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 가기

[ 라이프 ] [ESC]

[ESC] 난 주방 카페로 출근한다

by한겨레

프리랜서 원칙 ‘홈카페’로 출근하기


코로나19로 이젠 힘든 상황


집에 여러 용도 추가하는 ‘레이어드 홈’ 대세


집이 카페이고 일터이자 놀이터

한겨레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한겨레

오늘도 어제와 비슷한 일상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눈을 뜨면 제일 먼저 인공지능 블루투스 스피커를 켠다. 날씨를 물어본다. 창문을 열어 환기부터 하고, 아침을 간단하게 챙겨 먹는다. 식탁에서 일어나 남은 음식을 후다닥 치운다. 산뜻한 기분으로 세수와 양치질, 설거지까지 하고 나면 공식적인 하루가 시작된다. 제일 좋아하는 텀블러에 얼음을 가득 담은 뒤 스테인리스 빨대를 꽂고, 내가 정한 ‘오늘의 음료’를 고른다. 날이 따듯해지니 찬 게 마시고 싶다. ‘직구’ 쇼핑몰 ‘아이허브’에서 산 히비스커스 티백을 진하게 우린다. 거기에 탄산수를 부어본다. ‘음, 맛이 괜찮군. 하지만 ‘자허블’(자몽 허니 블랙티)같이 달콤한 게 당기네. 오후 2시쯤 졸음이 오면 봄에 어울릴 만한 새로운 음료를 쇼핑해야지.’ 그런 생각을 하면서 컴퓨터 책상 앞으로 출근한다.


직장을 그만두고 프리랜서가 된 후 선언한 ‘일상 제1 원칙’이 있다. 평일 오전 11시를 넘기지 말고 무조건 카페로 출근할 것. 인생을 휴가처럼 보내다가는 길바닥에 나앉겠다 싶을 때쯤 결심한 것이다. ‘퇴근 시간을 정하진 못해도, 출근만큼은 하자’고 생각했다. 그렇게 ‘카페 출근족’이 되었다. 커피값 등 소소한 비용이 쌓여갔지만, 작업실을 임대하는 것보다 나았다. 성실한 프리랜서 흉내를 내게 됐다. 하지만 열심히 지킨 원칙이 유례없는 전염병의 장기화로 무너져버렸다.

한겨레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코로나19가 이렇게 길어질 줄은 몰랐다. 직장인만 재택근무를 하게 된 게 아니다. 나처럼 카페로 출근하던 프리랜서들도 갈 곳을 잃었다. 외출을 자제하며 책상 앞에 앉아 마음을 다잡아 봤지만, 쉽지 않았다. 틈만 나면 침대에 누워 스마트폰을 보고 있는 나에게 애플워치가 신호를 보냈다. ‘오늘의 걸음 수는 50보’라고. ‘이러다 큰일 나겠어.’ 꼼짝없는 자가격리의 시대에 어떡해야 하지? 난 카페에 가고 싶었다.

한겨레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간절한 나의 소망에 대한 답은 인터넷에 있었다. 카페에 갈 수 없다면 카페를 만들면 되는 것이었다. ‘홈카페 만들기’ 콘텐츠가 넘쳐났다. 달고나 커피, ‘크림 듬뿍 아인슈페너’, ‘딸기 가득 담은 우유’까지 카페 음료 레시피도 가득했다. 카페용 커피머신과 캡슐커피도 불티나게 팔린다는 뉴스도 접했다. 거실이나 베란다를 활용해 만든 홈카페 인증샷이 넘쳐났다. 부러울 정도였다. ‘#홈카페’ 해시태그만 누르면 원하는 정보가 쏟아졌다. 정성스럽게 ‘홈카페’를 만든 정성숙씨는 “저만의 감각으로 만든 ‘홈카페’를 인스타그램에 올리니 반응이 뜨겁더라고요”라고 말했다. 나는 ‘카페족’에서 ‘홈카페족’이 되기로 결심했다.

한겨레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집콕’이 일상이 되면서 집은 주거 공간 이상의 의미를 갖게 됐다. 과거 집이 수면과 휴식을 취하는 공간으로 한정되었다면, 이제 집은 일터이자 카페와 놀이터가 됐다. 사람들은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자 옷을 갈아입듯 가구와 벽지 등을 바꾸기 시작했다. 같은 집인데 다른 집이 됐다. 마치 옷을 여러 겹 걸쳐 입은 것처럼 말이다. <트렌드 코리아 2021>에 따르면 ‘레이어드 홈’(layered home·여러 벌 옷을 겹쳐 입듯이 다양한 인테리어 등을 덧대 멋지게 재구성한 집)이 올해 중요한 경향이라고 한다.


