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도에서 제주까지 배로 80분…대중교통 마니아의 2박3일 체험 여행

박준규의 기차여행·버스여행

고속버스·여객선·시내버스 타고 제주 여행

한국일보

감귤 따기 체험을 하려면 요즘이 최적기다. 서귀포 서홍동 율이네감귤체험농장에서 감귤 따기 체험.

대한민국 최남단 제주는 최적의 겨울 여행지다. 상대적으로 따뜻하고, 천혜의 자연과 다양한 박물관이 있고, 즐길거리까지 풍성하니 제주를 가야 할 이유를 꼽자면 열 손가락이 모자란다. 제주도 여행에는 일반적으로 항공기와 렌터카를 이용한다. 그러나 진정한 대중교통 여행자라면 방법이 달라진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시내버스로 여행한 경험을 살려 이번에는 육ㆍ해ㆍ공을 망라한 교통 수단을 이용해 제주를 다녀왔다.

고속버스 타고, 여객선 타고, 시내버스 타고…

서울 반포동 센트럴시티에서 오전 8시10분 완도행 금호고속 우등버스에 올랐다. 5시간이 걸려 오후 1시10분 완도공용버스터미널에 도착했다. 요금은 어른 4만100원이다. 오래 걸리지만 최신형 차량이라 스마트폰을 충전하며 편안히 쉴 수 있었다. 중간에 휴게소에서 두 번 쉬기 때문에 생각만큼 지루하지 않다.

한국일보

완도행 금호고속 우등버스.

한국일보

전복 한 마리가 통째로 들어간 완도 장보고빵.

한국일보

완도타워에서 내려다본 완도 읍내 풍경.

한국일보

완도~제주 구간을 1시간20분만에 주파하는 한일블루나래호. 주말 요금이 5만1,150원이지만 한일고속 홈페이지에서 예매하면 5% 할인된다.

제주행 여객선 출항 시간까지 남은 시간은 약 1시간50분, 짬을 내 읍내 동망봉 정상에 솟은 완도타워에 올라 다도해국립공원 풍광을 감상하고, 전복을 통째로 넣어 만든 ‘장보고빵’을 사서 완도항 여객터미널로 돌아왔다.


오후 3시 출항하는 제주행 한일블루나래호의 1등석에 앉았다. 한일고속 홈페이지에서 예매하면 5% 할인해 4만8,700원, 마일리지도 적립된다. 제주도 가는 여객선 중 가장 빠른 40노트(시속 74km) 급이라 바다 위의 KTX로 불린다. ‘배는 느리다’는 편견이 이 노선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제주항 도착 시간은 오후 4시20분, 불과 1시간20분이 걸렸다. 서울~완도 고속버스는 고속버스통합예매(kobus.co.kr), 완도~제주 여객선은 한일고속(hanilexpress.co.kr) 홈페이지에서 구입.

제주도 시내버스 여행 1일차

첫 일정은 용두암. 412번 시내버스를 타고 삼도119센터 정류소에 내렸다. 용연구름다리를 지나 용머리 바위와 바다 야경에 잠시 젖는다. 461번 버스로 노형초등학교 정류소에 내렸다. 저녁식사 메뉴는 ‘노형돈사촌’ 식당의 흑돼지. 매일 축산물공판장에서 좋은 부위를 골라 오기 때문에 고기가 신선하다 자랑한다. 입에서 살살 녹는 부드러운 맛이 일품이다. 365번 버스로 에어시티제주호텔로 이동해 첫날 여정을 마무리 한다.

한국일보

‘노형돈사촌’ 식당의 흑돼지.

제주도 시내버스 여행 2일차

다음날 첫 목적지는 천지연폭포. 호텔 조식으로 아침식사를 해결한 후 325번 시내버스를 타고 제주공항으로 이동, 181번 급행버스로 갈아타고 서귀포로 향한다. 번거롭게 생각되지만 1시간10분 만에 서귀포등기소 정류장에 도착했다. 중앙로터리에서 642번 버스로 갈아타고 천지연폭포(입장료 2,000원)에 내렸다. 장마철도 아닌데 힘차게 떨어지는 폭포의 모습이 압권이다. 근처 새연교를 건너 새섬까지 산책할 수 있다.

한국일보

서귀포 천지연폭포.

