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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크 ]

90분마다 지구 한바퀴…오는 9월 진정한 우주관광이 시작된다

by한겨레

스페이스엑스, 우주관광 전용 우주선 공개


우주정거장 도킹 포트를 투명 돔으로 바꿔


9월15일 순수 민간여행팀 4명 태우고 출발


540km 저궤도서 지구 3일 선회한 뒤 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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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킹 연결부를 유리돔으로 바꾼 우주관광용 크루드래건(상상도). 스페이스엑스 제공

오는 9월 순수 민간인들로 구성된 팀이 우주관광 전용 우주선을 타고 우주관광길에 오른다.


미국 민간 우주개발업체 스페이스엑스는 30일(현지시각) 저궤도 우주관광용 우주선 모습을 공개했고, 같은날 첫 민간 우주관광팀은 승객 명단을 확정해 발표했다.


스페이스엑스 최고 경영자 일론 머스크가 트위터를 통해 공개한 이 우주선은 기존 유인 우주선 ‘크루드래건’을 개조한 것으로 우주선 천정 부위에 투명돔을 설치한 것이 특징이다. 우주관광객들에게 탁 트인 360도 우주 전망을 제공하기 위해서다.


이 투명돔은 크루드래건에서 국제우주정거장과 도킹하는 연결 부분을 바꾼 것이다. 우주선 꼭대기 노즈콘 안쪽에 있는 이 투명돔은 이륙 및 지구 대기 재진입 때는 덮개에 가려 있으며 우주선이 지구 대기권을 벗어나 있는 동안만 열린다. 단, 공간이 넓지 않아 한 번에 한 명만 이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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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우주정거장의 전망대 역할을 하는 쿠폴라창. 2010년 유럽우주국이 설치했다. 나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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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우주정거장 체류중인 ‘리질리언스’ 개조해 사용


투명돔 디자인은 국제우주정거장에서 우주비행사들이 지구 및 우주 관측 장소로 이용하는 쿠폴라 창과 비슷하다.


기존 크루드래건에도 창문이 있기는 하지만, 사방이 투명창으로 둘러싸인 돔은 승객들에게 훨씬 더 큰 몰입감을 줄 수 있다. 일론 머스크는 트위터에서 “유리돔에 서는 순간 아마도 우주에 있다는 걸 가장 잘 느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스페이스엑스는 현재 국제우주정거장에 체류중인 우주선 ‘리질리언스’(Resilience·회복력)가 4월28일 지구로 돌아오면 곧바로 개조 작업에 착수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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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순수 민간 우주여행객들로 구성된 인스피레이션4 팀원들. 여성과 남성 2명씩이며 맨 오른쪽이 사령관 역할을 할 재레드 아이삭맨이다. 인스피레이션4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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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비행사 없는 최초의 민간 우주관광팀


이 우주선을 처음 이용하게 되는 우주관광객은 오는 9월15일 출발할 예정인 ‘인스피레이션4’(Inspiration4)팀의 승객 4명이다. 인스피레이션4는 훈련된 우주비행사 없이 순수 민간인들로만 구성된 최초의 우주관광팀이다.


이 우주관광팀은 미국의 IT기업인 재레드 아이삭맨(38)이 소아암전문병원인 세인트주드아동연구병원 기금 모금 캠페인의 일환으로 조직했다. 아이삭맨은 자신이 사령관 역할을 맡아 떠날 우주관광팀의 승객 명단을 지난 30일 확정해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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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돔 부분을 확대한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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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과 여성 2명씩…보철물 삽입한 첫 우주승객 기록도


그와 함께할 우주관광객은 세인트주드아동연구병원의 직원 대표로 뽑힌 헤일리 아시녹스(Hayley Arceneaux·29), 병원 기부자 대표로 뽑힌 우주캠프 카운셀러 출신의 록히드마틴 직원 크리스 셈브로스키(Chris Semposki·41), 아이삭맨이 경영하는 온라인 결제플랫폼 시프트포페이먼츠의 고객 대표로 뽑힌 과학커뮤니케이터 시안 프록터(Sian Proctor·51)이다. 남성과 여성 2명씩으로 구성됐다.


