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무슬림 “테러 일삼는 나쁜 종교? 그저 평범한 종교”

우리 시대의 마이너리티

<26> 한국인 무슬림


※ 대부분의 사람은 적어도 한 두 가지 측면에서는 소수자입니다. 자신의 불편은 크게 느끼면서도 다른 사람의 소수자성에 대해서는 무관심하거나 심지어 냉소적인 게 우리의 현실입니다. 는 격주 화요일 한국 사회에서 유독 힘들게 살아가는 소수자들의 모습을 들여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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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한국이슬람교 서울중앙성원에서 신자들이 금요예배에 참석해 기도를 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외국인 무슬림 남편과 결혼한 뒤 박은영(가명ㆍ34)씨가 가장 자주 듣는 말은 “어느 나라에서 왔냐”는 질문이다. 이슬람으로 개종하면서부터 히잡을 쓰고 다녀서다. 한국인이라고 말하고 나면 으레 이상한 눈빛으로 쳐다본다고 한다. 한번은 중년 여성에게 “한국인이 왜 외국의 나쁜 종교를 믿냐”는 소리도 들었다. 박씨는 “이슬람이 어떤 종교인지 아느냐”고 되물었지만 돌아온 대답은 “여성을 학대하고 사람을 죽이는 종교라고 들었다”라는 것이었다. 그는 “사실과 다르다고 조목조목 설명하려 했지만 그는 더 이상 들으려 하지 않고 오히려 테러를 하는 종교를 믿으면 안 된다고 호통을 쳤다”고 말했다.


4년 전 무슬림이 된 대학생 정상윤(가명ㆍ22)씨도 이슬람을 믿는다는 이유로 종종 어처구니 없는 일을 겪는다. 지난해에는 이슬람 사원에서 기도하고 나온 뒤 한 여성에게 미행당한 적도 있다. “극단주의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 대원으로 의심된다”는 황당한 이유에서였다. 정씨는 “한국에서 무슬림이라고 밝히면 흔히 정신이상자 취급 받게 되고 심지어 가족들도 이상하게 바라본다”며 “외국인이 아닌 한국인이 국내에서 무슬림으로 살아가는 일은 너무 힘들다”고 말했다.


재미교포 한선숙(54)씨는 대학생이던 34년 전 가톨릭에서 이슬람으로 개종했다. 그는 사우디아라비아의 한 대학에서 영어를 가르치다 남편과 사별한 뒤 한국으로 돌아와 지난해부터 대전 우송대에서 영어를 가르치고 있다. 한 교수는 한국인이 이슬람에 대해 잘 모르는 건 한국에서나 사우디에서나 매한가지라고 했다. “한번은 버스기사님이 왜 한국사람이 머리에 그런 걸(히잡) 쓰고 다니냐며, 그렇게 나쁜 종교를 왜 믿는 거냐고 묻더군요. 웃으면서 ‘제가 사람을 해칠 것처럼 보이냐’고 물었죠. 자세히 설명해드리니 이해하시더라고요. 종교에 대해 몰라서 그렇지 나쁜 사람이어서 그렇게 말하는 건 아니거든요. 사우디에 있는 한국인도 이슬람을 모르는 건 마찬가지였어요. 한인학교에서 가르치다 보면 히잡을 벗으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었죠.”


◇소수자 중의 소수자, 한국인 무슬림은 약 3만5000명


이슬람은 전 세계 인구의 24%를 차지하며 개신교와가톨릭을 포함한 기독교(33%) 다음으로 신자가 많은 종교다. 그러나 국내에서 이슬람은 낯선 종교다. 중동이나 서남아ㆍ동남아에서 온 일부 외국인 이주민만이 믿는 종교로 아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한국인 무슬림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도 많다. 소수자 중에서도 소수자인 셈이다.


국내 무슬림은 외국인 이주민을 포함해도 전체 인구 중 0.3%가 채 안 되는 15만명 수준으로 추정된다. 공식적으로 집계된 적이 없어 정확한 숫자는 파악하기 어렵다. 정부의 인구주택총조사 중 종교별 인구에서도 이슬람은 기타 종교로 묶여 있다. 국내 신자 수가 가장 많은 종교인 기독교의 1,356만명(2015년 통계청 조사 기준)과 비교 자체가 안 된다.


