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 씻고 건강 챙기고... 여기가 '워터테라피' 물맞이 명당
1000원 버스 타고 구례 여름 여행
높이 15m 바위 절벽에서 쏟아지는 수락폭포는 우렁찬 소리만 들어도 시원하다. 여름에는 물맞이하려는 이들이 즐겨찾는 구례의 피서 명소다. ⓒ박준규 |
지리산 서쪽 자락 전남 구례는 바다만 없을 뿐 숲과 계곡, 폭포까지 더위를 피할 자연을 골고루 갖췄다. 차 없이 요금 1,000원짜리 버스를 타고 가볼만한 명소 네 곳을 소개한다.
가볍운 몸풀기, 섬진강 대나무숲길
우선 맛보기 풍경 명소로 섬진강 대나무숲길을 추천한다. 드넓은 섬진강과 오산이 병풍처럼 펼쳐진 곳이다. 숲에 들어서자마자 녹음 가득 끝없는 대나무 행렬에 눈이 시원하다. 맑은 공기에 대숲 향기가 더해져서 몸도 마음도 자연스레 정화되는 느낌이다. 숲 사이로 살랑살랑 불어오는 강바람까지 시원하다. 대나무숲길 전체 길이는 600m로 짧아 남녀노소 누구나 가볍게 걸을 수 있다.
구례공영버스터미널에서 구례구역 방면 2-1·2-4·2-5·2-6번 농어촌버스를 타고 오정정류장에 하차하면 된다.
푸른 기운 가득한 구례 섬진강 대나무숲길. ⓒ박준규 |
섬진강 대나무숲길은 강가 평지 숲이어서 누구나 부담없이 걸을 수 있다. ⓒ박준규 |
차 한 잔의 고택 운치, 쌍산재
쌍산재(雙山齋)는 해주 오씨 경영씨의 고조부 호를 따서 이름 지은 고택으로, 2021년 TV 예능 프로그램 ‘윤스테이’ 촬영지로 한층 유명해졌다. 대문으로 들어서면 한옥에 수목, 정원, 마당이 어우러져 아늑하고 푸근하다. 시대를 거슬러 조선시대 어느 양반집에 들어선 것 같다.
매표소에서 입장료를 내면 아메리카노 혹은 매실차를 웰컴티로 제공한다. 실내 공간인 적덕헌이나 사랑채, 안채, 건너채, 영서당 대청마루에 걸터앉아 매실차 한 잔으로 여유를 음미한다. 자연을 벗 삼은 선비처럼 고고하고 편안하다.
구례 해주 오씨 고택 쌍산재의 당몰샘. ⓒ박준규 |
쌍산재의 웰컴티. 입장료 1만 원에 커피나 매실차를 제공한다. ⓒ박준규 |
진짜 절경은 따로 있다. 별채 거연당, 대나무밭의 호서정, 동백터널과 잔디밭을 지나 등장하는 서당채다. 선친의 서재이자 집안 자제들이 수학하던 장소인데, 여행객에게는 실패 없는 사진 명소로 꼽힌다. 이어 연못, 청원당, 경암당과 문 밖의 사도저수지로 느긋하게 발길을 옮기면 무릉도원에서 신선놀음이 따로 없다. 입장료는 웰컴티 포함 1만 원, 오전 11시부터 오후 4시 30분까지 개방한다. 매주 화요일은 휴무다.
구례공영버스터미널에서 하사 방면 4-8·4-9번이나, 오미방면 농어촌버스를 타고 상사정류장에서 하차하면 된다. 버스 운행이 드물기 때문에 구만리 방면 7-9, 화엄사·대평·지천리 방면 5-1·5-2·5-3번 버스를 타고 마산파출소에 내려 1.5km 걸어서 이동하는 방법도 있다.
