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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이프 ]

철없는 ‘아재’, 목공 놀이에 빠지다

by한겨레

어린 시절 즐겼던 프라모델 그리워

중년에 빠진 목공, 그때와 유사해

누구나 쉽게 시작할 수 있는 목공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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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를 만져 뭔가를 만든다는 건 특별한 경험이다. 생각보다 쉽고, 안전하며, 실용적이다. 목공은 누구나 도전할 수 있는 즐거운 취미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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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손으로 어떤 물건을 만들어 본 게 언제였던가? 어릴 때는 프라모델 조립을 즐겼다. 군인 출신이 대통령이던 시절이다. 그때는 ‘조립식’이라고 불렀다. 작은 책장은 아카데미, 타미야, 반다이 등의 브랜드에서 출시한 탱크나 로봇, 자동차, 전투기 등으로 빼곡하게 들어찼다. 손으로 돌려 움직이는, 작은 기어박스가 들어간 ‘조이드’ 장난감을 기억하는가. 기계화된 공룡이나 사자 같은 맹수 로봇의 관절이 딱딱 들어맞아 “기이이잉” 기어 소리를 내며 움직일 때 느꼈던 짜릿한 희열을 너무 오래 잊고 있었던 건 아닌가. 어느 날 학교에서 돌아와 보니 책장은 부모님의 손에 의해 말끔히 치워져 있었다. 이불에 들어가 한 시간쯤 울었던 것 같다.


‘조립식’에 죽고 못 살던 소년은, 두 아들의 아빠가 됐지만, 다행히도(!) 여전히 철은 들지 않았다. 그리고 여전히 뭔가를 사부작사부작 만들어 볼 수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 바로 ‘목공’의 세계다. 가장 큰 차이라면, ‘실용성’에 있겠다. 작은 인테리어 소품이나 가구든, 마당이나 테라스에서 사용하기 위한 물건이든 ‘일상생활에 사용 가능한’ 물건을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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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호균 객원기자가 하루 반나절 목공 교육을 받고 직접 제작한 택배함을 집 대문 앞에 놓고 포즈를 취했다. 송호균 객원기자 제공​

나무를 만지는 일을 배우기 시작하면서, 새로운 사실도 느끼게 됐다. 전에는 아무리 좋은 원목이든 뭐든 가구는 그저 공간을 채운 물건일 뿐이었다. 하지만 목공을 배우면서부터 달라졌다. 목재는, 나무는, 그게 아니었다. 무르고, 부드럽고, 축축하고, 예민했다. 생명이었다. 그리고 소중한 우리 가족의 손때를 타면서 무르익고, 서서히 낡아 사라질 그 무엇이었다. 딱딱하고, 거칠고, 메마른 금속제 물건과는 전혀 달랐다. 그동안 별로 생각해보지 않았던 나무의 ‘물성(物性)’을 목공을 배우며 곱씹어보게 됐다.


설계부터 자제 구입, 밑 손질과 조립, 그리고 마무리 작업까지 구석구석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는 물건을 직접 만든다는 건 매우 특별한 경험이다. 그리고 그런 물건이 나의, 우리 가족의 공간에 자리를 잡는 순간 그 공간에 대한 애착의 강도가 달라진다. 게다가 목공은 당신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쉽다. 기자도 단 하루 만에 택배함을 뚝딱뚝딱 만들었다. 작은 소품이나 가구 제작을 배울 수 있는 목공방은, 당신의 생활공간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전문가의 도움으로 약간의 교육을 받으면 당신은 ‘목수’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시작은? 물론 당신의 머릿속이다. 일단은 공구든 뭐든 아무것도 없어도 된다. 집 안을 둘러보자. 무엇이 필요한가? 떠올랐다면, 종이에 그림을 그려보자. 완성도는 중요하지 않다. 애매하거나 잘 판단이 서지 않는 부분은 과감히 생략해도 된다. 그리고 그 종이 한장을 들고, 가까운 목공방을 찾아보자. 이번 이야기도, 바로 여기에서부터 시작한다.


[ESC] ‘내쓸내만’ 직접 만든 가구, 즐거움이 몇 배

최근 주택살이 도전해

필요한 살림 직접 만들기로 결심

첫 번째 택배함 목공에 도전

저비용, 5시간 만에 완성

가족이 쓸 생각에 행복이 쑥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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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재의 표면을 부드럽게 갈아내는 샌딩 작업. 송호균 객원기자 제공

일주일 전 주택으로 이사를 했다. 아파트를 옮겨 다녔던 결혼생활 11년 만에 부부가 처음으로 주택살이에 도전했다. 전세지만 가슴이 뛰었다. 뭔가 필요한 살림이 많아졌다. 그중 하나가 현관에 설치할 택배함이었다. “당신이 한번 만들어 보면 어때?” 아내가 무심코 툭 던진 그 말에, 머릿속에 종이 울렸다. “정답!”


