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충우돌 끝에 얻은 오롯한 낭만…도시내기의 오지살이 ‘꿀팁’

[라이프]by 한겨레

도시내기들이 알려준 오지생활 정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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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골에 달랑 집 두 채. 경북 문경에 사는 이지은 작가 가족과 지인 가족의 집. 사진 이지은(에른) 제공

영화 <리틀 포레스트>의 삶을 꿈꿨다. 하지만 현실은 비 오는 날, 오래된 집에 하루 만에 피어올라 온 곰팡이를 박멸하느라 골몰하는 날들의 연속이다. 전북 김제의 115년 된 시골집을 사 고치며 사는 이야기를 담은 유튜브 ‘오느른’ 채널을 운영하는 <문화방송>(MBC) 최별(31) 피디의 사연이다. 유유자적 부러워 보이기만 하는 ‘프로시골러’들에게도 우여곡절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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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도 도시의 쫓기는 삶이 싫어서, 코로나19 이후 북적이는 도시를 피하고 싶어서, 천정부지 치솟기만 하는 집값에 인생이 저당 잡히고 싶지 않아서 시골 혹은 오지로 스며들고 싶다면 이들의 얘기에 귀를 기울여보자. 마음은 먹었지만 집이나 땅 구하기부터, 가서 무엇을 해서 먹고 살아야 할지, 막연한 꿈을 꾸지만 어디서부터 계획을 세워야 할지 막막한 이들에게도 도움이 될 꿀팁을 전한다.


최별 피디(시골 생활 4개월차), 경북 문경 외딴 산골 생활을 웹툰과 책 <도시 소녀 귀농기>를 펴낸 작가 이지은(필명 에른, 시골 생활 5년차), 경북 봉화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이유진·송태훈 부부(시골 생활 7년차), 시골집 소개 유튜브 ‘오지는 오진다’ 채널 운영자인 정태준씨(전북 나주 출신)에게 좌충우돌 상황을 줄일, 시골살이 노하우를 전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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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별 피디가 고쳐 가며 사는 115년 된 시골집. 사진 최별 제공

Q 시골이나 오지도 가지각색, 너무 광범위한데 나에게 맞는 지역 어떻게 찾나?


A 도시와 왕래가 잦은 이는 도시로부터의 거리를 따져라. 경제적인 요건이 중요하다면 부동산 가격을 우선순위에 두자. 자연적인 환경이 중요한 이라면 산과 들, 바다 중 어디를 고를 것인가 정해야 한다. 이렇게 해서 살 지역의 범위를 좁혀보자. 여기서 유의할 점은 수도권이나 대도시와 가까울수록 땅값이 비싼데, 그렇다고 도시로부터 실제 이동 시간도 짧아지는 건 아니다. 최별 피디는 직장이 있는 서울과 가까운 강화도를 가장 먼저 고려했다가 집값 등의 이유로 수도권에서 먼 지역으로 시선을 옮겼다. 현재 터전을 잡은 김제 집은 강화도 집값의 절반 가격이었다. 그런데 차량 이동 시간은 얼추 비슷했다. 강화도는 교통 체증으로 인한 실제 이동 시간은 김제와 비슷하게 약 3시간 정도 걸렸다고 한다. 흔히 교통 오지로 불리는 경북 봉화, 강원 태백 등도 의외로 서울에서 3시간 안팎이면 도착한다.


Q 살고 싶은 지역을 정했다면, 집은 어떻게 구하나? 온라인에 올라온 부동산 매물 믿을만한가?


A 시골집이나 오지 땅 시세는 도시에서 아파트 매매가를 알아보듯 손쉽게 알아보기가 어렵다. 온라인상 정보로는 시골 빈집, 농가, 폐가 등을 싼값으로 소개하는 블로그, 유튜브 게시물 등이 있다. 온라인에 올라온 저렴한 매물 가운데 일부는 미끼 상품일 경우도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매물로 올라온 집을 보러 갔는데 정작 가면 이미 팔렸거나 없는 매물일 수도 있다는 뜻이다. 집 주변 환경에 대한 정보 또한 중요하다. 인근에서 비료나 축사 냄새가 심하게 나거나, 집 근처가 모두 폐가라서 안전이 걱정되는 경우도 있는데, 이런 정보는 직접 눈으로 봐야 확인이 가능하다. 귀농귀촌종합센터(returnfarm.com)에서는 “농가 주택의 경우 대지가 아닌 농지에 지은 집일 수 있고, 땅 주인과 건물주가 다르거나 무허가 건물인 경우도 있으므로 토지대장, 건물등기부등본, 건축물대장을 꼭 확인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가고 싶은 지역의 농촌 빈집 정비 담당자(건축과 등)에게 문의하는 것도 안전한 방법이다.


내가 살 집이기에, 전국구 발품을 피할 순 없다. 다만 집에 대한 구체적인 그림을 그렸다면 헤매는 기간을 줄일 수 있다. 최별 피디는 주변의 간섭이 적고 채광이 좋은 집을 조건으로 삼았다. 그가 구한 집은 양지바른 논 한가운데 있는 집이다. 해가 잘 드는 집, 이웃과 떨어져 있는 집, 논밭을 끼고 있는 집, 산에 있는 집 등 내가 살고 싶은 집을 상상해보자. 봉화에 사는 송태훈씨의 조언도 귀 기울일 만하다. 그는 “임대로 집을 먼저 구해 지역이 자신과 잘 맞는지 살아보면서 알아보는 게 좋다. 그러면서 시골살이도 적응이 된다. 지역에서 정보를 얻어 살 집이나 땅을 구하는 것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일부 지자체의 경우 농촌체험 등을 원하는 귀농 희망자에게 임시 거처를 제공하는 ‘귀농인의 집’을 운영하기도 하니 이를 활용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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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별 피디의 집에서 보이는 시골집 풍경. 사진 최별 제공

Q 살고 싶은 지역에 연고도 없고, 지역 공동체에 낄 자신은 더 없다면? 이럴 땐 지역 정보를 어디서 얻나?


