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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 ]

하루 세 번, 다른 바다가 펼쳐지는 곳…봄이 손짓한다, 묵호에

by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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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마 딛고 일어서는 강원도 동해시 여행

봄바람 살랑 파도 출렁, 바다 정원길 속으로

동해 전망 묵호항 언덕마을 논골담길 ‘핫플’

감추·한섬·고불개 등 해변 걷는 산책로 있고

두타산 무릉계곡과 협곡 마천루 산악관광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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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와 하늘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동해 한섬해변의 ‘한섬 빛터널’. 동해시 제공

화마가 지나가고 봄이 찾아왔다.


지난 25일, 강원도 동해시 묵호진동의 논골담길. 묵호항 앞 산비탈에 형형색색의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가파르고 좁은 골목길에 매화와 산수유꽃이 흐드러졌다. 건너편 마을 언덕 꼭대기에서는 검게 그을리고 허물어진 주택과 펜션 등 건물을 철거하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강릉시 옥계면에서 시작된 산불은 강풍을 타고 이곳까지 번졌다. 동해시는 산불로 시 전체 산림면적의 20%에 해당하는 산림 2735헥타르(㏊)가 소실되고 건축물 180여건이 불에 타는 등 173억원의 손해를 입었다.


산불의 생채기는 아직 남아 있었지만, 동해는 상춘객을 맞을 준비가 돼 있었다. 언제나 그러했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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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골담길 ‘바람의 언덕’의 포토존. 묵호항과 바다, 마을 풍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곳이다. 허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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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골담길 벽에 있는 마을 주민들의 그림. 허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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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골담길의 밤 풍경. 동해시 제공

동해시는 인구 9만여명이 사는, 동해안 남부에 있는 항구도시다. 시의 역사는 오래되지 않았다. 1980년 당시 강원도 삼척군 북평읍과 명주군 묵호읍이 통합하여 탄생했다. 새롭게 태어난 시의 중심은 묵호항이었다. 1941년에 개항한 국내 최대 규모의 무연탄·시멘트 수출항이자 동해안 어업전진기지였다. 명태와 오징어를 잔뜩 실은 고깃배들이 모이고 거래가 활발하게 일어났다. 1980년대 이후 석탄산업이 사양화의 길로 접어들고 어획량이 줄면서 묵호항 인근 마을이 침체했다. 2010년부터 묵호의 등대마을 ‘논골담길’에 새바람이 일었다. 동해문화원과 마을 주민들이 나서서 골목길에 마을의 역사를 담은 벽화를 그리기 시작했다. 특색 있는 예술문화 마을로 새 옷을 갈아입었다.


동해와 묵호항, 벽화를 볼 수 있는 논골담길은 동해시의 핫플(핫 플레이스)이다. 특히 산비탈을 따라 형성된 좁은 골목을 여행하는 재미가 있는 곳이다. 논골담길에는 묵호의 역사와 마을 주민의 삶을 기록한 벽화를 볼 수 있는 등대오름길, 논골1길 등 네갈래의 길이 있다.


이혜영 동해시 문화관광해설사는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는 말이 있듯 이곳에서 길을 따라 올라가면 모두 묵호등대로 통한다”고 말했다. 묵호등대가 있는 논골담길 가장 꼭대기에 오르면 드넓은 동해를 한눈에 볼 수 있다고 한다. 하루에 세번 다른 바다를 만나는 곳이다. 아침엔 해돋이를, 낮엔 푸른 바다를, 밤엔 어선들의 불빛이 반짝이는 야경을 감상할 수 있다.


길을 따라 이어진 벽 그림도 여행객의 시선을 끈다. 줄에 매달린 오징어, 생선회를 뜨는 사람들, 오징어 게임을 하는 아이들…. 이 문화관광해설사는 그중에서 나무판에 쓴 작자 미상의 시 ‘바람의 언덕’이 모진 풍파를 견뎌낸 마을 사람들의 삶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고 했다.


‘바람 앞에 내어준 삶/ 아비와 남편 삼킨 바람은/ 다시 묵호 언덕으로 불어와/ 꾸들꾸들 오징어 명태를 말린다/ 남은 이들을 살려낸다/ 그들에게 바람은 삶이며 죽음/ 더 나은 삶을 꿈꾸는 바람이다.’


이 마을에서는 새로운 관광시설을 만들어 여행객을 맞이하고 있다. 체험 관광시설인 도째비골 스카이밸리. ‘도째비’는 도깨비의 강원도 사투리로, 예전에 공동묘지였던 이곳에 밤비가 내리면 푸른빛이 보인다고 해 ‘도째비골’이라 불렸다고 한다. 동해를 볼 수 있는 59m 높이의 하늘산책로(스카이워크)와 더불어 와이어를 따라 상공을 달리는 스카이 사이클, 원통 슬라이드를 타고 27m 아래로 내려가는 자이언트 슬라이드 등 체험시설이 있다. 아래쪽에는 길이 85m 해상 교량인 ‘해랑전망대'가 있다. 일부 구간은 유리 바닥 구조여서 마치 바다 위를 걷는 듯한 기분이 드는 곳이다. 교량 전체 야간 경관 조명이 설치돼 포토존으로도 인기다.