호기롭게 외쳤으나, 당장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했다. 경험도 거의 없는 상황에서, 갑자기 목제 택배함을 만든다고? 도움이 필요했다. 집 근처 목공방을 검색해 연락해 봤다. 초보자도 교육을 겸해 필요한 물건을 만드는 게 그리 어렵지 않고, 또 흔한 일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일단 안심은 됐다.


아이들이 잠든 뒤 텅 빈 부엌에 앉아 수첩을 폈다. 대강의 스케치라도 미리 해둘 요량이었다. 기저귀 상자 등 크기가 큰 택배도 있으므로, 가로 길이가 1000㎜는 되어야 했다. 야외에 놓고 쓸 물건이므로, 상판이 비스듬한 각도를 이뤄 자연스럽게 빗물 등이 떨어지도록 하고 싶었다. 내부로 빗물이 들어오지 않도록, 상판이 앞·뒤·옆판의 면적보다 약간 커야 할 것 같았다. 자도 없이 삐뚤삐뚤 수첩에 그린 그림이 대충 택배함의 모양을 갖추긴 했다. 다리와 손잡이, 경첩의 위치도 적당히 잡아봤다. 설레는 마음을 뒤로하고 애써 잠을 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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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첩에 대충 그린 그림과 전문가의 손에 의해 탄생한 도면은 천지 차이였다. 송호균 객원기자 제공

“아이고, 그래도 도면을 생각해 오셨네요! 잘하셨어요.” 목공방 ‘레진우드’ 정영선(40) 사장이 따뜻한 격려를 건넸다. 정씨는 취미로 목공을 배우다가 4년 전, 본격적으로 공방을 차려 목수가 됐다. 그는 초보자를 대상으로 한 정기적인 교육을 하고, 가구와 소품 등의 완성품을 판매하는 매장도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대충 수첩에 쓱쓱 그려낸 도면이었지만, 아무것도 없는 것보다는 낫다는 얘기다. 대략의 도안을 들고 오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천지차이라고 했다. “이 정도면 한나절이면 만들죠. 걱정하지 마세요.” 아니, 한 번도 목공을 해보지 않는 내가, 그렇게 쉽게 완성품을 만들 수 있다고? 그렇다고 했다. 물론 숙련자의 도움은 필요하다. 목재를 규격대로 정확히 자르는 ‘트랙쏘’나 ‘테이블쏘’ 등의 전문 장비는 특히 그렇다. 그런 장비를 다루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공부가 된다고 했다. 한두달 정도 교육을 받으면, 혼자서도 각종 장비를 다룰 수 있단다. 일단 자재를 주문하고, 다음 날인 11일께 다시 만나기로 했다. 그래도 너무 허접한 재료를 쓰고 싶지는 않아서, 표면을 자작나무로 처리한 고급 합판을 골랐다. 얇은 나무 여려 겹을 붙여 만든 합판은 뒤틀리고 휘어지는 성격이 강한 나무의 성질을 죽여 잘 썩거나 변형되지 않는 목재의 일종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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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호균 객원기자가 택배함 제작에 사용할 목재에 재단선을 긋고 있다. 송호균 객원기자 제공

“여기 도면 좀 확인해 보시죠.” 정씨가 가리킨 모니터 화면을 보고, 살짝 눈물이 날 뻔했다. 머릿속에만 수십번 만들었다 부수었다, 다시 만들었던 그 택배함이 바로 거기에 있었다. 머릿속에만 있던 그 물건과 기자가 미리 수첩에 끄적거렸던 도면과는 차이가 어마어마하다는 사실을 극적으로 깨닫게 됐다. 그리고 정씨가 보여준 도면은 그 차이를 단숨에 ‘0’으로 만든 기적의 산물이었다. ‘스케치업’이라고 하는, 목수나 디자이너들이 사용하는 도면 제작 전용 프로그램을 활용한 것이라고 했다. 각각의 치수와 각도 등도 표기된다. 목공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필수인 프로그램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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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릴 프레스를 이용하면 원하는 위치에 정확한 크기의 구멍을 뚫을 수 있다. 송호균 객원기자 제공

