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 10분 제한에 “변비니 5분만 더”…갑질에 고통받는 미생들

[자동차]by 한겨레

직장갑질 119, 과도한 갑질 30건 공개

원산폭격, 폭언, 농사일 강요 등

30인 미만 중소기업·가족기업에서 발생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적용 범위 확대해야”



한겨레

<한겨레> 자료 사진.

“화장실을 팀원 중 한 명씩만 돌아가면서 가도록 규제되었습니다. 정말 급할 때는 사유를 말하고 화장실 가랍니다. 게다가 화장실 다녀오는 시간의 제한이 있어요. 10분 이상 다녀오면 안 되는데 변비라도 있으면 아주 회사 내에 변비 있으니 5분만 더 주십시오 하고 말을 해야 허락을 해줍니다. 화장실에서 배 아파서 12분 걸린 직원은 혼나고, 다른 직원이 가 있는데 급해서 화장실이라고 메신저에 치고 화장실 가면 두 명 갔다고 뭐라고 합니다.”(직장인 ㄱ씨)


“회사에서 밥을 시켜서 먹는다는 이유로 설거지·감자 삶기·옥수수 삶기 등 요리도 시켰습니다. 점심시간 전에는 혼자서 텃밭에 가서 상추를 뜯어 와서 씻어야 했습니다. (…) ‘너는 머리가 모자라니? 어디서 말을 그따위로 배워먹고 자랐냐, 네가 사장하지’라며 휴대폰을 집어 던지려고 한 적도 있습니다.” (직장인 ㄴ씨)

이 사례들은 올해 7월1일부터 11월20일까지 시민단체 ‘직장갑질 119’에 접수된 이메일 제보 중 일부다. ‘직장갑질 119’는 해당 기간 1001건의 갑질 제보를 받았고, 이중 제보자의 신원이 확인됐고 실제 일어났던 갑질 30건을 22일 공개했다. 모두 30인 미만 중소기업 및 가족기업에서 일어난 일이었다.

이날 공개된 30건의 제보에는 여전히 폭행·강요·사적용무·모욕 등에 시달리는 현장의 ‘미생’들이 있었다. 가족이 운영하는 회사에 다닌다는 직장인 ㄷ씨는 사무장의 갑질이 너무 괴로워 대표에게 이야기한 뒤 사무장으로부터 “너 한 대 패버리고 싶다”는 욕설을 들어야 했다. 식당에 다른 손님들이 있는데도 머리를 박아야 하는(원산폭격) 경우도 있고, 대표로부터 “다들 목줄을 채워서 근무시켜야 하냐”같은 모욕적인 말을 듣는 직장인들도 있었다.


‘직장갑질 119’는 이외에도 △“천연두 걸린 피부 같다” 외모 비하 △회식 자리에서 소주병 깨고 주먹질 △밤마다 술 마시자고 연락 △성경 암송과 예배 참석 강요 △후원금 티켓 강매 △가족 가게 청소 강요 △출퇴근 셔틀 등의 제보가 접수됐다고 밝혔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은 시행된 지 1년4개월이 지났지만, 원청회사의 하청직원 갑질과 5인 미만 사업장 등은 대상에서 제외되는 등 적용 범위가 좁아 ‘반쪽짜리 금지법’이라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에 여야 의원 15명이 총 15건의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개정안은 공통으로 △법 적용 범위 확대 △처벌조항 신설 △노동청 신고 확대 등을 담고 있다.


‘직장갑질 119’는 조속한 법 개정을 촉구했다. 권두섭 직장갑질119 대표는 “여당 국회의원들이 법 개정안을 발의했는데도 정부·여당이 법안 처리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며 “구멍이 숭숭 뚫린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은 올해 반드시 개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직장갑질 119가 공개한 2020년 하반기 직장갑질 주요 사례


1. [폭언] 목줄을 채워서 근무시켜야 하냐? (2020년 7월)


대표가 기분이 좋으면 관계가 나쁘지 않았다가 기분이 안 좋거나 한번 찍히면 계속 관계가 좋지 않게 대합니다. 일주일에 2~3번 직원들에게 폭언을 합니다. 한 번은 전 직원에게 “다들 목줄을 채워서 근무시켜야 하냐”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어느 날엔 정색하면서 “좋은 말 할 때 잘 알아들어. 왜 대답 안 해?”라고 소리를 쳤습니다. 화가 나면 “어디서 말 대꾸 하냐고, 조용히 해”라며 직원들 다 있는 곳에서 소리를 지릅니다.


