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 설산 가고 싶어? 준비부터 단단히!

겨울 산은 매력적…찾는 이 많아


백두대간에 걸쳐 있는 명산들


조난·동사·폭설 등 위험 대비할 필요


날씨 점검 필수…날씨 앱 도움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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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한파가 매섭다. 그렇지만 밖으로 나서는 발길은 끊이지 않는다. 그중 빠질 수 없는 것이 등산이다. ‘진짜 산은 겨울 산’이라며 나서는 이도 많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등산을 꾸준히 즐기는 이들은 겨울에도 산에 간다. 그러나 겨울 산은 봄 여름 가을과는 다른 모습이다. 차가운 공기, 강한 바람, 미끄러운 빙판 등 곳곳에 위험 요소가 도사리고 있다. 볼과 콧등을 스쳐 가는 차가운 기운은 때론 아릿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산을 휘감는 차가운 공기는 바람과 함께 몰아닥친다. 그래서 더 춥다. 추위는 산의 고도와 비례한다. 높이 오를수록 춥다. 햇살이 눈 부신 날도 산 공기는 건조하면서 차갑다. 그 맛에 산에 간다는 이도 있지만 겨울 산은 양면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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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산, 어디를 갈 것인가?


한라산 이외에 명산은 대부분 백두대간에 걸쳐 있다. 지리산부터 덕유산, 속리산, 월악산, 소백산, 태백산, 오대산, 설악산까지 큰 산이 즐비하다. 낙동정맥의 ‘영남 알프스’와 호남정맥의 무등산 등도 대표적이다. 조난 위험이 큰 겨울 산은 주로 백두대간과 거기서 갈라져 뻗은 산맥에 몰려 있다. 이중 조난 위험이 큰 산은 지리산, 소백산, 오대산, 설악산 등이다. 과거에는 덕유산도 겨울 조난 사고가 잦았는데, 남덕유산에서 북덕유산까지 이어지는 덕유능선 중간 삿갓재에 대피소가 들어선 후 위험이 감소했다. 백두대간은 강원권, 충청권, 영남호남권 등을 동서로 구분 짓는 큰 산줄기다. 그래서 겨울이면 이 산줄기의 등마루에 차가운 공기와 폭설이 밀려든다. 그런데 주요 등산로는 이 산줄기의 정상봉과 능선에 집중되어 있다.


1000m 이상의 산 지역은 4월 말까지도 수시로 겨울 날씨가 휘몰아친다. 지리산 칠선계곡을 비롯하여 오대산과 설악산의 깊은 계곡은 6월 중순까지 눈이 남아 있는 경우도 있다. 3월과 4월이면 산 아래는 봄이지만, 산 위는 여전히 눈도 내리고 기온도 자주 영하로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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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산의 혹한은 예외도 자비도 없다. 대한민국 최정예 특전사 요원들이 백두대간 인근 민주지산에서 6명이나 동사한 사고가 있었다. 1998년 4월1일 오후 6시부터 밤 10시 사이에 전북 무주군 설천면과 충북 영동군 용화면의 경계인 민주지산(1242m) 정상 일대를 넘다가 참변을 당한 것이다. 사고 당일 무주군 설천면에는 비가 내렸다. 해가 지면서 기온이 급강하하자 비에 젖은 군복이 얼음으로 변한 것이다. 이 사고는 겨울 산에 대한 무지와 지휘관의 오판이 부른 참사였다. 한국전쟁 이후 최악의 군 겨울 동사 사고로 꼽힌다. 대표적인 겨울 산행의 동사 사고로도 기록됐다.


준비는 이렇게!


안전한 겨울 산 등반은 기상 정보 수집이 출발점이다. 가능한 정확한 기상 정보를 수집하고 적절한 장비와 시간 계획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기상청 날씨누리’(weather.go.kr) 앱 ‘기상청 날씨알리미’를 스마트폰에 깔고 수시로 살펴보면 도움이 된다.


