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 해가 지는 붉은 섬으로, 나는 가네
[ESC] 증도 간 김에 자은도 놀러 갈까
전남 신안 ‘전통’ 여행지와 ‘신흥’ 여행지
육로는 1시간40분, 뱃길은 15분
닮은 듯 다른 매력 뿜뿜
지난 4일 전남 신안군 자은도 둔장해변과 구리도를 잇는 ‘무한의 다리’(자은면 한운리). 김선식 기자 |
지난 4일 증도 우전해변(증도면 우전리). 김선식 기자 |
최근 2년간 신안 중부권 섬 여행지가 주목받고 있다. 천사대교(2019년 4월 개통)가 놓여 목포부터 압해대교~압해도~천사대교~암태도~자은도~팔금도~안좌도를 모두 육로로 여행할 수 있다. 신안 중부권 큰 섬 5곳을 자동차로 편리하게 갈 수 있게 된 것이다. 그와는 반대로 배가 더 편리한 곳도 있다. 북부권 증도와 중부권 자은도다. 차로 가면 약 1시간40분 거리(약 90㎞/자은면사무소~증도면사무소)인데 배로는 약 15분(약 4.5㎞/성인 2500원, 승용차 1만원) 걸린다. 바닷길로는 ‘코앞’인데 육로는 크게 원을 그리듯 돌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증도 왕바위 선착장에서 자은도 고교선착장을 운행하는 배편이 하루 편도 4회씩 있다.(2016년 8월 운행 시작) 전통적으로 이름난 여행지 증도와 최근 기지개를 켜고 있는 여행지 자은도를 함께 둘러보기 좋은 방법이다. 두 섬은 닮은 듯 다른 매력을 갖췄다.
자은도 분계해변(자은면 백산리) ‘여인송 숲’. 김선식 기자 |
서해와 남해 도서 지역에 ‘우실’이란 말이 있다. 해풍과 모래를 막아 마을과 농경지, 염전을 보호하려고 섬사람들이 조림한 방풍림을 일컫는다. 자은도 서쪽 분계해변엔 조선시대에 조성했다고 전해지는 아름드리 소나무 100여그루가 남아 있다. 그중 두 다리를 하늘로 길게 뻗은 듯 기이하고도 우람한 풍모를 뽐내는 소나무는 ‘여인송’이란 이름이 붙었다. ‘여인송’이 지역 명물이 되자 숲도 ‘여인송 숲’이라 불렸다. 이곳 해송림을 거닐다 보면, 나무 한그루도 장엄한 풍경이 될 수 있다는 걸 새삼 느끼게 된다.
자은도 분계해변 ‘여인송’. 김선식 기자 |
증도 남서쪽 우전해변에도 우실이 있다. 한국전쟁 이후 마을 사람들이 소나무 약 10만그루를 심었다고 전해진다. 멀리서 보면 한반도 모양을 닮아 ‘한반도 해송 숲’이라 불린다. 애초에 생존을 목적으로 가꾼 방풍림은 이제 휴양림 구실도 한다. 우전해변을 옆에 끼고 폭신한 모래 숲길을 걷다 보면, 세찬 파도 소리가 들려온다. ‘한반도 해송 숲’은 한 바퀴 돌 수 있는 둘레길(약 6~7㎞)이 있다. ‘신안 갯벌 센터’ 쪽에서 숲길 따라 걷다 보면 다시 우전해변으로 나온다. 해변(폭 100m, 길이 4㎞)은 모래가 유난히 곱고 깨끗하다.
증도 우전해변 옆 ‘한반도 해송 숲’. 김선식 기자 |
증도 ‘짱뚱어 다리’(증도면 중동리) 앞 자전거 조형물. 김선식 기자 |
다리 아래 무한한 풍경
우전해변이 끝나는 곳 광활한 갯벌이 펼쳐진다. 거기 ‘짱뚱어 다리’(폭 2m, 길이 472m)가 있다. 우전해변과 증도면 중심가를 잇는다. 갯벌 탐방로 구실도 한다. 증도 일대 갯벌은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지역(2009년 5월)이자 람사르습지(2011년 9월)로 지정돼 있다. 수많은 해양생물, 조류, 염생식물이 생태계를 이룬다. 이른 봄이면 다리 위에서 짱뚱어와 칠게, 흰발농게(환경부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 등을 쉽게 관찰할 수 있다고 한다. 짱뚱어 다리에서 보면 물 빠진 갯벌은 은빛이 넘실댄다. 인간의 근육과 핏줄을 닮은 그 무늬 아래 깊이는 가늠조차 할 수 없다. 신안군청에 따르면, 보통 연안 근처 갯벌은 평균 깊이 15~20m이지만, 증도 옆 임자도 대광해변 일대 갯벌은 실측 결과 40~50m에 달했다고 한다. 갯벌의 생명력은 상상 그 이상이다.
