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감독하기 힘들다…EPL 한 시즌 12명 경질 신기록

[트렌드]by 한겨레

주말새 11·12번째 감독 사임 폭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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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엄 포터 전 첼시 감독. D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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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한국시각)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두 명의 감독이 옷을 벗었다. 레스터시티의 브랜던 로저스와 첼시의 그레이엄 포터다. 각각 이번 시즌 11·12번째 경질된 감독이다.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에서 중도에 팀을 떠난 감독은 12명이다. 횟수로 따지면 지난해 9월 브라이턴 앤 호브 앨비언에서 첼시로 옮겼다가 이번에 다시 잘린 포터 ‘전’ 첼시 감독까지 13번이다. 리그 역사에서 한 시즌에 이보다 많은 감독이 경질된 경우는 없었다. 종전 최다 기록은 10회(2021∼22, 2017∼18, 2013∼14).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진출권(4위)부터 강등권(18∼20위)까지 경쟁의 지옥도 속에서 쉴 새 없이 지휘관들의 비보가 들려온다.


팬들 입장에서는 ‘참을 만큼 참았다’고 밖에 할 수 없다. 7개월 만에 팀을 떠나게 된 포터 감독은 재임 기간 첼시에서 모든 대회를 통틀어 12승8무11패를 기록했다. 승률은 39%, 21세기 들어 첼시를 거쳐 간 감독 중 가장 낮다. 토드 볼리 신임 구단주 체제에서 전임자 토마스 투헬 감독을 내치고 들인 유망한 전술가였지만 결국 실패했다. 로만 이브라모비치 구단주 시절에도 한 시즌에 두 감독을 자른 경우는 없었던 만큼 포터의 실패는 뼈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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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던 로저스 전 레스터시티 감독. AP 연합뉴스

로저스 역시 마찬가지다. 레스터시티에 역사상 첫 FA컵 우승(2021년)을 안긴 그의 다섯 번째 시즌은 악몽이었다. 지난 1일 크리스털팰리스전 패배(1-2)까지 로저스의 레스터시티는 리그 1무5패를 기록했다. 팀은 강등권까지 추락했고 4년 여정에는 마침표가 찍혔다. 약 일주일 전에는 안토니오 콘테가 토트넘과 작별했다. 토트넘은 다니엘 레비 회장이 구단 운영을 맡은 이래 마우리시오 포체티노를 제외한 그 어떤 감독과도 계약을 연장한 일이 없다. 지독한 ‘고용 불안’이다.


이 불안은 막대한 자본의 유입과 과열된 경쟁에서 유래한다. <스카이스포츠>가 지난해 정리한 ‘유럽 축구팀의 지난 10시즌 순지출’ 순위를 보면 상위 20개 중 14팀이 잉글랜드 클럽이다. 이 자본력을 바탕으로 성장한 중견 클럽들은 소위 ‘빅6’라고 불리는 대형 구단 중심의 상위권 구도를 위협하고, 투자 대비 성과가 어긋난 팀은 곧바로 미끄러진다. 이름값 높은 전통 강호 에버턴과 웨스트햄은 모두 올 시즌 강등권 싸움 중이다. 걸린 돈이 커질수록, 구단주의 인내심도 줄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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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켈 아르테타 아스널 감독. EPA 연합뉴스

다만 경질과 교체가 언제나 능사는 아니다. 대표적인 클럽은 아스널이다. 아스널에서 감독 커리어를 시작한 아르테타는 부임 두 번째 시즌인 2020∼2021시즌 리그 첫 14경기 4승2무8패(승점 14점)에 그치며 구단 역사상 반세기 만에 최악의 성적을 썼다. 그러나 클럽은 장기적인 안목으로 아르테타의 시행착오를 관용했고, 리그에서 보기 드문 신뢰와 지원을 등에 업은 그는 차근차근 아스널을 ‘리빌딩’했다. 아르테타의 아스널은 현재 리그 1위를 달리고 있다.


박강수 기자 turner@hani.co.kr

2023.04.15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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