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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이프 ]

섬마을 바닷가 구옥 고쳐 살아요

by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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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바다가 보이는 거실 창틈으로 고양이가 바깥을 내다보고 있다. 아치형 기둥은 철거할 수 없어 남은 뼈대를 가리는 용도로 세웠다. 박지현 제공

박지현씨는 작년 봄 경남 거제시의 한 바닷가 마을로 이주했다. 2019년 결혼과 더불어 부산에 신혼집을 얻었다가 출산 계획 등을 하면서 남편 직장 근처로 집을 옮기게 된 것이다. 바다가 보이는 단독주택을 알아보던 중 대지 495.8㎡(150평), 건평 112.4㎡(34평)의 구옥을 만났다. 공사할 때 드러난 상량판을 보니 준공연도가 1985년이었다. “남편과 동갑인 집이라 운명처럼 느껴졌다”고 그는 말했다.


5년 이상 빈집이었지만 비 샌 흔적 하나 없이 깨끗하고 튼튼했다. 리모델링 업체 여러 곳에서 견적을 뽑은 뒤 합리적인 가격의 한 업체를 선택했다. 도면은 간단한 툴을 이용해 컴퓨터로 직접 그렸다. 식품영양학을 공부한 본인의 전공을 고려해서 안방을 주방으로 바꾼 뒤 넉넉한 크기의 공간으로 만들었고, 세탁실까지 동선도 편리하게 계획했다. 박지현씨는 “어릴 때부터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벽지나 창문 등을 어떻게 해야 할지 뚜렷한 생각이 있었다”고 했다. 안방을 주방으로 만들고 부엌을 드레스룸으로 만드는 등 변화가 많았지만 다행히 계획한 도면의 대부분을 실현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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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비를 절감하는 대신 도면은 간단한 컴퓨터 툴을 이용해 직접 그렸다. 박지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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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거 전 옛집의 모습. 1985년 지어진 이 주택은 5년 동안 비어있었지만 비 샌 곳 하나 없이 튼튼하고 깨끗했다. 박지현 제공

단독주택의 철거는 생각보다 훨씬 복잡했다. 아파트는 하중을 지탱하는 내력벽 여부를 쉽게 알 수 있지만 주택은 알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철거가 완벽하게 안 되는 것을 현장에서는 ‘이빨을 남긴다’고 하는데 그런 부분을 가리느라 모두 아치를 세웠어요. 색다른 것을 시도하려니 업체를 설득하는 데 힘이 조금 들기는 했죠. 하지만 생각이 확고한 게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그 결과 계획대로 유람선의 창처럼 동그란 벽등을 단 거실과 환하고 귀여운 욕실을 확보할 수 있었다. 고층 아파트에서 지루한 창밖 풍경을 볼 수밖에 없었던 고양이들은 새집의 창가에서 비 구경, 새 구경을 하고 바람 소리, 파도 소리를 들었고 동네 고양이들과도 교감하면서 행복해한다. 여전히 이 집은 계속 변화하고 있다. 서재는 곧 태어날 아기방으로 바뀔 것이고, 친지를 위해 게스트룸으로 수리한 별채도 최근 완성되어 앞으로는 유료 손님을 받아볼 계획이다.


“재테크나 부동산 같은 건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 저희한테 집은 그냥 ‘집’입니다.”


구옥을 잘 고쳐 사는 이들이 공통적으로 입을 모아 말하는 것은 투자 가치가 아니었다. 가장 중요한 건 ‘내가 나의 소중한 반려인, 반려동물과 어떤 집에서 살고 싶은지 잘 알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유진 기자, 사진 박지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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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담이 보이는 주방 풍경. 박지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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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현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