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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 ]

[ESC] 출발! 국내로 떠나는 ‘해외여행’

by한겨레

‘해외여행에 대한 향수’라는 역설


코로나19 잠잠해지면 갈 만한


국내 이국적인 여행지를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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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 가고 싶어서 병나겠다.” 최근 소셜 미디어(SNS)와 주변에서 심심찮게 들리는 소리다. 전 세계적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창궐한 이때 불경한 말처럼 들리기도 한다. 누군가는 ‘이 와중에 또 ‘해외 병’ 도졌냐’며 비난할지도 모르겠다. 푸념하는 이도, 비난하는 이도 현실 인식은 크게 다르지 않다. 해외여행은 기약 없고 선택지는 얼마 없다. 한적한 국내 여행지나 동네 산책길을 찾고 그마저도 여의치 않으면 ‘랜선 여행’을 떠난다. 국내 첫 코로나19 확진 이후 1년이 지났다. 가장 극단적인 일상 변화 중 하나는 마음껏 여행할 수 없는 상황, 특히 해외로 떠날 수 없는 현실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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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알랭 드 보통은 10년 전 <여행의 기술>에서 해외여행의 감상을 이렇게 적었다. `우리가 외국에서 이국적이라고 여기는 것은 우리가 고향에서 갈망했으나 얻지 못한 것일 수도 있다.’ 지금은 이렇게 써야 할 것이다. ‘우리가 국내에서 이국적이라고 여기는 것은 우리가 해외여행을 갈망했으나….’ 어쩌면 ‘이국적’이란 말은 국내 여행지에 더 어울리는 말일지도 모르겠다. 해외 여행지는 ‘이국적’이라기보단 그냥 ‘이국’이 아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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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의 문이 다시 활짝 열리기 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조금만 더 잠잠해지면 갈 만한 국내 이국적인 여행지들을 찾아다녔다. 동남아시아 10개 나라 전통 가옥, 옛 인도 간다라 지역 건축·미술, 중국 남부 전통정원, 프랑스·이탈리아 정원, 타이와 네팔 사원, 중세 유럽 성, 고대 궁성에 온 듯한 짜릿함을 느꼈다. 애초에 현지 문화를 본뜬 여행지도 있지만, 의도와는 무관하게 이국적인 풍경을 연출하는 곳도 있다. 자족적인 ‘B급 여행’이 될 거라 예상했지만, 그 풍경에도 역사, 기술, 바람이 담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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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양주시 ‘국립 아세안 자연휴양림’ 숙소는 아세안 10개 나라 전통가옥 형태다. 국내 거주하는 아세안 국가 국민과도 산림 혜택을 나누자는 취지로 지었다. 개장 당시 산림청장이던 신원섭(62) 충북대 산림학과 교수는 “이왕이면 국내 거주하는 아세안 나라 국민의 향수도 달래줄 겸 각 나라 전통가옥 양식으로 짓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최근엔 우리 국민도 여기서 향수를 치유하고 있다. ‘동남아 여행에 대한 향수’ 말이다. 꽤 이국적인 여행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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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용인시 ‘와우정사’는 동남아 현지 사찰을 닮았다. 실제로 타이 왕실, 네팔 정부, 인도 승려가 기증한 불상 등을 곳곳에 배치했다. “타이 사찰에 온 기분”이라고 하자 해곡 주지 스님이 말했다. “타이, 네팔, 한국 어디에 있든 부처님은 다 같은 부처님이죠.” 우문현답. 다만 여행은 조금 다를 것이다. ‘이국적인 여행지와 외국 여행지’는 물론이고 나라, 도시, 마을마다 색깔이 다르니까. 그런데도 해외로 자유롭게 떠날 수 없는 오늘, 전국을 뒤져 소박한 마음으로 준비했다. 거제, 수원, 양주, 영광, 용인, 창원, 파주에 있는 유럽, 동남아, 중국, 인도, 고대 왕국을 닮은 여행지들이다.


