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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이프 ]

뚫거나 세우거나~ 우리 집 벽의 무한변신

by한겨레

코로나19로 실내 바꾸는 이 많아

특히 벽 바꾼 새로운 공간 연출 돋보여

도배 페인팅 그림 걸기만 해도 달라져

한겨레

아치형 문이 있는 벽을 세운 공간. 아파멘터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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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지난 뒤, 코로나19가 휩쓸고 지나간 이 시절 생활의 변화를 돌이켜보면 어떨까. 여러 변화 가운데 우리가 집에 쏟은 관심은 무엇보다 큰 비중을 차지할 것 같다. 팬데믹으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사람들이 밖으로 떠돌면서 뿜었던 에너지를 집에다 쏟아부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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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면을 연장해 모단한 미닫이 문을 달아 변신한 공간. 사진 강현욱(스튜디오 어댑터)

실제로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코로나19가 가져온 소비 행태의 변화Ⅱ’ 보고서에 따르면,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남에 따라 주거 관련 업종 매출이 급증했고, 이 가운데 인테리어 용품 시장은 전년 동기 대비 15% 성장한 것으로 파악됐다.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집 안의 무언가를 자꾸만 바꾸고 싶고, 고치고 싶다. 그런 마음이 들 때 우리는 흔히 가구 배치를 바꿔 보고, 수납장을 뒤집어 오래된 물건들을 버리고, 새 물건을 채워 넣는다. 수평적인 변화의 경계를 넓혀가는 와중에 외면한 공간이 있었다. 집에는 수직 공간도 있다. 벽이다. 바닥 면적만큼 광활한 벽면도 무한한 변신이 가능하다.


벽은 집 안 전체 분위기를 좌우하는 공간이다. 김미진 전 <메종> 편집장은 <벽 인테리어>에서 “인테리어는 벽에서부터 시작된다”고 썼다.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공간인 만큼 편안하고 무난한 색상과 디자인을 적용할 수 있는가 하면, 반대로 철제 벽면이나 강렬한 색감의 도배나 페인팅을 활용해 카페 같은 분위기의 집을 연출할 수도 있다. 그는 “집을 감싸고 있는 벽의 소재와 컬러만 잘 해결해도 집 인테리어의 반은 성공한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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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관과 거실 사이 벽을 뚫어 개방감을 준 인테리어. 아파트멘터리 제공

이번주 ESC는 벽의 변신에 대해 알아봤다. 인테리어 전문가, 가구 디자이너, 미술품 큐레이터 등에게 벽 인테리어의 모든 것을 물었다. 마음먹고 변신을 시도해보고 싶다면, 가로막힌 벽에 창문을 뚫거나 수직 벽 대신 다락방처럼 사선으로 벽을 세우거나 둥근 아치형 문틀을 만들어 채워 넣을 수 있을 것이다. 집을 완전히 새로운 공간으로 바꿀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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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고 작은 그림 액자는 벽을 장식하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 쿠나장롱 제공

이런 대대적인 변주가 어렵다면 도배와 페인팅 등 전통적인 벽 인테리어를 통해 변화를 꾀할 수 있다. 벽을 깨끗하게 다시 단장하는 것만으로도 집의 전체적인 인상이 달라진다. 물리적, 시간적 여건이 안 맞아 이마저 어렵다면 벽에 무언가를 걸어서 손쉽게 분위기를 바꾸는 것도 가능하다. 의외로 아주 작은 것으로도 변화가 가능하다. 이를테면 빈 벽에 단추 모양의 세련된 옷걸이를 몇 개 박는 것만으로도 허전한 공간에 재미를 더할 수 있다.


어쩐지 심심한 저 벽이, 혹은 어쩐지 복잡해 보이는 저 벽이 당신을 부르는가. 그 벽을 채워도 보고, 비워도 보자. 벽에 무엇을 더하고 빼느냐에 따라 집의 표정도 바뀐다. 놀라운 수납공간이 될 수도, 아름다운 전시공간이 될 수도 있는 벽의 변신을 상상해보자.