‘레이어드 홈’의 대표 선수 격인 ‘홈카페’를 만들어 책상 앞으로 출근하기 전에 들른다. 카페라고 하기에는 주방 안 작은 부스 같지만, 인스타그램용 사진틀로 보면 얼추 근사한 카페처럼 보인다. 그날의 기분에 맞는 음료를 고르고, 음료에 맞는 잔도 고른다. 코로나19 이전엔 몰랐던 소소한 행복을 위해 약간의 공을 들여 아침을 여는 거다. 유튜브 채널을 클릭해 별다방 매장 음악을 듣는 것도 잊지 않는다.


ESC가 ‘홈카페’, ‘홈바’ 등을 만들기 위해 애쓰는 이들을 위해 다양한 정보를 준비했다.


최고운(라이프스타일 자유기고가)


――――――――――――――――――――――――――――――――――――――――――――――


[ESC] 카페, 집 안에 들어오다


코로나19 이후 홈카페족 늘어


작은 카페장 하나면 거실 카페 완성


홈카페 만들기 3단계 소개

한겨레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한국인들의 커피 사랑은 진하다. 현대경제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성인 1인당 커피 소비량은 353잔으로 전 세계 평균 소비량 132잔에 견줘 2배 이상 많다. 이제 카페에 앉아 커피 한잔에 수다 떠는 이들은 보는 건 일상이다. 하지만 코로나19로 더는 카페에 가기 어려워진 상황이다. 카페족은 어떤 선택을 했을까.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에스프레소 머신 판매와 원두 수입이 늘었다고 한다. 홈카페족 증가가 한 이유라고 한다. 사람들이 카페를 집 안에 들이기 시작한 것이다. ‘카페’라고 해서 거창하게 만들 필요는 없다. 팬데믹 시대 홈카페는 부엌 한구석이나 베란다 자투리 공간만 있으면 만들기 어렵지 않다. 모든 일이 그렇듯 홈카페도 기본적인 요소만 갖추면 된다. 홈카페 만들려는 이들을 위한 정보를 3단계로 정리해봤다.




동네 카페의 아담한 개방형 주방을 상상해 보자. 협소한 공간인데, 있어야 할 건 다 있다. 커피 용품을 효율적으로 배치했기 때문이다. 주방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던 커피 머신과 전기 포트 등을 한곳에 모아 적절히 배치하기만 해도 좋다. 하지만 홈카페 인테리어의 핵심은 카페장이다. 집 안에 70㎝ 정도 폭의 벽만 있다면 카페장을 놓기에 좋다. 카페장을 고를 때는 수납과 인테리어가 모두 만족스러운지 살펴야 한다. 요즘 인테리어 플랫폼 ‘오늘의집’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카페장이 있다. 가구 브랜드 일룸의 레마 카페장이다. 각종 전자기기부터 음료 잔, 원두와 티백까지 다양한 용품을 수납하기에 실용적이다. 카페장을 골랐다면, 소품 배치를 여러 가지 버전으로 해가면서 내 집에 어울리는 분위기를 찾아보자. 카페장 상부장에 와인 걸이만 추가해도 홈바로도 변신이 가능하다는 점도 잊지 말 것.

한겨레

의자 하나만 제대로 갖춰도 멋진 ‘홈카페’를 만들 수 있다. 사진 으모퍼니처 제공


전 세계에서 행복지수가 높은 편인 덴마크인들은 첫 월급을 받으면 의자를 산다고 한다. 그만큼 예쁜 의자는 집 안 분위기를 바꾸는 데 유용하다. 홈카페를 만들 때도 마찬가지다. 집이 넓다면, 공간을 충분히 활용해 카페와 흡사한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겠지만, 원룸이나 소형 아파트라면 무작정 홈카페를 만들려고 나설 순 없다. 그럴 땐 과감하게 모든 것을 생략하고 의자 하나로 승부하자.


으모퍼니처(EUMO Furniture)는 자신의 취향이 녹아든 맞춤 가구를 제작하는 공방이다. 하드우드(활엽수나 나왕 등 재질이 단단한 나무)와 맞춤 방식을 주로 사용하여 지속가능한 가구를 만드는 곳이다. 라탄, 케인이나 ‘데니시 페이퍼 코드’(denish paper cord·‘데니시 코드’라고도 하는 가구용 지끈) 같은 천연소재를 원목에 접목한 가구를 만들기 때문에 어디에 배치해도 공간에 편안하게 스며든다.

한겨레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홈카페 꾸밀 때 가장 고민하는 부분이 테이블이다. 원형 테이블이나 커다란 원목 테이블을 거실에 두면 공간 분위기를 확 바꿀 수 있다. 미니멀한 커피 테이블 하나 마련해서 침실, 베란다, 거실 창가 등 두는 곳을 달리하면서 카페 분위기를 연출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케아의 부르비크 보조테이블은 간편하게 들어 올릴 수 있는 디자인으로 널리 사랑받고 있다.

