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선수들은 왜 유니폼을 교환할까

[트렌드]by 한겨레

유니폼 교환에 대한 모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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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호(오른쪽)가 6일(한국시각) 카타르 도하 974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월드컵 브라질과 16강전이 끝난 후 카세미루의 유니폼을 건네받은 뒤 걸어가고 있다. 도하/신화 연합뉴스

6일(한국시각) 브라질과 한국의 2022 카타르월드컵 16강전이 끝난 직후. 이강인(마요르카)은 라커룸 쪽으로 가는 입구에서 네이마르(브라질)와 만나 악수를 했다. 이때 네이마르는 이강인의 팔을 손으로 치며 유니폼을 교환하자는 사인을 보냈고, 둘은 유니폼을 벗어 서로에게 건넸다.


월드컵뿐만 아니라 축구 경기가 끝나면 종종 목격되는 장면이다. 90분간 적으로 맞섰다가 심판이 종료 휘슬을 불면 일부 선수들은 유니폼을 맞교환한다. 유명 선수의 경우 두 명 이상이 유니폼 교환을 원할 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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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축구연맹(FIFA) 자료 등을 보면, 선수 간 유니폼 교환은 1931년부터 시작됐다. 프랑스 콜롱브에서 열린 친선경기에서 프랑스가 잉글랜드에 역사상 처음 승리(5-2)를 거둔 뒤 프랑스 선수들이 감격한 나머지 이를 기념하기 위해 잉글랜드 선수들에게 유니폼 교환을 제의했다고 한다.


월드컵에서 처음 유니폼 맞교환이 이뤄진 것은 1954년 스위스 대회 때부터였다. 1970 멕시코월드컵에서 당대 선수였던 펠레(브라질)와 바비 무어(잉글랜드)가 경기 뒤 유니폼을 교환하는 모습은 지금도 많이 회자된다. 2006 독일월드컵 때 티에리 앙리(프랑스)와 루이스 피구(포르투갈)의 유니폼 맞교환도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선수들은 왜 경기 뒤 유니폼을 교환할까.


미국 〈엔비시〉(NBC)는 이에 대해 “두 선수 간 상호 존중의 표시로, 경기장에서 힘든 전투를 치른 뒤 서로를 인정하는 방법으로 유니폼 교환이 이뤄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2002 한일월드컵 때 한국전에서 골을 넣었던 미국 클린트 매티스는 〈뉴욕 타임스〉와 인터뷰에서 “(유니폼 교환은) 서로에 대한 존경의 표시”라면서 “90분 동안 서로를 죽일 듯이 차고 밀치면서 몸싸움을 하지만 경기가 끝나고 나면 그냥 축구 동료로 돌아간다”고 했다.


영국 스태퍼드셔대학교의 사회학, 미디어 및 스포츠 교수인 엘리스 캐시모어는 “유니폼 교환 의식은 사회적 연대 강화, 우정 확인, 경제적 파트너십 지속과 같은 문화적 기능으로 가득 차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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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간 경기에서 유니폼 교환을 꺼리는 곳도 물론 있다. 미국과 멕시코 간 A매치 때 유니폼을 교환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한다. 1966년 월드컵 때 잉글랜드는 8강전에서 천신만고 끝에 아르헨티나를 1-0으로 꺾었는데 한 선수가 아르헨티나 선수와 유니폼을 교환하려고 하자 알프 램지 감독이 이를 막으려고 애쓰는 모습이 카메라에 담긴 적도 있다. 경기가 너무 거칠었던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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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인터 밀란과 아스널의 경기 때는 두 선수가 한 선수의 유니폼을 차지하려고 한 적도 있다. 하비에르 자네티와 마르코 마테라치(이상 인터 밀란)가 동시에 앙리의 유니폼을 원했던 것. 두 팀은 서로 다른 리그에 있었기 때문에 평소 유니폼 교환이 쉽지 않아서 빚어진 일이었다.


결국 의사소통 끝에 자네티가 앙리의 유니폼을 손에 쥐었다. 선수끼리 하프타임 뒤 유니폼을 교환해 물의를 빚은 적도 있다. 2012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경기 때 아스널 수비수 안드레 산토스는 전반전이 끝난 직후 전 아스널 동료였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로빈 판페르시의 유니폼을 받아서 아스널 팬들의 엄청난 질타를 받았다.


카타르월드컵 때는 호주와 아르헨티나의 16강전 경기가 끝난 뒤 호주 선수들이 리오넬 메시(아르헨티나)와 기념사진을 찍기 위해 줄을 섰는데 그의 유니폼을 ‘득템’한 이는 이번 월드컵에서 단 1분도 뛰지 않는 않은 후보 선수 캐머런 데블린이었다.


피파(FIFA) 공식 트위터에는 메시가 데블린에게 유니폼을 벗어주는 장면이 올라와 있다. 데블린은 영국 〈데일리 메일〉과 인터뷰에서 “아무도 (유니폼 교환을) 말하지 않았는데 나는 한 번 내 운을 시험해 봤다. 그랬더니 메시가 ‘안에서 보자'고 말했다”고 했다. 데블린은 메시의 유니폼을 받은 뒤 혹여 다른 동료들에게 들킬까 싶어서였는지 슬그머니 뒷주머니에 숨기고 팀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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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환된 타 선수의 유니폼을 선수들은 어떻게 할까. 메시는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그동안 받은 다른 선수들의 유니폼을 정리해둔 공간을 찍어 올린 적이 있다. 대부분은 메시처럼 유니폼을 보관하지만 딴마음을 품는 선수들도 더러 있다. 유명 선수가 경기에 입었던 유니폼은 상당한 값을 받고 팔 수 있기 때문이다. 1970년 월드컵에서 펠레가 입었던 국가대표 유니폼은 2002년 31만달러에 거래된 적도 있다. 때문에 관례적으로 유니폼을 교환하기도 하지만 ‘목적’을 갖고 특정 선수의 유니폼을 노리기도 한다.


이런 이유에서인지 탄자니아의 한 선수가 월드컵 예선 때 카메룬 축구 스타 사무엘 에투의 유니폼을 교환한 것을 알게 된 탄자니아축구협회는 해당 선수에게 교환된 유니폼의 가격을 내라고 강요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미국 축구 선수 그레그 버홀터는 2003년 컨페더레이션스컵 때 호나우지뉴(브라질)와 유니폼 교환을 했는데 숙소에서 깜빡하고 세탁물과 함께 내놨다가 못 돌려받은 적도 있다고 한다.


유니폼 맞교환은 미국프로풋볼(NFL), 미국프로농구(NBA)에서도 종종 이뤄진다. 여자축구에서도 가끔 있기는 한데 유니폼 교환을 꺼리는 곳도 있다. 개별 유니폼도 결국 협회나 구단 예산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유니폼 교환을 남발하다가 정작 자기가 경기에 입고 나갈 유니폼이 없어질 수도 있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2022.12.09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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