신소윤 기자yoon@hani.co.kr


[ESC] 없던 방이 생겼네…집 더하기 빼기의 미학

세우고, 뚫고, 바르고, 칠하고…

더해도 넓어지는 마법의 인테리어

포인트벽지보다는 흰 벽이 대세

벽 바뀌면 집 전체 분위기 좌우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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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크대 상부장을 떼어내 개방감을 확보한 주방 벽. 사진 강현욱(스튜디오 어댑터)

세우거나, 없애거나, 뚫거나, 바르거나. 집에서 바닥만큼 큰 면적을 차지하는 벽면은 변주하기에 따라 집 전체 분위기를 좌우한다. 하지만 넓은 면적만큼 덜컥 손대기 어렵기도 하다. 인테리어 전문가 윤소연 아파트멘터리 대표와 구독자 21만명의 인기 인테리어 유튜버 ‘나르’ 옥수정씨에게 벽 인테리어에 관해 물었다. 공간의 변신을 고민하고 있다면, 전문가들의 조언을 듣고 변신을 상상해보자.


“이쪽은 원래 벽이 없는 곳인데, 벽을 세워 공간을 만들었어요. 어떤가요?” 지난달 26일, 경기도 남양주시 한 아파트에서 만난 윤 대표가 주방 옆에 붙은 작은 방을 보여주며 말했다. 이 공간은 원래 ‘알파룸’(자투리 방)으로 대부분의 가정에서 침실이나 공부방이 아닌 다른 용도로 활용한다. 윤 대표가 설명하며 보여주는 인테리어 전 사진을 보고 다른 집인 줄 알았다. 주방 쪽에 설치되어 있던 장식장과 방으로 들어가는 대형 미닫이문을 철거하고 양쪽에 가로 폭을 각각 620㎜, 700㎜씩 연장해서 벽 두개를 세워 넣었다. 그러자 현관과 주방 사이 복도가 길어지며 집이 오히려 더 넓어 보였다. 대략 1.3m(620㎜+700㎜)의 마법이다. “한국 사람들은 벽을 세우면 집이 좁아질 것 같다는 생각에 선호하지 않는 편인데, 벽을 잘 세우면 공간이 분리되어 오히려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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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크대 상부장을 떼어낸 주방의 이전 모습. 아파트멘터리 제공

벽을 세워 바꾼 공간 내부에도 변화가 있었다. 벽 한쪽에 책장과 수납장을 짜서 가득 채웠다. 보통 알파룸은 ‘짐 방’으로 전락하기 쉽다. 하지만 책장이 들어서자 온전한 용도가 생겼다. 천장 꼭대기까지 버리는 공간 없이 채워 넣은 책장 덕분에 수납은 오히려 용이해졌다. 윤 대표는 “책을 가득 채워 넣어도 좋고, 적당히 비워 두고 좋아하는 소품을 놓고 장식장처럼 활용해도 분위기가 많이 달라진다”고 덧붙였다. 벽이 책장으로 바뀌었을 뿐인데 취향 있는 공간이 된 셈이다.


주방은 벽에 붙어 있는 가구를 철거해 변신을 꾀했다. 싱크대 상부장을 모두 떼어내고 타일로 벽면을 마감했다. 벽이 드러나니 싱크대 사이에 빡빡하게 끼어 있던 창문도 훨씬 개방감 있어 보였다. 어쩐지 이국적인 느낌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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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면을 가득 채운 책장. 아파트멘터리 제공

이 집 사례 외에도 벽을 세우거나 없애는 것으로 다양한 변신이 가능하다. 안방에 침대와 장롱이 있어 복잡해 보인다면 가벽을 하나 세우면 어떨까. 벽의 윗부분 절반 정도는 유리 벽으로 한다면 공간은 깔끔하게 구분되고, 갑갑해 보이는 느낌도 덜하다. 밋밋한 공간에 목재를 이용해 아치형 벽면을 세우면, 곡선이 주는 부드러운 느낌 덕분에 삭막한 공간이 한층 로맨틱해진다. 더하기가 아닌 빼기 또한 변신의 미학이다. 막혀 있는 벽에 창문을 뚫어 보자. 개방감은 물론 공간에 리듬감이 느껴진다. 다만 벽을 뚫을 때는 집의 기둥 역할을 하는 내력벽일 수도 있으니 전문가의 조언을 반드시 받아야 한다. 이와 관련해 윤 대표는 “오래된 건물이라면, 손으로 두드려보거나 도면만으로 철거 가능 여부를 확인하기 어려워서 벽에 시공된 타일이나 도배지 등을 제거해야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막연한 계획만으로 벽을 건드려서는 위험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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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치형 문이 있는 벽을 세운 공간. 아파멘터리 제공