완성된 도면에 따라 자재를 잘랐다. 자재를 자르는 작업은 정씨가 주로 하고, 기자는 조수 역할을 했다. 안전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다. 첫술에 배부를 수야 없는 일이었다. 꼭 제대로 된 교육을 받아 이러저러한 공구를 자유자재로 다루는 수준이 되어야지. 부푼 꿈을 속으로만 눌러 삼키며 정씨가 시키는 대로 목재를 다듬었다. 잘린 합판의 표면을 갈아내는 샌딩(사포를 두른 룰러로 직물 등의 표면을 부드럽게 하는 가공) 작업은 직접 했다. 자재를 모두 자르고, 아래 판에는 오염물이나 빗물이 빠지도록 드릴프레스를 이용해 구멍 6곳을 뚫었다. 적은 힘으로도, 18㎜ 두께의 합판에 정확한 구멍이 생겼다. 피스(금속제 볼트)를 박을 자리를 표시하고, 전동 드릴을 이용해 못자리에도 구멍을 뚫었다. 재단이나 샌딩보다, 조립은 더 즐거웠다. “드릴로 피스를 박을 때 정확하게 수직을 유지하고 강한 힘으로 눌러 줘야 단단하게 고정이 됩니다.” 모든 단계마다, 정씨의 조언과 시범은 적재적소에 이뤄졌다. 목재 전용 본드로 각 부분을 결합하고, 미리 잡아둔 위치에 피스를 박아 고정했다. 못자리에는 작은 원통형의 목재를 박고, 남은 부분을 톱으로 잘라내 밖에서 보이지 않도록 했다. 다리를 달고, 상판에는 경첩과 손잡이까지 부착했다. 한장의 커다란 합판이, 기자가 상상했던 택배함의 모습을 갖췄다. 마지막으로 사포질을 통해 날카로운 모서리 등을 모두 둥글게 다듬었다. 일상에서 사용하기에도 날카로운 부분이 없는 편이 낫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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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립 과정에서 세세한 곳까지 갈아내 날카로운 부분이 없도록 했다. 송호균 객원기자 제공

습기로부터 표면을 보호하기 위해 오일스테인(유성 착색제)을 칠하는 작업은 집에서 따로 하기로 했다. 칠을 마치고 나면, 부엌의 수납장 등에 많이 쓰는 완충 장치(쇼바)를 달아 쉽게 여닫을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택배함이라는 걸 어떻게 표기할까 고민했는데, 기자가 교육을 받는 사이 자신이 쓸 컴퓨터 테이블을 만들고 있던, 광고디자인 업체 이형석(40) 대표가 도움을 주기로 했다. 정씨에게 목공을 배웠다는 이씨는 보기에도 능숙하게 각종 공구를 다루며 나무를 만졌다. 부러웠다. 몇 년 경력이나 되었을까. 놀랍게도, 한 달밖에 안 됐다고 한다. 그래도 자신이 필요한 물건을 척척 잘도 만들어낸다. 문구는 “택배함마씸!” 마씸은 기자가 사는 이곳 제주말로 “~이다” 정도로 해석되는 사투리다.


놀랍게도, 택배함은 완성됐다. 아침 10시부터 시작한 작업이었는데 교육 시간을 고려해도 5시간 정도밖에 걸리지 않았다. 아내가 가장 놀라워했다. “우리가 생각한 완성도가 아니지 않나? 상상 이상이네.” 그랬다. 손에 걸리는 부분 하나 없이, 날카롭거나 거칠지도 않은 묵직한 택배함은 집밖에 놓고 쓰기 아까울 정도였다. 비용은 모두 20만원이 들었다. 교육비가 포함된 비용이다. 자작나무 합판이 아니라 저가의 합판을 사용했다면 절반 정도밖에 들지 않았을 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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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한 택배함을 사이에 두고 선 송호균 객원기자(사진 왼쪽)와 ‘레진우드’ 정영선 사장. 송호균 객원기자 제공

세상에나. 이게 되는구나. 되는 일이었구나. 일상생활에서 필요한 물건을, 직접 만들고 또 그 과정을 배우는 것이 이렇게 즐거운 일이었구나. 정씨가 덧붙였다. “그게 바로 목공의 매력입니다. 상상했던 물건을 스스로 만들고, 또 그 물건을 가족들과 함께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다는 건 특별한 경험이죠.”


