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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이프 ]

“12~14시간 공복은 건강 유지의 기본”

by한겨레

인터뷰ㅣ ‘다이어트 멘토’ 박용우 교수

한겨레

박용우 교수 제공

“건강의 가장 중요한 전제는 잘 먹고, 잘 쉬는 것입니다. 간헐적 단식은 건강을 추구하는 식사법 중 하나인 거죠.”


박용우 가정의학과 전문의(강북삼성병원 건강의학본부 교수)는 1991년, 당시로선 파격적으로 건강증진을 위한 비만클리닉을 한국에서 처음으로 연 뒤 30여년 동안 꾸준히 각종 다이어트와 건강의 상관관계를 연구하고 체계적인 프로그램을 만들어 왔다. 그 자신 다이어터이자 엄격하고 열정적인 ‘다이어트 멘토’로서 다수의 임상 경험을 갖고 있다. 특히 잘 먹다가 음식을 단박에 끊는 간헐적 단식의 유용성을 재발견했고, 이를 치료에 이용하고 있다. 아래는 그와 나눈 일문일답.


―간헐적 단식이 왜 필요한가?


“현대인들이 비만해지는 이유는 많이 먹어서가 아니라 쉬지 않고 먹기 때문이다. 잘 챙겨먹는 것도 중요하지만 수리와 충전을 위한 휴식시간을 주는 것도 중요하다. 휴식시간을 충분히 주지 못하면 우리 몸은 지방을 끄집어내 이용하는 대사가 퇴화되어 버린다. 이럴 때 간헐적 단식을 활용하면 지방을 쓰는 신진대사 스위치를 켜서 지방을 잘 쓰는 몸으로 바뀐다. 몸이 회복되면 그제야 몸은 제기능을 발휘할 수 있다. 간헐적 단식은 지방 쓰는 몸으로 바꾸기 위한 다이어트 프로그램에 포함되는 것으로서, 건강을 추구하는 식사법 중 하나다.”


―적게 먹는 저칼로리 다이어트와 다른 점은?


“내 몸에서 원하는 만큼 충분히 음식을 섭취하지 않는 저칼로리 다이어트를 지속하게 되면 몸은 이것을 ‘위기상황’으로 인식해서 기초대사량을 떨어뜨린다. 나중에는 적게 먹어도 더 이상 체중이 줄어들지 않는 정체기가 오게 된다. 아울러 저칼로리 다이어트는 스트레스 반응을 유발하는데 이를 지속하게 되면 결국 과식이나 폭식으로 이어지기 쉽다. 반면 간헐적 단식은 평소 몸에서 원하는 만큼 충분히 음식을 섭취하다가 간간이 공복시간을 늘려주는 것이다. 단식 후 정상 식사로 돌아오니 기초대사량이 떨어지지 않고 스트레스가 지속되지도 않는다.”


―‘박용우 다이어트’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12~14시간 공복은 건강 유지의기본이다. 저녁식사 후 적어도 12시간 동안 공복을 유지해야 생체리듬이 정상적으로 유지된다. 미국의 자료를 보면 미국인들의 50%가 12시간 공복을 못 지킨다고 한다. 밤늦게 음식이 당겨 야식을 먹고 결과적으로 12시간 공복을 지키지 못했다는 건 건강한 몸이 아니라는 방증이다. 건강한 몸은 저녁을 먹고 다음날 아침까지 배가 고프지 않아야 한다.”


―혈당이 정상 범위인데도 음식을 끊으면 몸이 떨리고 식은땀이 난다면?


“‘가짜 저혈당’일 가능성이 있다. 건강한 몸은 식사로 얻은 당질을 먼저 쓰고 혈당이 떨어지기 시작하면 지방을 꺼내 쓴다. 지방을 쓰는 대사가 퇴화하면 곧바로 지방을 끄집어내 쓰지 못하고 근육단백을 분해하여 당을 공급받으면서 그사이에 ‘당 떨어지는’ 증상을 호소한다. 저혈당은 당뇨약을 복용중인 당뇨환자에게서만 나타난다. 당뇨가 아닌 정상인이 저혈당 증상을 느꼈다면 지방을 잘 쓰지 못하는 몸으로 바뀌었다고 봐야 한다(이를 ‘인슐린저항성’이라고 한다). 또 하나, 인슐린 저항성이 생겨서 달달한 것을 먹고 혈당이 올라갈 때 인슐린이 정상보다 더 분비되는 경우다. 당이 충전되면 혈당이 급격하게 올라갔다 떨어지는 ‘혈당 스파이크’가 생긴다. 이럴 때에도 가짜 저혈당 증상이 생길 수 있다. 이 증상은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없어진다.”


―기존 건강상식은 삼시세끼 규칙적인 식사가 기본이었는데?