수원·양주·용인·파주(경기), 영광(전남), 창원(경남), 거제(경남)/글·사진 김선식 기자 ks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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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 국내야 해외야? 오늘 잠은 ‘똥고난’에서~


동남아시아, 인도, 중국, 유럽 같은 국내 여행지


거제, 수원, 양주, 영광, 용인, 창원, 파주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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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이국적인 여행지를 소개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좀 잠잠해지면 해외여행 가듯 둘러볼 만한 곳들이다. 바닷길과 하늘길이 막힌 요즘 옛 해외여행을 추억하기에도 맞춤한 여행지들이다. 바다 건너 멀리 자유롭게 떠날 수 있는 날이 어서 오면 좋으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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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니 전통가옥 앞에서 여긴 경기도인가? 동남아인가? 이국적인 풍경은 멀리 있지 않았다. 서울에서 자동차로 불과 1시간 남짓 거리에 ‘국립 아세안 자연휴양림’이 있다. 한쪽 구석은 인도네시아 숙소다. 지난 21일 하늘로 높이 치솟은 거대한 배 모양 지붕 앞에 섰다. 그 으리으리한 생김새 앞에서 잠시 공간 감각을 잃고 휘청거렸다. 국립 아세안 자연휴양림은 아세안 10개국(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베트남, 라오스, 브루나이, 미얀마, 타이,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필리핀) 전통가옥 외관을 본떠 숙소를 지었다. 인도네시아 숙소는 술라웨시섬에 사는 또라자족의 전통가옥 ‘똥고난’에서 따왔다. 그 기원은 조상 대대로 내려오는 전설에서 유래한다. 먼 옛날 또라자족 조상들이 남중국에서 바다를 건너와 파손된 배로 집을 지었다는 것이다. 목조 외벽은 수탉 등 다양한 문양을 그려 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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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나이 숙소는 수도 반다르스리브가완에 있는 전통 수상마을 캄퐁아에르 수상가옥을 본떴다. 본래 수면 약 1m 위에 짓는 집이지만, 이곳 브루나이 숙소는 집을 지탱하는 기둥 밑동에 얕은 물을 인공적으로 조성했다. 난방 시설 등은 현대식이지만, 일부 숙소는 실내 구조도 현지 전통가옥 구조를 차용했다. 국립 아세안 자연휴양림은 아세안 10개국과 한국 산림청이 산림복원, 산림복지 문화를 교류하는 과정에서 2015년 10월께 탄생했다. 국내에 들어온 아세안 국가 국민이 고국 전통가옥 같은 숙소에서 숲 탐방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도록 조성한 것이다. 물론 우리 국민도 이용할 수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지금은 4인실 15개 객실만 운영 중이다.(5인실 이상 객실을 포함하면 총 23개 객실) 남두천(48) 국립 아세안자연휴양림 총괄팀장은 “처음 온 숙박객들은 이국적인 가옥을 보고 환호한다”며 “외관이 눈에 띄는 인도네시아관, 캄보디아관과 창이 넓고 전망 좋은 브루나이관을 선호하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경기 양주시 백석읍 기산로 474/031-871-2796/4인실 주말 기준 1박당 7만3000원/전국 자연휴양림 예약 누리집 ‘숲나들e’ 주소는 foresttrip.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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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 부처님 아니십니까? 들어서자마자 ‘와우’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곳이다. 정면에 높이 8m 금색 불두(부처의 머리)가 세워져 있다. 이곳은 1970년 해곡 주지 스님이 경기 용인시 처인구 해곡동에 창건한 대한불교 열반종 ‘와우정사’다. 와우(누워있는 소)는 열반에 든 석가모니를 상징한다. 와우정사는 인도, 네팔, 타이, 스리랑카 등의 왕실, 정부, 사찰 등과 활발하게 교류한다. 지난 22일 경내 왼쪽 길을 올라 열반전 와불상 앞에 섰다. 자연스레 2년 전 가을 타이 아유타야 유적지에서 본 와불상이 떠올랐다. 길이 12m, 높이 3m 와우정사 와불상은 인도 승려가 1980년 즈음 보내 준 인도네시아산 향나무로 제작한 것이다. 해곡 스님은 “당시만 해도 부처님을 눕혀 놨다고 스님들한테도 야단맞았다”며 “동남아시아 사찰에 다녀온 이들이 늘면서 와불상에 대한 이해도 넓어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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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웅보전으로 가는 길엔 타이 왕실이 1980년대 후반 기증한 불상과 네팔 정부와 시민들이 모금해 2018년 기증한 불상이 놓여 있다. 각 불상은 현지 사찰을 닮은 작은 사찰 안에 놓았다. 그 밖에도 돌 조각 나한상 500여개를 세운 ‘500 나한전’과 ‘석가모니 고행상’ 등이 있다. 종무소 옆으론 8개 석탑이 줄지어 있다. 층마다 모서리가 하늘로 둥글게 말려 있다. 외관은 생경하지만 한국적인 염원을 담은 곳이다. 해곡 스님은 “8개 석탑은 팔도강산을 상징한다. 남북통일을 염원하는 마음으로 쌓았다”고 말했다. 전 세계 불교도들과 국내 신도들이 깨끗이 씻어 가져온 돌로 탑을 쌓았다고 한다. (경기 용인시 해곡로 25-15/031-332-2472/입장료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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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다라 건축 양식 보러 간다 지난 20일 ‘백제 불교 최초 도래지’ 누각에서 법성포 앞바다를 내려다봤다. 멀리 영광대교보다 바로 아래 건축물들에 시선이 갔다. 바닷가 드넓은 대지에 세운 건물들이다. 높이 약 10m 아치형 문과 5칸 짜리 정방형 건물은 모두 황토색 벽돌로 지었다. 기이하게도 지붕 위에 원형 기둥을 얹었다. 이 생경한 건물들은 왜, 어떻게 짓게 되었을까? 서기 384년 백제 침류왕이 왕좌에 오른 해, 인도 승려 마라난타가 중국 동진을 거쳐 법성포로 들어왔다는 옛 문헌 기록들이 있다. 영광군청은 1998년 동국대학교에 학술용역을 맡겨 그 역사를 고증했다. 그 뒤 2006년 5월 백제 불교 최초 도래지 문을 열었다. 인도 승려 마라난타가 처음 당도한 자리로 추정되는 약 4만6281㎡(1만4000평) 부지에 간다라 양식 건축물 등을 지었다. 옛 간다라 지역(현 파키스탄 페샤와르 일대) 현지 조사 등을 거쳐 건축 양식 등을 본떴다고 한다. 간다라 지역은 기원 전후 헬레니즘과 융합해 불교 미술을 꽃 피운 고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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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머리 ‘상징문’과 ‘간다라 유물관’은 사각 기단에 돔을 올렸다. 그 위로 드럼 모양 찰주(불탑 꼭대기에 세운 장식의 중심을 뚫고 세운 기둥)가 튀어나온 형상이다. 탑원(불탑과 감실형 불당을 놓은 자리)은 1980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파키스탄 타트히바히 사원 주탑원을 참고했다고 한다. 중앙 광장 108개 계단을 오르면 부용루(2층 누각)다. 1층 석벽 안팎에 23개 간다라 양식 부조상이 있다. 그중 석가모니 고행상은 섬뜩할 만큼 핏줄 하나하나가 살아있다. 부용루 위에선 총 높이 23.7m 사면대불 석상이 경내를 내려다본다.


