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롤라 만든 반골 기질…곽범·이창호, 빵송국의 끝나지 않는 전성기 [인터뷰]

[핫이슈]by 한국일보

곽범·이창호, '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 관련 인터뷰

빵송국의 N번째 전성기 비결은?

코미디언 최초 세종문화회관 입성 타이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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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부산 남구에 위치한 부산은행 본점 2층 오션홀에서는 제12회 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이하 부코페) 행사의 일환인 '만담어셈블'이 개최됐다. '만담어셈블'은 두 명의 콤비가 소도구 없이 마이크만 하나를 앞에 두고, 대화를 통해 웃음을 터뜨리는 코미디 장르다. 메타코미디 제공

현시점 대한민국에서 가장 잘나가는 코미디언을 꼽으라면 이 둘을 빼놓을 수 없다. 곽범과 이창호는 짧지 않았던 무명시절을 거쳐 다수의 부캐 활약으로 지금의 인기를 얻었다. 비결은 오로지 코미디에 대한 열정과 진심이다.


지난 24일 부산 남구에 위치한 부산은행 본점 2층 오션홀에서는 제12회 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이하 부코페) 행사의 일환인 '만담어셈블'이 개최됐다. '만담어셈블'은 두 명의 콤비가 소도구 없이 마이크만 하나를 앞에 두고, 대화를 통해 웃음을 터뜨리는 코미디 장르의 공연이다. 곽범 이창호를 비롯해 메타코미디 소속 코미디언들이 출연하며 서울 홍대에서 매회 '1초 매진의 신화'를 경신하고 있다다.


이날 곽범과 이창호는 공연 전 대기실에서 본지와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곽범은 KBS 공채 27기, 이창호는 공채 29기로 두 사람의 인연은 단순한 동료 이상이다. 기자가 직접 마주한 두 사람에게서는 가족 그 이상의 우애가 느껴졌다. 다른 듯 닮은 두 사람에겐 코미디를 향한 무한한 사랑이 느껴졌다. 실제로도 곽범과 이창호는 제5회 부코페부터 꾸준히 참석, 열렬한 사랑을 드러냈다.


먼저 곽범은 "매년 참석할 때마다 현장의 온도가 다르다. 그런 점이 재밌다. 매회 분위기가 달라진다. 처음엔 둘이서 공연을 시작했는데 이제는 다섯 팀이 됐다. 점점 인기가 늘고 있다"라고 소회를 밝혔다. 이창호는 "둘이 할 땐 관객이 없었다. 또 코로나가 심해졌을 땐 비대면으로 공연을 하기도 했다"라고 돌아봤다. 과거와 현재, 달라진 점을 묻자 곽범은 "이창호의 수입이 달라졌다. 창호는 8년 전 방송 활동 없이 방에만 있었다. 일이 없었다. 지금은 '대한민국을 흔드는 남자'다"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를 들은 이창호는 웃음을 터트리면서 "내가 흔들었냐. 평소에는 팬들이 콘텐츠를 '소비'하기 때문에 인기라는 것이 잘 와닿지 않다. 이렇게 공연을 할 때 많이 느끼게 된다. 과거에는 어떻게 하면 티켓이 팔릴까 고민을 했고 해운대에 나가서 직접 팔기도 했다. 텅텅 비었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은 오픈하면 매진이다. 그런 것들이 감사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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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부산 남구에 위치한 부산은행 본점 2층 오션홀에서는 제12회 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이하 부코페) 행사의 일환인 '만담어셈블'이 개최됐다. '만담어셈블'은 두 명의 콤비가 소도구 없이 마이크만 하나를 앞에 두고, 대화를 통해 웃음을 터뜨리는 코미디 장르다. 메타코미디 제공

더욱 좋은 무대를 위한 고민은 과거에도 지금도 마찬가지다. 이창호는 "부코페에선 단발적인 행사라는 점이 아쉽다. 그래도 점점 더 좋아지고 있다. 저희 무대 역시 성장 중이다. 많은 분들이 사랑과 협조해 주시면 더욱 좋을 것"이라고 소신을 전했다. 곽범 역시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야 할 부분이다"라고 공감했다.


만담어셈블은 매주 메타 코미디 클럽에서 가장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팀이기도 하다. 여기에 새로운 수식어가 추가됐다. 바로 코미디언 최초 세종문화회관 입성이다. 이에 대한 소회를 묻자 이창호는 기쁨보다는 부담감을 느낀다고 고백했다. "저희가 처음이기 때문에 스타트를 잘 끊어야 다음 후배들이 배턴을 이어갈 수 있다는 부담감이 있었습니다. 첫 공연을 마치고 나선 전 너무 만족했습니다. 관객들도 그랬겠지만 저는 너무 즐거웠어요. 소극장이어서 더 편하고 아기자기하게 즐겼습니다."


