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루는 당치 않아, 공부하고 전하는 게 기쁠 뿐

[라이프]by 한겨레

곽정은 메디테이션랩 대표


신촌에 명상스튜디오 열어


“스피커로서 할 일 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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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정은 메디테이션랩 대표가 17일 오전 서울 신촌 브리드 스튜디오에서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방송인 겸 작가, 강연자로 활동 중인 곽정은(45) 메디테이션랩 대표가 지난 1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로에 새롭게 명상 스튜디오를 열었다. ‘연애 상담 전문가’로 대중에게 각인되었지만 그는 13년 동안 글로벌 패션지 <코스모폴리탄>에서 일한 기자 출신이다. <제이티비시>(JTBC) ‘마녀사냥’ 출연 이후 맹활약하던 시기에 인생의 힘든 고비를 넘으면서 2016년 명상을 처음 접했다. 인도 첸나이의 오앤오 아카데미에서 명상 지도자 과정을 마친 그는 요즘 서울불교대학원대학교 불교학과에서 명상전공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명상 지도자로서 스튜디오를 연 것은 이번이 세번째. 온라인 강의 수강생 96명을 대상으로 한 오프라인 강좌는 소그룹으로 나눠 운영한다. 인도와 티베트 등지에서 공수한 소품들로 꾸민 공간은 아름다웠고 손님을 환대하는 곽 대표의 매너는 사려 깊었다. 의사를 전달할 땐 정확하고 분명했다. 강의, 유튜브 콘텐츠 ‘곽정은의 사생활’ 제작, 공부, 방송 등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살고 있는 그를 17일 오전 신촌 브리드 스튜디오에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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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정은 메디테이션랩 대표가 17일 오전 서울 신촌 브리드 스튜디오에서 명상 자세를 취하고 있다.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명상에 관심이 있는 줄은 몰랐다.


“13년 동안 기자로 일했고 방송인의 경험을 거쳐 지금까지, 모든 게 여기로 흘러 오기 위한 각본인 것 같다. 원래 나는 내 생각을 전달하는 사람이었는데 그 일이 예전엔 잡지와 방송을 통해서, 지금은 내 수업과 영상을 통해 이뤄진다. 처음엔 나만의 (명상) 프로그램을 만들자니 두려움도 많았다. 주변에서 모두가 뜯어 말렸다. 하지만 이 일은 기자로서 배우고 성장하고 이후 방송인이자 강연자로서 내 콘텐츠를 가지게 되면서 번 돈을 어떻게 의미있게 할 수 있을까 깊이 고민한 결과였다. 외부에서도 큰 일을 해보자는 제안이 들어왔지만 나는 부귀영화를 얻겠다고 일하는 사람이 아니기에 고사했다.”


―인도에서도 공부했다고 들었다.


“‘벤츠를 탄 부처가 되라’는 이야기를 우리 학교에서 종종 듣곤 했다. 나는 동시대 여성들을 벤츠에 태우고 편안하고 깔끔한 공간에서 큰 욕심 부리지 않으면서 함께 내밀한 행복을 찾고 싶었다.”


―지금도 대학원 박사과정중인데.


“공부를 계속하는 건 불교로 따지자면 소승불교와 대승불교 같은 입장이랄까. 내 문제로 시작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것을 전달하는 일로 이어졌다. 사람들도 내가 사이비 교주이거나 물질을 착취하려는 목적으로 (사람을 세뇌시키는) ‘가스라이팅’을 할 사람이 아니라는 믿음을 갖고 오시는 것 같다. 변화에 기여하는 단초가 되는 것이 감사할 따름이다.”


―‘연애 고수’로서 오랫동안 상담했는데, 상담 내용이 예전과 달라진 것 같다.


“연애 고수 진짜 아닌데, 사람들이 오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 역시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 정신줄 놓고 계산 안 하는 사람이다. 방송에서 ‘칼럼니스트’로 소개되다보니 소속 없고 글도 그냥 끼적이는 사람으로 비쳤던 것 같다. 매체 소속 기자로서 많은 기사를 썼고, 안 가본 대륙이 없고 안 만나본 사람 없을 정도로 별의별 인터뷰를 다 했는데 말이다. 상담에 관해선 대학원에서 심리학 공부도 했고, 이후 명상과 영성을 공부하게 되면서 관점의 변경을 토대로 조언하게 되었다. 상담 내용이 ‘예전과 달리 깊어졌다’는 분들도 계시지만, ‘뜬구름 잡는 소리 한다’는 분들도 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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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부터 말을 잘 했나?