간다라 유물관은 파키스탄 현지에서 들여온 2~5세기 불상 등 진품 150여점을 전시한다. 다만 27일 현재 코로나 19 여파로 간다라 유물관은 휴관 중이다. (전남 영광군 법성면 백제문화로 203/061-350-5999/입장료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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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전통 정원을 거닐다 수원 한복판엔 중국 정원이 있다. 수원시청에서 도보 20분 거리(약 1km), 효원공원 왼쪽 구석에 있는 ‘월화원’이다. 그 내력이 흥미롭다. 2003년 10월 경기도와 중국 광둥성이 각국 전통 정원을 서로 지어주기로 협약했다. 우정의 징표 같은 거였다. 광둥성은 ‘월화원’을, 경기도는 광둥성 광저우에 전남 담양 ‘소쇄원’을 본뜬 해동경기원을 조성했다. 중국 명조 말~청조 초 영남지역 민간 정원 형태로 지은 월화원(부지 약 6000㎡·1815평)은 2006년 4월 문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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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월화원에 들어서자 부용루와 옥란당이 눈에 들어왔다. 지붕이 색다르다. 옆선이 한차례 꺾여 하늘로 치솟는다. 처마 끝은 둥글게 말려 있다. 중국 옛 건축 기법인 ‘헐산권붕’(산이 휴식하고 누각을 말아 올린다)을 활용했다고 한다. 창과 문은 안과 밖의 조화를 꾀한다. 담장에 뚫은 원형 문과 초록 꽃문양 창 등은 건축물과 정원 경계 구실을 하면서도 둘을 자연스럽게 잇는다. 꼬불꼬불한 길을 따라가면 후원에 있는 2층 정자 ‘우정’에 이른다. 연못을 파낸 흙으로 산(언덕)을 쌓고 정자를 세웠다고 한다. 그 아래로 낮은 폭포가 흐른다. 한 여행객은 그 정자에 홀로 앉아 사색에 잠긴 듯 한참 동안 자리를 뜨지 않았다.(경기 수원시 팔달구 동수원로 399/입장료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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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양 정원을 한 번에! 나무들도 봄을 기다리며 휴식을 취하는 계절이다. 겨울 수목원은 ‘비수기’다. 지난 21일, 비가 곧 쏟아질 듯한 평일 오후에도 ‘벽초지 수목원’엔 여행객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드라마 <태양의 후예>, <별에서 온 그대>, <호텔 델루나>, 영화 <아가씨> 등을 촬영한 장소로 널리 알려진 곳이다. 1997년에만 해도 양어장과 개 사육장으로 쓰였던 땅이었다고 한다. 박정원(74) 회장은 약 12만㎡(3만6300평) 허허벌판을 8년간 일궈 동·서양 정원으로 가꿨다. 벽초지 수목원은 현재 6개 주제, 27개 정원이 있다. 그중 ‘신화의 공간’은 프랑스 베르사유 궁전 정원과 이탈리아 워터 가든 등을 참고해 꾸몄다고 한다. 입구 ‘말리성의 문’을 지나면 길마다 그리스 신화와 유럽 역사에서 튀어나온 듯한 석상 40~50점이 반긴다. 날카로운 눈빛으로 쏘아 보는 다비드, 맨발로 서서 골똘히 독서 중인 아리스토텔레스, 태양의 신 아폴론과 그를 시중드는 님프 등이다. 그 표정과 자태가 생생해 발을 떼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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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의 공간 뒤로는 ‘숲속 놀이터’인 ‘모험의 공간’이다. 아이들이 나무 그늘에서 흙과 나무를 만지며 놀 수 있는 곳이다. 자작나무와 소나무로 만든 놀이기구들은 알록달록하다. 유럽식 정원과 어울려 이국적인 풍경을 거든다. 다만 원래 취지는 “점점 사라져 가는 ‘흙이 있는 놀이터’를 친환경적으로 꾸민 것”이라고 한다.