한국일보

제주올레 7코스 돔베낭골~외돌개 구간. 뒤편으로 문섬이 보인다.

한국일보

율이네감귤체험농장에서 감귤 따기 체험. 최대 2kg까지 가지고 갈 수 있다.

다시 642번을 타고 서귀포여자고등학교 앞에 내렸다. 제주올레 7코스(서귀포~월평) 중 풍광이 가장 뛰어나다는 돔베낭골~외돌개 구간을 천천히 걸었다. 이어 880번 버스를 이용해 남성마을 입구 ‘율이네감귤체험농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체험비는 1인 1만원, SNS이벤트에 참여하면 8,000원이다. 밭에서 바로 따서 먹는 조생종 감귤이 상큼하다. 알이 굵고 싱싱한 것을 골라 봉지를 가득 채웠다. 최대 2kg까지 따서 가져갈 수 있다.


감귤 따기 체험을 마친 후 651번 버스로 서복전시관에 내려 정방폭포(입장료 2,000원)로 향했다. 폭포수가 바다로 내리 꽂히는 모습도 놀랍지만, 웅장하고 경쾌한 물소리에 귀가 즐겁다. 저녁식사는 ‘쌍둥이횟집’에서 2인 특모듬스페셜(10만원)을 시켰다. 예쁜 만큼 맛있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서귀포매일올레시장에서 제주 특산물 오메기떡을 사서 호텔 아트스테이에 여장을 풀었다.

한국일보

정방폭포의 웅장한 물줄기.

호텔스 컴바인 배너 이미지1
한국일보

쌍둥이횟집의 2인 특모듬스페셜(10만원).

한국일보

서귀포매일올레시장에서 구입한 오메기떡.

제주도 시내버스 여행 3일차

다음날 아침 621번 버스를 타고 서귀포감귤박물관으로 향한다. 제주 감귤의 역사와 문화를 전시한 공간이자 체험장이다. 아열대식물원을 관람한 후 감귤피자를 만들고(2인 1만6,000원), 감귤족욕(3,000원)으로 피로를 푼다. 입장료 1,500원을 포함해도 1인 1만2,500원 꼴이어서 가성비 좋은 여행지다. 다음은 624번 버스로 쇠소깍으로 이동해 전통나룻배 타기(2만원). 가을의 끝자락인데도 쇠소깍 주변의 계곡과 물이 여전히 푸르다. 잠시 딴 세상을 여행한 기분이다.

한국일보

서귀포감귤박물관에서 감귤피자 만들기 체험. 2인 1만6,000원, 40분이 소요된다.

한국일보

쇠소깍에서 테우와 전통조각배(나무카약) 타기 체험.

한국일보

성산일출봉 정상에 오르면 눈앞에 넓고 펑퍼짐한 분화구가 펼쳐진다.

마지막 목적지는 성산일출봉이다. 623번과 201번 버스를 이용했다. 40km가 넘는 거리지만 요금은 1,200원이니 대중교통 마니아에겐 더 없이 좋다. 힘겹게 계단을 올라 성산일출봉(입장료 5,000원) 정상에 도착하면 다시 한번 비경이 펼쳐진다. 앞으로는 펑퍼짐하고 이국적인 분화구가, 뒤로는 한라산 아래 제주도 동쪽 풍광이 그림 같이 펼쳐진다.

한국일보

버스 타고, 배 타고, 비행기 타고…육ㆍ해ㆍ공 제주 여행 승차(선)권.

성산일출봉을 뒤로하고 112번 급행버스를 타고 제주공항으로 이동해 오후 9시10분 출발하는 김포공항행 아시아나항공(특가 4만5,500원)에 몸을 실었다. 사흘간의 숨가쁜 육ㆍ해ㆍ공 제주 여행을 마무리하는 순간이다. 제주도 여행지 정보는 비짓제주(visitjeju.net), 여행지 이동은 제주버스정보시스템(bus.jeju.go.kr)을 참고했다.


박준규 기차여행/버스여행 전문가 http://traintrip.kr

호텔스 컴바인 배너 이미지2
2019.12.03원문링크 바로가기

본 콘텐츠의 저작권은 저자 또는 제공처에 있으며, 이를 무단 이용하는 경우 저작권법 등에 따라 법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이런 분야는 어때요?
ESTaid footer image

© ESTaid Corp.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