“인간이 삼시세끼를 꼬박꼬박한 지는 50년이 안 된다. 그 전에 인류는 끼니 거르는 것이 다반사였다. 일부러 세끼 식사를 고집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한끼에 과식을 했다면 다음 끼니는 걸러도 된다. 반대로 나이드신 분들은 소화기능이 떨어져 있어 한번에 많이 못 드시니까 하루 네 끼 식사로 필요한 영양소를 얻을 수 있다. 14시간 공복을 유지하고 식사하는 10시간 동안 간식을 포함해서 하루 4끼를 권장한다.”


―단백질은 얼마나 먹어야 하나?


“다이어트에는 굉장히 복잡한 영양학이 개입되기에 단백질 섭취량을 단순화하기는 어렵다. 다만 가이드를 준다면, 근육을 만들 때는 3시간마다 20g 정도 먹는 게 적당하다. 성장발달기에 있는 소아청소년과 근감소증 위험이 있는 어르신들은 단백질을 더 많이 섭취해야 한다. 반면 성인들은 동물성단백질과 식물성단백질을 적당량 균형있게 섭취하는 것이 좋다. 박용우 다이어트에서 단백질 섭취를 강조하는 건 탄수화물 섭취를 의도적으로 제한하기 때문이다. 지방을 잘 쓰지 못하는 몸인데 탄수화물을 갑자기 크게 줄이면 근육단백 손실이 생기기 때문에 단백질을 부족하지 않게 보충해야 한다.”


―단백질 파우더 등 과도하게 먹으면 좋지 않다는 이론도 있다.


“탄수화물과 단백질을 모두 많이 먹었을 때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탄수화물을 먼저 에너지원으로 쓰고, 남은 단백질은 몸 밖으로 배출해야 되니까 콩팥이 일을 하게 되는 것이다. 탄수화물을 적게 먹으면 섭취한 단백질의 일부가 에너지원으로 쓰이기 때문에 콩팥에 크게 부담이 가지 않는다. 음식을 씹기 힘들어 하는 어르신들은 음식만으로 단백질을 충분히 얻기 어렵기 때문에 단백질 파우더를 활용하여 필요한 단백질 요구량을 채우는 것이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요즘 획기적인 다이어트 약이 많은데, 약을 처방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약을 무조건 거부하고 부정적으로 보는 것이 아니다. 식이요법을 하고 있는데 탄수화물 중독이 심해 밀가루 음식 등 다이어트에 도움이 되지 않는 음식을 끊기 어려운 환자라면 약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예를 들어, 혈압이 180/120mmHg까지 올라간 환자가 있다고 치자. 그런데 1950년대라 제대로 된 약물이 개발되지 않아 비약물요법 말고는 방법이 없다고 가정한다면? 철저히 저염식하고 운동으로 살을 빼고 숙면하며 스트레스를 줄이고 담배를 끊는 등으로 생활요법을 철저히 하는 수밖에 다른 방법이 없다. 70㎏이었던 사람이 갑자기 90㎏이 된 비만의 경우, 고혈압약처럼 약물을 복용할 때 별다른 노력 없이도 70㎏으로 체중이 유지되고 안전하게 평생 먹어도 되는 비만약이 개발된다면 모르지만, 지금은 그런 약이 없다. 일시적으로 식욕을 억제하는 것이 근본적인 비만치료제가 될 수 있을까? 손쉬운 방법을 찾거나 적게 먹어야 살이 빠진다는 착각으로 식욕 억제제를 남용하면 몸이 망가진다. 약은 잘 써야 효과를 본다. 자칫 약이 독이 될 수도 있다.”



한겨레

박용우 교수가 쓰거나 옮긴 다이어트 책들.

―지금까지 신인류 다이어트, 4주 해독 다이어트, 3주간의 스위치온 다이어트 등을 제안해왔다. 현재 결론은?


“몸을 바꾸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예외없이 실천해야 몸이 바뀐다. 국내 대기업 임직원들과 다이어트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시행해본 결과 몸이 바뀌려면 최소한 3주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몸이 바뀌면 건강은 빠르게 좋아진다. 중요한 것은 동기부여다. 지금도 프로그램에 들어가기에 앞서 환자들에게 얼마나 동기부여가 되어있는지 꼭 물어본다. 진료실에 매주 방문할 수 있는지 물어봐서 프로그램을 시작한다. 방문 스케줄을 한주만 미루고 늦게 와도 결과가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평소 맛있는 음식과 음주를 즐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앞으로 계획이 있다면?


“올해 예순이다. 즐거움과 행복을 누리기 위해 희생하고 양보하는 게 있다. 일년에 한달 정도는 술을 끊고 다이어트에 돌입한다. 50대까지 삶을 즐겼다면 60이 된 이제부터는 80살 이후 노년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위해 술을 더 줄이고 운동을 더 하려고 계획 중이다. 치매 예방을 위해 영어공부도 다시 하고 있다. 백세시대에는 80살 이후 20년의 삶을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


이유진 기자 fro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