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흐르는 다리 건너면 숨은 전설과 아픈 역사가…

관광공사 추천 차로 가는 섬 여행 4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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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진 영흥도와 선재도는 안산 대부도와 연결돼 차로 갈 수 있다. 하루 두 차례 물이 빠지면 드넓은 갯벌이 펼쳐지고 이때 마을에서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트랙터를 타고 갯벌로 이동하는 자체도 색다른 경험이다. 옹진=최흥수 기자

육지와 섬, 섬과 섬을 잇는 다리가 잇따라 개통하면서 섬 여행이 한결 수월해지고 있다. 섬 아닌 섬, 한국관광공사가 6월 추천 여행지로 선정한 차를 타고 떠나는 섬을 소개한다.

’별주부전’의 전설, 사천 비토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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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서 내려다 본 비토섬 전경. 사천시청 제공

토끼가 날아 오른 섬, 사천 비토섬은 ‘별주부전’의 전설을 간직한 섬이다. 모두가 아는 내용과 조금 다르다. 토끼와 거북이 뭍으로 나갈 때부터 반전이 시작이다. 비토섬에 딸린 월등도 앞바다에 당도해 육지인 줄 알고 뛰어내렸는데, 달빛에 반사된 섬 그림자였다. 결국 토끼는 바다에 빠져 죽고 토끼의 간을 얻지 못한 거북도 노심초사하다 목숨을 끊는다. 토끼가 달을 보고 뛰어오른 섬은 월등도가 됐고, 주변에 토끼섬, 거북섬, 목섬이 전설처럼 이어진다.

 

남해고속도로 곤양IC에서 서포면 소재지를 지나 비토교와 거북교를 건너면 비토섬이다. 섬에는 해양낚시공원과 국민여가캠핑장이 조성돼 있다. 낚시공원이 자리한 별학도는 200m의 도보 다리로 연결된 섬 속의 섬이다. 해안산책로를 걸으면 사천만의 너른 바다와 각산, 삼천포대교, 창선대교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국민여가캠핑장은 각각 토끼, 자라, 용궁 구역으로 구분해 자연스레 ‘별주부전’을 연상케 한다. 차가 캠핑장 안에 진입할 수 없어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기 좋다. 캠핑장을 이용하지 않아도 바다와 갯벌이 드넓게 펼쳐지는 전망대까지 산책을 할 수 있다. 비토국민여가캠핑장을 이용하면 사천바다케이블카를 탑승할 때 5,000원을 할인해 준다.

 

비토섬에 딸린 월등도는 지금도 썰물 때 하루 두 번 길이 열리는 섬이다. 차가 드나들 수 있는 길 양편 바다는 이때 거대한 갯벌로 변한다. 바지락과 굴을 캐는 풍경과 짭조름한 바다 내음이 섬의 풍취를 더한다.

특별한 시간을 간직한 부산의 끝 섬, 가덕도

부산에서 거제로 바로 가는 길이 열린 지 9년, 이제야 스쳐 지나던 섬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부산에서 거제도에 가려면 거가대교 이전에 가덕대교와 눌차대교를 차례로 건넌다. 두 번째 다리 눌차대교 다음이 가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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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덕도 외양포의 일본군 엄폐 막사와 탄약고. 한국관광공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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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덕도는 러일전쟁과 일제강점기의 아픈 역사가 새겨진 섬이다. 여행은 외양포에서 시작한다. 러일전쟁 당시 일제가 64가구 주민을 퇴거시킨 뒤 군사기지로 이용한 마을이다. 광복 후에는 군사보호구역으로 묶여 당시의 흔적이 비교적 온전히 남아 있다. 마을 초입 ‘대항낚시’ 앞 삼거리 이정표에는 포진지, 화약고, 병사, 사령관실 등이 적혀 있다. 이 낚시점 역시 헌병부가 있던 자리다. 마을 길을 조금 더 올라가면 포진지도 남아 있다. 엄폐 막사는 반원 아치형 입구를 대나무로 위장했고, 내부에는 포대 진지 배치도와 러일전쟁 역사를 전시하고 있다. 외양포를 돌아볼 때는 문화관광해설사의 설명을 들어야 역사의 퍼즐이 제대로 꿰진다. 주말과 공휴일 오전 9시30분부터 오후 3시까지 포진지 앞 안내소에 해설사가 상주한다.

 

섬 남동쪽 대항새바지에는 방파제를 따라 트릭아트 벽화가 그려져 있다. 이곳에도 2차 세계대전 말 일제가 만든 동굴 요새가 있다. 동굴 반대편 출구 쪽은 한적한 몽돌해변이다. 출구에서 찍은 사진이 SNS에 많이 올라오는데 실은 출구가 아니라 총을 쏘기 위한 구멍이었다. 가덕도와 다리로 연결된 눌차도의 정거마을은 최근 소담한 벽화마을로 알려지고 있다. 가리비 껍데기로 꾸민 물고기나 부엉이 벽화가 특이하다.

