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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이프 ]

[ESC] 이것만 알면 ‘안영미’처럼 말할 수 있다

by한겨레

말 잘하는 이들의 특징은 뭘까

방송사 피디·방송작가에게 물어보니

예상 못 한 답변, 신선한 표현 등

좋은 질문 하는 이도 달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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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가에서 말 잘하는 연예인으로 꼽히는 코미디언 안영미. 사진 MB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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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인가요? 패널인가요?” 말 잘하는 사람의 특징이 무엇인지 물었더니 같은 반문이 돌아왔다. 그렇다. 방송은 진행자와 패널이 가져야 하는 덕목이 다르다. 티브이(TV)라면 엠시(MC), 라디오라면 디제이(DJ)라고 부를 수 있겠다. 쌍방향 음성 기반 에스엔에스 ‘클럽하우스’의 모더레이터(방 개설 및 토론 진행자)와 비슷한 역할이라 볼 수도 있다. 살다 보면 우리는 진행자보다는 패널이 될 확률이 높을 테니 패널에 대해 먼저 물어보기로 했다.


“두 가지로 정리할 수 있겠습니다. 똑같은 말이라도 신선한 말로 표현하는 사람 혹은 예상치 못한 말로 솔직하게 자신을 드러내는 사람이 돋보입니다.” 씨제이이엔엠(CJ ENM) 김혜영 프로듀서는 간결하면서도 주제를 알기 쉽게 설명해주는 이를 ‘말 잘하는 패널’이라고 말한다. “요즘은 여성 패널이 이런 덕목을 갖춘 이가 많아요. 김숙, 장도연, 안영미 등이 이 경우에 해당합니다. 안영미 특유의 농담을 이제 대중이 편안하게 받아들일 정도로 그는 말 잘하는 선수가 되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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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가에서 말 잘하는 연예인으로 꼽히는 가수 이효리. <한겨레> 자료 사진

말 분야에서 예상치 못한 대표 ‘선수’는 이효리라고 한다. “이효리가 방송가에서 섭외 0순위인 이유는 신선한 얘기를 계속하기 때문입니다. 그건 아마도 자기 삶의 궤적에서 나오는 것이겠지요. 스타였다가 제주도 소길댁이 되는 등 여러 가지 이야기가 있지요. 또 말을 잘하는 이의 특징은 다른 곳에서 공개하지 않았던 이야기를 한다는 겁니다. 아무리 인기 있는 패널이라도 이미 회자되었던 이야기를 또 하면 재미가 없어요. 재미없는 말을 계속하는 셈이죠. 지루합니다. 스토리텔링 능력보다는 스토리 자체가 중요합니다.”


“준비를 잘해 오는 이가 말 잘하는 이야기꾼이죠. 그날 토크 주제에 맞게 말이죠.” 라디오 프로그램 방송작가로 20년 이상 활약하다 지금은 독립서점 ‘서점, 리스본’을 운영하며 다양한 창작 활동에 매진하는 정현주 작가는 준비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확실한 콘텐츠를 갖고 있고, 그걸 많은 사람이 알 수 있는 언어로 표현하는 이도 그런 이의 축에 듭니다. 라디오 프로그램엔 전문가들이 출연할 때가 있어요. 본인 분야에서 뛰어나다고 말 잘하는 패널이 되는 건 아닙니다. 유명인이 아닌 일반인의 언어로 콘텐츠를 잘 전달할 줄 알아야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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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가에서 말 잘하는 연예인으로 꼽히는 코미디언 김구라. 사진 MBC 제공

이제 우리 시대는 모두가 각자 분야에서 전문가다. 일상적인 직업 언어는 다른 사람들에게 꽤 어려운 말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보통 사람의 언어로 전달할 수 있을까?


“나의 언어가 아닌 대중의 말을 상상할 수 있어야 해요. 대중이 내 말에 경청하게 하려면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과정을 고민해야 합니다. 같은 내용이라도 어떻게 구성할지, 사람들이 어떤 이야기를 원할지를 생각하는 거죠. 듣는 이에 대한 배려도 중요해요. 이야기를 시작할 때 공감을 부르거나 호기심을 유도하는 내용을 먼저 말하면 됩니다. (이야기하는) 시간의 주인이 누구인지 생각해야 합니다.” 결국 듣는 사람이 누구인지 상상하고 배려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말이 오고 가는 대화를 끌고 가는 이들은 말을 어떻게 하면 될까? 진행자의 덕목은 무엇일까? “방송가에선 ‘편집점을 알아야 한다’는 말이 있어요. 대화 중 어떤 지점에서 치고 들어와야 하는지를 알아채는 거죠. 치고 들어와 재미있는 말을 하면 이전의 재미없는 말까지 즐겁게 느껴집니다.” 김혜영 프로듀서의 말이다. 우리도 대화 중 이른바 방송가의 ‘치고 들어올 때’를 알아채면 말 잘하는 ‘선수’ 명단에 들 수 있다는 말이다.