기품이 넘치는 쌍산재 호서정. ⓒ박준규 |
백제 고찰 연곡사와 물 맑은 피아골계곡
연곡사(鷰谷寺)는 백제 성왕 22년(544) 인도의 고승 연기조사가 창건했다는 사찰이다. 처음 절터를 잡을 때 큰 연못이 있었는데, 소용돌이치는 물에 제비들이 노는 모습을 보고 사찰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도선국사, 현각선사 등 고승을 배출하고 번성한 선종 사찰이다.
조선시대에는 연곡사 스님들이 승병 활동을 해 왜구로부터 보복을 받았고, 일제강점기에는 항일의병의 근거지였다는 이유로 탄압을 받았다. 한국전쟁 때는 전각이 모두 불타는 수난을 겪었다. 다행히 국보로 지정된 동승탑·북승탑을 비롯해 보물 동승탑비·소요대사탑·현각선사비·삼층석탑 등 석조 문화재는 화마 속에서도 살아 남았다. 모두 가까이서 볼수록 조각이 섬세해 불교미술의 걸작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연곡사 일주문. ⓒ박준규 |
국보 연곡사 북승탑. ⓒ박준규 |
절 앞은 피아골계곡이다. 지리산 반야봉 중턱에서 발원해 임걸령, 불무장을 거쳐 피아골삼거리, 연곡사를 지나며 넓어진 계곡은 섬진강과 합류한다. 길이가 20km에 달하고 수량도 풍부해 구례에서 으뜸으로 치는 여름 피서지다.
계곡을 제대로 즐기려면 1박2일 여행을 추천한다. 보통 경치가 뛰어난 펜션에서 숙박하는 방식을 택한다. 맛있는 요리에 입 호강은 기본이고 평상, 돗자리, 튜브를 빌려 시린 계곡에 발을 담그거나 물놀이를 즐기노라면 더위가 금세 씻긴다.
구례공영버스터미널에서 연곡사·피아골 방면 8-1번 농어촌버스를 타고 연곡사 혹은 내동정류장(평도마을)에서 하차하면 된다.
물줄기가 시원하게 흘러내리는 피아골계곡. ⓒ박준규 |
맑고 차가운 물이 흘러내리는 피아골계곡. ⓒ박준규 |
소문난 물맞이 명소, 수락폭포
수락폭포는 기암괴석 사이로 15m 떨어지는 물줄기다. 은가루를 뿌리듯 쏟아지는 모습이 웅장하고 아름답다. 울부짖듯 우렁찬 폭포소리만 들어도 무더위가 씻긴다. 옛날 폭포 위 바위에서 신선들이 바둑을 두며 소일했다는 전설을 간직하고 있다. 폭포 우측으로 우뚝 솟은 할미암에는 아들을 못 낳은 부인들이 처마에 돌을 담아 올려놓으면 득남한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구례읍 백련리 출신 동편제 판소리 대가 송만갑이 득음하고자 수련했던 장소로, 요즘도 예비 국악인의 방문이 이어지는 곳이다.
시원한 물줄기가 우렁차게 쏟아지는 수락폭포는 오래전부터 물맞이 명소로 꼽힌다. ⓒ박준규 |
수락폭포는 ‘물맞이 폭포’로 특히 유명하다. 모내기나 김매기를 마친 주민들이 허리 통증과 신경통을 다스리기 위해 즐겨 찾았다. 관절염, 근육통, 산후통에도 효험이 있다는 소문에 한여름에는 여행객의 방문이 끊이지 않는다.
물맞이 효과는 과학적으로도 입증됐다. 2013년 전남보건환경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물맞이는 인체 면역력 증진, 알레르기성 비염과 천식 증상 완화, 혈액 정화와 두뇌 기능 향상에 효능이 있다고 한다. 수락폭포에는 산소 음이온이 공기 1㎖당 평균 1만4,060개, 최대 17만8,100개가량 발생한다. 도시의 약 34배 수준이다. 이 정도면 ‘천연 워터테라피’나 마찬가지다. 구례공영버스터미널에서 수락방면 7-1·7-2번 농어촌버스를 타고 중기마을 하차 후 600m 걸으면 된다.
박준규 대중교통여행 전문가 blog.naver.com/sakam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