한국인 무슬림은 15만명 중에서도 일부에 불과하다. 한국이슬람교 서울중앙성원의 이주화 이맘(예배를 주관하고 종무를 수행하는 이슬람 지도자)은 “1970~1980년대 중동 붐이 일면서 한국인 무슬림 수가 크게 늘었다가 1990년대 이후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며 “현재도 20~30년 전과 비슷한 3만5,000명 수준일 것”이라고 추정했다. 최근에는 젊은 층을 중심으로 한국인 무슬림이 조금씩 늘고 있다고 한다.


무슬림은 금요일에 합동예배를 한다. 평일이어서 한국인 무슬림의 참석률은 낮을 수밖에 없다. 매주 금요일 오후 1시면 서울 용산구 이태원의 서울중앙성원은 다양한 국적의 무슬림으로 가득 차는데 이때 참석하는 한국인 무슬림은 60~70명 정도라고 한다. 이슬람 성원은 전국적으로 30여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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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종교별 인구. 그래픽=박구원 기자

◇젊은 층과 여성 입교자 점점 늘어


선교 활동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는 이슬람 특성상 국내에서 무슬림이 되는 경로는 제한적이다. 무슬림인 지인과 교류를 통해 이슬람에 입교하거나 개인적으로 관심을 갖고 이슬람을 공부하다 무슬림이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주화 이맘은 “해외여행 등에서 이슬람 문화를 접하고 돌아와 이슬람에 입교하는 경우도 있고 외국인 무슬림과 결혼해 이슬람을 받아들이는 사람도 상당수”라며 “중동 특수가 있을 땐 남성이 압도적으로 많았는데 최근에는 남녀 비율이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기독교에서 이슬람으로 개종하는 사람들도 있다. 최근 이슬람을 주제로 유튜브 생방송을 시작한 박동신(34)씨는 기독교 가정에서 태어나 기독교 신자로 살다 무슬림이 됐다. 그는 “주위에 이슬람을 믿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고 나 역시 이슬람에 대해선 아는 것이 거의 없었다”며 “세계 역사에 관심이 많아서 세계의 종교에 대해 공부하다 보니 이슬람이 언론을 통해 보던 이미지와 달리 나쁜 종교가 아니었다는 걸 알게 되면서 조금씩 빠져들게 됐다”고 말했다. 박씨는 10년 전 개종한 뒤 터키, 사우디, 요르단, 이집트 등에 머물며 8년간 이슬람과 아랍어를 공부하다 최근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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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기독교에서 이슬람으로 개종한 박동신씨가 인천 중구의 한 오피스텔에서 이슬람을 주제로 유튜브 생방송을 하고 있다. 인천=고경석 기자

무슬림과 결혼한 뒤 이슬람에 입교하는 사람도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그러나 무슬림 배우자를 둔 모든 이가 곧바로 무슬림이 되는 건 아니다. 이슬람에선 믿지 않는 사람에게 종교를 강요하면 안 된다고 가르치기 때문이다. 조현정(가명ㆍ46)씨도 12년 전 외국인 무슬림과 결혼했지만 입교한 지는 2년여밖에 안 됐다. 조씨는 “결혼 후에도 남편이 10년간 믿음을 강요하지 않아서 히잡을 쓰지 않았고 라마단(이슬람 금식성월)에 금식도 하지 않았다”며 “스스로 공부를 시작하고 믿음이 생기기 시작한 뒤에는 누가 시키지 않았는데도 히잡을 쓰게 됐다”고 말했다.


◇잘못된 정보가 이슬람에 대한 오해 부추겨


한국은 세계적으로도 비종교인의 비율이 매우 높은 편에 속한다. 통계청의 2015년 인구주택총조사에서 종교가 없는 인구의 비율은 56%에 달했다. 그만큼 종교에 관심이 크지 않다. 특히 이슬람 문화권과는 교류가 많지 않아 이슬람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접하기는 더욱 어렵다. 무슬림들은 기독교와 같은 신을 믿는다고 주장하는데, 현실에서는‘이슬람은 기독교와 달리 알라신을 믿는다’같은 정보가 널리 유통되고 있다. 기독교와 이슬람의 가장 큰 차이는 예수에 대한 정의다. 기독교는 예수를 신으로 간주하지만, 이슬람은 예수를 신이 아닌 선지자로 본다.


제대로 된 정보가 부족하다 보니 보편적인 정서와 동떨어져 있는 일부 이슬람 지역의 근대적ㆍ가부장적 문화와 극단주의 무장세력이 이슬람의 전부인 것처럼 잘못 인식되곤 한다. 김정명 명지대 아랍지역학과 교수는 “이슬람에 대한 잘못된 편견과 오해는 기본적인 정보의 부재가 가장 큰 이유일 것”이라며 “언론에서도 중동 지역에 관해서는 전쟁이나 테러, 일탈적이고 엽기적인 사건들 위주로만 보도하다 보니 일부의 모습이 이슬람의 전부인 것처럼 착각하게 된다”고 말했다.