한겨레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딸라는 핀란드 디자인 브랜드로 생동감 넘치는 동물 문양으로 유명하다. 런던에서 활동 중인 이딸라의 디자이너 클라우스 하파니에미(Klaus Haapaniemi)는 자연을 영감의 원천으로 삼아 숲에서 만난 생명을 접시에 그린다.


이딸라의 ‘따이가’(Taika·핀란드어로 ‘마법’이란 뜻) 시리즈는 그의 풍부한 상상력과 이야기가 대담하게 표현돼 있다. 잔과 접시에 그려진 핀란드 숲속 동물들은 생동감이 넘쳐 동화 나라에 들어간 듯한 감상에 젖게 된다. 미술작품처럼 아름다운 이 제품은 전자레인지와 식기세척기 등에 사용해도 깨지지 않는다.

한겨레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왕 홈카페를 만들기로 결심했으면 바리스타가 되어 보자. 핸드드립 초보자도 실패 없이 커피를 내리려면 필요한 것들이 있다. 안정적으로 물을 내려 줄 드립 포트, 추출속도를 조절해 줄 드리퍼, 원두 양을 계량할 때 쓰는 스쿱 등이다. 어느 브랜드의 어떤 제품을 고를까. 고민을 한 번에 해결하고 싶다면 커피 용품 전문 브랜드 홀츠클로츠(HOLZKLOTZ)의 ‘후드홀더풀세트’를 골라보자. 핸드드립 입문자도 밸런스 좋은 커피를 추출할 수 있게 도와준다.

한겨레

딸기 라떼. ‘마법의딸기’ 제공

홈카페 음료, 10초면 됩니다


‘대루커피’의 ‘케냐 엠부 칸자’ 원두


카페가 넘쳐나는 홍대 먹자골목에서 10년 넘게 커피를 팔고 있다. 주말에는 줄 서야 하는 곳이니 맛에 대한 검증은 끝났다고 봐도 좋겠다. 이번에 새롭게 선보인 대루커피의 ‘케냐 엠부 칸자’ 원두는 풍성한 향미와 더불어 깊은 질감이 느껴진다. 케냐의 엠부 지역 칸자 농장에서 정성스럽게 수확한 원두를 복잡하고 정교한 과정을 통해 가공했다. 그 덕에 굉장히 기분 좋은 산미와 복잡한 느낌이 어우러져 커피의 풍성한 매력을 더해준다.


‘센터커피’의 ‘디카페인 드립백’


커피를 사랑할수록 카페인 중독에 빠질 수도 있다. 하지만 카페인 없는 커피는 맛이 없다는 설도 있다. 그래서 디카페인에 대한 편견을 완전히 깨버리는 맛있는 드립백을 소개한다. 센터커피의 디카페인 드립백은 여러 인공적인 물질을 이용하지 않고 오직 물로만 카페인을 추출한다고 알려져 있다. 무엇보다 카페인을 싫어하는 커피 마니아들이 매우 열광한 제품이다.


‘방앗간, 청년’의 우엉차


종일 무언가를 마시면서 일을 해야 하는 사람들이여, 구수한 차의 세계로 오시라. 전통시장에 터를 잡은 부모의 방앗간에서 일을 배운 아들이 2대째 방앗간을 운영하는 곳. 수제 건강차를 만든다. 압력 볶음 방식으로 곡물의 겉과 속을 골고루 익히고, 속까지 쪄서 볶아 본연의 향을 살린 것이 특징이다. 고소한 우엉차는 차갑게 즐길 수도 있어 좋다. 취향에 맞게 당근차, 보리차, 수세미차, 박하차 등 다채로운 차의 세계를 펼친 곳이다.


‘마법의딸기’의 딸기 라떼


딸기덕후들은 알고 있다. 딸기청만 있으면 딸기 라떼, 딸기 에이드, 딸기 요구르트, 딸기 스무디까지 모두 만들 수 있다는 것을. 하지만 딸기청을 만드는 수고를 자처하기는 쉽지 않다. ‘마법의딸기’의 딸기청을 구비해 두면 우유나 탄산수만 있으면 된다. 홈카페 음료를 만드는 데 10초면 충분하다. 과일청 음료를 먹다 보면 단맛이 부담스러울 수 있는데, 이곳은 설탕 흡수율을 낮추는 자일로스 등을 사용한 점도 마음에 든다.



최고운(라이프스타일 자유기고가) toxicalice@naver.com
한겨레

▶더불어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언론, 한겨레 구독하세요!

▶esc 기사 보기 ▶4.7 보궐선거 기사 보기


[ⓒ한겨레신문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