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한 바다, 저절로 '비대면'...여백으로 채워진 1004 섬

[여행]by 한국일보

기차+렌터카로 신안 자은도 여행


섬 여행은 불편하다고 여기기 쉽지만 연륙교 건설로 상황이 해마다 개선되고 있다. 육지와 섬, 섬과 섬을 연결하는 다리가 잇따라 놓이면서 서해의 여러 섬으로 가는 길이 한결 수월해졌다. 섬으로만 형성된 신안군, 그 중에서도 자은도는 최대 수혜자라 할 수 있다. 천사대교(압해도~암태도)와 은암대교(암태도~자은도)로 육지와 연결되면서 더 이상 선착장에서 배를 기다릴 필요가 없어졌다. 천혜의 자연에 관광 시설까지 더해져 볼거리도 점점 풍성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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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은도 둔장해변. '1004' 조형물 뒤로 '할미섬'이 보인다.

서울남부터미널에서 시외버스를 타면 한번에 압해도나 암태도 남강선착장에 내린다. 갈아타지 않아 편리하지만 현지에서가 문제다. 배차 간격이 긴 1004번 농어촌버스로 여러 섬 구석구석까지 여행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대안으로 용산역(KTX) 또는 수서역(SRT)에서 고속철도로 목포역까지 이동한 후 렌터카를 이용한다.

무한의 다리, 여백으로 채워진 해변...자연스런 언택트 여행

천사대교를 건널 땐 드넓은 바다에 잠시 마음이 설렌다. 암태도를 통과해 다시 은암대교를 지나면 자비롭고 은혜로운 섬, 자은도(慈恩島)다. 유각마을을 지날 무렵 독특한 벽화가 등장한다. 화관을 쓴 다섯 주민들의 표정이 귀엽고 사랑스럽다. 마치 ‘이래도 그냥 갈래?’라고 반문하는 듯 해 '인증 사진'을 찍지 않을 수 없다.


자은도에서 첫 일정은 섬 북측의 둔장해변. 해변 바로 앞의 작은 섬 ‘할미도’까지 1,004m 길이의 다리가 놓여 있다. 일명 ‘무한의 다리(Ponte Dell’ Infinito)’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 관계를 맺고 사회를 형성하듯, 섬과 섬을 이어 자연의 연속성과 무한함을 표현했다. 둔장해변은 바람이 많이 불어 ‘윈드비치’라고도 부른다. 다리 위를 걸을 때 특히 위력이 실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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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은도 유각마을 벽화. 화관을 쓴 주민들이 반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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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은도 둔장해변에서 할미섬까지 연결된 '무한의 다리'.

자은도는 해변 천국이다. 둔장 외에도 신돌ㆍ외기ㆍ내치ㆍ양산ㆍ분계ㆍ신성ㆍ면전ㆍ백길 등 섬을 돌아가며 9개 해변이 있다. 둔장ㆍ분계ㆍ백길해변은 그나마 알려진 편이지만 나머지 해변으로 가는 길엔 이정표조차 보이지 않는다. 내비게이션의 도움을 받는 수밖에 없다. 외기ㆍ내치해변을 가봤다. 넓은 해변에 인적이 드물어 한적하게 즐기기 그만이다. 거리두기가 대세인 시절, 의도하지 않아도 저절로 비대면(언택트) 여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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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길해변의 모래사장과 바다, 하늘, 작은 섬...자은도 해변은 어디나 여백으로 꽉 찬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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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은도의 해변은 아직까지 사람이 많지 않아 비대면 여행지로 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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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계해변의 해송. 늘씬한 여인이 거꾸로 선 모양의 '여인송'이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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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백길해변, 울창한 송림을 통과하자마자 바다가 시원스럽게 펼쳐진다. 한 폭의 산수화처럼 원초적인 아름다움을 간직한 해변이다. 특히 하얀 모래가 떡가루처럼 희고 곱다. 맨발로 걸으면 발가락 사이로 파고드는 모래의 감촉이 솜사탕처럼 감미롭다.


분계해변은 바다보다 숲이 일품이다. 해변을 따라 늘어선 해송은 2011년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어울림상’을 받았다. 여인이 물구나무를 선 듯한 모양의 ‘여인송’이 특히 눈길을 끈다.

자은도 종합선물세트 ‘1004 뮤지엄파크’

다음 행선지는 양산해변이다. ‘또 바다 구경인가?’라는 불평은 접어두자. 자은도만의 색다른 볼거리가 있다. 신안군은 2023년까지 13개 섬에 미술관, 전시관, 박물관 24곳을 조성 중이다. 양산해변에는 올해 ‘1004 뮤지엄파크’가 들어섰다. 수석미술관, 수석정원, 자연휴양림, 새우란전시관, 세계조개박물관 등의 시설이 운영을 시작했거나 개장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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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해변의 신안 자연휴양림. 나무보다 꽃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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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4 뮤지엄파크'의 세계조개박물관. 전세계에서 주집한 희귀 조개를 체계적으로 분류해 놓았다.

꽃 향기 물씬 풍기는 자연휴양림을 산책한 후 세계조개박물관으로 이동한다. 해남 땅끝자연사박물관 임양수 관장과 조개공예가 이주형 작가의 도움으로 설립된 박물관이다. 임 관장은 원양어선 선장으로 40여년간 세계의 바다를 누비며 희귀한 조개와 고둥을 수집해 왔다. 인류와 공존해 온 각종 패류를 전문 서적보다 체계적으로 정리해 놓았다. 깨끗한 바다와 갯벌을 간직한 자은도에 잘 어울리는 박물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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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4 뮤지엄파크의 수석미술관. 스마트폰 앱을 실행하면 폭포 모양 수석에서 물이 흐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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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4 뮤지엄파크의 수석정원.

‘1004섬 수석미술관’은 오랜 세월 파도에 닳은 돌멩이와 자연 수석을 수집해 온 원수칠 관장의 노력이 돋보이는 공간이다. 미술관 안 ‘1004 갤러리’에서는 신안 섬 수석의 특징을 파악할 수 있다. 용과 폭포 등 자연을 고스란히 담아낸 진기한 수석도 눈길을 끈다. 먼지 앉은 시골 박물관을 떠올리면 오산이다. IT기술을 접목해 스마트폰 앱으로 게임처럼 흥미진진하게 감상할 수도 있어서 아이들에게 인기다. 수석정원은 강희원 부림수석관광농원 원장의 작품을 전시한 야외 미술관으로, 작품 하나하나가 포토존이다. 1004 뮤지엄파크 입장료는 성인 1만원(8월1일부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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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길천사횟집의 모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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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은도 '천사섬 캠핑 글램핑'의 숙박 시설.

전국의 섬이 그렇듯 자은도를 대표하는 음식 역시 바다 향기가 그대로 전해지는 싱싱한 회다. 신진횟집, 백길천사횟집 등 해변마다 맛집이 즐비하다. 숙박은 한운리의 ‘천사섬 캠핑 & 글램핑’을 추천한다. 일반 야영장은 3만원부터, 글램핑과 카라반은 13만원부터다.


박준규 대중교통여행 전문가 traintrip.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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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8.15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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