‘신화의 공간’을 되돌아 나오면 ‘감동의 공간’으로 이어진다. 탐스러운 잎을 축 늘어뜨린 거대한 버드나무, 나무다리(무심교)와 정자(파련정), 폭포(벽초폭포), 연화원(연못), 주목나무 터널이 동양식 정원의 고즈넉한 자태를 뽐낸다. 벽초지 수목원은 오는 3월 새로 단장한 식당과 카페를 선보일 예정이다.(경기 파주시 광탄면 부흥로 242/031-957-2004/bcj.co.kr/기본 성인 입장료는 9000원, 간절기는 7000원, 동절기 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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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왕국으로의 시간 여행 고대 왕국을 주제 삼은 여행지는 고분군, 왕궁터, 박물관이 대표적이다. 관람객들은 출토 유물과 역사를 되짚어 과거 왕국의 영광과 쇠락, 생활상을 상상한다. 반면 경남 창원시 ‘해양드라마세트장’은 고대 가야 왕국 건축물과 저잣거리를 직접 구경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가야시대 궁성과 주거문화 역사를 진지하게 공부할 생각이라면 다소 적합하지 않지만, 단지 이국적인 풍경을 즐길 요량이라면 맞춤하다.


해양드라마세트장은 2010년 4월 드라마 촬영 등을 목적으로 조성했다. 약 9947㎡(3009평) 부지에 총 23채 건축물을 세웠다고 한다. 드라마 <김수로>(2010년 5월 <문화방송>) 등 20여 작품을 촬영했다. 지난 19일 세트장 들머리, 야철장(철기 제작소) 건물부터 눈길을 사로잡았다. 너와 지붕을 3층으로 쌓아 올린 야철장은 거대한 목탑처럼 보였다. 내부에는 철기를 제작하는 용광로 시설 등을 갖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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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복판은 저잣거리다. 짐승 가죽과 옷감, 농기구, 술 등을 늘어놓고 파는 장터를 재현했다. 그 옆은 대장간이 있는 해반촌(빈민촌) 구역이다. 해변에 세운 ‘김해관’은 압도적인 풍채를 뽐낸다. 드라마 <김수로>에서 김수로와 허황옥의 침실과 회의 장소로 활용한 건물이다. 3층 목조 건축물엔 당대 토기 등 생활용품과 장신구 모형들을 전시하고 있다. 1층 문을 나서면 바로 나무다리로 이어진 선착장이다.


