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여울마을과 이기대 돌면 익숙한 듯 낯선 부산이...
'거리두기' 에 적합한 부산의 해안산책로
부산 이기대해안산책로에서 본 해운대 일출. 바위 절벽을 돌아가는 해안산책로를 따라 걸으면 부산의 바다가 또 다른 모습으로 다가온다. ⓒ박준규 |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전국의 주요 관광시설도 ‘일단 멈춤’ 태세다. 그래도 숨 쉴 공간을 찾는다면 실내보다 야외, 그중에서도 사람이 몰리지 않고 거리두기가 가능한 곳이 우선이다. 사계절 여행지 부산에서는 해안산책로가 그나마 덜 붐비는 곳이다. 숨겨진 절경 따라 한굽이 돌때마다 익숙했던 도시가 또 다른 풍경으로 다가선다. 영도의 절영해안산책로와 남구의 이기대해안산책로를 소개한다. 코로나 상황이 안정된 후 가볼 곳으로 권한다.
절영해안산책로를 걷다보면 바다와 어우러진 출렁다리의 풍경이 인상적이다.ⓒ박준규 |
서울에서 부산까지는 누가 뭐래도 고속철도(KTX 또는 SRT)가 빠르고 편리하다. 탑승시간만 따지만 비행기가 가장 빠르지만 김포공항과 김해공항이 모두 도심 외곽에 있어서 이동이 만만치 않다. 고속버스는 운행 시간만 4시간이 넘는다. 반면, 고속철도는 부산역까지 2시간 30~40분이 걸린다. 요금은 서울역 출발 KTX는 5만9,800원, 수서역 출발 SRT 5만2,900원.
절영해안산책로와 흰여울마을의 재발견
부산역에서 82ㆍ85ㆍ88-1ㆍ508번 시내버스를 타고 20분가량 이동해 부산보건고 정류장에 내리면 절영해안산책로 입구다. 관리동에서 출발해 피아노계단~흰여울해안터널~대마도전망대~출렁다리~중리해변을 거쳐 영도해녀문화전시관까지 총 3.58km로 짧고 쉬운 코스다.
산책로 왼쪽에는 바다와 관련한 벽화가 이어지고, 오른쪽으로는 대형 선박 수십 척이 둥둥 떠 있는 바다 풍경이 펼쳐진다. 배가 닿을 내리고 머무르는 곳, 묘박지다. 파도소리를 벗 삼아 걷다가 무지갯빛 피아노계단과 흰여울해안터널에 시선이 멈춘다. 이 길의 첫 번째 인증사진 명소다.
터널을 빠져나오면 전혀 다른 풍광이 펼쳐진다. 기암절벽과 정성껏 쌓아올린 돌탑이 눈에 들어온다. 사람이 없어 비경을 독차지한 기분이다. 대마도전망대에서는 다대포, 몰운대, 모자섬(경도), 두도, 쥐섬(서도)을 조망할 수 있다. 날씨 때문에 정작 대마도는 보이지 않아 아쉽다. 다음을 기약하며 발걸음을 옮긴다.
바다를 배경으로 인증사진을 남기기 좋은 흰여울해안터널. ⓒ박준규 |
절영해안산책로에서 흰여울마을로 이어지는 피아노계단. ⓒ박준규 |
절영해안산책로의 출렁다리는 짧지만 아찔하다. ⓒ박준규 |
바위와 바위를 연결한 출렁다리는 길이는 짧아도 흔들림이 심해 스릴이 넘친다. 중리해변 인근에는 영도해녀문화전시관이 있다. 해녀 하면 제주를 먼저 떠올리는데, 부산을 비롯한 남해 바다 해녀들의 활동과 역사를 전시하고 있다. 전시관을 관람한 후 해녀수산물판매장에서의 먹는 해산물 한 접시에 입이 즐겁다. 돌아갈 때는 85광장~75광장~하늘전망대~흰여울 바다전망대로 이어지는 1.5km 절영해랑길로 이동한다. 목재 덱이라 걷기 편안하다. 전망대가 아니어도 그림같은 풍광이 이어진다. 길은 흰여울문화마을로 연결된다.
영도 해녀의 삶과 역사를 전시하고 있는 영도해녀문화전시관. ⓒ박준규 |
흰여울문화마을은 영화 '변호인' 촬영지로 널리 알려져 있다. 곳곳에 영화 대사와 장면이 장식돼 있다. ⓒ박준규 |
6·25전쟁 후 피란민 유입으로 형성된 흰여울마을은 쇠락을 거듭하다 2011년 흰여울길 벽화작업을 계기로 새로운 전기를 맞는다. 예술 창작 공간을 조성하고 마을 정비 사업을 마무리한 후에는 그리스 산토리니에 비교되는 명소로 탈바꿈했다. 작은 집과 집 사이의 좁은 골목길과 산책로, 그 너머로 펼쳐지는 바다가 환상의 조화를 뽐낸다. 영화 ‘변호인’ 촬영지로 더욱 알려져 인생사진 성지가 됐다.
