 2.5단계로 강화된 직후인 8월31일에는 코로나19 이후 최다 검색량을 기록했다. 해당 검색량은 지난해 같은 날에 견줘 약 11배 수준이다.


이 세계적인 전염병은 피트니스 업계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 다중이용시설인 체육관에서 운동하기가 어려워지면서 집에서 좀 더 정확하게 코치 받고, 좀 더 확실하게 땀을 흘릴 수 있는 방법에 대중의 관심이 쏠린다. 미국의 경우 ‘홈트계의 넷플릭스’로 불리는 스마트 실내자전거 ‘펠로톤’의 주가는 코로나19 이후 급상승했다. 지난 3월 17.7달러(약 2만800원)였던 펠로톤 주가는 10월7일 기준 111.3달러(약 12만9000원)까지 올랐다. 국내 업계도 마찬가지다. 영상통화로 전문 트레이너에게 비대면 실시간 트레이닝을 받는 앱 ‘리트니스’의 경우 수도권 사회적 거리 두기 2.5단계 실시 이후 하루 운동 참여자 수와 앱 구매 건수 모두 약 4배 증가했다고 한다.


코로나19로 인한 오랜 ‘집콕’ 생활과 길었던 한가위 연휴로 몸이 굳고 무거워졌다면 이번 주 ESC에 주목하자. 매일 운동을 다짐하지만 마음만 굴뚝 같았던 이들을 위해 진화한 홈트를 제안한다.


신소윤 기자 yoon@hani.co.kr


[ESC] 랜선 트레이너 선생님 모십니다

스타 강사 수업에 AI가 자세 교정해주고

실시간 스트리밍 운동 수업에 땀이 뻘뻘

코로나19 이후의 디지털 홈트, 가까워진 미래

한겨레

스피닝 수업 영상이 지원되는 실내 자전거를 타며 운동을 하고 있는직장인. 윤동길 스튜디오어댑터 실장

한겨레

사회적 거리두기가 일상 예절이 된 시절, 굳은 몸을 움직여보려 해도 집 밖을 나서기가 엄두가 안 난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운동 시설을 찾는 건 걱정이 더 앞서고, 마스크를 쓰고 동네 한 바퀴를 달리기에는 숨이 벅차다. 집콕족으로 봄, 여름, 가을까지 달려온 우리, 운동을 외면할 핑계는 릴레이처럼 이어진다.


“동동님, 굿모닝! 오늘은 운동하기로 약속한 날입니다. 잊지 않으셨죠? 아는 것에 그치지 않고 실천하는 당신이 멋집니다. 오늘 21시10분 ‘바디 체인지’ 수업에서 만나요.” 오전 10시, 에스엔에스 문자가 울린다. 지나칠 뻔한 일을 자동 발신 문자가 깨우쳐 준다. 비대면 실시간 운동 코치 플랫폼인 리트니스 앱에서 온 메시지다. 매주 지정된 시간에 진행하는 라이브 수업을 예약해두면 당일 오전에 알람 문자가 날아온다. 의욕에 차 여러 수업을 신청했더니 전신 운동부터 줌바, 요가까지 메시지가 쏟아졌다. ‘그래, 오늘은 약속을 꼭 지켜보자.’


약속된 시간에 앱을 여니 라이브 수업이 시작될 예정이라는 문구가 떴다. 재생 버튼을 눌렀다. 스마트폰 화면 왼쪽엔 트레이너가, 오른쪽엔 내 모습이 보였다. 영상 통화 방식이다. 선생님이 내가 설정한 별명인 ‘동동님’을 부르며 “안녕하세요?” 인사를 하며 손을 흔들었다. 같은 수업을 듣는 다른 사용자들이 ‘딩동’ 벨 소리와 함께 들어왔다. 선생님이 출석 체크하듯 별명을 하나씩 부르며 인사했다. 선생님에겐 수업을 듣는 모든 참여자가 보이고, 참여자들에게는 선생님과 자신의 모습만 보이는 식이었다.

