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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 ]

[ESC] 별빛 가득한 봄밤, 나랑 은하수 보러 가지 않을래?

by한겨레

지금은 은하수 보기 딱 좋은 계절


천체 사진가 권오철이 알려주는


별 보기 좋은 곳들…연인끼리, 아이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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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 겨울이 물러가고 어느덧 나무들이 연두색으로 물드는 계절이 왔다. 미세먼지와 꽃가루가 날려서 대기 상태가 좋지 않지만, 별 보는 사람들에겐 의미 있는 계절이다. 초저녁에는 화려한 겨울 별자리를 볼 수 있고, 새벽이 가까워지면 남동쪽 하늘에 뜬 아름다운 은하수도 발견하게 된다.


해마다 이 시기가 되면 망원경으로 별 보는 사람들은 ‘메시에 마라톤’이라는 것을 한다. 실제로 달리기를 하는 것은 아니다. 프랑스 천문학자 샤를 메시에(Charles Messier·1730~1817)가 작은 망원경으로도 볼 수 있는 밤하늘의 성운, 성단, 은하와 같은 대상들 110개를 정리한 ‘메시에 목록’을 만들었다. 봄철에는 이 목록의 별들을 하룻밤에 모두 볼 수 있어서, 초저녁부터 새벽까지 모두 망원경을 들고 ‘달리는’ 것이다.




망원경이 굳이 없어도 맨눈으로 광대한 우주를 느껴볼 수 있다. 배우 박보검처럼 나긋하게 불러보자. “나랑 별 보러 가지 않을래~” 어째 별 보는 것은 핑계 같고 실제 의도는 다른 데 있는 것 같은 ‘느낌적 느낌’이 드는 말이다. 그러나 정말 진지하게 별을 보고 광대한 우주를 느껴보고 싶다면, 요즘은 평소 보기 쉽지 않은 은하수를 보러 가기 딱 좋은 때다.


은하수를 보려면 여름철에 나설 채비를 해야 한다고 알고 있지만, ‘선수’들은 겨울이 끝나기 전부터 움직인다. 요즘은 새벽 2시쯤 남동쪽 하늘에서 은하수 중심부가 떠오르는 것을 볼 수 있다. 은하수가 뜨는 시간은 매달 2시간 정도씩 빨라지므로, 정작 한여름이 되면 은하수가 떠오르는 것을 볼 수 없다. 해가 지면 은하수는 이미 하늘 높이 떠 있다. 그러니 지평선에서 떠오르는 장면을 보려면 지금 망원경을 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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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수는 밤하늘에 별들이 모여 희미한 얼룩처럼 길게 이어져 길처럼 보이는 별 무리다. 은하수가 보이는 우리나라 밤하늘을 ‘1급수’에 비유할 만하다. 맑은 날, 달이 없는 밤을 골라 은하수를 보러 가자. 그런데 어디로 가야 할까? 전 세계에서 빛 공해가 가장 심한 나라 중 하나인 대한민국. 국제우주정거장에서 내려다보면 휴전선 남쪽은 불야성이다. 그 불빛들 틈바구니에서 은하수가 보일 만큼 깜깜한 곳은 찾기 쉽지 않다. 대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해발 1000m 이상 산꼭대기가 이상적이다. 하지만 이런 곳 중에 차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곳은 이미 유명해져서 두 사람만 오붓하게 있기 어렵다. 날씨가 좋으면 외진 곳인데도 사람이 정말 많다. 하지만 사랑의 추억을 쌓는 데 요긴한 은하수를 놓칠 순 없다.


춘천의 건봉령승호대는 구불구불한 외진 도로 위에서 춘천 소양호 위로 떠오르는 은하수를 볼 수 있다. 특히 사진 찍는 이들에게 인기다. 강원도 청옥산의 육백마지기나 강릉 안반데기도 좋지만, 역시 꽤 붐비는 곳이다. 경남 의령의 한우산, 합천의 황매산, 오도산 등도 정상 인근까지 차로 가 구경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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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시설이 잘 갖추어진 천문대로 가는 것이 좋다. 서울에서 1시간30분 정도 떨어진 강원도 화천 조경철천문대는 맨눈으로도 은하수가 보이기 때문에 인기가 많다. 조금 멀리 간다면 강원도 영월의 별마로천문대도 있다. 경북 영양 반딧불이 천문대는 아시아 최초로 국제 밤하늘 보호지구로 지정되었다. 충주고구려천문과학관에는 <별자리 여행>의 저자 이태형씨가 관장을 맡고 있어 강연 행사가 자주 열린다.


멀리 가지 않더라도 대도시에 자리 잡은 서울시립과학관이나 대전시민천문대 같은 천문대들을 이용할 수도 있다. 도시의 불빛 속에서 어떻게 별을 보느냐고? 은하수는 안 보일지 모르지만, 망원경으로 보는 천체들은 별 차이가 없다. 요즘 특히 화성이 잘 보인다. 지구와 가장 가까운 천체인 달은 망원경으로 보면 크레이터(행성, 위성 등의 표면에 보이는 구덩이 모양의 지형)를 손으로 만져볼 수 있을 것 같이 가깝게 보인다. 플레이아데스성단, 히아데스성단, 오리온 대성운도 망원경으로 보면 장관이다. 모두 요즘 초저녁 별 보기 인기 대상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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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참, 봄이라고 해도 해가 지면, 산 위는 겨울이다. 겨울옷을 준비해가는 것이 좋다. 자신이 있는 주변에 가까운 천문대를 찾아보려면 한국천문우주과학관협회 누리집(kasma.kr)의 회원기관 현황을 보면 된다. 지역별로 잘 정리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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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이 쏟아지는 밤하늘, 수많은 별 아래 서면, 그 경이로움에 인간은 자신이 우주먼지처럼 느끼게 된다. 우리 은하 전체 이미지를 컴퓨터 모니터에 띄운다면 알 수 있다. 광대하다고 느꼈던 밤하늘의 수많은 별 대부분이 쌀알 정도 크기 안에 들어있다는 걸 말이다. 우주는 상상 이상으로 넓다. 권오철(천체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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