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자랑’ 김신영 20년 내공 폭발…새 레전드의 시작인가

[컬처]by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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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하는데 울컥하더라고요. 객석에서 ‘노래자랑~’하고 화답해주시는데 뭔지 모르게 벅차올랐어요. 결국 녹화 끝나고 대기실로 돌아와서는 눈물이 났어요.” 지난 17일 경기도 하남 미사경정공원 광장에서 열린 <전국노래자랑>(한국방송1 일 낮 12시10분) 두번째 녹화 현장에서 만난 새 진행자 김신영은 앞서 3일 대구에서 했던 첫 녹화 소감을 이렇게 말했다.



그는 그날 어린이 참가자한테 용돈을 주는 등 능청스럽게 진행을 잘했는데 실은 데뷔 때보다 더 떨었다고 했다. “(첫 녹화날) 태어나서 가장 긴장을 많이 했어요. ‘전국 노래자랑~’ 외치고 ‘딩동댕동~’ 실로폰 소리가 들리는 순간 머릿속이 하얘져서 아무 생각도 안 났어요. (진행) 생각하고 멘트하고 생각하고 멘트하기를 반복했죠.(웃음)” 현장에서 관객은 전혀 몰랐을 텐데도 “많이 아쉬웠다”고 한다.



그래서 이날 두번째 하남시 녹화 때는 제대로 보여주겠다고 단단히 각오한 모양이다. 오는 10월16일 방송될 ‘하남시’편이 그의 첫 진행 방송이다.(첫 녹화는 대구편, 첫 방송은 하남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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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노래자랑>은 후임 진행자를 정하면서 송해의 분위기를 이어가느냐, 새로운 변화를 일으키느냐가 숙제였다. ‘송해 후임’하면 늘 언급되던 이들이 아니라, 의외의 인물이었던 김신영이 진행을 맡으면서 ‘세대통합’을 기대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이날 현장에서 그 효과들이 나타났다. 객석 분위기부터 변하고 있었다. 20~30대 관객들이 자주 눈에 띄었다. 20대 친구 둘은 “이전에는 채널을 돌리다가 <전국노래자랑>이 나오면 안 봤는데, 이제는 본방사수까지는 아니더라도 티브이에서 <전국노래자랑>이 나오면 채널을 고정하고 볼 것 같다”고 말했다. 한 70대 ‘어르신’은 “젊으니까 통통 튄다. 성대모사를 하는 게 너무 재밌다”며 김신영이 탤런트 이계인 흉내를 내는 동안 계속 웃으면서 응원했다.



프로그램 자체가 세대를 잇는 메신저였다. ‘하남시’편에서는 지금껏 볼 수 없던 초대 가수들이 등장했다. 박현빈, 박서진 같은 트로트 가수 말고도, 양희은과 브레이브 걸스에 에일리가 “데뷔 이후 처음으로 <전국노래자랑>에 출연”했다. 이런 변화는 신구세대 관객에게 서로의 문화를 알려주는 효과도 줬다. 장구를 두드리며 트로트를 부르는 ‘장구의 신’ 박서진을 몰랐던 젊은 세대는 이날 그가 흥겹게 노래하는 모습에 빠져들었다.



“누구야?” “누구야?” 하는 소리에 옆에 있던 ‘박서진 팬클럽 어르신’이 친절하게 설명을 해줬다. 어르신들은 “무대에서 나비 날개를 달고 노래하는 저 가수 이름이 나비”라는 사실을 오늘 알게 됐다. 김상미 책임피디(시피)는 “김신영의 유머 코드를 보면 ‘빠지 아저씨’ ‘식당 아주머니’ 등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분들이 많다. 김신영은 특정 세대가 아니라 전 국민이 함께 공감할 수 있는 정서가 형성되어 있다”며 세대와 세대를 이어줄 인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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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노래자랑>은 전국 팔도를 돌아다니는데다, 한여름과 한겨울을 피해 미리 녹화를 해둬야 해서 1주일에 두번 지방 촬영을 할 때도 있다. 대부분 야외 녹화여서 스케줄이 강행군이다. 그래서 허투루 할 수 없다. 성실함은 기본이고 체력도 좋아야 한다. 이날도 후덥지근한 날씨에 가만 있어도 땀이 흘렀다. 김신영은 “아침밥도 먹고 비타민도 챙겨먹었다”는데, 무엇보다 연예계 데뷔 20년의 내공이 어디 가지 않았다. 시작부터 끝까지 흥에 겨운 모습이었다. 모든 참가자들이 노래하는 내내 무대 한켠에 서서 장단을 맞추는 등 에너지가 대단했다.



