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한번 ‘모래시계’의 추억… KTX를 타고 정동진에 갔다

[여행]by 한국일보

당일치기 정동진 바다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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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 드라마 ‘모래시계’에 등장했던 정동진역 승강장의 소나무는 일명 ‘고현정 소나무’ ‘모래시계 소나무’로 불린다.

KTX가 지난 3월부터 동해역까지 운행하면서 동쪽 바다 여행이 한결 수월해졌다. 일출 명소 정동진까지 중앙선이나 태백선을 이용해 예닐곱 시간 걸리던 길이 2시간 안팎으로 단축됐다.

KTX 청량리역~정동진역(오전 7시22분~9시12분)

예전에는 기차를 이용해 당일로 정동진을 여행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했다. 청량리에서 무궁화호 열차를 타고 원주~제천~영월~태백~동해를 거쳐 정동진역까지 가는 데 6시간이 넘게 걸렸기 때문이다. 밤기차를 타고 정동진역에 내려 일출을 보고, 고속버스로 돌아오기 위해 서둘러 강릉으로 가야 했던 고생스런 무박 2일 여행은 KTX 운행으로 이제 추억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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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진역에 정차한 KTX.

청량리역에서 오전 7시22분 KTX에 탑승했다. 잠시 졸았나 싶었는데 정동진역에 도착한다는 안내 방송이 흘러나온다. 1시간50분이 걸렸다. 요금은 성인 2만6,700원서울역에서 출발하면 2시간11분이 걸리고, 요금은 2만8,300원이다. 청량리~동해 KTX는 주중 4회, 주말 6~7회 운행한다.

바다 옆 간이역 정동진역(오전 9시30분~10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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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진역은 여전히 시골 간이역 모습이다.

비둘기호만 정차하던 정동진역은 25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통일호, 무궁화호, 새마을호, 바다열차(관광열차)에 이어 KTX까지 운행하는 역으로 변모했다. 승강장에 내리면 소나무 한 그루가 바다를 배경으로 외로이 서 있다. 일명 ‘고현정 소나무’다. 1995년 방영된 인기 드라마 ‘모래시계’에서 혜린(고현정)은 이 승강장에서 바다를 바라보다가 경찰에 체포된다. 시골 간이역에 불과했던 정동진역은 드라마 방영 후 단숨에 전국 제일의 일출 명소가 됐다.

해변 산책 후 시간박물관 관람(오전 10시~11시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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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 바로 앞이 정동진 해변이다. 작은 벤치와 포토존이 설치돼 있다.

전국적인 관광지로 성장하며 정동진역 주변의 볼거리도 풍성해졌다. 차를 대여할 필요 없이 전부 걸어서 둘러볼 수 있다는 게 무엇보다 장점이다. 역에서 해변까지는 채 200m가 되지 않는다. 백사장을 걷다가 벤치에 앉으면 오직 나만을 위한 바다 영화가 상영된다. 파란 하늘과 수평선이 스크린이라면, 파도소리는 어떤 스피커도 구현하지 못하는 입체 음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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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진 시간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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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천년을 기념해 1999년 세운 세계 최대 모래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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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진 시간박물관에 전시된 타이타닉호 침몰 순간 멈춘 회중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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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진 시간박물관에 전시 중인 22k 도금 독일 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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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진 시간박물관의 세슘원자시계.

해변 옆에는 새 천년 밀레니엄을 기념해 1999년 12월 제작된 초대형 모래시계가 우뚝 서 있다. 세계 최대 규모로 8.06m 높이에서 떨어지는 모래를 관찰할 수 있다. 정동진 시간박물관은 시간과 관련한 다양한 볼거리를 전시하고 있다. 태양, 물, 불, 진자, 원자 등을 이용해 시간을 측정해 온 인류의 역사와 세계의 진귀한 시계들을 시대별로 전시했다. 타이타닉호의 침몰 시간을 알려주는 회중시계가 특히 눈길을 끈다. 1912년 4월 15일 새벽 노라 케인(Nora Keane)은 배가 침몰하기 직전 탈출에 성공했지만 어머니로부터 선물 받은 시계는 바닷물이 들어가 2시20분을 가리키며 작동이 멈췄다. 30만년에 단 1초의 오차만 발생해 시각의 국제표준으로 삼은 세슘원자시계도 흥미롭다. 박물관 입장료는 성인 7,000원.

썬크루즈리조트와 정동심곡 바다부채길 산책(12시~오후 4시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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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진해변 끝자락 언덕의 썬크루즈리조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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썬크루즈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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썬크루즈 스카이워크의 아찔한 바다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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썬크루즈리조트 조각공원의 ‘축복의 손’.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 유람선 모양의 썬크루즈리조트는 정동진 하면 떠오르는 또 하나의 상징물이다. 하도홍 작가의 ‘축복의 손(하도홍 작)’을 비롯해 다양한 작품이 전시된 조각공원이 이국적인 분위기를 더하고, 망망대해를 조망하는 스카이워크는 아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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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심곡 바다부채길. 파도와 해안 절경이 어우러진 바다 산책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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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곡전망타워에서 바라본 정동심곡 바다부채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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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심곡 바다부채길. 시원한 파도에 가슴이 뻥 뚫린다.

‘정동심곡 바다부채길’은 이곳 해안 지형이 부채를 펼친 모양이어서 붙은 명칭이다. 썬크루즈리조트를 출발해 심곡항까지 이어진 약 2.8km 해안 산책로다. 발길 닿는 곳마다 해안단구, 몽돌해변, 거북바위, 투구바위, 부채바위 등 우락부락하면서도 아기자기한 자연의 명작이 눈길을 잡는다. 가끔씩 거친 파도가 기암괴석을 때리고 때로는 발 아래까지 솟구친다. 여기에 세찬 바닷바람까지 맞으면 가슴 속까지 뻥 뚫린다. 썬크루즈리조트 입장료는 성인 5,000원, 정동심곡 바다부채길 입장료는 3,000원(매주 토ㆍ일요일만 개방)이다.

정동진 레일바이크 체험 후 서울로(오후 5시~ 9시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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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와 나란히 달리는 정동진 레일바이크. 김덕래 정동진역장 제공.

마지막 일정으로 정동진 레일바이크를 선택했다. 페달을 밟으며 해변을 질주한다. 해안 산책로를 걸을 때와는 또 다른 느낌이다. 운이 좋으면 기차와 나란히 달리는 이색 체험도 가능하다. 정동진역으로 돌아와 오후 7시31분 KTX를 타면 청량리역에 9시25분 도착한다. 하루를 꽉 채운 정동진 바다 여행이다. 정동진 레일바이크 이용료는 2인승 2만5,000원, 4인승 3만5,000원이다. 왕복 4.6km, 50분이 걸린다.


박준규 기차여행/버스여행 전문가 http://traintrip.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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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5.21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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