“김구라가 그런 걸 잘합니다. 특정 상황에서 ‘뭐 말을 그렇게 하냐’는 말을 그가 하면 재미없는 대화도 재미있어집니다.” 대화의 재미를 극대화할 멘트 하나 정도는 준비한 채 말하기에 나서면 좋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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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가에서 말 잘하는 연예인으로 꼽히는 가수 배철수. 사진 MBC 제공

라디오 프로그램 디제이는 어떨까? “많은 디제이가 ‘내가 말을 잘하는구나’라는 확신이 들었을 때 말을 많이 하기 시작하더라고요. 자신감 있는 이가 말 잘합니다. 그리고 요즘은 자기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이 필요한 시대죠. 말의 비중을 나누어줄 줄 알고, 상대의 말을 잘 듣는 사람 말이죠. 방송의 주인은 듣는 사람입니다. 말이 오고 가는 대화에서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정 작가의 말이다. 그는 이어 좋은 질문으로 재미를 끌어내는 사람도 디제이가 많은데, 그런 이를 방송가에선 말 잘하는 이라고 한다고 한다.


좋은 질문을 하는 건 어디서나 중요한 능력이다. 질문을 잘하는 방법도 궁금해진다. 정 작가가 답을 알려줬다. “상대의 말을 곱씹어 맥락을 잘 짚어야죠. 신문도 보면서 세상 돌아가는 것도 알고, 요즘 사람들이 뭘 고민하는지도 알아야 합니다. 그런 작업이 결국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끌어내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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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듣는 기술로 말 잘한다는 평 듣는 가수 이현우. 사진 KBS 제공

정 작가는 이런 기준에서 말 잘하는 디제이로 가수 이현우를 꼽았다. 비결이 신기했다. “그는 자기 이야기 하는 걸 좋아하지 않아요. 상대방의 말을 잘 들어요. 그 말에 반응도 과하지 않게 적절하게 합니다. 실제 말을 잘하는 그지만, 많이 하지 않는 거죠. 호기심이 많아서 공부도 많이 해요. 세상 돌아가는 일을 모르는 게 없어요. 가수 배철수도 비슷합니다. 말을 많이 하지는 않지만, 상대와 소통하는 방법은 알죠. 핵심을 건드릴 줄 알아요.”


요즘 클럽하우스에선 모더레이터의 자질에 대한 토론이 한창이라고 한다. 이런 기준에 따라 판단해보면 어떨까.


궁극의 말 잘하는 법, 사과 잘하기


사과가 업무의 대부분인 한 대기업 홍보팀 조아무개씨. 부정적인 기사가 나가면 그날은 종일 ‘사과 잔치’다. 소비자들의 불만에도 그의 사과 행진은 이어진다. 그가 유능한 사원으로 인정받는 건 사과를 잘해서다. 그에게 들었다. 사과 잘하는 6계명을 말이다.


1계명 내 잘못인지 확실히 할 필요가 있다. 최대한 이른 시간에 자신의 잘못인지 확인해야 한다.


2계명 내 잘못이 맞는다면 그 잘못을 소상히 밝힌 사과문을 쓴다.


3계명 그 사과문에는 다른 잘못이 엮일 여지가 없어야 한다. 과거 자신의 다른 과오가 엮이지 않게 해야 한다. 지금 “터진 사건”에만 집중할 수 있는 구절을 만든다.


4계명 지금 내 잘못이 과거의 잘못과 엮일 듯하면 항변할 필요가 있다. 그렇게 하려면 이 둘이 엮이지 않는다는 걸 증명할 자료를 준비해야 한다.


5계명 남 탓을 하거나 사안의 세부 사항을 물고 늘어지면 안 된다. ‘남들도 비슷한 말실수를 하는데’ ‘요즘 비슷한 경우가 많던데’ 같은 말이 여기 해당한다.


6계명 잘못하지 않은 일에 대해선 사과하지 않는다. 쉽게 잘못했다고 하면 후폭풍이 거세질 수도 있다. 예의를 갖추어 무마하는 것도 실전 사과법이다.


박찬용


박찬용(전 <에스콰이어> 에디터) iaminseoul@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