한겨레

실시간 운동 코치 앱을 보며 자세를 잡고 있는 사용자. 윤동길 스튜디오어댑터 실장

시간표 맨 앞에 있는 줌바 수업이 먼저 시작됐다. “하나둘, 하나둘, 오른쪽~ 왼쪽~” 선생님이 신나는 음악에 맞춰 스텝을 밟았다. 지그재그로 가로지르는 스텝은 초심자가 따라 하기에 쉽지만은 않았다. 발이 꼬이기 시작했다. 스마트폰 화면 속에 엉거주춤 서 있는 저 자는 누구인가. 동작을 따라잡지 못하고 발이 엉킨 채 팔을 휘적거리고 있자니 민망했다. 마침 앱에 구세주 같은 기능이 있었다. 내 모습만 비치는 카메라를 끌 수 있었다. ‘일단 카메라를 끄고 잘 따라 해 본 다음에 다시 켜자.’ 그런데, 그렇게 수업에서 조심스레 이탈하자마자 긴장감이 확연히 사라졌다. 몇 발짝 따라 하다가 이내 주저앉았다. 역시 운동은 직접 동작을 보고 해야 하는 건가. 괜히 조바심이 났다.


이번에는 전신 운동 수업에 참여해봤다. 제자리뛰기 등으로 몸을 풀고 본격적인 운동이 시작됐다. 강도 높은 동작과 휴식을 번갈아하며 운동 효과를 극대화하는 타바타 운동 방식이었다. 스쾃, 팔굽혀 펴기 등이 이어졌다. “15초 남았습니다. 파이팅! 빠른님 무릎 올려주시고요. 고개 너무 숙이신 분들 계세요. 조금 당겨주시고요.” 가쁜 숨을 가다듬으며 잠깐 카메라를 끄고 싶은 충동이 들었지만, 참았다. 이전에 카메라를 껐을 때 들었던 느슨한 마음과 다르게 생동감이 확 느껴졌다. 다른 참여자의 얼굴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지만 어쩐지 함께 운동하는 듯한 기분도 들었다. 좀 더 집중하며 자세에 신경을 쓰게 됐다. 그러던 가운데 어쩐지 자세가 불안하다 싶었는데 선생님이 나를 불렀다. “동동님, 버피할 때 엉덩이가 그렇게 올라가면 안 돼요. 허리를 펴고 평평하게 유지해보세요!” 허리 근육에 힘이 쫙 들어가며 긴장이 되는 동시에 실시간으로 연결된 느낌은 더 극대화됐다.

한겨레

스마트 기기에 접속해 실시간 영상 통화를 하듯 운동 수업을 받는 사용자. 리트니스 제공

운동의 미래는 로그인 출석에서부터 시작하는 걸까. “지난 몇 년간 집에서 운동하는 것으로 추세가 바뀌고 있고, 코로나가 이를 더 가속화시켰다. 사람들은 어디에 있든 운동을 하고 싶어 하며, 그게 우리 미래다.” 미국에서 선풍적인 반응을 일으킨 개인 운동 플랫폼인 ‘토날’ 창립자인 알리 오라디는 지난달 17일 <시엔엔>(CNN)과의 인터뷰에서 스마트 운동 시장이 더욱 팽창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형 모니터에 전기 저항으로 무게 조절이 가능한 단단한 끈이 연결된 형태의 토날은 인공 지능 근력 운동 기구다. 플랫폼 토날에서 제공하는 화면을 보면서 기구를 사용해 운동하는 식이다. 아직 한국에 도입되진 않았지만 최근 약 1300억원 투자를 유치하는 등 성장세가 무섭다. 기계 구입비는 2995달러(약 350만원)다. 한 달에 구독료 49달러(약 5만7000원)를 내면 이용할 수 있다. 리트니스 앱은(월 구독료 약 5만원) 사람 선생님이 실시간으로 참여자의 자세를 코치했다면 토날은 인공지능(AI)이 사용자의 체력을 측정해 운동 강도를 조절하고 지시한다. 헬스장에서 근력 운동 기구 무게를 조절할 때처럼 원판을 갈아 끼울 필요 없이 전기 저항이 알아서 90㎏까지 무게를 조정한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는 이미 홈 피트니스 시장을 누가 더 많이 차지하느냐를 두고 경쟁이 뜨겁다. 애플은 지난 16일(현지 시각 15일) 신제품을 공개하며 애플워치와 아이폰, 아이패드 등을 연계한 ‘피트니스+(플러스)’를 발표했다. 올해 말부터 서비스할 예정인 피트니스+는 요가, 자전거 타기, 근력 운동 등의 영역에서 세계적으로 유명한 트레이너들이 수업을 진행한다. 프로그램을 실행하면 애플워치 등으로 측정한 운동량 데이터가 화면에 나타나고, 인공지능이 적합한 운동을 추천할 예정이다.