A 문경에 사는 이지은 작가는 “헤매지 않으려면 지자체 농촌개발과 등 관련 부서에 가보라”고 권했다. 각 지역에 있는 농업기술센터, 농림축산식품부 산하 귀농·귀촌종합센터에서도 정보를 얻을 수 있다. 1년에 서너번씩 열리는 귀농·귀촌 박람회도 도움이 된다. 지자체별로 상담 부스가 있어 지역의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이지은 작가는 “청년 세대가 관심을 갖고 문의하면 어디든 엄청 환영해줄 것”이라며 귀띔하기도 했다.


Q 오래된 시골집 고치기와 내 집 짓기, 어느 쪽이 더 좋을까?


A 오래되거나 비어 있어 관리가 되지 않았던 빈집의 경우, 비용이나 투입하는 노동력 등이 집 짓는 것 이상일 수도 있다. 전남 나주에 가족 대대로 내려오는 시골집을 고치기 시작한 정태준씨는 끝없이 들어가는 수리비에 잠시 수리를 중단했다. 최별 피디의 경우 집수리비가 집값을 넘어섰다고 한다. “지금까지 굵직한 수리비가 5100만원이었다.(집 구매 비용은 4500만원) 시골집이라 완벽하게 보수가 안 되고 살면서 계속 고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집을 짓는 게 더 쉬울 수는 있었겠지만, 지붕 아래 서까래 등 오래된 집이 주는 정취가 있다. 경제적인 선택은 아니지만 새로운 경험을 해보는 것도 재밌고, 이제는 집이 살아 숨 쉰다는 느낌이 들어 좋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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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듯하진 않지만 정취 있는 전남 나주 시골집 풍경. 사진 정태준 제공

Q 전화와 인터넷이 연결 안 되는 곳, 어떻게 해결하나?


A 인터넷 연결은 어디든 가능하지만, 한편으론 도시에서처럼 콜센터에 전화해 주소만 불러주면 금방 연결되는 건 아니다. 이지은 작가의 경우 산골에 집을 지으며 인터넷 선을 연결하기 위해 집 옆에 전봇대를 새로 세워야 했다. 계약 조건도 도시에서와 달리 복잡했다. 봉화의 이유진씨도 회선 설치를 하는데 시일이 한참 걸려 한동안 전화도, 인터넷도 연결 안 된 상태로 살았다. 잠시 단절된 생활을 즐기고 싶다면 괜찮지만, 집을 얻는 순간 인터넷 설치 등을 알아보는 것이 좋다.


Q 시골살이의 어려움 가운데 하나는 지역 공동체와의 관계라고 하더라.


A 대부분의 정보가 알음알음 유통된다. 농사를 기반으로 오랜 공동체가 형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집을 내놓을 때도 “우리 집 팔려는데 누구 살 사람 없냐”며 부동산이 아닌 옆집에 물어보는 식이다. 외지인에게는 알짜배기 정보가 닿지 않기도 한다. 누구 집에 숟가락이 몇 개인지 다 아는 분위기에 적응하기 쉽지는 않지만, 협소한 공동체인 만큼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반대로 조용히 지내고 싶어 시골에 왔는데, 온갖 마을 행사에 동원되는 건 아닌가 걱정할 수도 있다. 이럴 경우 집을 마을과 적정한 거리두기가 가능한 곳으로 구하는 것도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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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시골집을 고치는 데는 비용과 노동력이 새로 집을 짓는 이상일 수도 있지만 오래된 집이 주는 정취가 있다. 사진 정태준 제공

Q 하던 일을 정리하고 왔는데, 지역에서 일자리를 구할 수 있나?


A 군청 누리집을 공략하라. 등잔 밑이 어둡다. 지역에 있으면 지인이 많아야 알음알음 정보를 얻을 것 같지만 사실 웬만한 정보는 군청 누리집에 있다. 송태훈씨는 “직업에 대해 발상을 전환한다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는 곳이 시골이다. 도시에서 했던 일을 고집하지 않고, 생계 수단이라고 생각하면 할 수 있는 일의 범위가 아주 넓다. 컴퓨터를 만지는 일부터 농사일까지, 특히 젊은 사람에게는 대부분의 일자리가 열려 있다”고 말했다.


Q 여러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오지살이 왜 좋은가?


A 이지은 작가는 “산책할 때 누구의 시선도 신경 쓰지 않을 수 있다는 게 좋다”고 말했다. 그가 사는 곳에는 이 작가의 가족을 포함해 단 두 가구만 산다. 그는 “도시는 집에 혼자 있어도 창밖의 사람, 길에서 들려오는 소음이 있지 않나. 여기서는 오롯이 혼자 있고 싶을 때 그게 가능하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최별 피디도 말했다. “풍경이 주는 힘이 아주 큰 것 같다. 일을 놓지 않았으니 밤새는 일상은 똑같고, 집안일에 텃밭 농사까지 체력적으로는 더 힘들다. 그런데 잠깐 넓은 평야 보면서 쉬거나 텃밭에 작물 자라는 것을 들여다보는, 하루 고작 20~30분밖에 되지 않는 그 시간의 힘이 엄청 크다.”


신소윤 기자 yoon@hani.co.kr 
2020.11.12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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