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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이프 ]

‘엄마 휴직’ 주리씨, 남편 항승씨와 역할 바꾼 까닭?

by한겨레

육아 동지 유튜브 채널 <육퇴한 밤>

권주리 아주 특별한 예술마을 대표


다시 일하고 싶은 3년 차 엄마,

남편과 성역할 바꾸기 실험

“엄마 휴직을 선언합니다”

전업주부·주양육자 된 남편

‘엄마 부재’ 겪은 아이의 변화는?

평등 육아 향한 부부 도전 계속

한겨레

<육퇴한 밤> 썸네일.

“아이를 낳고, 육아하며 정신없이 3년을 보냈어요. 어느 날 문득 주변을 돌아봤는데, 주 양육자가 모두 엄마인 거예요. 주 양육자로서 아이를 온전히 책임지는 사람 중에 아빠는 한 명도 없었어요. 이게 합리적인 방법일까 계속 의문이 들었죠. 그래서 남편과 역할을 바꿔보기로 했어요.”


3일 <육퇴한 밤>에서 만난 육퇴한 손님은 육아 휴직이 아닌 ‘엄마 휴직’을 선언한 권주리씨 이야기다. 이날 <육퇴한 밤>에선 그가 엄마 휴직을 꿈꾸게 된 계기부터 6개월간 ‘바깥양반’이 돼 경험한 이야기를 솔직하게 들려줬다. 출산 뒤, 자연스럽게(?) 주 양육자자 전업주부로 살았던 그가 느꼈던 억울함은 풀렸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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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주리 아주 특별한 예술마을 대표. 공연 제작자이자 연극 강사로 활동했다. 지난 1월, 부부의 성역할 바꾸기 실험의 결과물인 <엄마 휴직을 선언합니다> 를 출간했다. <육퇴한 밤> 화면 갈무리.

전업주부가 되기 전, 권주리씨 이름 앞에는 다양한 경력이 있었다. 대학에서 특수 교육을 전공한 경력을 살려 학교나 복지관 등에서 연극 기획자이자 강사로 활동했다. 어린 시절 교통사고로 한쪽 팔과 다리를 잃게 된 남편 박항승씨를 장애인 스노보드 국가대표팀 선수로 서게 한 반려자이자, 남편과 자신의 이름을 합쳐 만든 ‘항승주리’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유튜버다. 비정기적으로 결혼식 사회자로 나선다. 블로그에서 글로 소통하는 그는 지난 1월 출간한 <엄마 휴직을 선언합니다>(교양인) 등 에세이 2권을 낸 작가이기도 하다.


다양한 역할을 척척 해냈지만, 육아는 예측하기 어려운 일이 많았다. 넘치는 정보 속에 ‘어떤 선택이 아이에게 최선인 걸까’ 자주 고민에 빠졌다. 아이의 먹거리와 아이 용품을 선택하는 것부터 아이의 발달 상황에 맞춰 필요한 것들을 챙기는 일까지 생각보다 큰 정신노동이 필요하다.


“육아가 힘들 때, 적절하게 아이 돌봄 서비스를 이용하거나 남편의 퇴근을 정확하게 지키게 하거나 이런 방법들을 썼거든요. 그런데도 육아가 힘들었던 점은 이게 사람을 키우는 일이다 보니까 예측할 수가 없는 거예요. (중략) 너무 많은 정보 속에 있다 보니까 그걸 선택하는 게 굉장히 큰 정신적 스트레스인 것 같아요.”


‘엄마 휴직’을 결심한 결정적인 이유는 이렇다. 아이를 키우며 인생의 주도권이 아이로 바뀌었다. 커피 한 잔을 마시는 일부터 직업적 선택을 하는 부분까지, ‘아이를 돌보는 주 양육자’ 역할을 수행한 뒤에 선택이 가능했다. 경력 공백이 걱정되기도 했다. 지금 시작하지 않으면 10년 뒤에 누군가를 원망하고 있을 것 같았다. 고민 끝에 ‘엄마 휴직’이란 생경한 낱말을 입 밖으로 꺼냈을 때, 주변 반응은 차가웠다.


“꼭 그렇게까지 해야 돼? 왜 이렇게 유난 떨어?”


남편과 역할을 바꿔보겠다는 것이 왜 유난일까. 곰곰이 생각하다 남편과 ‘완벽하게’ 역할을 바꾸기로 결심했다. 남편이 아이의 주 양육자이자 전업주부가 됐다. “역할을 완벽하게 나눴는데요. 장보기, 청소, 빨래 등 살림과 주부 역할을 비롯해 아이의 등·하원, 어린이집 선생님과 소통하는 것 등 모든 것을 남편이 다 담당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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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주리 아주 특별한 예술마을 대표. <육퇴한 밤> 화면 갈무리.

3월의 새벽 바람이 이렇게 아름다웠나? 3년 만에 나선 출근길, 발걸음이 한없이 가벼웠다.


고심 끝에 엄마 휴직을 결심했지만, 경력 단절 여성을 찾아주는 곳은 없었다. 온라인 채용 누리집에서 경력과 아르바이트 채용 페이지를 오가며 일자리를 찾았다. 9시에 출근해 6시에 퇴근했던 남편처럼 일 할 수 있는 곳은 없었다.