다음엔 뭐가 필요하지. 머릿속이 바쁘게 돌아갔다. 야외 덱(데크)에 계단이 없어 불편했는데, 계단을 우선 짜서 넣어야겠다. 나중에 목공이 익숙해지면, 아이들을 위한 책장과 독서 의자도 만들어볼까. 아, 뒷마당에 작은 창고를 세워보면 어떨까. 즐거운 상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뚝딱뚝딱, 행복을 짓는 소리가 있다면 이런 게 아닐까.


[ESC] 낡은 가구, 칠부터 해보세요

목공 배움터들 다양해

동네 목공방부터 찾아가 보길

각종 유튜브 채널도 참고할 만

산림청 운영 ‘목재문화체험장’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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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자와 연필은 목수가 언제나 손에서 놓지 못하는 필수품이다. 게티이미지뱅크

목공을 배우고 싶다. 그런데 무엇부터 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래도 괜찮다.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면 된다. 서울이나 경기권만 해도, 취미로 목공을 배우고자 하는 초보자들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목공방은 차고 넘친다. 우선 집에서 가까운 곳을 찾아보는 게 좋겠다. 교육 과정이나 내용도 본인의 상황이나 필요에 맞게 선택할 수 있다. 서울 성동구 왕십리에 위치한 ‘와플목공방’에서는 하루·한 달·네 달짜리 교육 프로그램을 각각 운영하고 있다. 하루짜리 교육은 주방에서 사용하는 도마 등 간단한 소품을 만들어보는 체험 프로그램이다. 한 달 혹은 네 달짜리 교육은 도면 제작법과 공구 사용법, 재료를 다듬고 조립하기까지 모든 과정을 배울 수 있다. 평일반은 하루 3시간씩 주 2회, 주말반은 5시간씩 1회 교육한다. 교육비는 한달이 30만원, 넉달이 180만원이라고 한다. 취미 목공반의 수강비는 공방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대체로 비슷한 수준이다. 목공이 남성만의 전유물이라고? 그렇지 않다. 이 공방의 수강생은 6대 4 정도 여성이 더 많다고 한다. 힘보다는 꼼꼼한 집중력이 더 필요한 일이기에, 오히려 여성이 유리하기도 하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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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범석 가구’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Kobeomsuk furniture)에서 선보인 티브이장. 해당 영상은 조회수 196만회를 기록했다. 유튜브 화면 갈무리

와플목공방을 운영하는 오사갑(43)씨가 설명하는 목공의 매력은 바로 ‘비움’이다. “현대인들은 워낙 스트레스를 많이 받잖아요. 자신이 생각하는 무엇인가를 나무라는 재료를 통해 표현했을 때 주는 쾌감이 우선 있겠지만, 그 과정에서 복잡한 머릿속을 깨끗하게 비워나갈 수 있다는 게 목공의 가장 큰 매력인 것 같아요.”


‘목공’은 생각보다 훨씬 가까운 곳에 있다. 현재는 방역수칙 강화에 따라 문을 열지 않고 있지만, 산림청은 각 지자체와 함께 지역별 ‘목재문화체험장’을 운영한다. 서울에선 도봉구, 경기권에선 인천대공원과 용인 등에 체험장이 있으며 전국적으로는 모두 50곳에 이른다. 불과 2~3만원대 비용만으로도 개인과 단체가 나무를 이용해 소품을 제작하는 프로그램을 이용해볼 수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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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버 ‘목수랑’이 제작한 도마. 유튜브 화면 갈무리

사단법인 ‘한국DIY가구공방협회’ 회장이자 ‘내디내만목공학원’ 대표인 오진경(50)씨는 “나무야말로 인류가 사용해 온 가장 오래되고 친근한, 그야말로 완벽한 소재”라고 설명한다. “구석기, 청동기, 철기가 있잖아요. 그런데 목기는 없어요. 인류의 발전 단계에서 지금까지도 끊임없이 사용되어 온 재료가 바로 나무입니다. 게다가 유일하게 지표면에서, 자연 상태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 아니겠어요? 금속에 견줘 가공성도 월등하고, 저렴하고, 친환경적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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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양평에 거주하는 전준태씨가 손수 만든 나무 덱(데크). 사진 전준태 제공