겨울 산에서 영하로 급강하는 공기는 손발을 위협한다. 지난해 연말에서 올해 초로 이어진 한파로 도시가 영하 10도 이하로 떨어질 때, 해발 1000m가 넘는 고산 지역은 영하 20도 이하로 떨어졌다. 특히 1500m가 넘는 주요 명산은 영하 25~30도까지 떨어지기도 한다. 영하 20도 이하면 물병이나 보온병에서 조금 흘러내린 물도 3∼5분 안에 언다. 장갑을 끼지 않은 채 이것저것 만지다 보면 10여분 만에 통증을 느끼게 된다. 발가락도 넉넉한 크기의 겨울 등산화를 신지 않으면 통증이 쉽게 전해진다. 동상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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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철 필수 장비는 동계용 등산화(발목등산화), 동계용 의류(방수·방풍 겉옷, 보온용 상·하의, 내복), 30ℓ 이상 배낭, 장갑, 스패츠(양말 안으로 들어오는 눈을 막으려고 발목부터 무릎 사이를 두르는 각반), 아이젠, 보온병, 비상식량(등산 시 소비할 식량과 비상 2끼 정도), 랜턴, 패딩(앉아서 쉴 때와 비상상황 때 착용) 등이다. 이 장비들은 기본적인 것이다. 항상 가지고 다니는 자세가 필요하다. 산을 찾는 사람들의 기호와 습관에 따라 다른 장비를 추가할 수 있다.


겨울 산 날씨를 살피는 건 필수. 두 가지를 참고하자. 첫 번째 산악 기상예보만 의존하면 곤란하다. 백두대간과 주요 국립공원에 설치된 산악 기상측정망은 일반 지역의 읍면마다 설치된 기상측정망에 견줘 정확도가 떨어지는 편이다. 두 번째는 큰 산 기상 정보는 걸쳐있는 지역의 예보를 두루 살펴야 한다. 예를 들어 지리산 천왕봉의 경우, 남쪽의 산청군 시천면·삼장면과 북쪽의 함양군 마천면 등의 날씨를 동시에 살펴야 한다. 그래야 비교적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여기에 더해 산의 해발 고도를 고려하여 산 아래 지역보다 기온이 낮을 거라고 생각해야 한다. 지리학에 따르면 고도 100m당 기온은 0.6도씩 하강한다고 한다. 노련한 등반가들은 바람 등 변수를 고려해 100m당 1도씩 하강할 거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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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에 많은 등산 정보가 공유되어 있다. 하지만 주로 장비에 집중되어 있다. 반면 안전 정보와 해설은 촘촘한 경우가 드물다. 겨울 산 등반 시간은 봄 여름 가을과 다르다. 1.5∼2배 이상 더 소요된다. 아이젠을 착용할 경우 이동 속도가 더디다. 아울러 눈이 5㎝ 이상 쌓여 있는 경우는 발이 빠지거나 땅이 미끄럽기 때문에 다른 계절 등반보다 조심해서 이동해야 한다. 그래서 이동 시간이 더 걸린다. 이런 점을 고려해 소요시간 등 산행 계획을 짜는 지혜가 필요하다.


설산 매력적이지만, 이것만은 알고 가자


겨울 산의 매력은 눈이다. 설경을 보고 눈을 밟고 만지는 체험은 설레는 일이다. 설산의 경관은 잊을 수 없다. 걸을 때 푹신푹신한 감촉도 산행의 묘미를 더해 준다. 그러나 가끔 하얀 눈이 생명까지 위협하기도 한다.


겨울 산의 폭설은 악마의 손길처럼 등산객을 곤경에 빠트린다. 폭설에는 장사가 없다. 해발 고도 800m 이내 산지에 30㎝가량의 눈이 내리면 능선에는 60∼100㎝의 눈이 쌓인다. 능선에는 눈이 그쳐도 계속 바람이 불기 때문에 등마루 혹은 등날에 눈이 더 쌓인다. 그래서 오도 가도 못하게 되기도 한다. 계곡 등에는 눈이 덜 쌓여 있을 거라 생각하기 쉬운데, 경사가 급해서 잘못 디디면 골절이나 십자인대 파열의 부상을 당할 수도 있다. 눈 쌓인 겨울 산 등반은 개방된 법정 등산로를 벗어나면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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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설로 인한 사고 기록은 많다. 1998년 1월14일 설악산에서 경북대 산악부 학생 8명이 눈사태로 참변을 당했다. 설악산 토왕성폭포에서 빙벽 등반 훈련하던 학생들이 폭설로 쌓인 눈이 무너지면서 매몰되는 사고였다. 국내에서 눈사태로 인한 사고는 자주 발생하지 않는 편이다. 반면 폭설에 갇히거나 고립되어 탈진이나 동사로 이어지는 사고는 빈번하다. 겨울 등반 사고 중 대표적인 유형이다.


안전은 위험을 보는 시선에서 출발한다. 위험을 볼 줄 모르면 안전을 담보할 방법도 못 찾는다. 겨울 산을 10∼20년 이상 다닌 이들은 경험상 조난과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치명적 사고는 딱 한 번 방심할 때 벌어진다. 철저한 준비만이 위험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다.


글·사진 서재철(녹색연합 상근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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