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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예 ]

‘두부상’ 얼굴로 매 작품 변신…최우식 “연기 욕심에 잠도 못자요”

by한겨레

25일 종영 드라마 ‘그 해 우리는’에서

인생 캐릭터 ‘최웅’ 만난 최우식 인터뷰

한겨레

배우 최우식은 드라마 <그 해 우리는> 에서 ‘인생 캐릭터’를 만났다. 전교 꼴찌일지언정 유복한 가정의 외아들로 별다른 욕심 없이 태평하게 살아온 최웅의 얼굴은 연두부 같은 최우식의 얼굴과 그대로 포개진다. 매니지먼트숲 제공

최우식은 ‘두부상’을 대표하는 배우로 꼽힌다. 두부처럼 하얗고 말랑말랑한 인상을 지녀서다. “제가 두부상이라서 표현할 수 있는 게 많은 것 같아요. 그래서 제 얼굴에 만족하며 삽니다.” 25일 진행한 온라인 화상 인터뷰에서 그는 말했다. “두부를 맛있게 조리해 다양한 두부 요리를 선사하는 것처럼 영화·드라마에서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리려고 노력한다”고도 했다. 그렇다. 쌍꺼풀 없이 말간 그의 얼굴은 조리법에 따라 천차만별의 요리가 된다. 몽글몽글하고 고소한 연두부가 되는가 하면, 탄탄하고 맵싸한 두부조림이 되기도 한다.


이날 종영한 드라마 <그 해 우리는>(SBS)에서 최우식은 ‘인생 캐릭터’를 만났다. 국연수(김다미)와 고교 시절부터 29살 청년이 되기까지 10년의 간격을 두고 만났다 헤어졌다 다시 만나는 최웅을 연기했다. 전교 꼴찌일지언정 유복한 가정의 외아들로 별다른 욕심 없이 태평하게 살아온 최웅의 얼굴은 연두부 같은 배우 최우식의 얼굴과 그대로 포개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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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그 해 우리는> 의 장면. 최웅(최우식)과 국연수(김다미)가 고교 시절부터 29살까지 10년의 간격을 두고 만났다 헤어졌다 다시 만나는 내용을 담았다. 에스비에스(SBS) 제공

“저도 최웅처럼 욕심이 없어요. 하지만 연기 욕심은 있죠. 더 좋은 연기를 하고 싶어서 잠을 못 잘 때도 있었거든요.” 21살이던 2011년 드라마 <짝패>(MBC)의 아역으로 데뷔해 어느덧 12년차 배우가 된 그는 유독 어려 보이는 얼굴로 고교생이나 ‘순둥순둥’한 역을 많이 맡았다. 그 안에서도 영화 <부산행>(2016) 속 좀비에게 맞서 배트를 휘두르는 야구부 학생이나 영화 <기생충>(2019) 속 천연덕스럽게 명문대생인 척 속이는 백수 청년 등으로 변주하며 연기 욕심을 부려왔다. 영화 <마녀>(2018)와 지난 5일 개봉한 최신작 <경관의 피>에선 액션에 능한 킬러와 경찰로 이미지 변신을 하기도 했다.


그는 <그 해 우리는>의 대본을 보고 “너무 좋아서 꼭 하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고 했다. <마녀>에서 처음 호흡을 맞춘 이후 친구처럼 친해진 김다미와 다시 만난다는 사실도 그를 설레게 했다. 하지만 이런 점이 거꾸로 부담이 되기도 했다. “다미야 워낙 드라마 연기를 잘하고 대본도 좋으니, 나만 잘하면 되겠네 하는 부담감이 어마무시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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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그 해 우리는> 의 장면. 최웅(최우식)과 국연수(김다미)가 고교 시절부터 29살까지 10년의 간격을 두고 만났다 헤어졌다 다시 만나는 내용을 담았다. 에스비에스(SBS) 제공

그가 찾은 돌파구는 최웅처럼 욕심을 내려놓는 것이었다. “어떤 배역을 받으면 뽐내고 싶어 욕심을 낼 때가 있는데, 그러면 힘이 많이 들어가고 부자연스러운 모습이 나오더라고요. 이번에 최웅의 감정 연기를 할 땐 욕심을 버리고 최대한 느슨하게 하려 했어요. 상대 연기자와 감독님, 대본을 믿고 따라갔어요. 특히 다미는 앞으로 이런 배우와 또 함께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믿음이 갔죠.”


그는 바람에 휘는 갈대처럼 유하면서도 국연수를 향한 사랑의 심지만은 꼿꼿한 최웅을 표현하고자 나름의 목표를 세웠다. “드라마 속 사건사고가 워낙 잔잔하게 흘러가다 보니, ‘최소한의 최대한’을 보여주자는 게 제 목표였어요. 최우식이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움직임과 얼굴로 최대한의 감정을 보여주자는 거였죠. 여태까지 한 연기를 다 모아서 나름의 도전을 했는데, 많은 분들이 사랑해주셔서 이젠 웅이를 잘 보내줄 수 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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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최우식은 드라마 <그 해 우리는> 에서 ‘인생 캐릭터’를 만났다. 전교 꼴찌일지언정 유복한 가정의 외아들로 별다른 욕심 없이 태평하게 살아온 최웅의 얼굴은 연두부 같은 최우식의 얼굴과 그대로 포개진다. 매니지먼트숲 제공

그의 말대로 드라마는 국내외에서 큰 사랑을 받았다. 시청률은 4~5%대(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로 높진 않았지만, 입소문을 타고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로 보는 이들이 늘면서 화제성은 훨씬 더 높았다. 넷플릭스 국내 1위를 한 건 물론, 전세계 10위권에 들었다. 일본, 베트남, 타이,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아시아 국가에선 5위권까지 진입했다.


<기생충>에 이어 또 한번 글로벌 히트를 기록한 데 대해 그는 “밖에 잘 안 나가서 그런지 딱히 피부에 와닿지는 않지만, 에스엔에스(SNS) 팔로어 수가 많이 늘어난 걸로 실감은 한다”며 “<기생충> 때는 사람들이 저를 배우 최우식으로 봤다면, 이번에는 사람들이 저를 최우식보다 최웅으로 보고 느끼는 것 같아 신기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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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우식이 액션에 능한 경찰로 이미지 변신에 나선 영화 <경관의 피> 스틸컷.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공교롭게도 <기생충>에서 함께 연기했던 박소담 주연 영화 <특송>과 이선균 주연 영화 <킹메이커>가 올해 들어 잇따라 개봉했다. “아직도 <기생충> 식구들끼리 거의 매일 얘기하고 응원하는 방이 있거든요. <경관의 피>와 <특송>이 개봉했을 때도 서로 응원했는데, 이렇게 서로에게 힘이 되는 또 다른 식구들이 있어서 기분이 좋아요.” 낯을 많이 가린다는 그의 표정이 유난히 편안해 보였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