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무 전 LG회장이 떠나면서 박수 받은 소박한 '수목장'

구본무 전 LG회장이 선택한 수목장, 그 이후 달라진 장례문화. 봉안당, 자연장, 수목장, 산분장 등 다양한 유골 안치 방식과 함께, 성숙한 추모 문화로 가는 길을 짚어봅니다.

영원한 여행 : 다양한 안치 방치 방법


화장 후 봉안 및 자연장 확산

유골 처리 방식, 장단점 챙기고

성숙한 추모 문화도 병행돼야


한국일보

경기 양평군 국립 하늘숲추모원 모습.

Q : 60대 A다. 돌아오는 윤달에 맞춰 그간 형제끼리 계획했던 부모님 묘를 정리하려 한다. 그런데 화장 후 어떻게 모셔야 하는지 의견이 분분하다. 화장 후 선택 가능한 안치 방법은 무엇이며, 어떤 부분을 고려해야 할까?


A : 최근 가족 구조의 변화와 화장(火葬)에 대한 인식도 바뀌면서 오래된 조상 묘를 개장해 정리하려는 분들이 많아졌다. 이때 많이들 고민하고 논쟁하는 문제가 ‘화장 후 유골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느냐’다.


유골 안치 방법은 세 가지가 있다. 가장 보편적 방법은 봉안시설(봉안당, 봉안담, 봉안묘, 봉안탑)을 이용하는 형태다. 예전에 사용했던 ‘납골(納骨)’은 일본식 용어인 데다 너무 직설적인 표현이라는 지적이 많아 2008년부터 ‘봉안’(奉安)을 공식 사용한다. 


둘째, 최근 선호도가 높아진 자연장인데, 안치 장소가 나무 밑이면 수목장, 화초 밑이면 화초장, 잔디 밑이면 잔디장이라고 한다. 


마지막, 산분장(散粉葬)은 유골을 뿌리는 형태다. 그중 해안에서 5㎞ 이상 먼바다에 뿌리는 것은 해양장이라 하며, 묘지 등 장사시설 내 지정된 구역에 뿌리는 방법도 있다.


먼저, ‘봉안당’은 화장 유골을 안치하기 위해 설치된 건축물 안 봉안단에 배치하며, 유족들을 위한 편의시설도 설치돼 있다. 현재 선호도나 이용률이 높지만, 사망자 수와 화장률이 증가해 만장이 되면 시설을 계속 증축해야 하므로 “지속 가능하지 못하다”는 지적도 있다. 건물 증축시 인근 주민 반발, 추가 예산, 추후 봉안함 처리 등 절차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한국일보

경기 파주시에 위치한 서울시립 용미리공원묘지 중 봉안담 구역

‘봉안담’은 실외에 벽이나 담 모양으로 조성돼 독립적으로 구획·관리되는 시설인데, 공간 효율성과 자연 친화성이 뛰어나고 조금 특별한 분위기도 연출한다. ‘봉안탑’은 말 그대로 ‘탑’(塔)의 형태다. 삼국시대부터 불가에서 이어져 온 석조부도(石造浮屠)와 의미가 맞닿아있다.


분묘(墳墓) 형태인 ‘봉안묘’는 돌로 만든 석실에 봉안 용기를 안치하는 방식이 보통이다. 처음엔 선호도가 높았지만, ‘석재를 너무 많이 사용한다’는 환경문제가 불거지면서 비판받기도 했다. 최근엔 가족 형태가 1, 2세대 중심의 ‘핵가족’으로 바뀌면서, 10구 이상 모시는 대형 봉안묘는 퇴조하고, 2구~6구 정도의 중소형 봉안묘가 사설 묘지를 중심으로 보급되고 있다.


예전에는 묘지를 기한 없이 영구 사용하는게 당연했다. 하지만 2000년 장사법이 전면 개정되면서 묘는 30년씩 2차례, 최대 60년까지 사용할 수 있다. 또 봉안시설은 법으로 정해져 있지 않지만 공·사설을 막론하고 15년~60년 정도다.


이렇듯 다양한 봉안시설을 이용할 땐 유족들의 접근성, 사용기한, 사용료와 관리비, 추모 환경 등을 꼼꼼히 따져보고 결정해야 한다. 최근 일부 봉안시설에서는 가족들과 연락이 닿지 않는 사례가 늘어나 운영에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최종 무연고 유골로 정리되면 유족 의사와 관계없이 일방적으로 처리될 수도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그렇다면 봉안장과 자연장(自然葬)의 장단점은 무엇일까? 봉안장은 유골을 존치하고, 자연장은 자연에 동화시킨다. 화장률 99.9%인 일본에서의 자연장은 대체로 유골을 분쇄해 자연 등에 산골한다. 


자기 집 정원, 추억이 서린 강이나 바다, 어릴 때 뛰놀던 고향 뒷동산에 뿌려 ‘완전히 자연으로 돌아가자’는 취지가 담겨있다. 반면, 우리나라의 자연장은 유럽 지역 상당수 묘지와 비슷하게 ‘이름을 남기지 않는 봉안묘’에 가깝다.


자연장의 대표 격이자 선호도가 높은 장법은 ‘수목장’이다. 옆집 아저씨 같이 소탈했던 고 구본무 전 LG회장은 2018년 돌아가시는 날까지도 많은 이들의 존경을 받았다. 간소한 장례식 후, 수목장을 택한 재벌총수는 자연의 품에 영면한 것이다. 


2021년 한국수목장문화진흥재단 조사에 따르면, 수목장에 대한 긍정적 의향이 47.7%에 달했고, 자연(환경) 친화적인 장법에 대한 인식이 확산돼 수목장림(林) 수요가 계속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수목장은 △식목형 자연 장지와 △자연 임야 그대로의 ‘수목장림’ 등 크게 2가지로 구분된다. 


전자는 나무를 심고 가꾸어 그 주변에 장사할 수 있는 구역을 조성한 것이다. 반면, 후자는 숲과 경관을 그대로 유지한 상태로 지정된 자연의 숲이다. 그런데 선호도가 높은 국유 수목장림은 국립하늘숲추모원(경기 양평군)과 국립기억의숲(충남 보령시) 2곳뿐이다. 


국유 수목장림은 친근한 산림 문화시설로 자리 잡고 있지만, 일부 추모객은 나무 밑에 작은 봉분을 만들거나 추모목에 술을 붓는 등 숲을 묘지로 만드는 행위를 해 눈살을 찌푸리게 하기도 한다.


자연장이 도입(2008년)된지 20년을 향하고 있다. 올해는 산분장이 제도화된 원년이기도 하다. 우리의 추모 문화를 돌아보며, 보다 성숙한 자연장 문화가 자리매김하도록 노력해야할 때다. 시설 운영자는 격식 있고 품격있는 장묘 서비스를 제공하고, 이용자는 자연장의 취지에 맞게 추모해야 한다. 그래야 봉안 및 자연장 시설은 남은 이들의 아픔을 위로하며 고인의 기억을 품어주는 장소가 될 수 있다. 공간이 주는 평온함, 자연이 주는 치유력, 그 속에서 떠난 이들과 남은 자가 공존하며, 함께 추억을 나누길 바란다.

이정선 을지대 장례산업전공 교수·미국 장례지도사

2025.05.05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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