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 가기

[ 여행 ]

딱 2㎞만 걸어도 ‘겨울꽃 천국’…상고대 활짝 핀 덕유산

by한겨레

김강은의 산, 네게 반했어

한겨레

덕유산의 겨울 풍경. 김강은 제공

무주 덕유산


높이: 1614m


코스: 무주 덕유산 주차장-곤돌라-설천봉-향적봉-향적봉대피소-원점회귀


거리: 약 2㎞


난이도: ★

최근 급작스러운 교통사고로 인해 산행에도 휴식기를 가졌다. 조금씩 몸이 근질거릴 때쯤 산 친구가 불쑥 제안했다. 전북 무주, 경남 거창과 함양군에 걸쳐 있는 1600m급의 덕유산 국립공원에 가자는 솔깃한 제안이었다. 백두대간의 끝자락에 자리하며 어머니 산으로 불리는 만큼 크고 높은 덕유산이지만, 설천봉까지 곤돌라를 운행하기 때문에 몸이 불편해도 충분히 갈 수 있는 산이다. 평소라면 곤돌라 산행은 썩 내키지 않았겠지만, 현재로서는 감사할 따름이었다.


설렘을 안고 무주 덕유산 주차장에 도착했다.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곤돌라를 타기 위한 인파가 대단했다. 곤돌라를 타니 순식간에 1500m 고지에 올라섰다. 설천봉이 가까워지자 창밖 풍경이 백색으로 변했다. 상고대였다! 상고대는 눈이 내려앉은 눈꽃과 달리 공기 중에 있던 수증기가 순간적으로 얼어붙어 만들어진 서리꽃이다. 온도, 습도, 바람 등의 조건이 맞아떨어질 경우에만 볼 수 있는 진귀한 풍경, 이 상고대 때문에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겨울이야말로 ‘산의 진면모’를 볼 수 있는 계절이라고 말한다. 덕유산은 이러한 상고대를 자주 볼 수 있는 명산이기도 하다.

한겨레

나뭇가지에 쌓인 눈. 김강은 제공

설천봉에 내리자 더욱 가슴이 떨리는 풍경이 펼쳐졌다. 파란 하늘 아래 순백색의 눈이 눈부신 대비를 이루었다. 타고 온 곤돌라 행렬은 스키장 슬로프 너머 먼 시야로 사라지고, 커다란 주목과 크고 작은 나뭇가지는 온통 하얗게 빛이 났다. 설경 너머로는 무주 시내가 그 어느 때보다 선명하게 내려다보였다. 이게 단 15분만의 이동으로 얻은 풍경이라니!


설천봉에서 덕유산 정상인 향적봉까지 가는 것은 어렵지 않다. 이미 한 고지를 올라왔기 때문에 상고대를 구경하며 약 600m를 슬슬 걸어가면 된다. 가족 단위의 산객들과 어린이 친구들도 많았다.


평소에 무심히 지나쳤을 평범한 길도 하얀 상고대 옷을 입으니 새로운 길이 됐다. 나무와 돌과 바위, 인간이 만든 목책까지도 마치 신이 만든 조각품 같았다. 전망대에서 조망되는 끝없이 내달리는 새하얀 능선은 마치 판타지 영화 〈반지의 제왕〉 속에 들어온 듯한 착각을 일으켰다. 추운 날씨에도 덕유산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한껏 상기되고 신이 났다.


거리는 왕복 2㎞밖에 안 되는 길이지만, 몇시간이나 걸렸는지 모른다. 그만큼 신비로운 설경이 자꾸만 발걸음을 붙잡았다는 뜻이다. 교통사고 후유증도 잊을 풍경이었다.


곤돌라를 타는 산행은 상상치 못했던 시절이 있다. ‘두 발로 걸어서 올라가야 진짜 산행이지!’라고 생각했었다. 높고 힘들고 많은 땀을 흘려 만날 수 있어야지만 명산이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그러나 더욱 많은 사람이 풍경을 마주하고 자연의 새로움을 느낄 수 있는 산이 명산이라면, 덕유산이 최고의 명산이 아닐까!


김강은(벽화가·하이킹 아티스트)

△ 상고대 사냥을 위한 꿀팁


-상고대가 잘 형성되는 아래 3가지 조건을 체크한다.


온도 : 섭씨 영하 6도 이하로 기온이 낮을 것


바람 : 3㎧ 정도로 바람이 너무 세지도, 약하지도 않게 적절할 것


습도 : 습도가 80~90% 이상일 것


-통상 해발 1000m 이상의 고지대에서 주로 나타나는 상고대! 높은 산을 찾는다.


-눈이 잔뜩 내린 다음 날 해가 나기 전 산행을 일찍 시작해야 상고대를 만날 확률이 높다.


-기상청 누리집의 테마날씨(산악날씨)에서 주요 산의 온도, 바람, 습도를 확인한다.


-국립공원의 경우 국립공원공단 누리집에서 시시티브이(CCTV)로 실시간 상황을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