일정한 교육을 통해 어느 정도 경험을 쌓았다면, 그 자체가 귀중한 자산이 된다. 경기도 양평에 사는 전준태(73)씨는 지금 사는 주택으로 이사하면서 근처 목공소에 무작정 찾아가 목공을 배웠다고 한다. 벌써 8년 전의 일이란다. 하루가 멀다고 나무를 다루는 목수의 손길을 어깨너머로 지켜보고, 때로는 일을 돕기도 하고, 또 목공의 전 과정을 따로 배우기도 했다. “세달 정도는 목공소에서 배웠어요. 그리고 나니까 자신감이 붙더라고요. 그 뒤로는 필요한 물건은 집에서 혼자 만들어낼 정도는 됩니다. 하하하!” 거창한 공구까지 모두 구비하지는 않았다. 나사못(피스)을 박기 위한 전동 드릴과 소형 전통 톱, 끌과 대패 정도를 마련했다. 나머지는 망치와 톱 등 일반적인 가정에 갖춰져 있는 공구면 된다. 큰 자재를 다듬을 때는 목재를 주문한 목공소에서 해결했다고 한다. 집에서 뚝딱뚝딱 필요한 물건을 만들었다. 그동안 전씨가 제작한 물건은 야외 덱(데크)부터 평상, 원형 야외테이블과 의자, 우편함, 개집, 거실에서 사용하는 티브이장까지 다양하다고 한다. “물론 필요한 물건들을 돈을 주고 구입하는 것과 비용적인 면에서는 큰 차이가 없을 거예요. 때로는 애물단지가 되기도 하니까 잘 생각하면서 나무를 만져야죠. 그래도 가장 보람 있는 부분은 바로 성취감이라고 생각해요. 내가 디자인해서 만든 물건은,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것이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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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양평에 거주하는 전준태씨가 손수 만든 나무 야외 테이블. 사진 전준태 제공

유튜브를 검색하면, 초보자가 참고할 만한 영상 자료가 차고 넘친다. 그 외에도, 전문적인 장인들의 작업을 멍하게 지켜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되기도 한다. 고급 목재 가구를 만드는 업체인 ‘고범석 가구’는 유튜브 채널(Kobeomsuk furniture)을 운영하는데, 나무를 이용해 제작하는 고급스러운 목재 가구의 ‘끝판왕’이라고 할 만하다. 특히 원목 껍질의 부드러운 곡선을 살린 티브이장 제작 영상은 조회수 196만회를 기록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유튜버 ‘목수랑 Moksurang’은 주로 도마를 제작하는 과정을 보여주는데, 목재를 다듬고 붙이고 자르고 가공하는 과정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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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서씨가 2018년 펴낸 <우리집에 딱 맞는 수납가구 만들기>에 수록된 ‘인출식 수납형 식탁’. 사진 영진닷컴 제공

참고할 만한 도서도 많다. 네이버 블로그 ‘뚝딱리폼 DIY 주는 사랑의 작은 변화’를 운영하는 파워블로거 최영서씨가 2018년 펴낸 <우리집에 딱 맞는 수납가구 만들기>는 독학으로 목공을 배우려면, 우선 집에 있는 작은 소품이나 가구의 ‘페인트칠’부터 시작해 보라고 조언한다. 집에 있는 오래된 가구들의 색을 달리 칠하며 목공에 대한 관심과 자신감을 채워보라는 거다. 그 이후에는 기성품으로 나와 있는, 미리 재단이 되어 조립만 하면 되는 디아이와이(DIY) 반제품을 만들어 보는 식으로 점차 목공의 경험을 넓힐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최씨는 초보자들이 가장 염두에 둬야 하는 포인트로 ‘목재의 선택’을 든다. 휘는 성격이 강한 나무와, 그렇지 않은 나무의 성질에 따라 상황에 맞는 목재를 써야 한다는 거다. 이 책에는 ‘튼튼하고 큰 가구들은 하드우드에 속하는 미송 집성목을 사용하고, 작은 소품이나 가구는 삼나무 정도를 사용하면 무난하다’는 식의 팁이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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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서씨가 2018년 펴낸 <우리집에 딱 맞는 수납가구 만들기>에 수록된 ‘이동식 수납형 베드 테이블’. 사진 영진닷컴 제공

오진경씨가 2016년 펴낸 <내가 디자인하고 내가 만드는 가구, 목공 DIY>는 입문자부터 중급자까지를 위한 생활 가구 30가지의 도면과 제작 과정을 상세한 사진 설명과 함께 수록했다. 목공작업을 위한 37가지의 유용한 팁도 담았다. 일본의 격월간 라이프 매거진 <두파!>가 펴낸 <간단 목공작품 100>에도 다양한 목제용품의 도면과 재단표를 참고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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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호균 기자가 5시간 만에 만든 목제 택배함 ‘택배함마씸!’. 송호균 객원기자

송호균 객원기자 gothrough@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