세종문화회관 소극장은 웃음으로 가득 찼지만 정작 무대에 선 두 사람은 당황의 연속이었단다. 곽범의 땀으로 마이크가 젖어 기계 오류가 발생한 것이다. 그럼에도 곽범은 늘 그랬던 것처럼 유연하고 능숙하게 극을 이끌었고 돌발상황은 유쾌한 에피소드로 남았다. 이를 두고 곽범은 "저도 많이 당황했고 보는 분들도 당황했지만 라이브 쇼의 묘미"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각자 개인활동을 비롯해 유튜브 콘텐츠 회의와 제작, 기획에 공연까지 준비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선택과 집중을 거듭하며 매순간 더 양질의 콘텐츠를 선보이는 것은 빵송국 팀의 자부심이다. 이러한 '선택과 집중' 전략은 타깃 시청층 선정에도 적지않은 효과를 발휘했다. 빵송국을 사랑하는 팬층은 주로 2030세대에 분포돼 있다. 곽범과 이창호가 그간 스스로 가장 재밌는 것을 추구하는 길을 걸었기 때문에 젊은 세대들에겐 진입장벽이나 접근이 쉽게 느껴졌다. 공감을 초석 삼아 편하게 웃을 수 있는 비결이다. 빵송국이 코미디언들이 웃음 소재로 기피하는 역사나 위인, 북한 등을 언급하지만 불쾌함이나 불편함 없이 한바탕 웃음으로 끝날 수 있는 것 또한 구성을 짜는 이들의 치밀한 고민으로 완성된 결과물이다. 실제로 이날 만담어셈블의 빵송국 공연에서는 최근 뜨거운 감자였던 배드민턴 협회나 축구 협회가 거침없이 거론됐지만 무게감보다는 웃음으로 전달됐다. 이처럼 빵송국이 추구하는 코미디는 자신들이 웃을 수 있는 코미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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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부산 남구에 위치한 부산은행 본점 2층 오션홀에서는 제12회 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이하 부코페) 행사의 일환인 '만담어셈블'이 개최됐다. '만담어셈블'은 두 명의 콤비가 소도구 없이 마이크만 하나를 앞에 두고, 대화를 통해 웃음을 터뜨리는 코미디 장르다. 메타코미디 제공

곽범은 "저희가 재밌다고 생각하는 건 분명히 2030도 재밌을 것이라는 자신이 있다. 사실 10대들까지 저희가 다 사로잡을 수 없다고 본다. 제 딸들이 10살, 11살인데 제가 하는 걸 보고 딸들이 웃을 거라고 생각은 안 한다. 대신 저희는 2030의 타겟팅만 정확히 하자. 저희 목표다"라고 소신을 피력했다.


쥐롤라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다. 뮤지컬 '시카고' '킹키부츠' 등 빵송국의 '뮤지컬스타'가 대박을 터트렸고 빵송국의 장기 흥행의 수명을 연장시켰다. 곽범은 "이창호는 한반도를 흔들었다. 빨간색을 보면 쥐롤라를 떠올려라"라고 농담을 건넸다. 두 사람은 이전의 신드롬을 낳았던 프로젝트 그룹 매드몬스터와 비슷한 파급력을 다시 느끼고 있다고 덧붙였다. 모두가 궁금해 하는 수입에 대해선 "광고는 항상 5대 5"라는 답변도 들었다.


이창호는 지금의 뜨거운 인기에 대해 "어느덧 시즌4다. 매 시즌마다 메인 무대 넘버는 항상 있었다. 잘 익어서 터진 것이다. 진정성을 갖고 있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웃기려고 하지 않는다. 저희는 뮤지컬 배우들을 존경한다. 곽범은 "창호가 주목받고 있는데 창호가 저희를 거름이라고 부른다. 잘 깔아줬다는 의미다. 상상도 못했던 수확이다"라고 말했다.


막내 시절부터 두 사람은 힘든 시절을 함께 보냈고 파트너 그 이상의 관계가 됐다. 기자가 본 두 사람에겐 치열함이 넘쳤다. 빵송국이 가고자 하는 길과 K-코미디, 그리고 어느덧 선두주자가 된 위치까지 어느 하나 쉽게 일군 것이 없다. 그들이 한시도 쉬지 않고 고심하고 연구한 결과물이다. 이창호는 "관객 앞에서 쪽팔리고 싶지 않다. 시대도 변하고 코미디도 변한다. 시대 흐름에 발 맞춰서 움직여야 한다"라고 가치관을 드러냈다.


곽범과 이창호로 구성됐던 코미디 팀은 이제 여러 후배들과 함께 서고, 많은 코미디언 지망생들의 오디션을 진행 중이다. 여중생까지 찾아와 제2의 빵송국을 꿈꾼단다. 이창호는 "저희가 만담 장르의 문을 열었으니 이 문에서 만담 스타가 나올 것"이라고 자신감을 피력했다.


또 곽범은 "창호의 이야기를 빌리자면 '나처럼 하면 된다'라더라. 이창호는 코미디에 진심이고 연기 하나하나에 고찰하는 사람"이라고 말해 기자의 웃음을 자아냈다. 이창호는 빠르게 부인하면서 "많은 분들이 공개 코미디로만 코미디를 생각한다. 최근 다양한 플랫폼에서 코미디가 부각이 된다. 스케치 코미디나 뮤지컬 등. 언젠간 대한민국에서 미스터 빈이 나올 수 있다"라고 바라봤다.


마지막으로 두 사람에게 원동력을 물었다. 곽범은 "예전에는 부자가 되고 싶으면서도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었다. 그래서 코미디언이 됐다. 어느덧 이제 의무감도 책임감도 갖게 되는 위치가 됐다", 이창호는 "재미다. 재미 없으면 안 한다. 곽범 형의 말은 농담이다. 돈 보고 했던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재밌게 하다 보니까 이렇게 됐다. 우리에겐 반골기질이 있다. 재미가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우다빈 기자 ekqls0642@hankookilbo.com

2024.09.03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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