수평선 너머로 인천공항이…옹진 영흥도

영흥도는 안산 대부도에서 다리 2개만 건너면 되는 곳이다. 동쪽 해안도로를 따라가면 십리포해수욕장이 나온다. 규모가 아담하고 무료 야영 시설이 있어 가족 여행객에게 인기다. 수평선 너머로 보이는 인천국제공항과 바다 위로 길게 뻗은 인천대교 풍경이 인상적이다. 십리포에선 물놀이와 갯벌 체험을 모두 즐길 수 있다. 썰물 때는 모래사장 너머로 드넓은 갯벌이 드러난다. 직접 캔 조개와 바지락으로 탕을 끓여도 별미다. 섬 곳곳에 바지락칼국수 식당이 많다. 150년 전 방풍림으로 조성한 소사나무 군락지도 명물이다. 산림유전자원보호림으로 지정해 들어갈 수 없는 점은 아쉽다. 해변 끝에서 연결되는 해안산책로를 걸으면 산과 바다의 정취를 두루 만끽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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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흥호 십리포해변에서 아이들이 모래 장난을 하고 있다. 최흥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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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이 빠지면 선재도 앞 목도까지 바닷길이 열린다. 최흥수 기자

아이가 있는 가족이라면 영흥에너지파크도 볼만하다. 전기와 에너지를 주제로 한 전시관, 생태 연못과 공룡 모형, 꼬마기차로 꾸민 야외 테마파크가 흥미를 끈다. 전시관은 전기가 만들어지는 원리와 과정을 재미있게 관람하도록 꾸몄다.

 

영흥도의 관문인 선재도에는 목섬의 바닷길이 유명하다. 물이 빠지면 섬까지 드넓은 모랫길이 드러난다. 무인도인 목섬까지 약 1km 거리로 왕복 30분이면 충분하다. 섬 뒤편으로 끝없이 펼쳐지는 모래사장도 흔히 볼 수 없는 진풍경이다. 선재대교 아래엔 소박한 벽화 골목이 있다. 섬 남단에 옹기종기 모인 집 사이로 정겨운 그림이 그려졌다. 담벼락마다 빛깔 고운 꽃이 화사하고, 돌고래와 만선을 이룬 고깃배가 춤을 추듯 출렁인다. 마음이 절로 따뜻해진다.

천사대교 건너면 신안의 4색 섬

압해도와 암태도 간 천사대교 개통으로 신안 4개 섬이 한꺼번에 육지와 연결됐다. 암태도와 자은도, 팔금도, 안좌도는 진작 다리로 연결된 상태였다. 암태도 하면 소작쟁의가 빠지지 않는다. 단고리 장고마을 초입에 ‘암태도 소작인 항쟁기념탑’이 상징처럼 세워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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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태도 기동삼거리 벽화. 한국관광공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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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은도 해사랑길. 한국관광공사 제공

기동삼거리 농약사 담벼락엔 애기동백 두 그루가 고개를 내민다. 이 나무를 머리 삼아 환하게 웃는 할머니와 할아버지 얼굴이 담벼락에 그려졌다. 애초 할머니 얼굴만 그렸는데 서운해하는 할아버지를 위해 신안군에서 나무 한 그루를 더 심어 부부 벽화가 탄생했다.

 

암태도에서 중앙대교를 건너면 팔금도, 다시 신안1교를 지나면 안좌도다. 안좌도에서 꼭 가야 할 곳은 ‘신안 김환기 가옥(국가민속문화재 251호)’이다. 한국 추상미술의 선구자 김환기는 안좌도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을 보냈다. 1970년 뉴욕에 살던 김환기는 김광섭의 시 ‘저녁에’를 읽고 가슴이 먹먹해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다. ‘저렇게 많은 중에서 / 별 하나가 나를 내려다본다’로 시작하는 시는 사무치는 향수를 자극했고, 무수한 점으로 표현된 그리움은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라는 걸작으로 탄생했다. 고택은 1910년 김환기의 부친이 백두산에서 가져온 나무로 지었다. 건너편 마을에 그의 그림이 벽화로 그려졌다.

 

자은도는 네 섬 가운데 여행객이 가장 많다. 1km 모래밭이 완만한 경사를 이룬 분계해수욕장은 편의시설을 잘 갖췄고 해변에는 수령 200년의 소나무가 빼곡하다. 백길해수욕장은 규사 성분이 많아 유독 하얗다. 자은도에는 이외에도 크고 작은 해수욕장이 아홉 개나 있다.

 

최흥수 기자 choiss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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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6.19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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