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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컬처 ]

안보현, 류준열, 차승원…장발의 매력에 빠진 남자 배우들

by한겨레

‘아무것도 아닌듯’ 헝클어진 긴 머리칼에 가닿은 시선

<유미의 세포들> 안보현, <인간실격> 류준열 등

“장발은 늘 유행…내면 연기, 이미지 변신 효과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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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인간실격> 에서 화제 모은 장발의 류준열. 제이비티시 제공

‘강재’(류준열)가 <인간실격> 10회에서 장발을 버리고 머리카락을 잘랐다. 그런 강재를 보고 놀란 ‘민정’(손나은)이 놀려댔다. “(너 그동안) 머릿발이었구나.” 그 순간 민정에 감정 이입해 열 마디 덧붙이고 싶었던 시청자들 여럿 있었을 것이다. ‘아, 왜 머리를 잘랐느냐고!’ 장발은 강재의 ‘트레이드 마크’였으니까. 강재는 만나서는 안 되는 ‘부정’(전도연)을 잊으려는 듯, 남은 감정과 함께 장발을 싹둑! 잘라버렸다.


지난달 24일 끝난 드라마 <인간실격>(제이티비시)에서 ‘류준열의 장발’은 화제였다. 방영 전에는 전도연이 2016년 <굿와이프>(티브이엔) 이후 5년 만에 드라마에 출연하고, 또 류준열과 호흡을 맞춘다는 점이 기대였다. 막상 뚜껑을 열고 나니 시청자들 사이에서 “어머, 류준열 장발!”이란 소리가 더 많이 흘러나왔다. 무덤덤한 표정과 말투, 사연 가득해 보이는 강재는 아슬아슬하고 위태롭게 흔들리는 스물일곱 청춘의 표상이었다. 류준열의 장발은 그런 강재의 분위기를 한껏 더 살려냈다. 류준열의 소속사인 씨제스엔터테인먼트 쪽은 <한겨레>에 “<인간실격> 강재 콘셉트를 잡으면서 스타일리스트와 대화를 많이 했다. 강재만의 조금 다른 삶의 가치를 외형으로 표현하는데 장발이 효과적일 수 있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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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미의 세포들> 과 <마이네임> 에서 장발과 숏컷으로 역할의 내면도 담아낸 안보현. 티브이엔, 넷플릭스 제공

요즘 남자 배우나 가수들이 드라마나 뮤직비디오에서 장발로 성숙하고 매력적인 느낌을 살리며 눈길을 끈다. 방탄소년단(BTS)의 정국도 2일 조회수 6억건을 돌파한 ‘버터’ 뮤직비디오에서 살짝 긴 머리로 등장해 화제를 모았다. 지금은 다시 짧게 잘랐지만, ‘버터’ 때는 매력적이고 성숙한 분위기를 내려고 장발과 어두운 보랏빛 색상을 활용했다. 신곡 분위기에 맞춰 새로운 헤어스타일을 시도해보고 싶다는 정국의 의견을 반영했다고 한다. 귀여운 막내의 이미지가 강했던 정국은 ‘버터’ 뮤직비디오에서만큼은 성숙하고 섹시한 느낌이 강하게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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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를 기르고 등장해 성숙하고 섹시한 매력이 돋보였던 ‘버터’ 뮤직비디오 속 정국의 모습. 오른쪽은 최근 온라인 콘서트 속 정국. 빅히트뮤직 제공

지난 30일 시즌1을 종영한 드라마 <유미의 세포들>(티브이엔)에서 ‘구웅’을 연기한 안보현도 장발로 분위기를 바꾼 대표적인 경우다. 안보현은 유미(김고은)의 일과 사랑을 그린 이 드라마에서 게임개발자이자 유미의 남자친구로 등장했다.


원작 웹툰에서 ‘구웅’이 장발이기는 하지만, 안보현은 “고민을 많이 했다. 장발은 도전이었다”고 최근 <한겨레>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말했다. 그는 “(내가) 굉장한 머릿발이어서, 헤어스타일을 어떻게 할까 고민을 많이 했다. 장발은 (기존의 나와) 너무 다른 색깔을 보여주는 것 같았는데, 원작 팬들을 실망하게 하면 안 된다는 생각에 장발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장발을 하니 차분함이 느껴지고 성숙해 보인다. 공대생이라는 캐릭터의 특성이 잘 사는 것 같다”며 “신의 한 수였다”고 흡족해했다.


지난달 13일 시작한 <너를 닮은 사람>(제이티비시)에서 김재영의 장발은 코마 상태였다가 깨어났지만 기억을 잃은 정희주(고현정)의 옛사랑 ‘서우재’의 미묘한 분위기에 제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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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닮은 사람> 김재영. 제이티비시 제공

장발은 남자 배우들이 외적으로 이미지를 변화시킬 수 있는 몇 안 되는 장치이기에 온도차는 있지만, 꾸준히 유행이다. 배우 류준열의 장발을 담당한 헤어스타일리스트 이일중 실장은 “짧은 머리가 낼 수 있는 느낌이 한정적이어서 남자 배우들이 (이미지 변화를 원할 때) 많이 한다. 짧은 머리는 올리느냐, 내리느냐 정도의 느낌뿐인데, 장발의 경우 다양한 방법으로 여러 가지 느낌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류준열의 경우 <인간실격>에서 컬을 살짝 넣어 중후하고 섹시한 느낌을 냈다면, (이 외에도) 무심한 듯 묶어서 스포티한 느낌을 연출할 수 있고, 머리를 땋아서 힙한 느낌도 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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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에서 장발을 묶고 나오는 차승원. 쿠팡플레이 제공

때론 장발은 감정을 대신 표현하는데도 효과적이다. 안보현은 “헤어스타일의 변화로 분위기가 많이 바뀌는 편”이라며 “(넷플릭스 드라마) <마임네임> 때는 큰 사고를 당한 뒤 머리를 더 짧게 잘라 강직한 내면을 표현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영화 <낙원의 밤>에서 장발의 멋진 악역 ‘마이사’를 연기했던 차승원도 오는 27일 선보이는 8부작 드라마 <어느 날>(쿠팡플레이)에서는 내내 장발을 묶고 등장해 기존과 차별화된 성격의 변호사를 연기할 예정이다 .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