이 가운데 아치녹스는 어릴적 골육종 치료를 위해 이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경력이 있다. 왼쪽 다리 뼈에 금속막대를 삽입한 그는 보철물을 넣고 우주로 가는 최초의 우주여행객이다. 역대 최연소로 우주 비행에 나서는 미국인이기도 하다.


이번 여행을 이끄는 아이삭맨은 모험을 즐기는 사업가로, 2004년 첫 비행 훈련을 받은 뒤 2009년 개인 제트기로 최단시간 세계일주비행 기록을 세운 바 있다. 당시 그의 비행 시간은 종전 기록을 20시간 단축한 62시간이었다. 고교 중퇴 후 사업을 시작해 이미 억만장자 반열에 올라 있는 그는 이번 우주관광 비용을 모두 부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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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선 크루드래건 내부. 스페이스엑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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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 민간 우주관광의 새 기준 역할할 듯


플로리다주 케네디우주센터에서 출발하게 될 인스피레이션4팀의 목적지는 국제우주정거장보다 훨씬 더 높은 고도 540km 우주공간이다. 이곳에서 3일 동안 90분에 한 번씩 지구를 돌며 우주를 체험하게 된다.


우주비행사가 동승해 우주비행사들의 활동공간인 국제우주정거장을 방문하고 돌아왔던 이전의 우주관광과 달리, 우주관광 전용 우주선에 민간인만이 탑승해 국제우주정거장 도킹 없이 지구 저궤도를 선회한 뒤 돌아온다는 점에서 명실상부한 우주관광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사전에 미국항공우주국(나사)의 허락을 받아야 하는 국제우주정거장 방문 과정이 없어, 관광객 수요와 스페이스엑스의 발사 일정에 따라 앞으로 횟수를 얼마든지 늘릴 수 있다.


우주여행의 모든 과정은 비상시를 제외하고는 자동 프로그램에 따라 진행되며, 지상의 스페이스엑스 관제팀이 면밀하게 모니터링한다. 우주여행이 끝나면 우주선은 지구 대기권으로 재진입해 플로리다 앞바다에 착수한다.


인스피레이션4 팀원들은 앞으로 스페이스엑스에서 궤도 역학, 미세중력, 무중력과 스트레스 테스트 등 우주비행에 필요한 교육과 함께 시뮬레이션 훈련, 비상시 대응 훈련, 우주복 착탈 및 우주선 진입과 탈출 훈련도 밟아야 한다. 아이삭맨은 “우리 4명은 즉시 우주여행을 위한 훈련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스페이스엑스의 새 투명돔 우주선과 승객 훈련 과정은 향후 잇따를 민간 우주관광의 기준 역할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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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루드래건의 도킹 부분(빨간색 원). 이곳에 투명돔을 설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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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엔 달 궤도 관광 추진중


스페이스엑스는 이번 여행 말고도 2022년 액시엄 스페이스와 10일짜리 국제우주정거장 관광을, 과거 우주정거장 관광사업 경험이 있는 스페이스 어드밴처스와 5일간의 저궤도 우주관광을 추진하기로 계약을 맺었다.


이어 2023년엔 일본 억만장자 기업인 마에자와 유사쿠를 승객으로 달 궤도 여행을 추진한다. 디어문(Dear Moon)이라는 이름의 이 우주여행은 달에 가는 데 3일, 달의 뒷면을 거쳐 돌아오는 데 3일 걸리는 여정이다. 마에자와는 이 여행에 함께할 예술가들을 공모하고 있다. 그러나 이 여행은 현재 개발중인 스타십 우주선과 슈퍼헤비 발사체 개발이 완성돼야 가능한 일이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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