새벽에 출근해 보고서를 올려놓지 않았다고 소리 지르고, 결재에 오타 하나 났다고 수정해서 다시 결재를 올리라고 하고, 오타를 못 찾았다고 망신 주고, 정말 미치겠습니다. 현재 정신과 진료를 받고 있습니다. 잠도 안 오고. 가슴이 터질 것 같습니다. 이러다가 제가 죽을 것 같은데 어떻게 해야 하나요?


2. [폭언] 사람을 던질 수 없어서 볼펜을 던졌대요 (2020년 7월)


상사가 말끝마다 모욕과 폭언을 합니다. 가족과 같이 살고 있는데 “아직도 가족과 함께 살아? 내 동생이었으면 패서라도 내보냈을 건데”라고 말했습니다. 집이 없다고 “거지 년”이라는 소리까지 들었습니다. 하루는 근무하고 있는데 질문을 했더니 어디서 말대꾸를 하느냐며 볼펜을 집어던지면서 사람을 집어던질 수 없어서 볼펜을 던졌다고 했습니다.


3. [모욕] 천연두에 걸린 피부래요 (2020년 7월)


과중한 업무강도와 스트레스 때문에 신체적, 심적 스트레스도 큰데, 가장 큰 스트레스는 사장님의 갑질입니다. 무엇보다 외모지적도 심합니다. 저보고 “니가 이 동네에서 덩치가 가장 크다”고 놀리고, 얼굴에 뭐가 나니 “천연두에 걸린 피부 같다”고 외모를 비하합니다.


출근 전, 퇴근 후, 주말까지 사적인 연락을 해서 일을 시킵니다. 여자는 결혼하면 그만둬야지라는 말을 버릇처럼 합니다. 너무 고통스럽고 힘든데, 5인 미만 사업장의 경우 직장 내 괴롭힘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건 알고 있지만, 신고해서 처벌받을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 알고 싶습니다.


4. [폭행] 한 대 패버릴까 하더니 물건을 던졌어요 (2020년 7월)


가족이 운영하는 회사에 다니고 있습니다. 대표님과 사무장님이 가족입니다. 사무장님의 갑질이 너무 괴로워서 대표님께 상의를 드렸는데, 사무장님이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오더니 소리를 지르면서 “내가 너 오늘 한대 확 패버릴까, 너 한대 확 패버리고 싶다”고 욕설을 퍼부었습니다. 그러더니 갑자기 탁상 달력을 던져 몸에 맞았습니다.


5. [감시] 자꾸 자리를 비우더라 (2020년 7월)


대표가 사무실 곳곳에 CCTV를 설치해놓았습니다. CCTV를 확인 후 캡쳐해서 직원들이 있는 단체방에 사진을 계속 올립니다. 어디 갔는지, 뭐하는지, 혼을 낼 때마다 “내가 하루 종일 CCTV를 봤는데 자꾸 자리를 비우더라”고 말합니다. CCTV 감시는 불법이 아닌가요?


6. [잡무] 카톡 프로필 바꾸고 잡일만 시켜요 (2020년 7월)


사무실에 전 직원이 다 있는 공간에서 상사가 "업무용 카카오톡 이름(프로필명)을 이모티콘으로 해놓는 사람이 어디 있냐, 당장 바꿔라" 등의 격양된 업무지시를 받았습니다. 이후에 사무실 전 직원에게 업무용 카톡 이름으로 저장하라고 업무지시를 했습니다. 상사는 평소에도 마음에 들지 않으면 소리를 지르며 일을 시켰고, 탕비실 정리, 커피 접대, 사무실 청소 등 업무와 무관한 업무지시를 저에게만 시켰습니다.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사표를 냈는데, 퇴사하면 괴롭힘으로 신고할 수 없나요?