한 참가팀의 무대에서는 즉석에서 댄스팀을 만들어 춤도 췄다. 특별 참가자로 나온 송은이와 입담 대결을 하고, 이계인과는 주거니 받거니 성대모사로 진행을 끌고갔다. 그는 “녹화 때나 리허설 때 참가자들을 마주하면 (할 이야기 등이) 즉흥적으로 떠오른다”고 했다. 이런 임기응변은 진행자로서 김신영의 장점이다. 그는 “장터에서 (어르신을 상대로 진행) 해본 경험이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한다. 참가자들한테 무대에서 마음껏 해보시라고 했다. 저도 무엇이든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다. 돌발상황이 <전국노래자랑>의 맛이고 멋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어느 지역에 가든 특산품도 맛있게 먹을 준비가 되어 있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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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남에서는 총 300팀이 참가해 12팀이 본선에 올랐다. 올해 수학능력시험을 보는 사수생부터, 같은 회사 동료들, 취업준비생, 경찰공무원, 주부 등이 저마다 장기를 뽐냈다. <전국노래자랑>은 노래는 못하지만 끼가 넘쳐도 본선에 진출할 수 있는데, 이날은 김신영이 진행하는 첫 방송이어서인지 그가 흥을 돋워줄 수 있는 실력자들 위주로 뽑은 듯했다. 본선 출연자 12팀 모두 가수 못지않게 노래를 잘했다. 이런 점이 오히려 현장에서는 젊은 관객들의 시선을 붙들었다.



한 30대 관객은 “어른들이 재미로 참가하는 프로그램인 줄 알았는데, 참가자들 실력이 좋아서 놀랐다. 신나고 재미있어서 중간에 가려던 계획을 바꿔 끝까지 봤다”고 말했다. 엔지도 없었고, 무대 사이 사이 끊어가는 것 없이 녹화 시작부터 끝까지 내달리니 지루하지도 않았다. 문제는 <전국노래자랑>은 공연이 아니라 티브이프로그램이라는 것. 현장의 이 분위기가 티브이에서도 고스란히 전해지느냐가 관건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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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미 시피는 “<전국노래자랑> 녹화 현장은 대낮이고, 장소가 야외여서 다소 산만하다. 관객들이 우리 엠시한테 집중을 할까 걱정도 됐다”고 한다. 하지만 김신영은 지난 대구 녹화에서 관객 3만8천명을 단번에 집중시켰다. 김상미 시피는 이 장면에서 “(<전국노래자랑>에서는) 이제 막 자라나는 새싹이지만 큰 나무가 되겠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무대에서 송해 같은 존재감이 나올까, 갸우뚱 했던 이들도 대구 녹화 때 김신영을 경험한 뒤 한시름 놨다고 한다.



하남에서 목격한 현장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김신영은 큰 목소리와 잠시도 쉬지 않고 움직이는 에너지로 관객을 고정시켰다. 한참을 서서 보다가 돌아가려던 사람들도 김신영의 목소리가 들리면 다시 멈춰서 무대로 몸을 돌렸다. 참가자마다 다른 이야기를 끄집어낼 줄 아는 노련미를 쌓아가는 게 숙제로 보인다.



김신영은 “송해 선생님이 ‘일요일의 남자’였다면 저 김신영은 ‘일요일의 막내딸’이다. 부족한 것 많지만 시청자분들이 막내딸 키운다는 마음으로 봐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거북이처럼 천천히 오래오래 전국 팔도를 돌아다니면서 많은 분에게 다양한 이야기를 들으며 인생을 배우겠습니다. 참가자들의 인생을 관찰하고 그들의 삶을 복사해서 코미디언으로서도 삶이 묻어나는 웃음을 배우도록 노력할게요.” 김신영에 대한 호불호는 갈릴지라도 그가 잘 해냈으면 하는 마음은 같은 듯했다. 그가 무대에 올라 “일요일의 막내딸 김신영입니다”라고 첫 인사를 하자 어르신들이 웃으면서 호응했다. “일요일의 남자가 막내딸로 바뀌었네. 하하하.” “막내딸이네. 맞네 막내딸 신영이 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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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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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06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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