해양드라마세트장을 즐기는 또 다른 방법은 둘레길인 ‘파도소리길’(약 1.7㎞)을 걷는 것이다. 세트장에서 소나무 숲길로 접어들어 해안 따라 걷는 8자형 코스다. 걷는 내내 몽돌에 파도치는 소리가 달그락거린다. 그 길 중간지점은 조망대 구실을 한다. 바다 건너 배 한 척이 떠 있고, 그 뒤로 ‘고대 궁성’ 풍경이 아스라이 펼쳐진다.(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구산면 해양관광로 876-2/055-220-4061/입장료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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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 유럽 성 같다? 배 본떴을 뿐! “처음엔 태풍 막을 축대를 쌓으려고 했다. 다만 주변 바다 경관이 워낙 아름다워서 예쁘게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결과적으로 성 같은 모양이 됐다.” 경남 거제시 매미성은 성주 백순삼(66)씨가 2003년부터 현재까지 19년째 홀로 쌓고 있는 건축물이다. 그는 2003년 9월 한반도를 휩쓴 태풍 매미 때문에 자신의 경작지가 초토화되자 그 자리에 축대를 쌓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그 축대가 중세 유럽의 성을 닮았다고 말한다. 자연재해에 홀로 맞선 숭고한 의지와 이국적인 경관 덕에 매미성은 거제 대표 여행지로 거듭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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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씨는 머릿속 조감도에 따라 자유롭게 견치석을 쌓고 시멘트를 발랐다. 결과적으로 이국적인 외양을 띠게 된 원형 기둥과 3단 구조 등은 원래 실용적인 이유로 구상한 것이었다고 한다. 그는 “벽을 잇기 힘들거나 힘을 받아야 할 때 원형 기둥이 유리할 것 같았다. 사각형보단 원형이, 1단보단 3단(3층) 구조가 파도에 더 잘 버틸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특별히 신경 쓴 부분은 3단(맨 위층)에 둥글게 돌출시킨 벽면이다. “배 설계 경험이 있다 보니(그는 대우해양조선에서 33년간 주로 선박설계를 했다.) 꼭대기는 선수나 선미처럼 아름다운 곡선을 만들고 싶었다. 들머리 꼭대기 둥근 벽면을 앞쪽으로 튀어나오게 하는 데 가장 애를 먹었다.”(경남 거제시 장목면 대금리 2/입장료 무료/‘옥포대첩로’ 길가 주차장에서 길 건너 ‘바람의 핫도그’ 앞길 따라 약 300m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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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로 이어진 다리 푸른 바다와 나무다리만 있을 뿐인데 이국적으로 보이는 곳이 있다. 경남 거제시 성포리 해상 데크길(남파랑길 15코스 일부 구간)도 그런 곳이다. 거제시가 2014년 준공한 약 1㎞ 해상 데크길이다. 전국 각지 해상 데크길이 여럿이지만, 여기 풍경은 사뭇 이국적이다. 필리핀 세부 올랑고섬을 여행했던 이라면 보자마자 맹그로브숲 습지에 쭉 뻗은 데크길이 생각 날 풍경이다. 길은 ‘ㅗ’자 모양이다. 길 중간 지점, 또 다른 길이 바다를 향해 길게 뻗어 있다. 지난 19일 해 질 녘 카페 ‘온더선셋’ 루프톱에서 바다로 뻗은 데크 길을 내려다봤다. 붉게 물들어가는 하늘 아래 곱고 파란 물비늘, 바다 끝을 향해 곧게 뻗은 길이 몽환적인 풍경을 연출했다. 사람들은 그 길 끝에서 바다 건너편을 하염없이 바라봤다.(카페 ‘온더선셋’ 주소는 경남 거제시 사등면 성포로 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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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밖에 국내 이국적인 여행지로 널리 알려진 곳은 섬을 통째로 식물원으로 꾸민 ‘외도 보타니아’(경남 거제시 일운면 외도길 17/055-681-4541/코로나19 여파로 2월12일까지 휴관), ‘숲속에서 만나는 작은 유럽’을 주제로 꾸민 정원 ‘제이든가든’(강원도 춘천시 남산면 햇골길 80/033-260-8300)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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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양주·용인·파주(경기), 창원(경남), 거제(경남), 영광(전남)/글·사진 김선식 기자 ks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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