7. [성희롱] 밤마다 카톡해 술 마시재요 (2020년 7월)


대표는 여직원에게 수시로 퇴근시간 후에 개인적으로 카톡을 보냈으며, 밤에도 연락하여 같이 술 한잔 마시자, 어디냐 친구랑 있냐 같이 술 마시자며 업무 외 개인적인 만남을 요구했습니다. 여직원이 이에 대해 불응하면서 집에서 쉬고 있다 나갈 수 없다라는 식으로 거절하면 못 믿겠다며 추가적으로 계속 요구하였습니다.


8. [잡무] 매년 옥수수 농사일을 시켜요 (2020년 7월)


매년 봄이면 옥수수밭 작업을 합니다. 업무시간을 포함한 조기출근을 하여 아침 6시부터 작업이 진행됩니다. 작업에 동원되는 직원들은 장애인을 돌보거나 사무실 일을 해야 되는 직책이지만 업무는 배제하고 옥수수밭 작업에 전념해야 합니다. 업무 외적인 옥수수작업이나 김장철엔 배추작업과 김장까지 직원들에게 지시하였으며, 옥수수 추수 땐 물건 강매까지 강요하였습니다.


9. [폭행] 컵을 깨고, 책상 파티션을 발로 차요 (2020년 7월)


사장님이 제가 실수한 상황에 대해서 화가 나셔서 욕설을 하시면서 들고 있던 컵을 깨뜨리고, 제 책상의 파티션을 발로 차고 저를 위협하듯 다가와서 어깨를 손가락으로 미는 행위. 계속해서 폭언을 하셨구요. 주변에 직원 두 분이 계셨는데 두 분 다 너무 놀라셔서 가만히 저희를 지켜보다가 사장님이 저를 때릴 듯이 행동하시니까 남자직원분이 사장님을 말리셨습니다.


10. [사적용무] 상사가 본인 유튜브 채널을 꾸며달래요 (2020년 7월)


상사가 유튜브 채널을 만들어 직원들에게 광고내 달라며 지시를 합니다. 유튜브를 꾸미는데 퇴근후 부하직원을 데리고 피시방에서 몇 시간에 걸쳐 작업을 했습니다. 그리고 다른 직원들에게는 영상들을 찍어 보내달라고 강요하고, 이를 본인 유튜브 채널에 업로드하는데 이용하고 있습니다.


11. [시말서] 시말서 10장 계속 쓰래요 (2020년 8월)


대표가 자진퇴사를 강요하고 있습니다. 제가 일을 깜빡하면 "미안한 말이지만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 같다.", "조직에 폐 끼치지 말고 너가 스스로 책임을 져라."고 하고 지속적으로 시말서를 강요합니다. 제 업무 실수에 대해 책임을 지라며 자진 퇴사를 강요해서 절차대로 해달라고 했더니 “내가 너 못 잘라서 안 자른 줄 아냐.”, “시말서 10장이고 계속 써라. 그거 모아서 인사위원회 열어주겠다.”며 협박합니다.


12. [종교강요] 상사가 성경암송을 강요합니다 (2020년 8월)


제가 회사 일로 힘들어하고, 불안해하자 상사가 불안에 떠는 것은 마귀가 좋아하는 일이라며 매일 아침마다 성경 구절을 보내주고 외워서 본인에게 검사를 맡고 가라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처음에는 농담인 줄 알았는데 다음날 검사를 안 맡고 갔다고 톡이 오는 것을 보고 이 사람 진심이구나를 알았습니다.


13. [강요] 코로나는 나약한 사람들이나 걸린대요 (2020년 8월)


사장이 같은 아파트에서 확진자 발생하여 회사에 못 나갈 것 같다는 직원에게 “코로나는 나약한 사람들이나 걸리는 것”이라며 폭언을 합니다. 성희롱이나 갑질도 심해 신고했더니 “너네가 너무 예민한 거 같다, 친근한 의미로 그런 것일 텐데 좀 좋게 봐 주면 안 되냐”고 합니다.


