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혜영 “카메라 꺼지면 꼰대 되는 의원들… ‘반말 마세요’ 말하니 효과적”
2030 기자들이 묻다
장혜영 정의당 혁신위원장
“정의당 학습된 무력감, 변화 필요… 심상정 대체 가능하게 시스템 정비해야”
![]() 정의당 혁신위원장인 장혜영 의원이 10일 여의도 의원회관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한국일보 |
“반말하지 마세요!”
정의당 초선 의원인 장혜영(33) 혁신위원장은 자신을 ‘하대’하는 동료 의원들을 참지 않고 이렇게 받아 친다. 나이, 선수가 많은 국회의원이 ‘어른 대접’을 받는 여의도 꼰대 문법에 반기를 든 것이다. 장 의원은 2011년 연세대 재학 중 명문대 기득권을 비판하는 대자보를 써 붙이고 자퇴해 화제를 뿌렸고, 다큐멘터리 감독, 유튜버, 싱어송라이터를 거쳐 국회에 입성했다.
지난해 10월 정의당에 입당한 장 의원의 정치 구력은 9개월. 정의당은 그런 그를 ‘혁신의 아이콘’으로 낙점했다. 정의당은 21대 총선에서 6석을 얻는데 그쳐 난파 직전이다. 정치 신인ㆍ30대ㆍ여성이라는 ‘정치권 3대 악조건’을 두루 갖춘 장 의원의 어깨에 정의당의 미래를 다시 쓰는 무거운 책임이 놓였다. 장 의원을 한국일보 정치부 2030세대 기자 4명이 인터뷰했다. 그는 역시나 거침없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여의도는 ‘꼰대 문화’의 온상이라는데.
“카메라 버튼과 반말 스위치가 연결돼 있는 곳인가 싶다. 놀랍게도 너무나 많은 의원들이 카메라가 꺼지면 내게 반말을 한다. 그 분들에게 ‘반말하지 마세요. 아름다운 존댓말이 있습니다’라고 한다. 그러면 당황해 한다. 완곡하게도 말해보고, 다른 사람에게 전해 달라고도 해 봤는데, 직접 말하는 게 가장 효과적이었다.”
-정의당은 ‘꼰대 청정 지역’인가.
“절대 아니다. 토론에 들어가면 조금 무섭기까지 하다. 똑똑한 누군가 앞에서 위축되는 될 때의 느낌이다. ‘무서운 정의당’을 ‘상냥한 정의당’으로 바꾸는 게 혁신위원장으로서의 꿈이다. 정의당은 밖에서 보는 것보다 훨씬 더 지쳐 있다. 학습된 무력감이 있다. 질적 변화가 필요하다. 평범한 사람들이 좋아하고 지지하는 정당이 돼야 한다.”
-정의당을 어떻게 혁신할 건가.
“심상정 대표는 놀라울 정도의 ‘에너자이저’다. 하지만 심 대표 혼자 당을 이끄는 ‘하드캐리’ 방식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누구라도 심 대표를 대체할 수 있도록 당의 시스템을 정비해야 한다. 아니면 심 대표처럼 이름 있는 정치인이 아무리 용을 써도 안 된다. 그걸 당도 느낀 것 같다.”
-‘장혜영은 포스트 심상정’이라는 표현을 심 대표는 어떻게 볼까.
“‘나를 밟고 가라’고 하실 분이다. 다만 알아서 비켜주는 건 없다고 생각하실 거다. 심 대표 주도로 총선 공천 청년 할당 제도를 도입한 결과 저와 류호정 의원이 당선됐다. 기회를 충분히 받았다. 이제는 저희가 열심히 하지 못하면 후배 정치인에게 미안할 거다.”
![]() 정의당 혁신위원장인 장혜영 의원이 10일 여의도 의원회관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한국일보 |
-정의당엔 ‘민주당 2중대’라는 악평이 종종 따라다닌다.
“민주당ㆍ정의당의 ‘민주대연합’의 요체는 야권 연합이었다. 민주당은 이제 여당이고 정의당은 야당이다. 또 하나 다른 점은 (금태섭 전 의원을 징계한) 민주당과 달리 정의당은 나를 징계하지 않는다(웃음). 정의당은 독자적인 야당의 컬러를 가져야 한다. 민주당이 할 수 없는 이야기를 또렷이 하고 앞장서서 의제를 제시하겠다.”
-김종인 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기본소득제를 꺼냈다.
“책임지지 못할 말을 하고 있다. 정책 이름을 선점하려는 싸움이 실질적으로 삶에 도움이 될 지 모르겠다. 그래도 김 위원장이 열심히 논의해줬으면 좋겠다. 우리도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찾겠다.”
-국회 기획재정위를 지원했다. 동생이 장애인이라 보건복지위를 고를 줄 알았는데.
“국회 밖에서 투쟁을 할 때 처음엔 복지부 장관 이름을 부르지만 결국엔 기획재정부 장관 이름을 부르더라. 복지를 실현할 정책적 힘을 갖기 위해 기재위에 들어가려 한다.”
-연세대 자퇴 때처럼 국회 의원회관에 대자보를 붙인다면.
“왜 정치를 하고 있는지를 묻고 싶다. 대부분의 국회의원들이 높은 뜻을 품고 국회에 왔을 것이다. 그 일들을 미루지 말고 바로 지금 하면 좋겠다.”
정지용 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류호 기자 ho@hankookilbo.com
이혜미 기자 herstory@hankookilbo.com
조소진 기자 sojin@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