‘짱뚱어 다리’(증도면 증동리) 아래로 해가 떨어지는 모습. 김선식 기자 |
자은도 북쪽 둔장해변엔 ‘무한의 다리’가 있다. 2019년 9월 개통한 다리는 폭 2m, 길이 1004m다. 해변에서 ㄱ자 형태로 앞바다 무인도인 구리도와 할미도를 잇는다. 스위스 출신 세계적인 건축가 마리오 보타와 박은선 조각가가 섬의 무한한 가치와 가능성을 뜻하는 이름을 지어 주었다고 한다. 다리에 올라선 이를 둥글게 감싸는 듯한 난간 곡선이 이색적이다. 그 원형(난간)을 통과해 바다 위를 걷는다. 무인도로 가는 다리는 상상력을 자극한다. ‘그 섬엔 또 뭐가 있을까?’ 둔장해변을 끼고 도는 해안·숲 탐방로 ‘해넘이길’(약 9.7㎞·도보 2시간 30분 소요) 중턱에선 해 질 녘 붉게 물드는 무한의 다리를 조망할 수 있다. ‘자은도 해사랑 길 1코스’라고도 불리는 길은 마을 주민들이 즐겨 찾는 산책 코스다.
자은도 둔장해변 ‘무한의 다리’. 김선식 기자 |
자은도 ‘해넘이 길’ 중턱에서 본 해넘이와 ‘무한의 다리’. 김선식 기자 |
자은도 서쪽 양산해변에 지난해 8월 ‘1004 뮤지엄 파크’가 개장했다. ‘세계조개박물관’, ‘1004섬 수석미술관’, ‘새우란 전시관’ 등이 모여 있다. 조개, 돌, 그리고 꽃이 새우를 닮은 난초를 주제로 삼은 것이다. 세계조개박물관은 그 외관부터 누운 고둥 형상이다. 형형색색 조개와 고둥 3000여종, 1만1000여점을 전시한다. 원양어선 선장으로 약 12년간 망망대해를 항해한 임양수 땅끝 해양자연사박물관 관장이 40여년 수집해 기증한 것이다. 역동적인 바다만큼이나 조개·고둥 색과 모양이 다채롭고 경이롭다. 수석미술관엔 신안 섬에서 수집한 수석 등 225점을 전시한다. 기이한 모양과 무늬에 담긴 자연의 신비로움에 빠져든다. 수석미술관 앞은 ‘1004섬 수석 정원’이다. 바다가 보이는 곳에 대형 수석 약 2700t과 분재로 꾸몄다. 새우란 전시관은 봄에 난초가, 가을엔 국화가 꽃을 피운다.(1004섬 뮤지엄 파크는 성인 기준 입장료 1만원/월요일 휴관)
자은도 ‘1004 뮤지엄 파크’ 내 세계 조개 박물관에 전시한 조개와 고둥. 김선식 기자 |
증도엔 소금박물관(근대문화유산 제361호, 성인 입장료 3000원, 연중무휴)이 있다. 국내 최대 단일 염전인 ‘태평염전’(약 140만평·463만㎡) 동쪽이다. 건물부터 유물이다. 국내 알려진 유일한 석조 소금 창고였던 곳이다. 1953년 건립한 태평염전 조성 당시 산을 발파해 나온 돌로 지었다. 목선으로 운송하기 전 소금을 보관한 창고다. 1980년대 후반부턴 자재 창고로 쓰였다. 2007년 7월 일부만 개조해 소금박물관을 개관했다. 증도 서쪽 ‘신안 해저 유물 발굴 기념비’가 있는 전망대도 역사의 현장이다. 1976년께 한 어부가 증도 앞바다에서 그물로 도자기를 끌어올렸다. 추후 그 해역은 14세기 중국 원나라 교역선이 일본으로 가다 침몰한 곳으로 밝혀졌다. 수년간 당대 도자기, 금속 제품, 잡화 등 유물 2만4000여점과 동전 약 800만개(28t)를 발굴했다. 전망대에서 서북쪽 약 2㎞ 지점이다. 유난히 바람과 파도가 거센 그 앞바다는 풍광도 여느 증도해변과 달라 보인다.
신안(전남)/글·사진 김선식 기자 kss@hani.co.kr
증도 소금박물관(증도면 대초리) 앞 매머드 조형물. 김선식 기자 |
[ESC] 증도·자은도 여행 수첩
교통 목포역에서 증도면사무소와 자은면사무소는 각각 차를 타고 1시간30분, 1시간 걸린다. 증도 왕바위 선착장에서 자은도 고교선착장까지 하루 4회 배가 출항한다.(오전 9시, 11시, 오후 1시, 3시/3월31일까지 기준) 돌아오는 배는 오전 9시35분, 11시35분, 오후 1시35분, 3시35분 고교선착장을 출발한다. 편도 15분 소요. 성인 운임 2500원, 승용차 1만원.(문의 왕바위 선착장 061-275-4362, 고교선착장 061-271-1173) 풍랑 또는 간조 수위에 따라 결항할 수 있다. 미리 출항 정보를 확인해야 한다.
식당과 숙소 증도 신안갯벌센터 주변에 리조트, 펜션 등이 여럿이다. 식당은 짱뚱이네식당(전남 신안군 증도면 우전길 17-12/061-275-1999), 왕바위회식당(전남 신안군 증도면 지도증도로 1991/010-3866-8903) 등이 있다. 자은면사무소 근처 해당화식당(전남 신안군 자은면 구영2길 46/061-271-5575)에선 아침 식사가 가능하다.
김선식 기자
증도 우전해변에 물이 빠지자 마을 주민이 어망을 설치하고 있다. 김선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