사장이 달력을 뜯어놓지 않았다고, 커피를 내려놓지 않았다고 전 직원에게 “주어진 일만 할 거면 회사 왜 다니냐”며 욕을 했습니다.


14. [감시] 재택근무자 모니터에 캠설치를 하래요 (2020년 8월)


회사에서 재택근무자들에게 모니터 위 캠 설치를 하랍니다. 직원들이 점심시간에도 캠 화면을 멀뚱히 보면서 감시할 것이냐고 항의하니 회사에서는 “다른 사람이 집에 와서 회사 정보를 볼 수 있기 때문에 회사 정보 유출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하더군요. 사실 저희가 하는 업무 특성상 전산화면에서 누가 조회하는지 다 확인이 됩니다. 사실 캠은 직원 감시용으로 설치하는 거예요.


15. [회식] 뛰어가서 담배 사오래요 (2020년 9월)


회식자리에서 술을 먹지 않는다는 이유로 모욕을 주고 있습니다. “너는 술 안 먹어서 심심하니까 뛰어가서 담배 좀 사와라.”라고 시키고요. “너는 우리 먹은 거나 치우고 있어라.”라며 비아냥거립니다.


16. [강요] 출퇴근 셔틀을 시켜요 (2020년 9월)


현재 회사까지 자차를 이용하여 출퇴근을 하고 있습니다. 이러면서 직원들을 태우고 가는데 이에 대한 기름 값을 전혀 지급 받은 적이 없습니다. 또한 업무 중에도 원청 직원들이 어디를 가야 한다고 하면 제 차로 이동하고요. 심지어 장을 보러 갈 때도 회사 차가 아니라 제 차를 끌고 가야 합니다.


17. [종교강요] 예배 참석을 강요해요 (2020년 9월)


시설장의 갑질이 심합니다. 시설 내에 에어컨을 설치하느라 많은 비용이 들었으니 월급을 미뤄도 되느냐고 물었고 직원들이 대화해본 결과 월급이 미뤄지는 것에 대해 힘들것같다고 말했더니 "선생님들이 어떤 식으로 나오나 테스트해본 것"이라고 했습니다. 원장이 목사직을 겸해서 업무 중에 예배를 보는데 어머니는 종교가 다름을 미리 알렸고 예배에는 항상 참석을 했습니다.


18. [사적용무] 상사 가족 가게 청소를 시켜요 (2020년 10월)


상사가 본인 마음 내키는 대로 행동합니다. 직원들에게 너희들이 해준 것이 무엇이 있냐며 일정 금액을 내라고 상납을 강요하였고, 명절 때에는 본인도 더 위 상사에게 상납을 합니다. 직원들은 그 사람 집에 가서 집안일을 해주고, 그 분의 가족이 일하는 가게에 매일 가서 밤마다 청소를 해주고 있습니다. 이 외에도 직원들에게 술 사라. 밥 사라 강요합니다.


19. [강요] 돈을 빌려달라고 안 갚아요 (2020년 10월)


처음에는 한 두달 안에 갚아준다는 말로 돈을 빌려 가더니 그 이후로 돈을 갚기는커녕 지속적으로 돈을 계속 빌려 갔습니다. 얼마 전에는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서 돈을 빌려달라고까지 해서 제가 대출을 받아 돈을 빌려준 적도 있습니다. 1년 넘게 빌려준 돈을 단 한 푼도 받지 못한 상황입니다.


20. [사적용무] 상사 가족사진 촬영소까지 골라줘야 해요 (2020년 11월)


상사의 개인적 업무 강요, 성희롱과 비아냥거림이 너무 심합니다. 가족 선물을 골라달라고 하고, 가족사진 스튜디오 촬영소를 골라달라고 합니다. 상사 개인 물건 수선이며, 본인이 먹고 싶은 음식점을 골라달라고 합니다. 개인적 업무는 자제해 달라고 하니 그러면 회사에서는 회사 일만 하라며, 화장실도 가지 말래요.


장필수 기자 feel@hani.co.kr
2020.11.24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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