예술인 가게를 한두곳 들르면 흰여울마을이 더 친근하게 다가온다. 시리도록 파란 페인트로 단장한 ‘촌장과 바다’에 들렀다. 손글씨 연구가 차우석씨와 시인 및 화가로 활동하는 손계정씨가 함께 운영하는 갤러리다. “누구든 허락 없이 들어옵니다. 그대가 주인입니다”라는 문구로 방문객을 반긴다. 진짜일까? 차 작가는 목판에 감성 글씨를 새겨주는 것으로, 손 작가는 타로 점을 보는 것으로 '영업'하지만, 그냥 들어가서 둘러봐도 아무 부담이 없다. 마음을 담은 붓글씨와 시화, 옥상에서 바라본 쪽빛바다 풍경에 메말랐던 감성이 되살아난다.
영도 흰여울마을에서 '촌장과 바다' 갤러리를 공동 운영하는 차우석 손글씨 작가(오른쪽)과 손계정 화가. ⓒ박준규 |
흰여울마을 '달뜨네' 식당의 강다니엘 세트. 참고등어초회, 회밥, 청주를 포함해 4만2,500원이다. ⓒ박준규 |
식사는 ‘달뜨네’를 추천한다. 가수 강다니엘이 맛있게 먹은 메뉴를 실제 '강다니엘세트'라는 이름으로 판매한다. 싱싱한 해산물이 입안에서 사르르 녹는다.
부산 바다 재발견, 이기대해안산책로
부산역에서 27번 시내버스를 타면 이기대해안산책로 입구까지 약 50분이 걸린다. 이기대해안산책로는 부산의 바다 산책로 중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코스로 꼽힌다. 오륙도 선착장에서 출발해 오륙도스카이워크~오륙도 해맞이공원~농바위~치마바위~어울마당~해식동굴~구름다리를 거쳐 동생말까지 총 4.7km를 이동하는 동안 한 편의 부산 바다가 다큐멘터리처럼 펼쳐진다.
이기대해안산책로의 오륙도스카이워크와 오륙도. ⓒ박준규 |
이기대해안산책로의 출렁다리. 바위 절벽을 따라가기 때문에 아찔하면서도 전망이 시원하다. ⓒ박준규 |
출발점의 오륙도스카이워크에 서면 탁 트인 망망대해와 오륙도의 섬들이 올망졸망 펼쳐진다. 투명한 강화유리 바닥 아래에선 파도가 철썩거린다. 시원하고 짜릿하다. 오륙도 해맞이공원을 지나면 오르막길이 시작된다. 어차피 천천히 걷는 길, 쉬엄쉬엄 움직여야 덜 힘들다.
계속 바다를 끼고 오르락내리락하다가 휴식하기 좋은 곳에 이른다. 오른쪽에 농바위가 등대처럼 든든하게 우뚝 서 있다. 이 바위로 이기대와 백운포 해안이 구분된다. 부산 남천동 해안으로 온 제주 성산포 해녀들이 물질을 하면서 서로 연락하는 기준으로 삼았다는 바위다. 수직의 해안 절벽과 수평의 파식대지가 어우러진 밭골새, 바다에서 보면 치마를 입은 형상이라는 치마바위도 지나간다.
이기대해안산책로의 농바위 뒤로 오륙도가 보인다. ⓒ박준규 |
이기대해안산책로 밭골새. 해안 절벽과 파식대지가 어우러져 절경을 이룬다. ⓒ박준규 |
동생말전망대에서 바다 너머로 해운대의 고층빌딩이 보인다. ⓒ박준규 |
슬슬 지쳐갈 무렵 영화 ‘해운대’ 촬영지인 어울마당에서 쉬어간다. 매점에서 구입한 차가운 사이다 한 모금에 갈증과 피로가 싹 사라진다. 오랜 시간 파도가 깎아 만든 해식동굴은 최근 사진 찍기 좋은 곳으로 부각되고 있다. 이곳에서 5개의 구름다리를 건너면 동생말전망대에 닿는다. 바다 건너 광안대교 뒤편으로 해운대의 고층빌딩이 낯선 도시처럼 펼쳐진다. 어느덧 국제도시 부산의 절경이자 상징이 된 풍광이다.
이기대해안산책로의 해식동굴. ⓒ박준규 |
이기대해안산책로의 어울마당에 다다르면 광안대교와 해운대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박준규 |
부산에서는 대중교통을 이용해도 크게 불편하지 않지만, 렌터카를 이용하면 시간을 아낄 수 있다. 에스알과 코레일 협력 여행사인 ‘반할부산’이 ‘고속철도+렌터카’ 결합상품을 판매한다.
박준규 대중교통여행 전문가 http://traintrip.kr