한국인 무슬림 가운데 ‘커밍아웃’을 주저하는 이들이 많은 것도 이러한 뿌리 깊은 편견과 맞서 싸울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민서현(가명ㆍ39)씨는 “마치 매뉴얼이라도 있는 듯 이슬람 하면 다들 여성억압, 테러, 일부다처 등을 거론하며 따진다”면서 “IS는 우리에게도 골치 아픈 문제라고 하면 잘못을 추궁하듯 ‘당신들이 어떻게 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소리치며 내 이야기를 들으려고 하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돼지고기 안 먹으면 이상한 사람 취급 받죠”


자신이 무슬림인 걸 외부에 밝히지 않으면 남성 무슬림들은 대체로 큰 어려움이나 불편함을 겪진 않는다. 그러나 여성은 히잡을 쓰는 순간 ‘한국말을 잘하는 외국인’이 되거나 ‘여성 억압의 피해자’ 또는 ‘잘못된 종교에 빠진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는다. 외국인 무슬림과 결혼한 민씨는 “누가 강요해서 히잡을 쓰는 것이 아니라 내가 자발적으로 쓰는 것인데도 ‘남편이 억지로 시킨 게 아니냐’고 묻는 등 사람들은 자신의 기준으로 판단하고 규정한 뒤 평가해 버린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슬람을 공부하며 입교한 지 1년쯤 됐다는 대학생 이수연(23ㆍ가명)씨는 주위의 시선이 불편해 히잡을 쓰지 않는다. 자신이 무슬림이 됐다는 사실도 가장 친한 친구 외에는 밝히지 않았다. 무슬림으로 지내는 것이 그다지 불편하거나 어렵지 않지만, 음식 문제는 숨기기 어려운 부분이다. 무슬림은 술과 돼지고기를 먹지 않고 이슬람 율법에 따른 할랄 음식만 먹어야 하기 때문에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이씨는 “친구들과 함께 식당에 가면 (이슬람 율법이 금지한) 돼지고기를 안 먹는다고 말해야 하는 순간이 오는데 그럴 때마다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게 된다”고 말했다.


무슬림 자녀를 키우는 다문화가정의 부모들도 대부분 음식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다. 현실적으로 할랄 식단을 급식으로 제공하는 학교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마트에서도 할랄 인증을 받은 식품은 많지 않다. 조현정씨는 “학교에서 할랄 음식을 급식으로 제공하지 않아 아이가 밥과 김치, 김만 먹는 일이 많다”며 “마트에 가도 아이가 먹을 수 있는 식품을 사는 것이 무척 어렵다”고 말했다.


◇”무슬림, 평범한 종교인으로 받아줬으면…”


종교는 단순히 믿음에 불과할 수도 있지만 삶의 방식이기도 하다. 그래서 사회적 편견에 지쳐 무슬림의 삶을 지키기 어려워지면 종교를 떠나는 사람도 적지 않다. 박동신씨는 “이슬람에 대한 사회적 혐오가 워낙 크다 보니 무슬림이 된다 해도 절반은 버티지 못하고 떠나는 것 같다”며 “특히 무슬림 중에서도 여성은 약자여서 종종 이슬람 혐오 공격을 당하는 등 남성 무슬림보다 믿음을 지키기 더욱 어려운 처지에 있다”고 말했다.


한국인 무슬림들이 바라는 것은 단순하다. 이슬람을 왜곡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줬으면 하는 것이다. 박동신씨는 이슬람을 제대로 알리기 위해 지난 19일부터 이슬람과 아랍어를 주제로 유튜브 생방송을 시작했다. 수년 전부터 이슬람과 아랍어 관련 동영상을 꾸준히 올리긴 했지만 이집트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뒤부턴 1인 미디어 활동에 더욱 많은 시간을 쏟고 있다. 수년간 온갖 혐오와 비난, 욕설로 가득한 댓글을 봐왔기에 이제는 웃으면서 말할 만큼 온라인상의 공격에 익숙해졌다. 박씨는 “단순히 무슬림이라는 이유로 공격 받게 될 걸 알면서도 방송을 시작한 건 이슬람을 정확히 알려야 한다는 신념 때문”이라며 “이슬람을 제대로 알려 다문화가정의 아이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지키며 사회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돕고, 다양한 문화가 평화롭게 공존하는 데 조금이라도 이바지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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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31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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