하지만 피트니스+는 아직 한국 지원 계획이 없다. 대신 국내에서 이용할 수 있는 유사한 서비스가 있다. 엘지(LG)유플러스와 카카오브이엑스(VX)가 협업해 만든 ‘스마트홈트’는 사용자가 전문 코치 프로그램을 따라 몸을 움직이면 인공지능이 자세를 인식해 실시간으로 교정해준다. 운동이 끝나면 신체 부위별 운동 시간, 소모 칼로리, 동작별 정확도 등도 분석해 내 몸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다. 요가, 근력 운동, 필라테스, 스트레칭 등 200여편 이상의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다. 손연재(리듬체조), 양치승(근력 운동), 황아영(요가) 등 영역별 유명 선수와 인기 트레이너가 수업을 진행하기도 한다. 다만 유플러스 티브이 가입자와 안드로이드 지원 기기에만 앱을 깔 수 있어 일부 스마트폰 사용자는 이용이 어렵다는 점이 아쉽다.

한겨레

스마트폰과 연결된 TV 화면에 운동 중인 사용자의 모습이 보인다. 리트니스 제공

그리고 한국에 도입되진 않았지만 이미 입소문이 넓게 퍼진 플랫폼으로 ‘펠로톤’이 있다. 홈트계의 넷플릭스라 불리는 이 플랫폼은 1895달러(약 220만원)에 22인치 터치 모니터가 달린 실내 자전거를 통해 실시간 스피닝 수업을 제공한다.(월 구독료 49달러, 약 5만7000원). 하루 20개 이상 스타 강사들의 스피닝 수업이 실시간 스트리밍 되며 구독자는 취향에 따라 음악, 운동 강도, 강사 등을 고를 수 있다.


국내에서도 유사한 홈 스피닝 바이크가 지난 3월 출시됐다. 국내 중소기업에서 개발한 홈 피트니스용 스피닝 바이크인 리본바이크를 직접 타봤다. 리본바이크는 펠로톤 축소판이라 불러도 될 정도로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했다. 15.6인치의 터치스크린 모니터를 통해 스피닝 수업을 들을 수 있다. 다만 아쉬운 점은 향후 수업 횟수를 늘려갈 예정이라지만, 실시간 수업이 주 1회로 다양하지 않은 편이다. 하지만 혼자 티브이를 보며 실내 바이크를 타는 것보다는 훨씬 체계적으로 운동할 수 있었다.

한겨레

실내 자전거에 연결된 화면을 통해 스피닝 수업을 듣는 사용자. 윤동길 스튜디오어댑터 실장

신나는 음악에 맞춰 트레이너의 지시에 따라 바퀴 저항을 늘리거나 내리며 지시하는 동작을 따라 했다. 10분도 채 되지 않아 온몸에 땀이 났다. 대부분 20분 정도의 짧은 영상으로 중간에 포기하지 않고 성취감을 맛볼 수 있게 한 점도 좋았다. 수업마다 사용자들의 운동량 데이터 순위가 매겨지는데, 열심히 달려 순위를 바꿔치우는 재미도 있었다. 실시간 수업의 현장감을 느낄 순 없었지만 매일 새로운 수업이 하나씩 업로드돼 지루하진 않았다.


운동 플랫폼 리본바이크는 월 3만2900원 구독료에 300개 이상의 스피닝 수업 콘텐츠를 제공한다. 다만 가입 기간이 48개월로 다소 긴 편이라 사용자가 부담을 느낄 것으로 보인다. 펠로톤처럼 본체를 사고(79만원) 영상을 약정에 상관없이 2만2900원에 구독하는 방법도 있다.


스마트폰 화면 앱 카테고리에 ‘운동’만 구분해 모아도 꽤 많은 앱이 쌓일 정도로 랜선으로 연결된 체육관은 성업을 이루고 있었다. 이제 홈트는 밖에서 하는 운동의 단순한 대체재가 아니라 하나의 새로운 운동장을 개척하고 있는 듯했다. 운동화 끈을 묶고 헬스장으로 달려가는 것만큼, 집에서 스마트폰이나 태블릿피시 화면을 통해 인공지능의 지시를 받으며 운동하는 게 당연한 일상이 이미 우리 곁에 도착해 있는지 모른다.


신소윤 기자 yo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