“어려서도 말을 한마디도 지지 않는구나, 라는 말을 들었다.(웃음) ‘스피커’로서 내 목소리를 내는 것은 중요하다. 나는 말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다. 말과 글로 밥 벌어 먹는 사람은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것이 삶의 의미다. 사랑받는 것이 목표가 되면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굴하는 것이 인생의 본질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로 사는 것’이 목표가 되면 더 큰 성공을 거머쥐게 된다, 라는 말을 하고 싶다. 나는 내 목소리로 살아가는 경험을 하고 있고, 내 일로써 나를 증명하고 있는 시간이 얼마 되진 않았지만, 커다란 행복이 있다. 나는 너무 행복하다. 내 생각으로 살아가고 있기 때문에. 공부한 것을 전하는 기쁨은, 이보다 큰 행복은 없다. 온전히 살아보고 싶었다. 명상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


―기자에서 방송인으로, 명상가로 변화하며 힘들지 않았나. 어떻게 버티는가.


“나는 한번도 버틴 적은 없고, 흘러갔던 것 같다. 유연하게 흘러가는 것을 지향한다. 같은 강물에 두번 발을 담글 수 없다는 말이 있지 않나. 고정된 나에 집착하면 아무것도 바꿀 수 없다. 예전 직장도, 악플로 인한 마음의 상처도, 모든 것이 나의 일부로 녹아있고 그 모든 것이 모여 나 자신이 되었다. 인도에서 아침 7시부터 밤 11시까지 강의를 들으며 생각지도 못했던 방식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을 배웠는데, 충격이었다. 직장에 다닐 때보다 열배 정도 연봉이 수직상승했는데 왜 행복은 열배가 되지 않는가, 직장인 출신으로 누구보다 화려하게 주목받았고, 일의 기회가 많아졌음에도 평온하지 못했고, 연애조언까지 했던 사람이지만 나 자신을 사랑할 때는 너무 고통스러웠던 이유를 알게 되었다.”


―그 이유가 무엇인가?


“관점을 바꾸지 않은 것이다. 영문학과 심리학을 공부하고 지금까지 읽었던 책들로 엮은 지식체계로서 내 관점이 충분하다 생각했는데 많은 것들이 깨졌다. ‘남들이 생각하는 것이 내 생각이겠거니’ 하고 생각했던 것에 대한 참회가 있다. 앞으로도 균열을 일으키는 사람이 되고 싶다. 유튜브도 하나하나 유언 쓰듯이 하고 있는 거다. 오늘이 마지막일 수도 있는 것 아닌가? (웃음) ‘여기까지가 내 생각의 업데이트니, 당신은 더 나은 길을 밟아가길 바란다’고 생각한다. 각자 성장하고, 멈추지 않고 나를 밟고 지나갔으면, 내 시시한 이야기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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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정은 메디테이션랩 대표.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도’를 많이 닦은 것 같다.


“구루(스승)가 되려는 건 당연히 아니고, 너무 날 선 고통이 많았기 때문에 나도 성찰할 수 있었을 것이다. 워낙 멧집이 좋았고 마음공부까지 했으니 가능했을 테고. 무엇을 경험하든 체화해서 콘텐츠로 끌어내는 재능이 ‘세계 톱급’이라고 친구들이 한결같이 얘기했었다. 좀 더 삶의 본질적인 것을 알고 싶었다. 물론 조롱의 댓글에 화가 난 적도 있고 악플러들도 고소한 적이 있다. 하지만 지금은 ‘통렌’의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통렌이란 명상기법은 세상의 고통을 들이마시고, 좋은 것을 내보내는 것이다. 내가 화내거나 무너지지 않는 것만으로도 누군가에게 인상적인 무엇이 되지 않을까.”


―요즘 삶에 두려움이 많은 2030 여성들에게 한마디 해주신다면.


“최근 여성들이 디엠(다이렉트 메시지)으로 보내는 주된 얘기들이 ‘두렵다’는 것이긴 했다. 화가 나고 무기력해진다고. ‘이별 살인’도 너무 자주 벌어지곤 하니까. 여성의 생리적 욕구와 안전의 욕구가 모두 충족이 되지 않는 건 사실이다. 먹고 살기 힘들고, 밤길을 제대로 못 다니고. 하지만 법 제도의 변화 말고 다른 식의 싸움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강해져야 하는 내면의 부분 말이다.”


―앞으로 어떤 일을 할 것인가?


“어떻게 내면의 본질에서 힘을 기를 수 있는지에 관해 나는 내 식대로 이야기를 만들어나갈 것이다. 나는 여자이기 때문에 잘 아는 여자들에게 힘이 되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지금까지 얘기되지 않았던 것들을 더 많이 얘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일하면서 나는 많은 경험과 무기를 갖게 되었고 여전히 끊임없이 공부하고 있으며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 또한 즐기고 좋아한다. 그러니 내가 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할 것이다. 당신의 마음에 씨앗을 뿌려서 키워나가면 된다고. 여성으로서 연애, 건강, 미용의 카테고리를 떠나 더 많은 얘기를 해야 하고 스피커로서 구실을 할 것이다. 구루는 당치 않고, 나는 콘텐츠메이커로서 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하겠다.”


이유진 기자 fr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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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4.04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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