논골담길의 이웃마을 별빛마을에 있는 전망대도 들를 만하다. 별빛마을은 묵호 여객선터미널 주차장 건너편에 있는 언덕마을이다. 이곳의 전망대는 지난해 11월에 조성돼 아직 많이 알려지지 않은 ‘바다뷰 맛집’이다. 전망대 아래에는 별빛마을을 상징하는 어린 왕자의 조형물 포토존이 있다.


이날 만난 별빛마을 주민 이금자(88) 할머니는 집 앞에 있는 전망대의 의자를 매일 닦는다고 했다. 스스로 시작한 청소 자원봉사다. “불나고 사람이 안 오고 있다. 그래도 전망대 청소를 매일 한다. 여기 올라오는 계단이 가파르지만 올라오면 바다도 보고 지나가는 배 구경도 할 수 있다. 답답한 속이 풀릴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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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호항 경매장에서 팔린 도루묵. 허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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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암 해변의 일출 명서 촛대바위. 허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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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암 해변의 출렁다리. 허윤희 기자

동해시에는 바다를 보며 걸을 수 있는 해안산책길이 있다. 해파랑길 33코스와 34코스. 33코스는 추암해변~묵호역(13.3㎞, 4시간30분 소요) 구간이고, 34코스는 묵호역~강릉 옥계시장 구간(18.9㎞, 6시간30분 소요)이다. 특히 33코스는 감추·한섬·고불개·하평해변 등 잘 알려지지 않은, 작고 아름다운 해변을 걷는 맛이 있다. 걷다가 잠시 ‘파멍’(파도를 보며 멍 때리기)을 하기 좋은 길이다.


이날 찾은 33코스의 시작점인 추암해변. 일출 명소로 손꼽히는 추암 촛대바위가 바다에 우뚝 서 있었다. 주변에는 다양한 모양의 기암괴석이 웅장한 자태를 뽐냈다. 해안산책로를 따라 걸으면 바다 위에 있는 길이 72m의 출렁다리를 만날 수 있다. 출렁다리 중간에 구멍이 있어 푸른 바다와 물고기를 볼 수 있게 했다. 출렁다리 양쪽에는 푸르고 맑은 동해를 바로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대가 있다.


추암해변에서 동해역을 지나면 아담한 한섬해변이 나온다. 천곡동 도심과 가장 가까이 자리한 해변이라 현지인들이 산책을 많이 하는 곳이다. 한섬해변은 규모가 작기 때문에 한눈에도 해변의 끝과 끝이 보이며 해안선을 따라 울창한 송림과 기암괴석 등이 어우러져 있다. 최근에는 낮에 바다와 하늘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한섬 빛터널’이 감성 포토존으로 입소문이 퍼지고 있다.


한섬해변에서 20여분 정도 걸으면 기암괴석들이 많은 고불개해변을 볼 수 있다. 고불개해변은 파도에 의해 만들어진 암석과 형형색색의 갯바위, 특이한 모양의 기암괴석이 큰 볼거리다. 오랜 세월 속에 풍화작용으로 형성된 지질 현상을 관찰할 수 있다. 바위 사이에 자라는 해초류와 이끼류를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여름에는 바위들 틈새에 서식하는 작은 게를 많이 볼 수 있다고 한다.


묵호역 근처에 있는 여행책방 ‘잔잔하게’를 운영하는 채지형 여행작가는 “동해에 오면 해파랑길 33코스를 걷기를 추천한다. 전 구간을 걷지 못한다면 한섬해변에서 하평해변 구간만 걸어도 좋다. 천천히 걸으면 1시간 정도 걸린다. 한쪽에는 푸른 바다, 다른 한쪽에는 철길이 있는 산책로라 색다른 걷는 재미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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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호역 근처에 있는 여행책방 잔잔하게. 허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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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타산 무릉계곡의 쌍폭포. 허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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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타산의 베틀바위. 동해시 제공

동해시에 바다만 있는 게 아니다. 자연풍광이 뛰어난 백두대간의 두타산(1352m)과 청옥산(1403m)을 품고 있다. 특히 호암소에서 쌍폭포와 용추폭포까지 4㎞에 이르는 구간인 무릉계곡이 유명하다. 조선 선조 때 삼척부사를 지낸 김효원이 이름을 붙였다고 전해진다. 신선이 노닐었다는 전설이 있다 하여 ‘무릉도원'이라 불리기도 한다. 계곡 초입에 약 4960㎡(1500평)에 이르는 무릉반석이 있는데, 매월당 김시습 등 당대 최고 문객들의 시가 새겨져 있다. 베틀바위와 무릉계곡을 감상하면서 산행을 할 수 있는 베틀바위 산성길(7.3㎞, 5시간 소요)도 인기다. 지난해 6월에 개방한 두타산 협곡 마천루와 금강산바위, 신선봉, 용추폭포 등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코스다.


첫 산행길이라면 두타산 입구에 있는 무릉계곡 관광안내소를 통해 관광해설서비스를 받으면 좋다. 동해시에는 이곳 외에도 묵호항 수변공원, 추암해변 등 3곳에 관광안내소가 있다. 24시간 관광안내전화(1330)로 연락하면 동해시 여행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동해/허윤희 기자 yhher@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