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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이프 ]

막돼먹은 영애씨 ‘하민맘’ 되다…“육아 힘듦 솔직 당당하게”

by한겨레

육아 동지 유튜브 채널 <육퇴한 밤> | 김현숙 인터뷰

솔로 육아 <내가 키운다> 엄마로 육아·인생 이야기

한겨레

<육퇴한 밤> 유튜브 섬네일.

“예전엔 돈이나 명예 이런 것들에 대해 행복을 느껴야 한다는 강박감이 좀 있었다면, 요즘은 맛있는 저녁 한 끼에 맞는 주종을 잘 골라서 간단하게 마시는 육퇴한 밤이 그렇게 짜릿하고 행복할 수가 없어요.”


배우 김현숙씨가 ‘육퇴하면 뭐 하세요’라는 질문에 들려준 이야기다. 지난해 12월 종영한 <제이티비시>(JTBC) 용감한 솔로 육아 <내가 키운다>에 출연해 ‘하민이 엄마’로 친숙해진 그가 20일 <육퇴한 밤>에 찾아왔다. (<육퇴한 밤>에선 이야기 손님의 직함 대신 ‘언니’라고 부르며 편하게 대화를 나눈다.)


대중이 기억하는 현숙 언니의 모습은 다채롭다. 2006년 <한국방송>(KBS) <개그콘서트> 봉숭아 학당에서 ‘출산드라’로 활약했다. “이 세상에 날씬한 것들은 가라. 이제 곧 뚱뚱한 자들의 시대가 오리니. 먹어라. 네 시작은 삐쩍 곯았으나 끝은 비대하리라.” 이 문장을 읽다 보면, 그의 선명한 목소리가 귓가에 울리는 듯하다. 이후 2007년부터 2019년까지 13년간 <티브이앤>(tvN) 드라마 <막돼먹은 영애씨> 주인공인 ‘이영애’로 살았다. 시즌 17화 ‘영애씨는 언제나 옳다’는 이야기로 막을 내린 이 드라마를 인생 드라마로 꼽는 이들도 수두룩하다. 이날 <육퇴한 밤>엔 현숙 언니의 살아온, 살아가는 이야기가 함박눈처럼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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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퇴한 밤> 이 초대한 배우 김현숙씨. <육퇴한 밤> 화면 갈무리.

“육아 깍두기에서 육아 주체가 됐다”는 현숙 언니는 경남 밀양에서 부모님과 아이와 함께 산다.


과거엔 김현숙이란 이름 그 자체로 대중의 사랑을 받았다면, 최근엔 주로 ‘하민이 엄마’로 통한다. 목욕탕에 가면 아이에게 주라면서 바나나 우유를 손에 쥐여주는 팬도 있다. 낯선 도시에 여행을 가도 아이를 먼저 알아보고 그에게 인사를 건넨다.


<내가 키운다>를 통해 부모님과 아이를 공개하고 출연하기까지 고민이 없었던 건 아니다. 워킹맘이자 가장이 돼 어깨가 더 무거워졌다. 또 홀로 아이를 키우는 가족에 대한 편견은 보일 듯 말듯 존재한다.


“아직까지 크게 편견의 시선을 느껴본 적은 없어요. 일하고 집에 오면 아이와 시간도 가져야 되고 집안일도 해야 되고 모든 게 제 몫이라는 게 굉장히 큰 부담이긴 하죠. (중략) 아이의 일이나 저의 노고에 대해서 같이 상의하고 할 사람이 없다는 것 자체가 조금 서글프죠.”


출연을 결심한 결정적인 이유는 아이가 즐거워한 점이었다. 촬영 중 고민에 빠진 날도 있었다. 한 여름 날, 촬영을 마치고 보니 아이의 티셔츠가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 미안한 마음에 ‘힘들지 않으냐’고 물었다. 아이가 심각한 표정으로 답했다. 올 것이 왔구나!


“엄마, 나 영원히 할 거야. 할 수만 있다면 영원히 (촬영)하고 싶어”


밤엔 나란히 누워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다 “엄마가 내 엄마여서 너무 좋다”고 말해준다. 아이는 자주 현숙 언니의 마음을 뭉클하게 만든다. “자식 복이라도 있어서 다행이다. (웃음) 그런 생각이 들 정도로 제가 한 일에 비해 잘 자라주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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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티비씨(JTBC) 용감한 솔로 육아 <내가 키운다> 누리집.

사실 그는 제대로 쉬어본 적이 없다. 19살 때 아르바이트를 시작했고, 장학금을 받으면서 연기 공부를 했다. 가족을 위해 경제적인 지원도 아끼지 않았다.


데뷔 후, ‘출산드라’로 인기를 얻어 바쁘게 활동했다. <막돼먹은 영애씨> 촬영 중 임신 사실을 알게 됐다. 드라마 제작에 폐를 끼치고 싶지 았았다. 촬영이 모두 끝난 뒤 임신 사실을 알렸다. 아기를 낳은 지 6개월 만에 군사 훈련을 받는 촬영을 갔고(MBC <진짜 사나이>), 들어오는 일을 마다하지 않았다. 산후 우울증도 겪었다.