벽을 세우거나 뚫는 것은 집에 드라마틱한 변화를 주지만 비용, 공사 가능 여부 등의 문제로 어려움에 봉착할 수도 있다. 이럴 경우 도배나 페인트칠 등으로 벽 색이나 질감을 바꾸는 것만으로 분위기 전환이 가능하다. 다만 예전처럼 공간의 한면이나 두면에 무늬나 색깔이 들어간 벽지를 바르는 포인트 인테리어는 유행이 지났다고 하니 참고하자. 대신 화장대 근처나 드레스룸 같은 작은 공간에는 감각적인 무늬 벽지로 포인트를 넣기도 한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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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와 옷장 사이에 가벽을 세워 구분한 공간. 아파트멘터리 제공

최근엔 컬러풀한 벽보다는 깔끔한 흰 벽이 대세다. 흰 벽은 어떤 가구를 놓아도 무난하게 어울리는데다 공간도 넓어 보는 효과가 있다. 요즘은 힘을 주지 않은 깨끗한 흰 벽을 배경으로 ‘미드 센추리 모던 스타일’(제2차 세계대전 이후 1940년대 중반~1960년대 유행하던 서구 라이프스타일. 찰스·레이 임스 부부, 알바 알토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가구 디자이너들이 활약한 시기이기도 함)의 빈티지 가구를 놓는 게 세련된 인테리어라고 한다. 무언가를 더하기보단 흰 도화지처럼 깨끗한 배경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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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가 벽면을 사선으로 세워 이국적인 분위기를 낸 방. 아파트멘터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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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면을 사선으로 세운 방의 이전 모습. 아파트멘터리 제공

윤 대표는 도배할 경우 흰색이나 아이보리색에 재질감이 있는 실크 벽지를 추천했다. 실크 벽지는 오염물이 묻어도 물걸레 등으로 닦아낼 수 있어 관리가 용이하다. 재질감이 있는 벽지는 벽면이 좀 울퉁불퉁하더라도 이를 보완하는 기능을 한다. 페인트칠은 어떨까. 윤 대표는 페인팅을 하면 공간이 훨씬 고급스러워 보이지만 전문 시공자가 나서야 꼼꼼한 마감이 가능하고, 이 경우 도배보다 비용이 갑절 이상 든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기존 벽이 매끈하지 않으면 비용 대비 효과가 떨어진다고 하니 페인팅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 여러 조건을 잘 따져보자.


인테리어 웹진을 기획하다 지금은 인테리어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나르’ 옥수정씨 또한 “포인트 벽지는 2~3년 전까지 굉장히 유행했지만, 요즘은 지양하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벽과 천장 사이의 몰딩을 제거하고 반듯한 면에 광택이 별로 안 나는 밝은색 도배지를 사용하면 미술관처럼 깔끔해 보인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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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벽과 나무 가벽으로 카페처럼 연출한 공간. 옥수정 제공

하지만 이 또한 꼭 지켜야 할 공식은 아니니 취향에 따라 풍성한 색감을 넣을 수도 있다. 옥씨는 하나의 공간을 용도에 따라 나누고 싶을 때 적절한 색을 사용하는 걸 추천한다고 했다. 예컨대 한 방을 공부방이자 침실로 쓴다면 침대 쪽은 어두운 색상, 공부방 쪽은 밝은 회색이나 차분한 색으로 심리적 공간을 나누는 것이다. 두 가지 색을 쓰거나, 포인트를 주고 싶을 때는 기존의 세로형 분리보다는 위와 아래 가로로 공간을 나눠 색감을 넣는 것도 발랄해 보인다. 옥씨는 “두 가지 색 벽지를 쓰더라도 종이의 결이나 패턴이 같은 벽지를 사용하는 게 통일감 있어 보인다”고 조언했다.


전체 벽면에 과감하게 색을 쓸 수도 있다. 가구 색이 짙다면 어두운 나무색을 잘 받쳐주는 노랑이나 주황색으로 도배지를 고르거나 벽면을 칠하면 레트로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 좀 더 안전한 선택을 하자면 차분하고 따뜻한 베이지색도 좋다. 옥씨는 “베이지를 고를 경우, 노란색이 섞인 베이지색보다 회색이 살짝 섞인 베이지색을 고르면 가구의 나무색과 잘 어울린다”고 설명했다.


신소윤 기자 yo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