“나름 10년 넘게 연극 강사 일을 하면서 경력을 쌓았는데, 아무리 찾아봐도 과거에 했던 일과 조금이라도 연관돼서 할 수 있는 일이 없더라고요. 수입이 좀 적더라도 내가 예전에 했던 일을 어떻게든 찾아가는 게 앞으로 도움이 되겠다 싶었죠. 주변에 연락해 ‘어디든 갈 수 있으니, 제발 연락 달라’고 부탁했죠. 그래서 연락 오는 곳은 다 갔고, 어려운 상황에서 힘든 일들도 정말 다 했어요.”


세 식구가 먹고살려면 한 달에 얼마나 필요할까. 그는 엄마 휴직을 시작하기 전, 남편만큼 돈을 벌겠다고 결심했다. 그래야 동등한 역할 바꾸기가 될 것 같았다.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일터에서 제안이 오면 감사한 마음으로 달려갔지만, 계속 경력을 이어갔던 남편처럼 돈을 벌 수는 없었다.


“경력 공백의 시간을 단순하게 수입으로 환산할 수 없는 것 같아요. 향후에 할 수 있는 일을 준비하는 기간이 엄마 휴직이었기 때문에 남편만큼 돈을 벌지 못할 수도 있다고 얘기했죠. 하지만 가족이 쓰는 최저 생활비만큼은 반드시 벌어오겠다고 했어요. 그래서 딱 최저 생활비만큼 벌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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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퇴한 밤> 을 진행하는 김미영 <한겨레> 기자가 출연자에게 질문하고 있다. <육퇴한 밤> 화면 갈무리.

남편은 전업주부가 됐다. 아이의 놀이 매트 위에 먼지가 굴러다니면 조금 거슬렸지만, 크게 걱정할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오히려 남편의 세심한 점도 발견했다. “냉장고에 아이 어린이집 식단표를 붙여놓고, 점심 때 먹은 것과 저녁 식사가 겹치지 않도록 메뉴를 구성하더라고요. 적어도 육해공이라도 바꾸는 거죠.” (웃음)


‘엄마의 부재’를 겪은 아이에겐 변화가 있었을까. 가끔 어린이집 키즈 노트에 올라온 옷차림을 보면, 조화를 찾기 힘든 경우가 있었다. 따뜻한 봄 날에 겨울 옷을 입고 등원하고, 빨간색 티셔츠에 노란색 바지가 눈에 띄었다. 그런 옷차림이 아이의 성장에 방해됐던 건 아니다. 아이는 아이의 속도대로 잘 크고 있었다. “아이한테는 엄마가 집에, 자기 옆에 오래 있는 게 익숙한 상황인 거예요. 어느 날 아이가 ‘엄마가 오늘 일 안 나갔으면 좋겠다’라고 얘기했을 때, 출근길에 너무너무 슬펐죠. 그래서 천천히 설명을 해주고 시간이 좀 더 지나고 나니까 ‘엄마 잘 갔다 와!’ 하고 변화했어요.”


육아 퇴근을 하고 개인적인 시간을 보내려던 어느 날, 남편의 표정이 어두워 보였다. 육아 휴직 3일 차에 “외롭다”고 말했던 남편은 몇 달 뒤, 눈물을 펑펑 쏟았다. “이렇게 완벽하게 칼같이 역할을 나누고, 너는 바깥일을 하고 나는 살림과 육아를 하는 게 네가 진짜로 원하는 모습이었니?”


남편의 솔직한 고백에 머리를 세차게 얻어맞은 기분이 들었다. 권씨가 남편과 가족이 되기로 결심한 건, 서로 협조하는 한 팀이 되기 위해서였다. ‘당신도 한 번 해봐야 안다’는 식으로 역할을 바꾸고자 했던 건 아니었다. “어느 한 사람이 독박육아 한다고 억울해하지도 않고, 서로를 정말 많이 이해하게 된 것 같아요.”


평등 육아를 향한 이들의 도전은 계속된다. 권씨는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시기에 맞춰 두 번째 ‘엄마 휴직’을 계획하고 있다. 이번엔 제비뽑기다.


“남편 헤어스타일이 산적 같은 사람인데, (만약 남편이 뽑히면) 엄마들 사이에서 서 있으면 당황스럽긴 하겠죠. 그런데 전혀 이상한 일은 아니니까요.”


끝으로 <육퇴한 밤>에서는 책 선물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오는 10일까지 유튜브 영상 댓글이나 이메일을 통해 시청 소감 등을 남기면 된다. 정성스런 후기를 남겨준 세 분을 선정해 권주리 작가의 저서 <엄마 휴직을 선언합니다>(교양인)를 선물할 예정이다.


Q. 육퇴한 밤은?


작지만 확실한 ‘육아 동지’가 되고 싶은 <육퇴한 밤>은 매주 목요일 영상과 오디오 콘텐츠로 찾아갑니다.


영상 콘텐츠는 유튜브 채널과 네이버 TV, 오디오 콘텐츠는 네이버 오디오 클립을 통해 공개됩니다. 일과 살림, 고된 육아로 바쁜 일상을 보내는 분들을 위해 중요한 내용을 짧게 요약한 클립 영상도 비정기적으로 소개합니다. ‘구독·좋아요’로 응원해주시길 부탁드려요. 육퇴한 밤에 나눌 유쾌한 의견 환영합니다. lalasweet.night@gmail.com


박수진 기자 jjinpd@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