“아이 낳고 왜 그렇게 또 더 열심히 일했는지 몰라요. 아이는 예쁜데, 저도 엄마가 처음이잖아요. 아이 낳기 전까지 좋아하는 일을 택해서 열심히 하고 있는 커리어 우먼이었단 말이에요. 그런데 갑자기 내가 책임져야 할 아이가 생기고, 온갖 밀려오는 그 죄책감이 느껴졌죠. 몸조리도 다 못했고 (호르몬 때문인지) 생각도 복잡한데다 원하는 대로 되지가 않는 거예요. 그런데 우울한 마음을 겪고 있는 나 자신에게 죄책감을 느꼈던 것 같아요. 차라리 전문가에게 도움을 받고 힘들면 힘들다고 얘기했어야 하는데 불편한 감정을 자꾸 누르려고 했죠.”


현숙 언니는 산후 우울증을 겪는 여성들에게 당부했다. 아프면 아프다, 힘들면 힘들다고 얘기해도 괜찮다고. 무조건 혼자 참지 말고 도움을 청하라고.


결과적으로 쉼표 찍는 법을 알려준 건, 아이다. 일하는 엄마가 되어보니, 스스로 몸과 마음을 돌보는 일이 중요하다는 걸 깨닫는 중이다. 또 일터로 향하는 발걸음이 무거울 땐, 아이에게 솔직하고 당당하게 얘기한다.


“마음과 몸이 덜 힘들어야 질 좋은 육아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여유를 가지려고 해요. (중략) 하민이가 엄마 또 촬영 가야 돼? 촬영하면 언제 와, 물어봅니다. 그럼 이렇게 얘기를 해주죠. 엄마가 열심히 촬영해야 네 생일 때 네가 원하던 게임기도 사줄 수가 있고 우리가 맛있게 먹는 돼지 갈비를 주기적으로 먹으러 외식할 수 있다고 얘기를 해줍니다.”


함께하는 시간은 허투루 쓰지 않는다. 틈나는 대로 아이의 손을 잡고 산과 들을 걷는다. 일이 전부인 줄 알았던 시절, 제주행 비행기를 올라타는 이유는 그저 일이었다. 그땐 제주도가 왜 좋은지 잘 몰랐다. 하지만 삶이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을 때, 제주의 너른 품을 가만히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됐다. 제주와 밀양에서 자란 하민 군은 “비가 와야 땅도 숨 쉰다”라고 말할 만큼 성장했다. 그럴 때마다 아이가 자연에서 유년 시절을 보낼 수 있게 한 게 잘한 일이란 생각이 든다.


“막연하게 아이에게 뭔가를 해줘야지 좋은 부모라는 착각을 했지만, 요즘은 좋은 길잡이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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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영 한겨레 기자와 배우 김현숙씨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육퇴한 밤> 화면 갈무리.

최근 그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엔 응원과 고민이 섞인 메시지가 자주 날아든다.


“(메시지 보내주시는 분들의) 속사정을 일일이 알 수 없고, 함부로 말하지 않아요. 다만 ‘(홀로서기를 결심한 분들에겐) 정말 힘드셨겠다. 잘 견뎌내시느라 너무 수고하셨다’고 답을 보낼 때가 많아요.”


60~70대 어른들이 보내주는 응원은 남다르다. 세월 속 경험에서 우러나온, “힘들겠지만, 힘 내라”는 말에 고개가 끄덕여지는 날이 많다고 했다. 과거 ‘영애씨’에게 받았던 웃음과 응원이 되돌아 그에게 가닿길 바라는 마음일 것이다.


“저와 비슷한 상황을 먼저 겪은 어르신들이, 인생의 다양한 앨범을 갖고 계신 분들이 응원을 해주시니 깊이 와닿죠. ‘(혼자 서겠다는 결심을 했던) 당시에는 참 힘들었지만, 지나고 나면 또 좋은 날이 옵디다’라는 말들이요.”


박수진 기자 jjinpd@hani.co.kr

Q. 육퇴한 밤은?


작지만 확실한 ‘육아 동지’가 되고 싶은 <육퇴한 밤>은 매주 목요일 영상과 오디오 콘텐츠로 찾아갑니다.


영상 콘텐츠는 유튜브 채널과 네이버 TV, 오디오 콘텐츠는 네이버 오디오 클립을 통해 공개됩니다. 일과 살림, 고된 육아로 바쁜 일상을 보내는 분들을 위해 중요한 내용을 짧게 요약한 클립 영상도 비정기적으로 소개합니다. ‘구독·좋아요’로 응원해주시길 부탁드려요. 육퇴한 밤에 나눌 유쾌한 의견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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